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운전을할줄도모르는초보라이더들이왜사고를낼까?
“보나마나신호위반했을텐데죽어도할말없다”“내앞에서얼쩡거렸으면밀어버릴텐데”.‘오토바이라이더사망’사고기사에흔히달리는댓글들이다.배달라이더를비하하는은어인‘딸배’라는조롱도심심치않게볼수있다.그런데라이더들의사고가정말라이더만의문제일까?플랫폼기업이일부러준법정신이부족한사람들을라이더로선별하기라도하는걸까?그럴리도없을뿐더러사고가나면다치고죽는건라이더본인인데,이런위험을감수하면서까지신호를위반하고난폭운전을하는데는개인의윤리를넘어선구조의문제가있지않을까?
사실배달과정에서발생하는사고야말로배달플랫폼의구조적모순이집약된지점이다.대부분은난폭운전과신호위반이‘배달사고’의원인이라고생각하겠지만,현실에서는난폭운전을할줄도모르는초보라이더들이많은사고를겪는다.서울시가2021년라이더1016명을대상으로실시한실태조사에따르면,최근사고경험이있는764명중400명이1년미만종사자로가장비중이높았다.근로복지공단조사를봐도2016~2018년총27명의청년이배달중에사망했는데,이중3명이첫출근날,3명은이튿날,6명은보름안에사망했다.
저자도초보라이더시절사고를몇차례당했는데,이는미숙함에서비롯했다.우선라이더들스스로가작업장인도로를잘모른다.도로는공장과달리‘주의’표지판이나‘경고’스티커가없을뿐더러계절과날씨,교통의흐름에따라시시각각변하기때문에미숙한초보라이더들이미리위험을인식하고,피할수없다.작업도구인오토바이를능숙하게다룰줄몰라서생기는사고도있다.오토바이를어설프게주차했다가오토바이가쓰러져서,양쪽브레이크를갑자기잡으면넘어진다는걸몰라서사고가발생한다.
배달료가도박판이될때,배달노동은사고가된다
그러나단순히라이더의안전교육을강화하는것만으로해결될문제는아니다.반복되는배달라이더사고의근원에는이윤을위해라이더를무한히축적하려는배달플랫폼의욕망이있다.음식점이배달노동자를직접고용하던때와달리,배달플랫폼에가입한라이더들은근무시간내내대기하지않는다.더정확히말하면정해진근무시간자체가없다.1000건의배달을수행하려면1000명의라이더만필요하다고생각하기쉽지만,그때1000명중100명이밥을먹고다른100명이화장실에갈수도있다.앱에접속해있지만,AI배차를거절하는라이더도있다.1000건의배달을수행하기위해2000명,3000명의라이더가필요한이유다.
그래서배달플랫폼은“배달경험없어도누구든지쉽게!”(쿠팡이츠배달파트너앱)라는광고문구처럼,초보라이더를최대한많이유입시키려고한다.여기서안전과숙련은고려대상이아니다.아니,의도적으로미숙련라이더를양산한다.쿠팡이츠배달파트너앱의경우로그인에5분이채걸리지않는데,쿠팡이츠카카오톡채널에친구추가한사람이29만여명이다.“극단적으로말해서5분안에배달앱을깐,배달경험여부도모르는무보험라이더의숫자가30만명에육박한다는것이다.”(106쪽)
실시간으로변하는배달료도라이더를위험으로내몬다.AI알고리즘은접속한라이더의수와배달콜수에따라배달료를실시간으로바꾼다.주문량이적고라이더숫자가많은지역은배달료를최저로낮춰근무지변경을유도하는식이다.AI알고리즘만이알수있는정보에기반해서배달료가수시로바뀌기때문에,라이더는자신이수행하는노동의대가를정확히예측할수없다.저자는이를“알고리즘이설계한도박판”이라고꼬집는다.위험이클수록딸수있는판돈이커진다는점역시도박과닮았다.비나눈이오는날에는높은배달료를받을수있지만,안전하게일할수있는날에는배달료가낮다.‘1시간에3건이상배달하면5000원,일주일에275건이상배달하면65만원지급’과같은조건을내건프로모션들도임금의변동성을증폭시켜라이더가자신의노동을통제하기어렵게만든다.
따라서“배달노동자들은자발적으로AI가제시하는낮은가격을받아들이고,여러개의배달을수행하면서장시간노동을선택하거나,높은배달료를주는오후12~1시,저녁6시30분~7시30분사이에미친듯한속도로달리거나,갑자기주어지는1시간당3건배달미션을수행하기위해신호를위반하거나,날씨가좋지않은위험한도로를달리는선택을할수밖에없다.어느쪽이든안전과는거리가멀다.”(195쪽)
이책은대규모실험을통해AI알고리즘이실제로배달라이더들의노동에미치는영향을입증한다.라이더130여명을AI배차100퍼센트수락그룹과AI배차자율수락그룹,일반배차그룹으로나눠서실험한결과AI배차수락여부를결정할권한은시간당주문수,시간당수익,건당소요시간,나아가노동강도와노동시간등에영향을미치는중요한요소임이드러났다.추천사를쓴김정희원애리조나주립대학교교수는“실험을통해알고리즘이노동을어떻게통제하는지설명해낸것은세계적으로도의미있는시도”라고강조한다.
모두가비워둔책임의자리…배달플랫폼의책임을묻는방법
사고는도로위에서만발생하지는않는다.“공부못하니까할줄아는게배달밖에없지않냐”며폭언을퍼붓는손님,냄새나니우리아파트에배달올때는화물용엘리베이터를타라는입주민들때문에라이더의마음위에서도사고가벌어진다.음식점주인들도‘가게에들어오면손님들이싫어한다’‘땀냄새가나니들어오지말라’는말로라이더들의마음에상처를남긴다.허락없이화장실을사용했다는이유로음식점주인에게폭행당해전치2주의상해를입고,정신과치료를받았다는라이더A씨의이야기를통해이책은배달노동자에게화장실을제공할책임이누구에게있는지,나아가“각각의이해관계때문에비워둔책임의자리에일하는사람만을남겨놓지는않았는지”(226쪽)묻는다.
결국이모든사고는책임의문제로귀결된다.배달플랫폼산업은배달노동을외주화하면서과거기업들이짊어졌던책임들을라이더개인에게떠넘겼다.물론여기에는노동자의안전에대한책임도포함돼있다.이책은▲안전하게일하면서도적정한소득을보장하는임금체계도입▲미숙련라이더를사실상양산하는이륜차면허?관리체계정비▲이륜차운전자를위한도로정비와기업의안전장비지원▲배달현장의안전을검증할노동조합(노조)설립을위한노조법개정등배달플랫폼기업이외면해온책임을다시그들에게묻기위한대안들을제시한다.
죽음을생산하는배달공장을멈추려면
배달플랫폼기업은우리의도로를‘죽음을생산하는배달공장’으로만들었다.2022년도로에서교통사고로사망한노동자77명중배달노동자가절반이상인39명이다(고용노동부‘산업재해발생’현황,2023년2월발표).이런죽음은배달플랫폼기업이만든왜곡된배달생태계위에서배달서비스를둘러싼여러행위자의이해관계가충돌한결과다.빠른배달서비스를제공하고싶은플랫폼기업의욕망,안전하게도로와도시를이용하고싶은시민들의권리,빠르게음식을배달받으려는소비자의욕망,빠른배달을통해많은수익을올리고싶은라이더의욕망이도로라는물리적공간에서충돌할때사고가발생한다.
그래서‘오토바이라이더사망’사고기사에‘딸배’라는악플을다는것으로는이죽음을멈출수없다.배달서비스에얽힌여러이해관계자,특히배달플랫폼기업이안전이라는가치를위해노력하지않는한배달사고는반복될것이다.이책은독자들에게‘죽음을생산하는공장과기계를멈추고,어떠한위험요소가있는지다같이들어가서살펴보자’고,‘죽음을생산하는공장’을만든배달플랫폼기업의책임을올바르게따져묻자고제안한다.
추천사
산업재해는건설현장,공장만이아니라일상의도로에서도일어난다.그것도가장빈번히.배달노동자의기가막히는산재사례를읽다보면대한민국이왜‘산재공화국’이됐는지를실감하지않을도리가없다.플랫폼경제는최첨단의구원자이기는커녕인간의피,땀,눈물을은폐한채굴러가는파괴의수레였다.배달라이더박정훈은매일매일의치열한노동을통해,지금우리가향유하는세계의추문을누구보다적확한언어로폭로한다.
_박권일(미디어사회학자·《한국의능력주의》저자)
노동자들의살아있는경험이어떻게변화의힘이될수있는지생생하게일깨워주는책이다.배달노동자인저자는도로를숨가쁘게달리는와중에도,가려진진실과망각된책임을밝혀내기위해동료들과머리를맞대고몸으로부딪쳤다.특히실험을통해알고리즘이노동을어떻게통제하는지설명해낸것은세계적으로도의미있는시도이자,국내의배달노동이처한잔인한조건을극명하게보여준증거로서모두읽을필요가있다.이책은이처럼냉철함과비통함이함께담겨있는사례들로가득하다.그리고이를바탕으로구체적대안까지제시한다.AI와플랫폼경제가우리의노동과삶을어떻게바꿔나갈지궁금한가?그렇다면그변화의최전선을앞서달리고있는저자의이야기를당신에게추천한다.
_김정희원(애리조나주립대학교교수·《공정이후의세계》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