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좌표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 홍세화 에세이)

생각의 좌표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 홍세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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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 더 인간적인 사회가 아니라, 덜 비인간적인 사회를 지향한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라는 질문을 통해 자기 성찰과 사회 비판을 강조하는 홍세화 에세이 『생각의 좌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등에 이어 저자가 홀로 집필한 이 책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생각의 뿌리를 살펴보고, 나아가 이러한 개인적 성찰이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이어지도록 한다.
저자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 내가 주인이 아닌 내 생각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내가 주체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부모의 요구나 주류 사회의 통념이 내 생각의 자리에 대신 똬리를 틀고 들어서 있는 것은 아닌가? 특히 그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사유하는 자’가 아닌 ‘암기 잘하는 자’를 양산하는 교육 체계에 대한 비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던지는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라는 질문의 핵심은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주문하는 메시지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 이미 ‘생각의 노예’ 상태에 놓인 한국사회구성원들에 대한 쓸쓸한 시선 또한 그 속에 담겨 있다. 이에 저자는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선 생각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

홍세화

〈한겨레〉기획위원,〈르몽드디플로마티크〉한국어판편집인.두가지우연이있었다.하나는프랑스땅에떨어진것.또하나는파리에서빈대떡장사를할자본이없었다는것.아무카페든지한귀퉁이를빌려서라도빈대떡장사를해보겠노라고마누라와꽤나돌아다녔다.그때수중에돈이좀있었다면지금도열심히빈대떡을부치고있을지모른다.실제로나는빈대떡을아주잘부친다.‘나는빠리의택시운전'대신에나는빠리의빈대떡장사'?글쎄,그건나도알수없다.아무튼두가지우연과몇가지필연,그리고서울대출신이란게합쳐져서지금의내가있게되었다.나는나이를꽤나먹었지만나이먹기를꽤나거부하려고한다.『양철북』의소년도아니면서말이다.나이먹기를거부한다는게주책없는일임을안다.그렇다고하릴없는수작이라고까지는생각지않는다.장교는나이를먹으면서진급한다.사병은나이를먹어봤자사병으로남는다.실제전투는주로사병이하는것이다.그런데거의모든사람이사병으로남으려하지않는다.그래,그럼나는끝까지사병으로남겠어.오래전부터가졌던생각이다.따라서나에겐나르시시즘이있다.내딴에는그것을객관화함으로써자율통제하려고애쓴다.그러면전투는왜하는가?살아야하므로.척박하나땅에서사랑하고참여하고연대하고싸워작은열매라도맺게하는거름이고자한다.거름이고자하는데에는자율통제가필요치않다.욕망이춤춘다.그렇다.나는살아서즐거운'아웃사이더'이고싶다.시어질때까지수염풀풀날리는척탄병이고싶다.
1947년서울에서태어났다.1966년서울대금속공학과에입학했으나이듬해그만두고1969년서울대외교학과에재입학했다.1972년'민주수호선언문'사건으로제적되는등순탄치않은대학생활끝에1977년졸업했으며1977~1979년'민주투위''남민전'조직에가담해활동했다.1979년3월무역회사해외지사근무차유럽에갔다가남민전사건으로귀국하지못하고파리에정착,20여년간이방인생활을했다.2002년영구귀국하여영원한사병으로서발로뛰는실천적지식인의모습을보여주고있다.지은책으로는『쎄느강은좌우를나누고한강은남북을가른다』『나는빠리의택시운전사』『악역을맡은자의슬픔』『빨간신호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1.내생각의주인은누구인가
내생각은?/네가지경로/학습
선택과집중/사형제도/
반학문/서열/복종/‘왜?’의죽음
탈의식/두개의질문

2.회색의물신사회
고향/탐욕/회색/도시서민
보잘것없음/몰상식
분노/쓴소리/달걀
나눔과분배/무상교육/지금여기

3.긴장의항체
쓸쓸함/자화상/항체
망자와연대/긴장

출판사 서평

홍세화가6년만에새책〈생각의좌표〉를펴낸다.〈나는빠리의택시운전사〉〈쎄느강은좌우를나누고한강은남북을가른다〉〈악역을맡은자의슬픔〉〈빨간신호등〉에이어그가홀로집필한다섯번째책이다.
이번새책의화두는“내생각은어떻게내생각이되었나?”라는질문이다.내가지니고있는생각의뿌리를살펴보자는것!물음은꼬리를문다.과연나는내생각의주인인가?내가주인이아닌내생각들은어디에서비롯된것인가?내가주체적으로걸러내지못한부모의요구나주류사회의통념이내생각의자리에대신똬리를틀고들어서있는것은아닌가?사회적약자들은왜강자의논리를가장적극적으로받아들이는가?주인없는생각이넘쳐나는까닭은개인의게으름이나무지때문인가,아니면시스템,즉미디어환경이나교육제도의문제인가?
이렇듯개인적성찰은자연스럽게한국사회가직면하고있는문제들에대한비판적성찰로이어진다.특히그가중점을두고있는것은‘사유하는자’가아닌‘암기잘하는자’를양산하는교육체계에대한비판이다.암기능력을기준으로일등부터꼴등까지줄을세우며경쟁을부추기는한국의교육시스템이,자신의존재나처지를배반하는의식을내면화시키는주범이기때문이다.
홍세화는삶의주인이되기위해선생각의주인이되어야한다고말한다.이책은생각의길을잃어가는이땅의젊은벗들에게보내는일종의편지글이라할수있다.그들이비판적안목을지닌‘사유하는인간’으로발걸음을딛는작은실마리라도얻으면좋겠다는것이그의소박한바람이다.

“내생각은어떻게내생각이되었나?”
이질문이왜중요할까?사람들은자신에게이런질문을잘던지지않는다.생각이많으면사는게피곤하다.게다가사람의생각은여간해서는바뀌지않는다.홍세화에따르면“사람은합리적동물이아니라(자신의기존생각을)합리화하는동물”이기때문에어지간한내적결단과용기없이는자신의고집을꺾지않는다.그런데그생각들이나의부단한성찰로얻어낸것이아니라,밖에서던져진것을액면그대로받아들인것이라면?우리는내생각의주인이아니라,그들이뿌려놓은생각의노예가되고만다.
홍세화가이번책에서던지는“나는내생각의주인인가?”라는질문의핵심은자기성찰의중요성을주문하는메시지가분명하지만,다른한편이미‘생각의노예’상태에놓인한국사회구성원들에대한쓸쓸한시선또한그속에담겨있다.
“당신의(지불)능력을보여주세요.”“대한민국을움직이는1%의힘”“당신이사는곳이곧당신을말해줍니다.”“아무도2등은기억하지않습니다.”라는‘선동’이완벽하게대중들에게먹혀들어간다는사실은,돈이최고라는물신지배의논리에우리가무방비로포섭되어있는생각의노예임을너무도잘보여주기때문이다.

존재에대한의식의배반-왜비판하지않고선망하게되었나?
문제는거기서그치지않는다.자신이해고를당하기직전까지는비정규직당사자들스스로가고용조건에대해남의집불구경하듯별다른문제의식을갖지않는다.갑작스런재개발로턱도없는영업보상비를받고쫓겨나기전까지는,같은세입자의입장에서도용산참사희생자들을‘몇푼더받으려애쓰다가죽은불쌍한사람들’정도의시선을던질뿐이다.“MB정권의감세정책이부자들을위한정책이라고70퍼센트넘는국민이동의하면서도,정작부자감세정책에50퍼센트넘는국민이동의한다.부자들은수백만원의세금이줄어들지만,본인들은고작5만원을덜낼뿐인데도말이다.”이러한존재를거스르는의식의배반은어디서비롯되는것일까?‘당신도부자가될수있다’는현실가능성과는무관한‘그들의주술’에의식을맡겨놓고선,현재의처지가아니라‘사장,빌딩소유주,종부세대상자’이라는미래의입장에자신을투사하기때문인것이다.

더인간적인사회가아니라,덜비인간적인사회를지향한다는것
“내가유전자를신뢰하는데비해,그는교육과환경을신뢰한다.내가자신과남을싸잡아불신하는데비해,그는남과자신을동시에신뢰한다.우애,연대같은말이내게는관념인데비해,그에게는구체다.”(고종석,『기자들』,1993)
“신념의일관성에서,자신의존재조건에대한반성의철저함과항구성에서,말과행동의일치에대한점검의부단함에서그를앞설사람을나는얼른떠올리지못한다.”(고종석,『신성동맹과함께살기』,2006)
파리에서택시운전을하던남민전망명객홍세화를가장먼저국내에소개한고종석이자신의책속에서그를평가한대목들이다.특히,촘촘한자유주의자(고종석)의시선이포착한16년전의홍세화는지금의모습과전혀다름이없다.꽤나시간이흘렀고,망명객의신분을벗고한국에들어와직접한국사회를겪으며크고작은상처를입었을텐데도말이다.그는여전히교육과환경을중요성을가장신뢰하며,책상머리에서가아니라현장에서‘사회적약자의연대’를주장한다.
그는자신의꿈이라는,‘무상교육,무상의료’를실시하는한국사회를섣불리낙관하지않지만,결코그소망을포기하지않을것이다.누군가의생각을바뀌는것이얼마나힘든일임을너무나잘아는그가,“내생각은어떻게내것이되었나?”라는성찰을주문하는까닭도그래야만사람의생각이,사회가바뀔가능성이아주조금이라도열리기때문이다.
그는말한다.“이상사회를미리그려놓고그것을향해사회운동을펼쳐나가기보다는오늘이사회의불평등과고통과불행을덜어내는것에서부터출발해야한다.‘지금여기’를끊임없이개선해나가면서우리가바라는사회를만들어가자는것이다.”
좌절과포기라는말을입에올리지않고,“더인간적인사회가아니라,덜비인간적인사회”를위해쉼없이발걸음을옮기는‘영원한현역척후병’의분투는소중하고,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