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홀(큰글자도서) (김유원 장편소설)

미확인 홀(큰글자도서) (김유원 장편소설)

$36.00
Description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생의 진실을 커다란 감동과 위로로 바꿔놓는다”
《딸에 대하여》 김혜진 소설가 강력 추천!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불펜의 시간》 작가 신작

“쉽게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정체불명의 미확인 홀이 휩쓸고 간
‘생의 진실’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
불펜의 시간》으로 2021년 제2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하나의 주제를 각 인물의 이야기에 걸맞게 직조해내는 균형감이 뛰어나다”라는 평을 받은 김유원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미확인 홀》이 출간된다. 한겨레문학상 수상 당시 윤성희, 편혜영 소설가는 “박진감 있는 서사가 주제를 향해 묵직한 직구를 날리며”, 독자를 “에둘러 독려하는 방식이 믿음직스럽다”라고 평했다. 《불펜의 시간》은 출간 즉시 영상화가 결정되며 특유의 서사적 매력을 피력했다. 또한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 〈의자가 되는 법〉 등을 연출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지닌 ‘선명한 인물과 선 굵은 서사’라는 미점(美點)과 차기작이 기대되는 작가라는 독자의 부름을 증명하듯 《미확인 홀》은 국내에서 발생한 정체불명의 홀과 관련된 여덟 인물의 이야기를 조밀하고 다채롭게 엮어냈다.
작품의 축이 되는 희영, 필희, 은정은 경상남도 시골 마을 은수리의 삼총사로 불리는 동갑내기다. 그러던 어느 날 희영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꽉 막혀서 우글우글한” 얼굴로 자신을 찾아온 필희와 저수지에 올라가게 되고, 그곳에서 새까만 구멍 하나를 발견한다. 블랙홀처럼 무엇이든 던지는 족족 가루로 만들어 빨아들이는 구멍과 그 구멍을 아주 유심히 쳐다보는 필희. 그리고 다음 날 필희가 사라진다. 소설은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르고 희영에게 하얀 종이 위에 ‘블랙홀’ 세 글자가 적힌 의문의 편지가 도착하며 불안과 긴장, 상실과 애도의 서사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희영을 중심으로 병렬적으로 얽히고설킨 미정, 순옥, 필성, 정식, 찬영, 혜윤의 이야기 또한 세밀하게 설계된 구조적 서사에 아름답게 감응한다. 작가는 무언가를 잃고, 방황하고, 사라지고 싶어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은수리에서 발견된 미확인 홀 위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다. 그렇게 우리 삶에 실재하는 커다란 ‘홀’ 또한 만들어내는데, 인생에 한 번쯤 겪는 깊은 수렁에 빠진 느낌, 선택을 박탈당한 느낌, 김혜진 소설가의 말처럼 “막막하게 느껴지는 생의 진실”이 그것이다. 작가가 “삶에 단단히 박음질된 사람이 아닌 대롱대롱 매달린 단추처럼 위태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쓴 소설 《미확인 홀》은, 그 공허한 삶의 애환과 공명하며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삶에 단단히 박음질된 것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매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단추처럼 삶과의 연결이 위태로운 사람도 있다.
후자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다. _작가의 말에서
저자

김유원

경상북도청도에서태어나대구에서자랐다.2009년〈개청춘〉(공동연출),2011년〈그자식이대통령되던날〉,2014년〈의자가되는법〉등의다큐멘터리를연출했다.의자처럼살고싶었으나불가능하다는걸깨닫고소설을쓰다가2021년《불펜의시간》으로제26회한겨레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무너지지않고나아가는힘에관심이있다.

목차

그런데블랙홀
도장
오백원
매미가울면
죽은자
빛나고빛나는
열개의파도
미확인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때로는잃지않겠다는의지가상실을막아주기도한다”
함부로잃고,섣불리서러워하는이들을향한
섬세하고다정한위로와회복의손길

필희를잃은희영,언니를잃은필성,엄마의임종을마친미정,삶을놓치려했던정식,딸을버리고도망친순옥,일상의안온이무너진찬영,해고를당한혜윤……소설속인물은모두상실의쳇바퀴안에서살아간다.《미확인홀》에서이지지부진한상실은다른층위로각별하게이야기된다.

아무리발버둥쳐도내것이아닌건결국잃게마련이라고생각하며순옥은살아왔다.버리거나버려지는것모두어쩔수없는일이라고생각했다.이제는다르게생각해보기로했다.살다보면모든걸한순간에잃는것같아도,살아보면어떤걸완전히잃기까지는여러단계가존재한다고.그러므로완전히잃지는않을기회또한여러번있다고._본문에서

세번째장인〈오백원〉에서사라진필희와필성의엄마순옥은어린두딸을버리고은수리를떠나대구에정착한다.세월이흐른뒤순옥은친손녀같은이든이수학여행비를모으고있다는말에자신의슈퍼에서아르바이트할것을제안하고,어느날이든이몰래담배와오백원짜리들을빼돌려화단에묻어두는장면을목격한다.빠르게찾아온서러움과배신감에이든을내치려던순옥은화단에묻힌동전들을세어보고는사춘기소녀이든의행동을있는그대로바라보고자마음먹는다.너무섣불리판단하지않기로,함부로잃지않기로.
순옥을비롯하여이미상실의아픔이한밑천인소설속인물들은이렇듯중요한무언가를잃을것같은기분을“앞당겨느낀불안”으로,버리고버려질것만같은상황을“지레짐작”으로감각하기위해몸부림친다.그럼으로써상실을결과가아닌과정으로되돌려놓는다.그리고그들의몸짓은살아가며잃게되는수많은것들을생각하게만든다.그모든게과연일순잃게된것일까도함께골몰하도록한다.어쩌면무언가를잃게될것같은기우에등떠밀려함부로손을놓아버린것은아닐까,너무쉽게서러워하지는않았을까를곱씹어본다.그러므로더는잃지않겠다는의지,“어떤것을완전히잃기까지는여러단계가있다”라는순옥의말이얼마나따뜻하고다정한위로인지도.

“살아보니이해없이그냥받아들여지는일도있었다”
긴장감있게질주하는작가만의리얼리즘을무기로
내면의문제를바깥에서바라보는이완의기술

개인의아픔과상처를이해받지못하는상황에서우리의삶은단단하게응축된긴장상태에돌입한다.잔뜩부푼공처럼제멋대로인인생에걷어차이지않기위해끊임없이굴러다닌다.그러나《미확인홀》은그긴장안에머물지않는다.각인물이가진아픔의초점을바깥으로맞추며조금씩천천히문제를이완시킨다.
블랙홀이라는편지를받고부터내면을가득채운불안에더는스스로를들여다볼수없게된희영은망원경을들고다니며타인을관찰하고돌보기시작한다.〈죽은자〉의굴착기기사정식은마음에뚫린우울의구멍을흙으로메꾸는상상을반복하고,대표의치부를목격했다는이유로해고된〈열개의파도〉의혜윤은“살아보면돈몇푼보다따져야할때따지는게중요하다”라는네일숍직원의충고를실행해보기로결심한다.이혼한뒤고향은수리로내려온〈미확인홀〉의은정은홀로된노인들의생사를살피며무미한일상에유의미한과업을부여한다.

“나는거의모든걸이해받으며살았어.내가잘나거나좋은환경을타고나서는아니야.상대가이해할수있는것만말하고살아서그래.이해받는건내문제가아니더라고,상대의문제지.그러니까상대가이해할수있는범위를넘어서는말은굳이할필요가없어.알아.이해받지못해도뱉어내야살수있는말도있단거.그래.내삶엔행운이따랐어.반드시이해받아야하는것들이대부분상대의이해범위안에있었거든.”_본문에서

“정말위태로운사람은자기안에서답을찾으려는사람”이라는은정의말처럼일상의영점을밖으로조준함으로써그들은자신의문제를더선명하게바라본다.아주사사롭고내밀한아픔과고독이한데모이고섞이며더넓게이완되고치유되는순간을마주한다.
《불펜의시간》에서부터《미확인홀》까지김유원작가의소설을읽다보면,이해없이그냥마음으로받아들여지는아픔도있음을이해하게된다.그리고그것이이내“커다란감동과위로로”바뀌어우리삶한쪽에자리잡은불분명한공동(空洞)을채워주리라는것을믿게된다.모든이야기가그간노련한감독으로서카메라에진정성있게담아온우리모습이라는것을알기에,힘차게도약할작가의내일을더욱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