“권력으로빚어낸예술작품속에는
수많은마이너들이있었다”
무용수,흑인하녀,장애소년,전시된코뿔소까지
캔버스속소품이기를거부하고뛰쳐나와
마침내해방에이른존재들에대하여
총4부로구성된이책의1부〈기울어진그림을부수는존재들〉에서는화가의그림속흑인,장애인,병든사람,성소수자등을조명한다.흔히미술계에서흑인은백인을돋보이게하기위한‘장치’로쓰였다.이는마네의〈올랭피아〉와루벤스의〈거울을보는비너스〉를통해확인할수있다.화가바스키아는이런미술계에서의흑인의‘쓰임’에대해비판하고흑인들에게제자리를찾아주고자〈올랭피아의하녀〉를그렸다.
안드레아만테냐의〈성세바스티아누스〉와뭉크의〈병든아이〉를통해서는우리사회가아픈이를어떻게바라보고있는지보여준다.지금까지병든사람은’죄를지어벌을받는것’혹은‘지극히개인적인불행’으로여겨왔다.하지만작가는질병이란불평등한사회구조·문화·빈곤문제등이스며있으며,아픈사람에게는죄가없다는것을꼬집는다.
이밖에도작가는미켈란젤로의〈가니메데스의납치〉라는그림을통해미켈란젤로가청년톰마소를사랑했지만자신을이성애자로‘커버링할’수밖에없었던이야기를들려준다.반대로게르다베게너의〈하트의여왕〉속트랜스젠더릴리엘베의삶을통해‘정상성’이란무엇이며,커버따위없어야할세상에관해되묻는다.
2부〈그림속소품이기를거부한여성들〉에서는여전히끝나지않은여성혐오적시선과차별에관해이야기한다.철학자플라톤에따르면자궁은“짐승안의짐승”이었다.얀스테인의그림〈의사의왕진〉을살펴보면‘자궁혐오’에대한오랜역사를알수있다.아직까지도여성은‘월경을하면호르몬의작용으로인해히스테릭해진다’는이야기를듣는다.이는여성을열등한존재로위치시키기위해자궁을혐오해왔던역사가이어져오는것이라고작가는말한다.
사회는여성에게바람직한어머니상’을강요하기도한다.세간티니는〈욕망의징벌〉을통해‘성모마리아’와같지않은‘부도덕하고나쁜어머니들’에게벌을내렸다.그와반대로휘슬러는〈회색과검정의조화〉에서평생을헌신했던어머니를매정하고차갑게그렸다.작가는모성이란지나쳐도모자라도안된다는‘이상한모성신화’의강요가여성들을이러지도저러지도못하게하고있다고비판한다.
애나블런던의〈단한시간만이라도〉와피터르얀선스엘링가의〈네덜란드집의내부〉에서는사회안팎으로착취당하는여성들의노동현실을드러낸다.작가는이그림들을통해‘여성은최후의식민지다’라는말에서벗어나여성의사회적노동과가사노동에정당한지불을해야할때라고말한다.
3부〈뒤틀린권력에균열을내는그림들〉에서는어린이혐오,노인혐오,전염병에서비롯된혐오,재개발로인해쫓겨나는사람들에관해살펴본다.어른들은어린이에게어수룩할정도의순진함을기대하고,‘어린이다움’을강요한다.어린이는당연히‘어른의소유물’로생각했다.이는윌리엄호가스〈그레이엄집안의아이들〉에서도확인할수있다.당시부유한집안의어린이들은어른처럼코르셋을입거나꽉조이는정장을입어소화장애에시달려야했다.반대로가난한집안의어린이들은값싼임금으로부릴수있는‘인간이덜된인간’으로생각했다.
미켈란젤로의조각상으로유명한〈피에타〉상에는노화를죄악으로생각함이나타난다.그는죽은예수를고요하게끌어앉은성모마리아상〈피에타〉로예술계에서큰찬사를받았지만“여인이늙은것은죄악이있기때문”에성스러운성모마리아의모습을소녀로조각했다.그러나반대로옥준의〈농암이현보의초상〉에서는이현보의얼굴에드리워진주름과검버섯을그대로그렸다.이는노인이되어야만갖출수있는미덕과학식,인품과지혜등을드러내고자함이었다.
4부〈선전도구에저항하는예술가들〉에서는예술권력에저항하고자했던예술가들의이야기와동물권·환경문제·투기등좀더다양한이야기를들을수있다.권력자들은언제나그림의힘을활용해자신들의통치지배의정당성을확보하려고했다.이는미국CIA의선전도구로활용된잭슨폴록의삶을보면알수있다.그는〈가을의리듬〉이라는아름다운추상표현주의작품으로거장의반열에올랐지만그의자유로운화법은CIA의계획에의해소련의‘사회주의리얼리즘’을공격하기위한도구로활용됐다.
이와는정반대로현실의부조리함을꼬집은화가들도있었다.매리커샛이그예이다.커샛은가부장적이었던아버지를거스르고비혼을선택하며스스로의주체적인삶을선택했다.이러한모습은그의그림〈마차를모는여인과소녀〉를통해서도드러난다.피에트로롱기의〈베네치아에서열린코뿔소전시회〉라는그림에서는오랫동안인간들의‘구경거리’였던동물들의고통이그대로드러난다.그가의도했는지는알수없으나,인간에게끌려다니며전시되다죽은코뿔소클라라와이를구경하는사람들을화폭에그대로담아비판적시각을자아낸다.
환경오염에대한현실을화폭에그대로담은인물도있었다.마네의〈아르장퇴유〉가그예이다.그는센강에뜬보트를배경으로한가로운파리지앵을그린것같지만,사실은아르장퇴유의염색공장에서배출된폐수로인해강물이쪽빛으로변한것을그림을통해보여주고자했다.
“지금까지의예술세계는
권력자들의시선으로기울어져있었다
이제는그기울어진판도를뒤집을때다”
그림이빚어지기까지묵인돼왔던희생들,
불평등이아름다움으로박제된순간
사라진이들을복원하려는작가의노력은이책전반에드러난다.당연하다고여겼던아름다움이진실이아님을알았을때,독자들에게도‘낯설게보기’가시작된다.작가는그동안의예술세계가남성중심적?권력적시선으로기울어져있었던것,아무런거름망없이자연스럽게흡수해왔던것들에독자들이의문을품기를바라며이책을집필했다.옳고그름에관해서도단순히이분법으로나누고자하는것이아니라예술의참모습을다각도로살펴보고,그안에서도회색지대가있음을드러내고자했다.일례로마네는여성을성상품화하는사회를고발하기위해〈올랭피아〉를그렸지만흑인인권을생각하지못했다.존에버렛밀레이는〈눈먼소녀〉를통해애처롭고아름다운장애인의모습을표현하고자했지만,우리가장애인에게‘바라는’시선에대해생각지못했다.작가는힘없는자들이역경을딛고무언가를해내는것에감동을얻는시선이과연이들을동등하게바라보는시선인지를되묻는다.그리고그림이빚어지기까지의묵인돼왔던희생들과불평등이아름다움으로박제된순간을끊임없이포착하며그림속존재들을해방에이르도록끄집어낸다.나아가자본권력에저항하는오늘날의예술가들에게이책이작은힘이되기를,이기울어진판도가뒤집히기를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