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16.00
Description
* 《별것 아닌 선의》 이소영 교수 추천 *

“말이 필요 없는 세상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을 굳이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이심전심의 나라 말이야”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첫 책 《말문이 터지는 언어놀이》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18년 차 언어치료사(언어재활사) 김지호. 그가 2007년부터 지난겨울까지 만났던 아이들 가운데 스물다섯 명의 아이들과 함께했던 이야기를 첫 에세이로 썼다.
이 책은 저자의 내밀한 수업 기록임과 동시에 아이들과 선생님의 담담하고 진진한 성장 기록이다. 그리고 저자가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저자는 수업을 하며 아이들에게 못다 전했던 마음들과 타전할 수 없었던 말들을 이 책에 기록하고자 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실제를 기반으로 했으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특정 인물을 연상할 수 있는 일화를 수정하고, 아이들의 이름을 익명으로 표기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말더듬증·다운증후군·중증 자폐성 장애·무발화 등 다양한 사연들을 지닌 아이들을 만난다. 각 장에는 짤막하게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과, 말더듬 치료·조음 치료·어휘 늘리는 법 등 언어수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쓰여 있다. 그뿐 아니라 저자가 치료사 생활을 하면서 매 순간 완벽해지기 위해 애썼던 이야기와 아이들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순간들, 그로 인한 저자의 고민들 또한 오롯이 담겨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저자가 아이들과 언어치료와 학습의 시간을 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 마음 쌓는 과정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때론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서로를 보듬어주기도 하는 이야기들을 마주하며 공감하고 눈물짓게 될 것이다.

“말이 필요 없는 세상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을 굳이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이심전심의 나라 말이야. 그런데 진이야, 우리에게 그런 순간이 있었다는 걸 아니? 나는 네가 시소 타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고 너는 나와 함께 시소 타러 갈 때를 알았지. 나보다 먼저 신발을 신었고 내 손을 꼭 붙잡았다. 너는 길 건너 카센터에 들고나는 자동차들을 유심히 살펴보았고 발아래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 떼를 관찰하기도 했다. “저건 자동차” “이건 개미” 하고 이름을 알려줄 때면 너는 ‘그게 다 뭐야?’ 하는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곤 했지.”_100쪽

“말더듬은 항상 첫소리에서 시작하지. 그래서 나는 말더듬이 ‘언어의 병목현상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마치 너무 많은 물을 한꺼번에 깔때기에 부으면 죄다 넘쳐서 한 방울도 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처럼. 너무나 많은 말들이 좁은 터널을 통과하면서 생기는 멈춤, 혹은 정체인 셈이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말만 그런 게 아니다. 뭐든 처음이 힘들잖아. 그럴 땐 우리가 그 ‘처음’ 뒤에 줄줄이 세워둔 것들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야. 어서 계산을 마치고 카운터를 통과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처럼 등 뒤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그것들 말이야. 혹시 그런 성급함과 중압감이 첫걸음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_18~19쪽

저자

김지호

1급언어치료사.단국대학교특수교육대학원에서언어치료를전공했다.2005년부터언어치료사(공식명칭은언어재활사)로일해오면서아동과성인을대상으로언어발달지체,말더듬,발음(조음)오류등다양한언어적문제를해결하는데힘썼다.그과정에서‘전문가가아닌일반인도일상에서아이들의언어발달을도울수있지않을까?’하는고민을했다.특히결정적시기의어린아이들이집에서재미있게놀면서말을배우면좋겠다는생각을했다.그래서아이들이즐겨하는놀이에다양한언어발달촉진기법을적용해보았고많은성과가있었다.이책이바로그결과물이다.

현재개인치료실,장애인복지관등에서1급언어치료사로활동하고있으며,그동안의경험과지식을나누고자관련콘텐츠를개발하는데힘쓰고있다.아이들과부모,언어적문제를겪는아이들과이를돕고자하는어른들이행복하게소통하는데작은힘이되었으면한다.저서로는『말문이터지는언어놀이』가있다.

목차

프롤로그

1부우리에게언어가없다면

나의첫말더듬
우리의오해
말하기와믿음쌓기
들리지않는곳에서있기
마음을알리는몸짓
마지막문장채우기
지금우리가속한여기
의미있는대화상대되기

2부완벽한소통의순간

완벽한소통의순간
안녕,우주비행사
좋은것을좋다고말하기
용기가필요한순간
조건없는사랑의조건
이것과저것사이
연민을거두어야할순간
자기를돌보는일

3부우리가그린행복의모양

카트라이더의꿈
엄마가울어서슬펐어
사랑하는사람과천천히멀어지기
돌봄과경쟁
우리의세계를구축하는나만의방식
주니네집
돌아보지않기,행복해지기
가족이함께짓는집
우리가그린행복의모양

출판사 서평

“어쩌면나는세상과전혀다른법칙이적용되는세계에
함께있는게더좋았던걸지도몰라”

언어장애아이들과선생님이함께찾아낸
명사와형용사와동사가사는곳

저자는아이들과의수업에관해“세상과전혀다른법칙이적용되는세계에함께했던시간”이었을지도모른다고말한다.반듯한명사가채워진아이들의집,땀내나는동사가가득한놀이터,바스락거리는형용사가숨어지내는공원….언어를잃은아이들이잠시머무는이낭만적인세계에서저자는명사와형용사와동사를찾아아이들과함께뛰어논다.

총3부로구성된이책의1부〈우리에게언어가없다면〉에서는말더듬·언어장애로답답해하는아이들과의수업이야기를풀어낸다.저자는말더듬증상이있던만4세수야와의만남을통해아이와낱말의첫소리를늘려말하거나동화를함께들으며조금씩대화를나누었던이야기를들려준다.자폐성진단을받은초등학생돌이와는놀이터에서자주그네타기를한다.저자는돌이를통해언어치료라는것은타인이소통상대임을인식시켜주는것에서부터출발한다는에피소드를풀어낸다.그리고언어치료에서무엇보다중요한것은아이들과의믿음쌓기라는것을강조한다.

2부〈완벽한소통의순간〉에서는선생님과아이들의소통과교감이더욱잘드러나는이야기들이펼쳐진다.저자는소통이잘이루어졌던관계뿐아니라실패로인해상처입었던순간들도진솔하게써내려간다.중증뇌병변장애아이세이와의수업에서는저자가수업도중실수로인형을바닥에떨어뜨렸던에피소드를이야기한다.그간아무반응도하지않던세이가인형에반응해해맑게웃었던것을계기로친밀한관계(라포)를형성하고수업을발전시킨이야기는독자들에게감동을준다.중학생이었던결이와는두달간의수업끝에결국라포를쌓는데실패한뒤아이쪽에서수업을종료하게된실패경험을이야기한다.저자는결이에게포용력있게다가가지못한것을아쉬워하며편지로못다전한미안한마음을건네기도한다.

3부〈우리가그린행복의모양〉에서는언어장애가있다하더라도제나름대로의행복의모양을추구하고자했던아이들과선생님의이야기가그려진다.전농(양쪽귀가모두들리지않음)으로태어나말이서툴던호야가그래픽기술자격자격증을따게된이야기는장애가있다고아무것도할수없는게아니라는걸보여준다.경계성인지장애로스스로‘열등함’을느꼈던필이의에피소드는선생님과필이와의내면의단단함을쌓아올리는수업을통해행복이‘우등함’과‘열등함’,그리고사회적기준의‘정상성’으로갈라지는것이아니라는점을독자들에게상기시킨다.

“어쩌면나는세상과전혀다른법칙이적용되는세계에너와함께있는게더좋았던걸지도몰라.그래서그때무언의대화를나누고돌아가던길이기억에서지워지지않고생생하게남아있는건지도.희아야,우리가나누었던많은말들이저하늘의별처럼많았다는사실을잊지않았으면좋겠다.그리고우주에는수많은별이소멸하고새로이태어나는일이반복된다는사실도.그러면내가너의미소를볼때마다느꼈던새로운마음을너도느낄수있지않을까.”_65~66쪽

“우리에게언어가없다면모두‘나’일까?아니면‘너’일까.
우리는서로에대해얼마큼이해하고있는걸까”

오해를넘어이해의말들이담긴,
소통이필요한우리모두에게필요한책

저자는한아이와짧게는몇개월,길게는10년이넘도록언어치료수업을했지만그시간동안변화가거의없거나여전히자기감정과생각을전달하기어려운아이들도많았다.그럴수록저자또한마음이조급해져아이를다그치고자신을자책하던순간들도있었다.그러다아이들에게진짜필요한것은‘누군가자신의말에귀기울이고있다는메시지’라는것을깨닫고이를전하기위해노력했다.이책에는그러한저자의진심어린치료수업의기록들과마음들이가득하다.아이에게언어장애가있거나언어발달이조금늦거나,부모와의소통이서툴러혹시나문제가있는건아닐까고민하는부모들이책을읽는다면전문가인저자의조언에따라간단한언어놀이를배울수도있고아이의마음을이해하는데큰도움이될것이다.

또한일상생활에서타인과의소통에답답함을느끼거나언어에관심있는일반독자들에게도이책은통찰과공감을준다.저자는‘완벽한언어’를주고받는다는것에대한본질에관해서도이야기한다.우리는표면적으로타인과언어를주고받지만마음속의뜻을상대방에게오롯이전달하기어려운순간들이필연적으로생긴다.타인의뜻을완벽하게전달받는것또한마찬가지로어려운일이다.

저자는한아이에게전하는편지를통해“완벽한언어를구사하는것보다중요한건내뜻을알아주는사람이더많아지고,손짓과몸짓으로도대화할수있으면되는것”이며,“가슴에새겨질아름다운무늬를느끼고공감할수있으면되는것”이라고이야기한다.그리고언어가숨어있는세계에서서로오해와이해의말들이가득한시간을보내고있는아이들,그리고이름모를누군가가다른이들과는조금은다른행복의모양을그리며지내기를소망한다.

“민아,너는항상무언가에쫓기듯이말했고쉽게화를냈으며잘할수없는것들을두려워했다.너는불안했고그래서많은말을쏟아냈다.하지만살다보면그런일은다시생길거야.그럴때면생각하렴,이세계는보이지않는끈으로연결되어있고그안에네가있다고말이야.그러면조금은마음이편해질거야.말없이마음을전할수있는사람들을많이만나야해.역설적이게도그게우리가낯선이들과끊임없이말과글을나누는이유란다.우리는서로어떻게든이어져있단다.그러니외로워마,알겠지?”_113~1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