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철학하다 (21세기 불교를 위한 하나의 초상)

불교를 철학하다 (21세기 불교를 위한 하나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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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철학자 이진경, 불교를 말하다!

현대의 과학, 철학, 예술은 물론 우리 사회나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에 의해 침윤되고 혼합된 불교의 모습을 찾아서
21세기 불교를 위한 하나의 초상

불교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방법은 많다. 그중에서 무엇보다 명확하고 뚜렷한 방법은 ‘연기’라는 말로 요약하는 것이다. 즉 연기가 불교의 요체고, 석가모니가 자신의 깨달음을 펼치기 위해 선택한 첫 번째 개념이다. 연기(緣起)란 무엇인가? 연(緣)하여 일어남(起)이다. 연한다는 것은, 어떤 조건에 기대어 있음이다. 따라서 연기란 어떤 조건에 연하여 일어남이고, 어떤 조건에 기대어 존재함이다. 반대로 그 조건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음, 혹은 사라짐이다. 《중아함경》에 있는 유명한 문구가 그것을 요약해준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겨나면 저것이 생겨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으며,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이 소멸한다.”
이처럼 불교의 오랜 역사가 언제나 자신이 처한 연기적 조건 속에서 과거의 자신과 대결하며 스스로를 갱신해온 것임을 안다면, 현대의 과학, 철학, 예술은 물론 우리 사회나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에 의해 침윤되고 혼합된 불교의 모습을 ‘순수한 불교’를 준거로 비난하는 것처럼 거리가 먼 것은 없을 것이다.

신간 《불교를 철학하다》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철학자 이진경이 그간 공부했던 과학, 철학, 예술 등이 불교적 사유의 흐름 속에서 섞이고 변성된 것들로, 자신도 모르게 밀려들어갔던 심연 속에서 보고 생각한 것들을 촘촘하게 담아낸 책이다. 현대철학으로서의 불교, 즉 불교의 개념을 현대로 가져와 우리 삶 속에 투영해보고 융합해봄으로써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불교로의 재탄생을 이야기했다.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25가지 개념을 다루는 방식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무언가에 섞여 들어가며 스스로 바뀌어간 ‘불교의 초상’에 더 가까울 것이다. 연기, 무상, 인과, 무아, 보시, 중생, 분별, 중도, 공, 윤회, 자비, 마음, 식, 십이연기(무명/행/식/명색/육처/촉/수/애/취/유/생/노사)에 대한 이치와 지혜를 설명하면서 ‘21세기’라고 명명되는 이 시대의 연기적 조건에 부합하는 또 하나의 불교로, ‘지금 여기’의 무상한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의 방향을 조명한다.
인터넷을 통해 지구상의 모든 곳이 연결되고, 기계와 인간이 섞이고 합체되며, 생명체가 복제되고 매매되는 시대에 어떤 현대철학보다 더 현대적인 철학으로, 어떤 윤리보다 더 현대적인 삶의 방법으로서 불교가 재탄생되어야 한다는 한 현대철학자의 경계를 허무는 관점과 폭넓은 사유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세속을 벗어난 수행과 고된 깨달음의 여정을 뛰어넘어 좀 더 행복하고 충만하게 우리 삶 속에 살아 숨 쉬는 깨달음의 실천적 요체로서 다가온다.
저자

이진경

1987년《사회구성체론과사회과학방법론》이란책을내면서사용했던필명인이진경이뜻밖에허명을얻으면서본명을잃어버렸다.전태일과광주시민들의유령이떠돌던시절에대학에들어가,그유령들에홀려뜻하지않게강의실아닌거리에서대학시절을보냈고,대학을마칠무렵엔혁명을꿈꾸는‘지하생활자’가되었다.1990년,감옥에서겪은현실사회주의의붕괴를통해희망이절망의다른이름일수있음을알게되었고,그때얻은물음을들고여러영역을넘나들며답을찾고있다.
《철학과굴뚝청소부》를시작으로,자본주의와근대성에대한이중의혁명을꿈꾸며쓴책들이《맑스주의와근대성》,《근대적시·공간의탄생》,《수학의몽상》,《철학의모험》,《근대적주거공간의탄생》,《필로시네마,혹은탈주의철학에대한10편의영화》등이다.사회주의붕괴이후새로운혁명의꿈속에서마르크스,푸코,들뢰즈·가타리등과함께사유하며《노마디즘》,《철학의외부》,《자본을넘어선자본》,《미-래의맑스주의》,《외부,사유의정치학》,《역사의공간》등을썼다.《코뮨주의》,《불온한것들의존재론》,《뻔뻔한시대,한줌의정치》,《만국의프레카리아트여,공모하라!》(공편),《삶을위한철학수업》,《파격의고전》등을쓰면서지금여기에서의삶을바닥없는심연속으로끌고들어가고있다.
현재노마디스트수유너머N(nomadist.org)에서활동하고있으며,박태호라는이름으로서울과학기술대학교기초교육학부에서강의하고있다.

목차

제1장나의본성은내이웃이결정한다
연기:외부에의한사유

1.형이상학이여,안녕
2.당신의본성은당신의이웃이결정한다
3.‘자업자득’의업력에서어떻게벗어날것인가

제2장세상에똑같은두장의나뭇잎은없다.하지만…
무상:차이의철학과필연적무지

1.잎이질때드러나는본체
2.환(幻),필연적무지
3.집단적환상과무상의정치학

제3장나비의날개를타고끼어드는것
인과:분석적인과성과연기적인과성

1.인과를모르면여우가된다
2.나비효과,혹은차이의반복
3.연기적인과성,연기적합리성

제4장내가죽는곳에서만인이태어나느니…
무아:비인칭적죽음과부모이전의‘나’

1.카게무샤의눈물
2.자아가강하면빨리늙는다
3.수정란도되기전의나

제5장존재자체가선물이될수있다면
보시:불가능한선물과절대적선물

1.소모적장식과선물
2.무주상보시,혹은절대적선물
3.부처의선물,보살의선물

제6장모든개체는공동체다
중생:공동체의존재론과중생

1.모든개체는중생이다
2.모든중생은공동체다
3.중생은부처인데,왜부처가되어야하는가

제7장부처는똥이고,소음은음악이다
분별:척도의권력과타자성

1.분별,선택이전의선택
2.‘옳은것’의힘
3.‘초험적경험’,혹은분별을넘어선분별

제8장극단보다더먼‘한가운데’
중도:중도의존재론,파격의논리학

1.있으면서없는것
2.중도와중용의차이
3.파격의논리학

제9장사물의구원,혹은쓸모없는것들의존재론
공:존재의사유와순수잠재성

1.연기적조건‘이전’의존재
2.불생불멸의잠재성
3.존재는왜보이지않는가

제10장죽음의불가능성이왜고통이되는가
윤회:영원회귀와니힐리즘

1.영생의고통이라니
2.고통의피안에서차안의해탈로
3.노바디(nobody)의윤회

제11장연민의윤리에서우주적우정으로
자비:타자의윤리학과존재론적우정

1.가까운자가아니라멀리있는자를사랑하라
2.연민없이사랑하라
3.미움없이미워하라

제12장자유의지없는세상에서의자유
마음:마음의물리학과능력의윤리학

1.내마음도내마음이아니다
2.어떤마음이내마음을만드는가
3.행을닦을때,우리는무엇을닦는것일까

제13장존재하는모든것은영혼을갖고있다
식:분자적인식론과식의존재론

1.눈없이보고,코없이냄새맡는것들
2.분자들의지각,세포들의인식
3.신체는식을만들고,식은신체를만든다

제14장무지이전의무명에서생멸이전의‘존재’로
십이연기:무명의카오스와무지의코스모스

1.십이연기를지금다시묻다
2.무명(無明):무한속도로변하는세계를어찌할것인가
3.행(行):태초에행동이있었으니라
4.식(識):동물이전의인식능력
5.명색(名色):안팎의식별이‘나’를만들고
6.육처(六處):이유있는허구의여섯시종들
7.촉(觸):있어도만나지못하면없는것이니
8.수(受):기쁨과슬픔의자연학
9.애(愛):분별심은왜지혜아닌무지로인도하는가
10.취(取):가지려는마음의수동성
11.유(有)/생(生):생성보다존재가선행한다는믿음이라니
12.노사(老死):고통과두려움이그려낸생의초상화

출판사 서평

‘무아’의철학,
운명의지침을돌려놓다

그런데왜현대철학자가‘불교’를이야기할까?또그에게불교란어떤의미일까?철학자이진경에게‘불교’는아주가까이있어도멀리떨어진종교였고,아득한먼곳에서가끔씩보내는철학적눈짓에불과했다.한번도절에가본적이없었고,무언가알수없는철학적향기가느껴지긴했지만찾아서읽어볼생각은전혀하지못했으니까.그러다우연히성철스님의법어집《자기를바로봅시다》를접한후《벽암록》의심오함과유머러스함,고준함에‘매혹’되었고,가까운이들과의갈등에서시작된당혹스런일련의일들을겪으면서‘아상’에대해,그아상이만드는세계의일방성에대해눈을돌리게되었다.내기준에따라세상사를분별하며내맘에들지않는얘기는싫다고쳐내고맘에드는얘기만기대하고있음을발견하게된것이다.
저자는이를계기로점차‘무아’를설하는철학(4장참고)에빨려들어갔고,세상을향해분별하고재단하던시선을비로소내자신을보는데내자신이만든세상의협소함을보는데쓸수있게되었다고말한다.이전에읽고생각하고행하던모든것,가령‘차이의철학’이니‘공동체’니하는것들이‘무아’의철학없이는공허한것이될것임을직감했고,그직관속에서그것들또한변성되기시작한것이다.운명의지침들이방향을바꾸기시작한것이다.

불교,또하나의현대철학,
25가지불교개념으로삶을사유하다

이책은뛰어난균형감각으로학문의경계를넘나드는철학자이진경이‘불교’에매혹되고예고없이맞닥뜨린삶의심연속에서보고생각하게된것들,불교가신체와영혼에스며들어만들어낸사유의단면을섬세하면서도통찰력넘치는문장으로보여준다.

■연기:외부에의한사유
‘연기적사유’는무상함을보는것이지혜임을설하고,어떤조건에도변하지않는본성이나실체같은건없음을가르친다.저자는이러한‘연기’를이야기하며세르반테스와메나르의《돈키호테》가똑같은글이지만시대와조건에따라다른문체와의미를갖는다는것,바이올린역시특정한조건속에서만악기가된다는것,흑인이노예가되었던것은백인과의끔직한만남에기인한다는것을예로들어설명한다.좋은본성을가지려면좋은이웃을만나야한다는것이다.이웃이란밖에서오는것,즉바이올린이나흑인의본성은그것의내부에있는게아니라‘외부’에있다고해야한다.이런의미에서연기적사유는어떤것의본성을그외부에의해포착하는‘외부성의사유’다.

■무상:차이의철학과필연적무지
무상을본다함은동일해보이는것조차끊임없이‘차이화’하고있음을봄이다.우리는동일한신체를갖고있다고믿지만,우리의세포들은생명하며바뀌어가고있다.나뭇잎또한마찬가지다.모든것은스스로와도끊임없이달라지는무상한‘차이화’과정속에있다.가령‘남성’을예로들어보자.우리는‘남성’이라고동일하게말하지만,그안에는수많은차이가숨어있다.힘좋은남성,눈물이많은남성,남성을좋아하는남성등.남성적정체성을가르치고강요하는동일성의사유는이모든차이가최소화되고사라지도록억누르는반면,무상과차이를본다는것은‘남성’이란동일성안에서수많은차이가숨어있음을보고,그것들에따라동일한것이달라질수있음을보는것이다.차이의철학은그런차이화에대해억지로막지않고열어둘것을요구한다.

■인과:분석적인과성과연기적인과성
분석적인과성은수학적공식으로정확하게표시되는보편적인과법칙을찾는것이라면,연기적인과성은초기조건의차이에따라인과의작용이크게달라질수있음을강조한다.북경에서나비가날갯짓을한다고언제나캘리포니아에폭풍이부는건아니고,사회주의사회라고반드시셀프서비스가없어야하는건아닌것처럼.

■무아:비인칭적죽음과부모이전의‘나’
무아란‘본래의자아’나‘불변의자아’혹은‘참된나’나‘진정한나’같은건없음을뜻한다.자아란언제어떻게형성된것이든단단해지는순간나를가두는벽이된다.무아란그런벽을반복하여깨고지금의‘나’를반복하여넘어설것을말하는것이다.무아란지금의내가죽고다른‘나’가태어나는사건이며,그런사건을영원히반복하는것이다.이렇게발생하는죽음을불랑쇼는‘비인칭적죽음(비인격적죽음)’이라고명명했고,누군가죽으며비워진자리에서‘누군가’다른이가탄생하는데이를‘비인칭적탄생’이라고했다.우리의삶은그런비인칭적죽음과탄생을반복하는것이다.삶이란그런사건의영원한반복임을,기쁜긍정의정신으로받아들이는것이다.그런점에서무아란능력의최대치를뜻하는잠재성을향해우리의삶을‘거슬러’올라가는것이고,자아형성이전의아기가가진잠재적능력을통해다른‘나’들로바꾸어가는것이다.

■보시:불가능한선물과절대적선물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란주었다는생각없이주는것,그런만큼받으려는마음도동반하지않고,그렇기에받은이에게어떤채무감도부과하지않는것,따라서교환으로이어질이유가없는증여,이것이절대적인증여고그렇게주어지는것이‘절대적선물’이다.선물인줄도모르는채주고받는선물,있을수없는선물이란점에서‘불가능한선물’이라고하였다.저자는‘무외시(無畏施)’처럼존재그자체로선물이될수있다면,그것이편안함이든긴장감이든자신에게어떤도움으로다가왔다면,그것이야말로절대적선물이고무주상보시일것이라고말한다.

■중생:공동체의존재론과중생
중생이란수많은것이하나의‘무리(衆)’를이루어살아가는(生)개체이고,그자체로하나의집합체를이루는개체다.무리지어-살아가는중생은모두그자체로공동체다.개개의인간이나동식물만중생이요공동체인게아니라,내몸도,심장이나허파,세포도모두중생인동시에공동체고,개인들이모여만들어진가족이나마을도중생이요공동체다.중생은공동의삶을만들어가는게중요하다.입이나호오분별에서벗어나몸이나지구의고통에눈을돌리고,그것이원하는게무엇인지통찰해야한다.좋은삶을위해선지혜(인연으로다가오는것을오는대로긍정하고그것과기쁘게공생하는법을아는것)가필요하지만,선악호오의분별을떠날때에만지혜가가능해지는것이다.

■분별:척도의권력과타자성
아름다운것과추한것,옳은것과잘못된것과같은이차적관념이덧붙여진구별이나판단,인식을분별이라한다.분별은모두‘나’의기준을척도로행해진다.내가옳다고믿는대로남들도행해야한다는암묵적가정이분별의행위속에숨어서작동한다.그척도를내려놓지않으면남의처지가보이지않고,남의생각이이해되지않는다.이에분별심을내려놓는다는것은알수없고이해할수없는‘타자성’에귀기울이고마음을여는것을뜻한다.대표적으로20세기현대예술의역사는분별심에대한투쟁의역사였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피카소,뒤샹,장뒤페를비롯하여현대음악가루이지루솔로역시관념과척도를깨버리자어떤것도예술작품이될수있는잠재성을가지게된것이다.

■중도:중도의존재론,파격의논리학
중도란진위와선악같은양자의‘중간’에서는것이아니라,양자를떠나서사태의‘한가운데’로들어가는길이다.사태나문장을명료하고뚜렷하게하여진위를정확하게판단하려는서구의논리학적사유방법과반대로양극단이서로섞이거나중첩되기도하고극단을넘나들며해체하는횡단의사고다.눈안에들어선격자,사유를직조하는‘이치’를파괴하여틀을벗어나서사유하게하는‘파격의논리학’이다.

■공:존재의사유와순수잠재성
공은어떤규정성이나본성이없기에연기적조건에따라그조건이규정하는규정성을받아들일수있다.알도될수있고,식재료도될수있고,남을괴롭힐무언가가될수도있고,실험재료도될수있고….규정성은없지만수많은규정가능성을갖는상태가바로공이다.공성을본다는것은용도의규정속에서그것을가능하게하지만,그런규정으로는포착할수없는잠재성을보는것이다.사물의공성을보는것,고기의규정성에서벗어나소나돼지의잠재성을보는것,‘흑인’이란규정에서벗어나어떤한사람의잠재성을보는것.그러나더중요한진실은그런‘구원’의행위를통해사물이나사람과새로운관계에들어가는구원하는자가자신이란사실이다.

■윤회:영원회귀와니힐리즘
윤회하는수많은생의긍정은수많은생을반복하여사는힘의긍정이다.이것은그때마다주어진삶의조건들을받아들이고그것을살아내는힘을긍정한다는점에서니체가말하는영원회귀의사상과매우가깝다.극락이든구원이든현세를떠나는게아니라,바로지금여기현세적삶안에있으며,그삶을긍정적으로사는것임을말한다.윤회하는삶은‘나’라는실체가없을때만가능하다.어떤누구도될수있는‘아무도아닌자’,그것만이윤회하는것이다.그‘아무도아닌자’는불변의실체가아니라모든것이될수있는절대적가변성을갖는어떤능력을뜻하는것이다.절대적가변성을갖는이능력을‘무아’라고한다면,윤회란그때마다의연기적조건에따라수많은존재자가될수있는이잠재적능력이펼쳐지는장이될것이다.이능력을‘생명’이라고부른다면,윤회란니체의말처럼영원한시간을반복하여되돌아오는어떤동일한힘이그때마다다른양상들로펼쳐지는장이될것이다.

■자비:타자의윤리학과존재론적우정
자비란우정과공감이라는,우리중생들이고통에찬세상속에서살아갈수있도록버티게해주는두가지관계를집약한개념이다.남에게기쁨을주려는마음과남에게고통과슬픔을덜어주려는마음을뜻한다.프랑스철학자레비나스는가까이있는이웃에대한사랑이아니라멀리떨어져있는고통받는불쌍한‘타자(과부,고아,빈민등)’를향한연민에대해설한반면,달라이라마는인간이아닌것을포함하는‘모든중생이나와마찬가지로기쁨을얻고자하고고통을피하고자함을인식하는것’으로부터평등한자비심이나온다고말했다.이는연민의감정이아니라중생에대한인식이오히려강조되어있다.중생은불쌍하고무력한존재가아니라본질적으로‘부처’가될능력을가진존재이다.모든중생은잠재적부처라는점에서평등하지만,현행의현실에서는그렇지않다.조건에따라다른지위와규정을갖고살아간다.그렇기에현행화된세간에서는조건에따라많고적음,멀고가까움,높고낮음이교차하며자비행이행해지게마련이다.

■마음:마음의물리학과능력의윤리학
일체유심조의‘마음’은내마음이아니라내게다가와나를둘러싼것들에속한마음이다.마음은모두무언가를만들어낼능력을갖는다.그것은어떤조건에서,어떤마음들의연쇄에의해만들어졌는가에따라다른산출능력을갖는다.흑인을노예로삼으려는마음에의해만들어진흑인의마음과자유인으로대하려는마음에상대하는흑인의마음은같을수없다.유전자조차그러하다.우리가흔히마음이라고부르는나의마음,너의마음은모두35억년간생명의역사라고불리는연기적조건이기억되고집적된것이며,그런외부적조건이내부화된것이다.나에게작용하는모든마음이응집되어내부화된것이다.

■식:분자적인식론과식의존재론
식의개념은육근(눈,귀,코,혀,몸,의식)각각의인식능력이나그것이얻은식의독자성을사유할수있게함으로써,인간중심주의를벗어나서인식의문제를다룰수있도록해준다.나아가인간아닌생명체의‘인식능력’이나그것으로얻은‘식’에대해사유할수있게해준다.세포의핵안에서이루어지는유전자,아니핵산들의식의작용은세포별로고유한단백질을만든다.분자적식의작용으로인해생명체의신체는존재하게되는것이다.생명체라는존재방식은물론그존재자체가유전자나그이하수준에서진행되는식의작용의산물인것이다.따라서식의작용은단지인식론의영역뿐아니라‘존재론’의영역에도속한다.존재하는것들의존재이유나존재양상을다루는것이기때문이다.미시적식의작용은생명체의존재를특정한양상으로구성하고,그존재를지속하게하는가장일차적인성분인것이다.분자적식의개념을통해이제우리는미시적식의존재론에도달하게된다.

■십이연기:무명의카오스와무지의코스모스
십이연기(무명/행/식/명색/육처/촉/수/애/취/유/생/노사)는생과사,늙음등열두개사태들의연관을연기법에의해포착하여설명한것이다.사람들이살면서겪는가장근본적인고통인‘늙고죽음(老死)’은‘태어남(生)’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