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마음(큰글자도서)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사는 마음(큰글자도서)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30.00
Description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타인의 기원》 이다희 번역가 첫 에세이
정여울 작가 강력 추천!

“사는 맛에 사는” 생계형 번역가의
소비와 소유에 대한 반짝이는 사유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싶은 물건을 두고 마음속으로 사야 할 이유와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저울질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저울의 양쪽에는 다양한 고민과 자기 합리화가 올라간다. 이 물건은 내게 얼마나 필요한가,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가격은 얼마고 통장 잔고는 괜찮은가, 내 취향과 요즘 유행은 어떠한가, 소유욕과 과시욕 중 어느 쪽이 앞서는가, 가성비나 가심비를 따질 것인가, 공정과 윤리와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브랜드인가, 환경·노동·젠더·상표권 문제는 없는 제품인가?
오랫동안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도 찜해 둔 겨울 신발을 두고 마음속 저울질을 하던 중 깨달았다. 그저 물건의 유용성과 가격, 내가 쓸 수 있는 돈과 필요성만을 비교했던 예전과 달리,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추억, 환경과 창작물의 가치 보호에 대한 책임감,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느끼는 사회적 압박과 거기서 벗어나려는 몸부림”(6쪽) 등 저울 위에 올라가는 것이 많아졌음을 말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이상 “지겹지만 멈출 수 없고” 갈수록 더 복잡해지는 이 저울질에 관한 이야기를 써 보기로 했다.
첫 글의 소재는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자신의 번역 스승이었던 아버지 고(故) 이윤기 선생이 물려준 책장의 처분을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느 자식들처럼 이다희 저자도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특히 이윤기 선생이 기획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번역 프로젝트에 번역 파트너이자 애제자로서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다(물론 이 프로젝트를 제안받고 고민하며 수락하는 과정, 그리고 결과물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으며 그 자세한 뒷이야기는 책에서 소개되고 있다).
항상 집 안에서 글 쓰고 번역만 하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저자는 커 갈수록 더 넓은 세상과 더 많은 언어와 취향이 궁금했다. 그래서 영어, 불어, 희랍어, 라틴어를 배웠고 30년이 넘도록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으며 주한미국대사관, 영어 독서 학원 등 다양한 직장을 경험했다. 게다가 일대일 영어 강습, 영어 말하기 대회 심사 위원, 영어 자막 만들기, 건축 잡지 번역 등 분야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 번역 노동자로 활약하며 “들어오는 일은 거절하지 않고 들어오지 않는 일은 찾아서”(94쪽) 했다.
이렇듯 ‘이윤기 번역 대학원’ 1기생으로서의 커리어를 다져 왔으니 일상 곳곳에 아버지의 유산이 자리하고 있는 건 당연했다. 버릴지 말지 저울질하게 만든 책장도 그중 하나다. 이렇게 아버지의 책장을 정리하면서 그 소회를 글로 옮기고 나니 오래도록 곁에 두고 애정을 쏟았던 물건, 꼴도 보기 싫어 진즉에 버린 물건, 이런저런 이유로 남에게 팔거나 물려준 물건들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사고 팔고 버리고 아끼는 행위를 통해 만끽했던 여러 감정들, 천착했던 고민과 사유들을 진솔하고 위트 있게 펼쳐 보았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글들을 한데 모으니 이런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왜 살며(live) 왜 사는가(buy)?”(194쪽) 물건을 사는 일은 “아무리 감추거나 포장해도, 아무리 겸손하고 은근하게 과시해도 세상과 삶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여실히 드러낸다.”(149쪽) 고로 어떤 물건을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떤 삶을 살 것이냐 하는 것과 상통한다. 그리고 독자들은 “은밀하게 박장대소하며 맞장구를 치고 싶은 대목들이 넘쳐난다”는 정여울 작가의 평처럼 저자가 털어놓는 ‘사는 마음’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

이다희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철학을,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서양고전학을공부했다.아버지고(故)이윤기선생의권유로번역가의길을걷기시작했고,애제자로서《플루타르코스영웅전》을완역했다.그외에옮긴책으로토니모리슨의《타인의기원》《보이지않는잉크》,데이비드포스터월리스의《거의떠나온상태에서떠나오기》를비롯해《남성은여성에대한전쟁을멈출수있다》《거실의사자》《신화의역사》등이있다.
이책은오랫동안생계형번역가이자아마추어바이올리니스트로활동한저자의첫에세이다.오래도록곁에두고사랑한물건에는추억이라는이름의영혼이깃든다고믿는저자는,가장소중한순간을선사해준물건들에대한이야기를이책에담았다.그리고소비와소유라는행위를사유함으로써지속가능할수있는취향과가치관을고민해나가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1부내가돌보는물건,나를돌보는물건

책장:사랑하는물건에는영혼이깃든다
바이올린:예술없는세상을견딜수있을까
웨딩드레스:함정에빠지기싫었던철부지의결혼
찻잔:물려주는엄마와내다파는딸
침대밑:불안을파는산업
트렌치코트:제약이아닌,날개가되는옷
누울자리:나쁘지않은삶과나쁘지않은죽음
책상:돌보는존재로서의나
작업실:없어도무방하지않은나만의방

2부충동이없으면지불하지않는다

건조기:모든새것은결국허름해진다
택배상자:내가산물건뒤에는노동이있다
책1:“왜”라고묻는순간삶은경로를이탈한다
책2:시련을극복한영웅만이전리품을얻는다
맥:돈버는기계가아니라인간입니다
의자:명품에앉으니비로소보이는것들
집1:충동이없으면구매하지않는다
집2:예술가의작품이자우리동네의풍경
신발:자기혐오는어릴때부터시작된다

3부살기위해사고,사기위해산다

바지:INTJ의소비생활
그릇:왜살며(live)왜사는가(buy)?
가방:짭구매가세상에끼친구체적인피해
블렌더:잔소리하고싶은욕구를참을수없다면?
만년필:특권은가진자의눈에는보이지않는다
식물:살아있는것을가꾸고돌보는일의기쁨과슬픔
노트:나의가능성을제한하지않는사람이되고싶다
산수유나무:인간과자연의공존을고민하는봄의전령
자동차:예의를다해서내물건에게말걸기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우리는왜살고(live)왜사는가(buy)?

누구나소비에대한자기만의취향과기준이있다.그리고이것은삶에대한취향과기준을말해준다.이취향과기준은어느쪽이든온갖시행착오를겪으며완성된다.예를들면외투를고를때주로‘예쁜가,편한가,사이즈는적당한가,좋은소재를썼는가,관리는편한가’등을살핀다.하지만이옷을입은자기모습이남의눈에어떻게보일지를더중요한판단근거로삼는사람도있다.이렇게고른옷들은그주인을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옭아맨다.저자는맘에쏙드는트렌치코트(a.k.a.바바리)를구입하면서“나를가두고제한하는요소들이무엇인지자각하고그제약에저항하는일”(65쪽)이라는평생의실천과제를얻었다.과연그‘바바리’는“입으면멋진사람처럼보일줄알았는데이미멋진나를잘드러내주었다.”(67쪽)그렇다면‘멋진나를잘드러내줄’옷과물건은어떻게고를수있을까?
여기서중요하게고려해야할요소가바로취향이다.일상이나업무에서자주사용하는제품일수록특히그렇다.시각적취향을만족시키는유려한디자인은우리의눈을즐겁게해주고,“의식주같은기본적인필요를넘어선삶의면면에집중하고있다는기분”을느끼게해준다.즉,우리로하여금단순히“일하는기계,돈버는도구가아니라인간이라는것을상기”하게만드는것이다.어쩌면‘취저’제품을사는행위는“인간성을사수하기위한발버둥”(139쪽)인지도모르겠다.
하지만우리가항상합리적인소비나눈과마음을사로잡는소비만하는것은아니다.우리의소비욕망은종종“내가지불할수있는선너머”(101쪽)를향하곤한다.또‘이왕사는거’라는생각이나(저자에게“이왕사는거”는“곧사정없이돈을쓰는일이발생할것”이라는신호다)“미래의내가(지금의내선택을)칭찬하리라는확신”(147쪽)에사로잡히기도한다.저자도외면할수없는강력한‘지름신’을만나충동적으로파주의한타운하우스를질렀다.입주당시에는집주변에편의시설이턱없이부족했고,집청소와관리가힘들었으며,거액의대출금을상환하느라허덕여야했다.하지만그곳에서의생활은대부분행복하고만족스러웠다.무엇보다미래가치를고려하기보다취향에따라마음가는대로선택한경험덕분에취향이더욱뚜렷해지고소비기준에대한자신감이생겼다.(159쪽)
이처럼소비는내욕망과마주하는일이자나를더잘알아가는일이다.그러므로무언가를‘사는’행위는나자신이삶의중심이되어‘사는’것이다.그래서저자는기왕이면즐거운소비를하자고제안한다.그래야삶도,일상도즐거워지니까.반대로즐겁지않은소비,“타인을죽이고동물을죽이고지구를죽이는소비”(198쪽)는경계하고삼가자고말한다.


사고팔고버리는데에는취향이필요하다

취향과기준은물건을살때에만필요할까?아니다.다른이에게팔거나물려주거나버리는것처럼물건과작별하는경우에도중요하다.엄마에게물려받은찻잔세트를‘당근마켓’에내다파는저자의친구들처럼말이다.저자또한찻잔은아니지만엄마에게무려여덟벌짜리은수저세트를받았다.하지만친구들의찻잔세트와마찬가지로“처음샀을때의모습그대로,주방도구들이잠자고있는서랍밑바닥에누워”(42쪽)있다.저자를사로잡은미스터리는여기서시작된다.왜엄마들은살림살이가많고,그살림살이를딸들에게물려주고싶어할까?“엄마도딸과마찬가지로소비욕구가있다.하지만엄마들의소비가허용된영역은넓지않았다.찻잔은허용된범위안에서취향에따라고르고구입하고즐길수있는몇안되는품목”(44쪽)이라는것이저자의추리다.또“딸에게물려주겠다는목적”은“엄마의소비욕구를정당화하는방식”이기때문에이렇게구매한제품에는엄마의취향이오롯이묻어있을수밖에없다.당근마켓에올라온수많은세간매물의이면에는엄마와딸의취향차이라는사정이있었던것이다.
당근마켓에팔아버린엄마의찻잔처럼내취향에맞지않는물건과작별하는일은일종의‘홀로서기’다.(19쪽)저자는아버지에게서물려받은,총무게가1톤에달하는40개의책장을어떻게처분할지고민하다가이를깨달았다.심지어이책장에는(책을만들거나좋아하는사람은다알듯)“자가증식하고무한증식한책들”(16쪽)까지꽂혀있었다.“우리가사랑한물건에는영혼이깃들고,버릴수없는생명체처럼바뀐다”는철학자페피노루소의말처럼,저자는“나를아껴준사람의물건과작별하는일은곧나를아껴준사람의영혼과작별하는일”이라고여긴다.그래서“사랑하는사람,물건과오랜시간에걸쳐나날이작별할때”나라는사람이비로소홀로서고완성된다고강조한다.(21쪽)
이처럼오래도록함께한물건을다른이에게팔거나물려주는일은어쩌면새물건을사는것보다더신중해야한다.거기에는주인의소중한추억과취향이담겼기때문이다.그런데어떤물건들은우리가지양해야할가치관을드러내기도한다.그런경우에는차라리버리는게낫다.이베이에서저렴하게낙찰받은저자의웨딩드레스가그랬다.이웨딩드레스는검소하고착한아내이자며느리가되어야한다는가부장적사고에서벗어나지못했던시절의산물이었다.그래서저자는17년동안보관하고있던이웨딩드레스를“깨끗하고검소하고상냥한신부,부지런하고현명하며맑은피부와적당한몸매를유지하는아내,당당하고진취적인여성이되어야한다는생각”(39쪽)과함께100리터짜리쓰레기봉투에담았다.이외에도책에서는노동자의권리,소비윤리,동물권과기후위기,SNS와부조리한특권등소비이면에도사린“곤란한질문,피하고싶은질문”이계속된다.과연우리는무엇을버리고무엇을남겨야할까?


오래도록사랑한물건에는영혼이깃든다

어느날,저자에게새바이올린이생겼다.아마추어연주자로함께활동하던친구로부터선물을받은것이다.새물건이주는쾌감과산뜻함은대단하다.그것은마치최신형건조기로뽀송뽀송하게말린빨래를막꺼냈을때의기분과비견될만하다.하지만새바이올린의매력을발견할수록옛바이올린에게미안한마음이들었다.그래서옛바이올린앞에서는되도록새바이올린에대한칭찬을삼갔다.19년동안저자를위해봉사해준자가용앞에서‘새차’나‘폐차’같은말을입에올리지않은것도마찬가지이유에서다.(250쪽)아마도꽤많은사람이저자처럼물건에게말을건네거나말을조심한경험이있을것이다.그럴때우리와물건은소유자와소유물의관계를넘어친구와동반자가된다.왜우리는소중한물건과반려관계를맺고싶어할까?아니,이게어떻게가능할까?그이유는오래도록사랑한물건에는우리의영혼과추억이스며들기때문이다.저자는주술적인사고를아주싫어하지만그럼에도애정하는물건에영혼이깃든다는것을부정하지않는다.영혼을기억의집합이라고가정한다면,추억이깃든물건에는영혼이깃든다고볼수있으니까.(255쪽)그래서저자는자신의음악동반자인바이올린과오래된자가용앞에서예의를갖추고조심하는것이다.추억이깃든물건에대한예의는내추억에대한예의나마찬가지다.또한과거의나에게표하는존중이자,내가걸어온길과선택들을긍정하는태도이다.(257쪽)
현재의우리는예전의“취향과선택에꼭책임을질필요는없다.”(82쪽)하지만물건과의인연은구매하는데에서끝나는게아니다.오히려그물건을돌보면서쌓은정은첫눈에반하던순간의짜릿한희열을능가하는마음의풍요로움과안정감을선사한다.우리가새것이주는짜릿함보다물건과오랜관계를지속할때더큰만족을느끼는이유는세월이지날수록물건이나라는존재를반영하기때문이다.즉,나와물건은서로를“돌보는존재”가되는것이다.그런데인간은‘싫증도잘내는존재’다.그렇다면관계를오래지속하기위해무엇이필요할까?
저자는이물음에대한답을여덟살때첫눈에반했던뷰로책상에서찾았다.30여년의세월이흐르는동안주인의취향과책상의쓰임은크게변했다.무엇보다책상의짙은갈색은집안분위기와어울리지않았다.이책상과의작별을고민하던저자는밑져야본전이라는마음으로버섯크림스프색페인트를다시칠해주었다.그랬더니집안인테리어와도썩잘어울렸고마음에도쏙들게되었다.조금더정성을들였더니그물건에다시반하게된것이다.(82쪽)
우리는새물건을사는쾌감과짜릿함에매몰되어서는안된다.왜냐하면모든새것은결국허름해지기때문이다.우리는오래되고낡은것들을돌보면서산다.또“오래된인연,오래된몸,오래된지구와살아간다.”(104쪽)이책은그오래되고낡은것들중에는새것으로대체불가능한것이더많다는사실을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