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 안도현의 시작법詩作法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 안도현의 시작법詩作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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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 안도현의 시 창작 강의노트. '시와 연애하는 법'이라는 타이틀로 6개월 동안 「한겨레」에 연재했던 원고를 대폭 손질하고, 내용을 보강해 묶었다. 좋은 시는 어떻게 태어나는지, 좋은 시는 어떻게 쓰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시작법 책인 동시에 오랜 세월 시마詩魔와 동숙해온 시인 자신의 시적 사유의 고갱이들이 담겨 있다.

이 책에 좋은 시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비법이 수능시험 답안지처럼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시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자신 없다고 하며, 자신은 그저 시적인 것을 탐색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시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은 곧잘 시적인 것이 아닌 것들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시인 자신의 시 창작에 얽힌 사연과 경험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시인은 고등학교 시절에 쓴 시를 부끄러이 공개하면서, 자신이 골랐던 시어 하나하나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기도 하고, 급기야 화장실에서 떠오른 시상 메모가 어떻게 한 편의 시로 탄생하는지 그 과정과 흔적을 소상히 서술하기도 한다.

시인은 책의 서문에 '독자들께 시작법과 더불어 한국어로 쓴 시의 정수를 맛보는 즐거움을 과외로 선사하고 싶었다'라며 책 속에 좋은 시의 증표로 삼을 만한 100여 편의 시를 소개한다. 또한 이 시들이 왜 좋은 시인지에 대한 시인의 도움말은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한 시독법과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있다.
저자

안도현

1961년경상북도예천에서태어나원광대국문과와단국대대학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1981년「매일신문」신춘문예와1984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작품활동을시작했다.첫시집『서울로가는전봉준』을비롯해『모닥불』,『그대에게가고싶다』,『외롭고높고쓸쓸한』,『그리운여우』,『바닷가우체국』,『아무것도아닌것에대하여』,『너에게가려고강을만들었다』,『간절하게참...

목차

머리글-영혼의생산자로서시인이된다는것

1.한줄을쓰기전에백줄을읽어라술·연애·시집/소리로세상읽기
2.재능을믿지말고자신의열정을믿어라타고난시인은없다/몰입의기술
3.시마(詩魔)와동숙할준비를하라똥하고친해져야한다/시적인순간
4.익숙하고편한것들과는결별하라상투성의그물/세계와의불화/동심론
5.‘무엇’을쓰려고하지말라본것,가까운것,작은것,하찮은것/어떻게바라볼것인가
6.지독히짝사랑하는시인을구하라필사의즐거움/사랑하면길이보인다
7.부처와예수와부모와아내를죽여라시가서있어야할자리/시인이서있어야할자리/사랑의표현
8.빈둥거리고어슬렁거리고게을러져라발효와숙성/쓰지않고는배길수없는시간
9.감정을쏟아붓지말고감정을묘사하라함축인가,비유인가/고백·감상·현학/묘사의힘
10.제발삼겹살좀뒤집어라묘사는관찰로부터/대상과의거리두기
11.체험을재구성하라시적허구/화자의뒤에숨은시인
12.관념적인한자어를척결하라일상어와시어/진부한말이진부한생각을만든다
13.형용사를멀리하고동사를가까이하라한심한언어/동사의역동성과종결어미의변화
14.제목은시쓰기의처음이자마지막이다
음식점간판과음식의맛/제목을붙이는방식/암시하되언뜻비치게
15.행과연을매우특별하게모셔라
형식이내용을지배한다/행갈이의힘/산문시와짧은시/문장의빛깔과무늬
16.창조를위해모방하는법부터익혀라통변의기술/모방할줄모르는바보
17.시한편에이야기하나를앉혀라서정과서사의결합/시에숨어있는기승전결
18.가슴으로도쓰고손끝으로도써라진정성이냐,기술이냐/온몸의시학
19.단순하고엉뚱한상상력으로놀아라비유의덧칠/소를들어올린꽃
20.없는것을발명하지말고있는것을발견하라
그누구도거들떠보지않은것들/현상의이면을보는눈
21.퇴고를끊임없이즐겨라문을밀까,두드릴까/참담한기쁨을느낄때까지/소월도3년동안고쳤다
22.한편의시가완성되기까지화장실에서의메모/쩨쩨하고치사한시쓰기
23.시를쓰지말고시적인것을써라
새로운언어,새로운인식,새로운감동/시애틀추장의연설/시의네가지높은경지
24.개념적인언어를해체하라상상력을풀무질하는시인/시적상상력과창의성
25.경이로운눈으로세상을바라보라시인으로서의고뇌/몇가지의시작법
26.시를완성했거든시로부터떠나라시를간섭하지않는시인/침묵도말이다

색인

출판사 서평

좋은시는어떻게쓰는가?

시인안도현이자신의‘시창작강의노트’라할수있는『가슴으로도쓰고손끝으로도써라』를출간했다.안도현이“고등학교문단을들락거리며어깨에힘을주고다니던까까머리문학소년”이된계기는1978년학원문학상을받으면서부터이다.당시심사위원이었던황동규시인과고故김현은“앞으로한국의좋은시인하나를가지게되는기쁨을누릴수있게되기를바란다”는덕담을남겼는데,시인은지난30년동안그들의격려를녹록치않은시적성취로화답했고,이제는이책과더불어‘좋은시인’을넘어선‘좋은시선생’이라는호칭을얻게될지도모르겠다.
“한사람의시인으로살아가는꿈”을꾼지꼭30년이되던지난2008년,‘시와연애하는법’이라는타이틀로6개월동안「한겨레」에연재했던원고를대폭손질하고,내용을보강해묶은이책은‘좋은시는어떻게태어나는지’,‘좋은시는어떻게쓰는지’를고민하게하는시작법책인동시에오랜세월시마詩魔와동숙해온시인자신의시적사유의고갱이들이담겨있다.

상투적이지않으면서친숙하게핵심을짚어주는시작법론

이책에‘좋은시를어떻게쓸수있는지’에대한비법이수능시험답안지처럼나와있는것은아니다.시인은‘시가무엇인지’에대해말하는것은자신없다고하며,자신은그저‘시적인것’을탐색할수있을뿐이라고말한다.그리고‘시적인것’이무엇인가를찾아가는과정은곧잘‘시적인것’이아닌것들을보여주는방식을취한다.가령이런식이다.

제발시를쓸때만그리운척하지마라.혼자서외로운척하지마라.당신만아름다운것을다본척하지마라.모든것을낭만으로색칠하지마라.이세상의모든슬픔을혼자짊어진척하지마라.아프지도않은데아픈척하지마라.눈물흘릴일하나없는데질질짜지마라.무엇이든다아는척,유식한척하지마라.철학과종교와사상을들먹이지마라.기이한시어를주워와자랑하지마라.시에다제발각주좀달지마라.자신에게감정을고백하고싶으면일기에쓰면된다.특정한상대에게감정을고백하고싶으면편지에쓰면그만이다.(94쪽)

또한안도현은시가가장피해야할것으로‘상투성’을꼽는데,그의시에대해“쉽게읽히면서도상투적이지않고오랜감동을준다”는세간의평가가많다는사실은흥미롭다.그는시뿐만아니라시작론인이책에서도상투성과난해함이라는두장애물을세련되게피해가며시의내용과형식이취해야할것의핵심을짚어준다.그것이어떻게가능했을까?자신이‘문학소년’시절부터오랜세월시를쓰고자하는열병을겪어왔고,중고등학교교사시절과지금의시창작수업을통해수많은문청들이시의세계에발딛는데징검돌을놓아준경험을통해,그들의눈높이를맞춰왔기때문일것이다.

시가탄생하는현장을바라보다

그리하여‘시가탄생하는순간’에대한시인의경험은자연스럽게시작법을설명하는중요한방식으로책속에녹아있고,시인자신의시창작에얽힌사연과경험을들여다볼수있다는것은이책의큰장점이된다.시인은고등학교시절에쓴시를부끄러이공개하면서,자신이골랐던시어하나하나에얽힌사연을소개하기도하고,급기야화장실에서떠오른시상메모가어떻게한편의시로탄생하는지그과정과흔적을소상히서술한다.안도현의시중에가장널린알려진것중하나가-‘연탄재’라는별칭으로더많이알려진-「너에게묻는다」라는짧은시인데,이시에얽힌뒷얘기도재밌다.

연탄재함부로발로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한번이라도뜨거운사람이었느냐
―「너에게묻는다」전문

나는연탄을내세워‘가을’에대해쓰고싶었다.아니,‘가을’을쓰려고(‘가을’을내방식으로인식하려고)연탄을끌어들였다는말이맞겠다.연탄을실은트럭과리어카가거리와골목을누비기시작하는때가바로가을이었다.어릴적에내자취방부엌에는늘연탄이있었다.언덕위에있던그자취방을나와학교로가려면가파른길을내려가야했다.겨울이면눈녹은물이비탈길을빙판으로만들었다.그런데그런아침에는누군가어김없이비탈길에연탄재를잘게부수어뿌려놓곤했다.그고마운분이누구인지는지금도모르지만이세상에는나아닌다른사람을위해일찍일어나는분이있다는걸어렴풋이알게된것도그무렵이었다.그러니까연탄은내게두가지의의미를한꺼번에선물했다.하나는가을이라는계절을인식하는소재로,또하나는타인과의관계를성찰하는상징으로나에게온것이다.(41~42쪽)

쉽게읽혀지면서도‘관계의본질과방향’에대한묵직한통찰을담고있는단세줄의이시는어느한순간쉽사리씌어진듯오해할수있지만,“나의경험중에나만의시각으로바라본”시적경험을바탕으로수없는‘행갈이’의시행착오와마침표를찍을것인가말것인가라는“쩨쩨하고치사한”고민끝에한편의시로세상에탄생한것이다.시인은어느시집후기에선가“시가나를끌고다녔다”라고말한적이있는데,이렇듯이책곳곳에는‘시가그를어떻게끌고다녔는지‘에대한흔적이담겨있고,그렇게자신의시창작경험을드러내며‘시적인것’에다다르는과정을보여준다.

좋은시를읽는기쁨을통해시와친해지는법

이책이염두에두고있는첫번째독자는시를쓰고자하는사람들이지만,그와더불어이책은시와친해지고싶은사람들,시와연애하고싶은사람들모두가기꺼이읽을수있는시입문서로서의노릇도적절해보인다.그동안에도한국시인들의좋은시를소개하는작업을통해시의대중화에고민해온안도현시인은책의서문에“독자들께시작법과더불어한국어로쓴시의정수를맛보는즐거움을과외로선사하고싶었다”라며책속에좋은시의증표로삼을만한100여편의시를소개한다.또한이시들이왜좋은시인지에대한시인의도움말은시를어떻게읽을것인지에대한‘시독법’과유기적으로연결되어있어독자들이시와친해질수있는계기를자연스럽게마련할것이다.좋은시를쓰고싶은사람은물론이고시와가까워지고싶었지만시라는세계에어떻게다가갈수있는지답답해했던사람들,어떤시가좋은시인지에대한안목을기르고싶었던사람들,어떤시인,어떤시집을읽으면좋을지막막했던사람들에게이책이맞춤한시안내서로의역할을할수있으리라기대한다.

*아래글은위의책소개와는별개로저자안도현선생이책의출간에즈음하여편집자와이책「가슴으로도쓰고손끝으로도써라」에대해이메일을통해주고받은이야기이다.

*이책의출간계기는?

시작활동과창작강의를하면서습작기에있는사람들이‘시작법’에목말라하고있는것을종종보았다.이책은나의경험을풀어정리한것이다.「한겨레」에매주한차례씩6개월동안연재한글을대폭수정했고,전체분량의30%는지난겨울에새로보완했다.

*이책을읽으면누구나시를쓸수있나?

적어도기본적인품격을갖춘시는쓸수있다고생각한다.허접스러운시를버릴줄아는안목을키울수있다면,시와시아닌것을구별할줄만안다면그것도다행이아닐까?

*이책에서강조하고싶었던것은?

근대적한국문학은서구문학이론과미학적관점을적극수용하면서시작되었다.그러다보니시창작방법에관한이론이나서적들도서구이론의테두리에서크게벗어나지못했다.한국어로쓰는시는어떠해야하는가,시를대하는동아시아적태도는서구의시작법과무엇이다른가,시쓰기가단순한기술적차원을넘어서려면어떠한자세로거기에임해야하는가따위를탐색해보고자했다.우리의전통적미학사상가들,즉허균,박지원,정약용,이덕무등의산문이거기에작은힌트와해답을보여주었다.시인이시를만드는게아니라시인의태도가시의방향을정한다.

*시공부를하는사람들만읽는책인가?

시를창작하는일과시를감상하는일이별개가아니라는점을강조했다.그리고일반적인글쓰기와시쓰기가또별개가아니다.좋은글은세상을보는눈과글쓰는사람의기술이합쳐질때나온다.‘가슴으로도쓰고손끝으로도써라’라는제목이바로그런뜻이다.

*책에인용한시들은어떤기준?

여기인용한시들은몇몇작품을빼고거의90년대이후에발표된시들이다.현단계한국시의한흐름과맥을짚어볼수도있을것이다.시작법도시작법이지만시를읽는기쁨을이책을통해얻을수있다면다행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