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러닝 (이지 소설집)

나이트 러닝 (이지 소설집)

$15.07
Description
한밤의 소란처럼 생에 유일하게 빛났던
우리의 만남, 우리의 시간에 관하여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와 제7회 중앙장편문학상을 동시 석권하고, 한국일보 당선 당시 “우리 사회의 태피스트리를 배경으로 때로는 희극적이고 감성적인 색조로 그려진 인물들”과 “하루키적 경묘(輕妙)함을 내장한 단편”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대형 신인의 등장을 알렸던 이지 작가의 첫 소설집 《나이트 러닝》이 출간되었다. 수록된 여덟 작품은 오묘하고 환상적인 분위기와 다층적 인물의 묘사를 통해 작가의 개성을 능란하게 구축하고, 키치하고 유머러스한 낭만 서사에 타성적 허무와 페이소스를 핍진하게 녹여냈다.

특히 미발표작이자 표제작인 〈나이트 러닝〉은 모든 언덕이 무덤으로 이루어진 도시에서 죽은 남편을 향한 그리움으로 자신의 팔을 잘라버린 여자와 그로 인해 도시 전체에 번진 불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이목을 사로잡는다. 꿈처럼 황당하고 괴이한 인생의 한순간을 “마법”처럼 끌어당겨 “고유한 삶”으로 표현해내는 작가의 노련함은, 잘라내고 잘라내도 계속 자라는 팔과 그 팔을 주워들고 내달리는 사람들, 밤과 대비되어 환하게 빛나는 불의 이미지 같은 유쾌한 상상의 체험을 제공한다.

《나이트 러닝》의 인물들은 모두 생에 유일하게 빛났던 무언가를 ‘상실’한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 친구, 가족에서부터 꿈, 젊음, 추억, 낭만으로 다양하게 확장되지만, 소설은 그 상실의 순간들에 침잠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상상하던 미래가 지금이라는 걸 믿을 수 없다”라고 푸념하면서도, “우리는 아주 작은 일에도 웃고, 달린다”라며 쾌활하게 한 걸음 나아간다.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 잃어버릴 테지만 어김없이 시간은 흐르고 결국은 ‘살아질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의 응결 안에서 《나이트 러닝》이 보여주는 삶의 관성은 곧 “살아 있음의 증거”가 된다.
저자

이지

서울에서태어났다.2015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단편〈얼룩,주머니,수염〉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담배를든루스》로제7회중앙장편문학상을수상했다.고양이토란,살구와함께서울에거주하고있다.

목차

나이트러닝
슈슈
얼룩,주머니,수염
우리가소멸하는법
모두에게다른중력
대리석궁전에사는꿈을꾸었네
곰같은뱀같은
에덴-두묶음사람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이들이매순간직면하는진실이다름아닌살아있음의증거다.”
우다영소설가강력추천!

사랑과애도의절묘한콘트라스트,이지첫소설집출간

한밤의소란처럼생에유일하게빛났던
우리의만남,우리의시간에관하여

2015년한국일보신춘문예와제7회중앙장편문학상을동시석권하고,한국일보당선당시“우리사회의태피스트리를배경으로때로는희극적이고감성적인색조로그려진인물들”과“하루키적경묘(輕妙)함을내장한단편”이라는호평을받으며대형신인의등장을알렸던이지작가의첫소설집《나이트러닝》이출간되었다.수록된여덟작품은오묘하고환상적인분위기와다층적인물의묘사를통해작가의개성을능란하게구축하고,키치하고유머러스한낭만서사에타성적허무와페이소스를핍진하게녹여냈다.
특히미발표작이자표제작인〈나이트러닝〉은모든언덕이무덤으로이루어진도시에서죽은남편을향한그리움으로자신의팔을잘라버린여자와그로인해도시전체에번진불이라는독특한소재가이목을사로잡는다.꿈처럼황당하고괴이한인생의한순간을“마법”처럼끌어당겨“고유한삶”으로표현해내는작가의노련함은,잘라내고잘라내도계속자라는팔과그팔을주워들고내달리는사람들,밤과대비되어환하게빛나는불의이미지같은유쾌한상상의체험을제공한다.
《나이트러닝》의인물들은모두생에유일하게빛났던무언가를‘상실’한다.그것은사랑하는사람,친구,가족에서부터꿈,젊음,추억,낭만으로다양하게확장되지만,소설은그상실의순간들에침잠하지않는다.그들은자신이“상상하던미래가지금이라는걸믿을수없다”라고푸념하면서도,“우리는아주작은일에도웃고,달린다”라며쾌활하게한걸음나아간다.우리는무언가를계속잃어버릴테지만어김없이시간은흐르고결국은‘살아질것’이라는믿음.그믿음의응결안에서《나이트러닝》이보여주는삶의관성은곧“살아있음의증거”가된다.

“불이났어.”
드리는손으로부채질을하며말했다.불?그러고보니드리의온몸이땀으로흠뻑젖어있었다.
“응.불이났다고활활.그리고내가이걸주웠어.”
그때내눈에들어온것은희끄무레한,핏기없는,가느다란,약간은물컹해보이는,길고가는물체였다.소시지인가.길고가는두개의소시지.
(…)절단된팔을보고있자니현기증이밀려왔다.눈앞에펼쳐진이걸믿지않는다면대체무얼믿어야할까.드리가들고온건어디로보나마네킹도소시지도아닌진짜사람의팔이었다.
“누가팔을흘렸나보네.”_본문에서

“사는일은왜항상너무뜨겁거나너무차가울까.”
꿈,낭만,사랑,삶에대한불안과
슬픔을노래하는명랑한애도자들

《나이트러닝》에는저마다독특한형태로표현되는결핍이존재한다.
〈얼룩,주머니,수염〉의남자는빈티지온라인커뮤니티에서만난신경증을앓고있는여자와낭만적연애를시작하지만결국그녀가선물한빈티지밥솥고장을발단으로이별하게되고,〈우리가소멸하는법〉의유구와나는왕릉을걸으며소도시의지난한일상을특별하게만들어주던친구교호의죽음을되새기고,그들의삶에유일하게빛났던순간의점멸을목도한다.〈모두에게다른중력〉의나는사진을전공했지만,불시에찾아온종양으로한쪽눈을잃고자기연민으로방황하게되고,〈대리석궁전에사는꿈을꾸었네〉의미술입시학원강사해원은동업자의배신으로학원을정리하고제자의집에얹혀지내며제자가잃어버린강아지리치의행방을쫓는다.
사랑,꿈,낭만,젊음과같은,그들이일순놓쳐버린삶의추상이일상적이고신체적인결핍으로구체화될수록소설을읽는우리는살아가며한번쯤마주하는종류의불안에더욱깊이맞닿는다.그러나《나이트러닝》은“우리가발을딛고살아가는모든땅이곧누군가의무덤이라는괴로운사실을잊지않고”(우다영소설가)그결핍의길항으로애도를택한다.빈티지밥솥을바라보며‘알렐루야(할렐루야)’읊조리는남자,누군가밟아버린매미의사체를그러모아묻어주는유구,자신의의안을피사체삼아작업을해나가는사진작가,한청년의꿈을위해파양직전의강아지를도맡는해원까지.그들에게남겨진불안의내력과그슬픔에대처하는명랑한애도를보노라면,인생의어떤부분은애써채우기보다는그저슬퍼함으로써버텨내는것이라는뭉근한울림이뒤따라온다.

“그런데말이야.반성과속죄는다른것같아.생각해봐.반성은거의누구나하는거야.반성을위한장소도곳곳에있지.반성의시간을정해놓는경우도있어.그러니까‘반성을한다’는건살아가는데형성된일정정도의습관같은거야.”_본문에서

“왜너는내가널좋아했을거라고생각해?”
이땅의모든‘두묶음사람’을위한
진심보다진한무조건적인선의와온기의힘

만약《나이트러닝》에부제가있다면그것은‘두묶음사람’일것이다.“세상에는한묶음사람이있고두묶음사람이있다”라는〈에덴〉의문장처럼,이지작가의소설에는필연적으로한쌍의사람들이등장한다.그들은모두가족,친구,연인등의묶음으로살아가지만,그것이서로를향한절절한진심과끈끈한애정으로이루어지는가는또다른문제다.
〈슈슈〉의주인공은부모님이죽고타국에있는이복언니를찾아가지만,늘따뜻했던언니한테서“왜너는내가널좋아했을거라생각”하냐는말을듣는다.〈곰같은뱀같은〉은알츠하이머에걸린엄마의죽음으로무력감을느끼던내가같은요양원의간병인은유의게스트하우스를방문하며꿈같은위로를받게되고,〈에덴〉에서는베를린유학중유일한혈육인할머니의위독으로귀국을해야했던나와하룻밤의인연을찾아베를린곳곳을헤매는친구제리가서로의‘홀로됨’을이해한다.
《나이트러닝》은때로는그어떤진심보다도곁에있는사람의따뜻한온기와선의가더큰위안이될수있다고말한다.“사람이사람을보고,사람이사람을기억하는일이외에무엇으로세상을채울수있”을까.이책이품은무수한묶음의사람들을찬찬히지나보내며자칫사소하게느껴질수있는수많은관계를돌이켜생각해본다.그리하여끝내,한밤에들려오는누군가의숨소리‘슈슈’,다정하고친절한동료의베풂,부스러기처럼남은인연이밤의고독과인생의고난과생활의고달픔을잊게해줄수있음을깨닫게된다.

언니와둘이보낸시간들을떠올렸다.언니의손가락을잡고잠들곤했던밤들.진심이아니었다해도따뜻했던날들.우리가타인에게얻고싶은건어쩌면진심이아니라,자신을향한무조건적온정이아닐까.
곯아떨어진언니는폭풍같은숨소리를냈다.슈슈,푸푸,퓨퓨숨소리의향연.(…)
나는슈슈,언니의숨소리를들으며‘씨발’조용히내뱉었다.그리고곧언니옆에서나도슈슈,숨소리를내며잠들었다._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