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조금만(큰글자도서)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질문은 조금만(큰글자도서)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35.00
Description
전 《GQ KOREA》 편집장 이충걸 인터뷰집

“질문을 던지고 자극에 응전하는 동안
내가 원한 것은 언어였다.
언제나 귀 기울이고 싶은 압축된 지혜의 언어”

법륜, 강경화, 차준환, 강유미, 박정자, 장석주…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18년간 《GQ KOREA》 편집장으로 활약한 이충걸의 인터뷰집, 《질문은 조금만》이 출간됐다. 이 책에는 〈한겨레〉에 ‘이충걸의 인터+뷰’ 기획 기사를 연재하며 독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글들과, 지면의 한계로 미처 다 싣지 못했던 인터뷰이들과의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기에 문장의 행간이 풍부히 되살려지고 인물 묘사가 세밀히 덧붙여졌다. 저자는 스포츠와 문학, 음악과 영성, 패션과 새 플랫폼을 망라하며 동시대를 헤엄치는 11인을 조명한다. 각자 두각을 드러낸 분야도, 성별과 연령도 모두 다른 11명의 이야기는 ‘자부심’과 ‘번민’이라는 공통된 인생철학 키워드로 관통된다. 질문과 대답의 바다에서, 저자는 자신의 일과 삶에 몰두해온 이들의 단단한 자부심과 열정을 드러냄과 동시에, 한 평범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내면의 연약함과 번민을 건져 올린다.
한편, 《질문은 조금만》은 반복되는 문답으로 이루어진 통상적인 인터뷰집 형식을 탈피하고, 인터뷰이의 깊은 자의식과 저자의 인터뷰어로서의 사유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테면, 인터뷰이가 입은 옷과 신은 신발, 인터뷰이의 습관적 어투, 시시각각 변하는 손짓과 몸짓, 미묘한 찡그림이나 옅은 환호, 짧은 탄식, 마스크를 벗었을 때의 표정과 마스크가 가릴 수 없는 투명한 눈빛은 모두 인터뷰를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이처럼 사람과 사물과 사건, 그 이면의 것을 섬세히 포착하는 저자의 문장들은 독자로 하여금 책 속의 인물과 그가 지닌 태도와 가치관, 고유한 언어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저자가 만난 11인은 분명 각 분야에서 빼어난 성취를 이룬 동시대의 거장들이지만, 외부의 시선에 비친 반짝이고 매끈한 껍질 안에는 여느 누구와 다름없이 불안해하며 좌절하고 또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울퉁불퉁한 자아가 있다. 흔들리는 시대와 요동치는 내면에도 자신의 일과 삶에 몰두하고자 분투하는 이들은 자부심과 번민을 두르고 우리보다 딱 반 발짝 앞서 세상을 살아간다. 이 눈부시게 평범한 이야기들은 독자에게,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저자가 찾아 헤맨 “압축된 지혜의 언어”를 전하며 일과 삶에 대한 묵직한 울림 그리고 무언가에 강렬히 몰두하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 글은 모아놓은 질문, 쓸어 모은 대답이 아니라 기나긴 모니터링과 외로운 의심 끝에 적힌 것들이다. (중략) 모든 것이 전적인 실망과 사라지는 욕망에 달려 있다 해도, 이렇게 나약한 인생의 한 코너에 그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_〈프롤로그 - 명백히 사적인 관점〉중에서

큰글자도서 소개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저자

이충걸

성균관대학교건축공학과를나왔지만,《행복이가득한집》《보그》를거쳐18년간《GQKOREA》에서편집장으로지냈다.이충걸의첫인터뷰집《해를등지고놀다》는팩트전달이라는기존인터뷰공식을따르는대신,서정적외피와깊은자의식에초점을맞춤으로써대상의내면으로들어가고싶은인터뷰어들의교보재가되었다.그외에도《슬픔의냄새》《엄마는어쩌면그렇게》《아무도알아주지않는우리의특별함》등몇권의책을냈고,〈11월의왈츠〉〈브람스를좋아하세요〉같은연극도다수썼다.
그는질문한다.질문은가장중요한인간의조건이라서.그리고모든사람은고유한언어를가져야한다고믿는다.사람과사물과사건,그이면의것을언어의힘으로포획하고자하는욕구,거기에초유의문장이곁들여진다.그는인터뷰현장뿐만아니라,이후글을쓰는과정에서도인터뷰이들과호흡한다.인터뷰는어쩌면영원히끝나지않는대화같다.
《질문은조금만》은그의두번째인터뷰집으로,스포츠와문학,음악과영성,패션과새플랫폼을망라하며동시대를헤엄치는이들을기록했다.예의는갖추되호기심을단단히부여잡고찰나의인상과낙심,옅은환호와의심까지인터뷰의구성분자로끌어들인다.인터뷰가단한번의만남이촉발하는고유한사건인것처럼.

목차

프롤로그-명백히사적인관점

지금의노래,최백호
마운드의토르,강백호
다름의평등함,법륜
마음속의완구공장,강유미
파도속의영원,정현채
최초의이름,강경화
백자의마음,진태옥
캠퍼스의호로비츠,김대진
소년의심장,장석주
얼음의꽃,차준환
죽음의왈츠,박정자

출판사 서평

“어떤세계안에서누군가를알고싶다면
그의결핍을들추어야할것이다”
깊은내면을섬세하게들여다보는‘이충걸식인터뷰’

인터뷰라는장르는말그대로‘인터(inter)’,서로의사이를비집고들어가,‘뷰(view)’,시선을드러내는것.저자는잡지에디터로서조르지오아르마니,필리프스타르크같은세계적인디자이너와김광석,최진실,이문열등국내의다양한유명인사들을만나인터뷰해온만큼,한평생누군가를들여다보며살아왔다.때로인터뷰는묻고답하는형식,그자체로간단히이해되기도하지만그는인터뷰어로서활동해온수십년간인터뷰라는장르가가지는본연의가치를가벼이여긴적이없다.그에게인터뷰는줄곧,누군가의마음을들여다보고그마음을꺼내사람들에게보여주는일,즉한사람의뒷마당을기꺼이거닐어보는일이었다.그뒷마당에서예상하지못한작고아름다운꽃을발견해경탄하거나때로는예상과달리사뭇황량한풍경에실망을할지라도.

“질문과대답의바다엔흔한감정들이펼쳐져있다.질문은받는것,대답은주는것.어떤질문은흥미를부르는동시에차단하며,끌어들이는동시에쫓아낼것이다.다른질문은인터뷰이의고통에연민을표하거나,즐거움을부추기거나,실패를면제해주거나,업적을승리라고주장할것이다.그러나인터뷰는자기를보호할수없는장르라서제대로구사한다면달려갈곳도숨을곳도없다.”_〈프롤로그-명백히사적인관점〉중에서

그래서“어떤때는타인에게서성숙한관점을기대하는것자체가오류로보였다”(5쪽),그자체로완벽한사람은없으므로.그렇게숱한이들을대면하며저자가구축한자신만의인터뷰방법은기계적이고피상적인질문은줄이고,인터뷰이의마음의극단으로다가가저자특유의세밀한관찰력과풍부한해석을통해상대의내면을이해해보는것이었다.만일진정으로어떤사람을이해하고자한다면,오히려그의“날선광대뼈가아닌불안을”(9쪽)보는편이더의미있을테니까.숨길것도숨을곳도없는‘명백히사적인’인터뷰자리에서저자는이들의내밀하고도고유한이야기를조심스레이끌어낸다.다시말해,인터뷰이가지닌심연의유약함을끄집어냄으로써반대로독자에게그들의‘성숙한관점’을전달한다.

질문과대답의바다에서세밀히건져낸,
삶을정진하는이들의한끗차이인생철학

이책에는20대부터80대까지다양한연령·성별·직업의인물들이등장하지만이들중단한명도자신의분야를떠나거나은퇴한이는없다.이다채로운11명의인터뷰이는모두현재까지꾸준히각자의분야를힘있게개척해온이들로,외로움과불안의시간을견디고일과삶을정진하며쌓은저마다의고유한인생철학을들려준다.
우선,야구선수‘강백호’와피겨스케이팅선수‘차준환’의인물서사는지금껏이들을따라다닌시합의결과와점수너머의이야기를들려준다는점에서그자체로새롭다.두선수는종목이다르지만인터뷰글에서는각각숱한경기시합과지난한연습시간을거치며갖춘담담함과대범함그리고기백이공통적으로돋보인다.숫자로평가받는스포츠의세계와달리,문학과음악의세계에서는1점이만들어내는뚜렷한차이가없다.시인‘장석주’와피아니스트‘김대진’은그런예술의세계에서대중은물론스스로인정할만한궤도에오를때까지자기자신을냉혹하게단련해온예술가들이다.단어하나나음표하나에집중하는동시에작품이나곡하나를초월하는총체적인시선으로‘나의것’의완성도를높이기위해노력해왔다.그들의이야기에서는노력의숭고함그리고치열한자기절제의면모가크게다가온다.다른듯닮아있는이들네명의이야기는외부의시선이나평가에도흔들리지않고자신의것을반질반질하게연마하는태도를일깨워준다.

“만약가산점이좀적다거나어느부분판정이좀그렇다면,제안에서문제점을찾고지적받은부분들을완벽하게보완해서다음경기에보여주고,또계속보여주는수밖에없어요.(중략)피겨는평가를받는종목이고제가받은점수표도제거기때문에.”(차준환)

“음악은피곤해지지,진짜싫어지진않아요.사랑하는사람이라고해서365일사랑하나요?그렇지만사랑이변하는건아니죠.”(김대진)

한편,코미디언‘강유미’와서울대의대명예교수‘정현채’는어린시절부터줄곧이끌렸던한가지주제(코미디와죽음)에평생토록천착하되시간의흐름에따라대중에게그주제를전하는방식을유연하게변화시킨이들이다.지극히개인적인끌림으로연구하기시작한것이오히려주변의이들에게선한영향력을행사하게된셈이다.이둘의인터뷰글에서는역설적이게도,꺾이지않는집요함과부드럽게휘어지는유연함이동시에엿보인다.반대로‘법륜’스님과전외교부장관‘강경화’는모두개인의삶속에서대외적인가치를실현하는인물들로,복잡한이해관계와시시각각변하는사회틈에서잊지말아야할평화와존립의의미를강조한다.인류애,평등,존엄성….시끄러운사회속에서퇴색되기쉬워지는본질적인가치에대해곱씹어볼수있도록한다.이렇듯한없이사적인동기와범인류적인사명감사이를오가는이야기들속에서내면의혼란을들여다보는힘과세상을이해하는거시적인관점을두루생각해볼수있을것이다.

“사춘기땐(중략)수단방법안가리고웃겼어요.친구가눈물을흘려가면서웃으면세상을다얻은것같았어요.”(강유미)

“나는이렇게풍요롭고안전한데서일하고있다는감사를넘어서한동안정신적으로좀흔들려요.똑같은존엄성을갖고태어났지만지금현장에선그렇지못한것에대한유대감이라고밖에저는설명이안되네요.”(강경화)

마지막으로가수‘최백호’,패션디자이너‘진태옥’,연극배우‘박정자’는모두생애사적관점에서는노년에이르렀으나여전히노래를부르고,디자인을하고,연기를하며종횡무진하는현역들이다.세인터뷰글들에서는자연스럽게죽음과늙어감에대한이야기가녹아있다.하지만“숨을거두는날까지작업을해야되지않을까”(225쪽)하고말하는여든여덞의진태옥,“무대위에서죽을수있다면얼마나좋을까”(343쪽)바라는여든의박정자,무대에서쓰러지는순간“이렇게죽는것도괜찮겠다”(34쪽)싶었다는일흔둘의보컬최백호의이야기는어떤불안과두려움도끝내이들의직업적애정과순수한열망을가리지못했다는사실을또렷하게들려주며,나이가들어가는숙명앞에선모든이에게큰용기와힘을전해준다.

“제가하는모든일에순수하게접근하려고해요.(중략)어떤일이든그만둘때마음속에티끌을하나도안남기자고.”(최백호)

“사실절정이란것은언젠가는내려와야한다는의미잖아요.끝없이낙하해야하죠.그두려움은없어요.내가여든까지온것만해도모든것이감사한데이렇게도절정이있을수있다는게.나에게또어떤절정이기다리고있을까.”(박정자)

《질문은조금만》은일과삶,구체적으로직업적성취와고민,개인의외로움과행복,죽음을향한두려움과생의의미,가족으로부터얻고잃었던것들을다룬다.저자의시선을따라책에담긴11명의뒷마당을거닐다보면,이들이그자체로단숨에완벽했기때문이아니라안팎의흔들림속에서도울퉁불퉁한길을끝까지걸어갔기때문에저마다의뒷마당에아름다운꽃이만개했음을알수있다.인간의존재적불안을헤치며살아가는이들을향한깊은공감과존경심을느끼는동시에,자신을잃지않으며우리각자의일과삶의문제를꿋꿋하게헤쳐나갈뜨거운동력을얻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