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끝에 사람이

바늘 끝에 사람이

$15.00
Description
시대의 비극을 환상의 세계로 연결하는
전혜진의 맹렬한 계보, 국가폭력 단편선
“전혜진 작가의 글을 꼿꼿하고 강하다.”
_정보라(소설가)

“분명히 말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혜진 작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저주토끼》 정보라 소설가 강력 추천!

“여기 사람이 있다고. 지상에서 7만 2천 킬로미터 위에 사람이 남아 있다고.”
판타지, SF, 호러 미스터리, 복수 스릴러를 통해
아스라이 피어오른 파란의 역사와 회복의 갈피

“무례하고 폭력적인 세상을 향한 잘 벼른 칼날”이자 한국 장르 문학의 베테랑인 전혜진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바늘 끝에 사람이》가 출간된다. 중편소설 〈감겨진 눈 아래에〉와 장편소설 《280일》을 통해 ‘한국의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평을 받은 그는 특히 디스토피아, 사이버펑크,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즐겨 찾는 독자들에겐 ‘믿보작(믿고 보는 작가)’이라고 불린다. 머나먼 미래를 배경으로 귀신이 출몰하는 상황조차도 전혜진의 손끝을 거치면 지금 이곳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하이퍼리얼리즘 판타지’가 되기 때문이다.
《바늘 끝에 사람이》는 “전혜진 작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바로 그 방식으로, 격랑의 역사 속 움튼 폭력과 비극의 모티프를 박진감 있게 재구성한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건을 우주 궤도 엘리베이터 건설과 사이보그 노동자의 이야기로 담아낸 〈바늘 끝에 사람이〉, 전교조 탄압 사건을 환상적인 미스터리로 풀어낸 〈안나푸르나〉, 제주4·3을 전설적 존재와 동양풍 호러로 다룬 〈할망의 귀환〉과 〈단지〉, 한국전쟁의 참상과 설화를 절묘하게 엮은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은〉, 공군 내 성범죄를 강렬한 복수 스릴러로 담은 〈창백한 눈송이들〉, 5·18민주화운동이 남긴 아픔과 연대를 보여준 〈너의 손을 잡고서〉가 그렇다.
이 책을 펼친 독자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시대의 자상을 맹렬히 추적하는 작가의 용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어질 것이다. 더하여 만신의 힘을 빌려서라도 아물지 못한 상처들을 치유하고자 하는, 섬세하게 덧바른 고약 같은 결말들은 정보라 소설가의 말처럼 “상상의 서사가 연대의 방식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통쾌하고 희망적으로 알려온다.

국가폭력 피해 당사자분들은 생존 자체가 투쟁이다. 나는 그분들의 투쟁을 글로 옮길 자신이 없다. 전혜진 작가는 그 투쟁의 무게를 차분하고 명징하게 전달한다. 그는 나처럼 폭력의 거대함과 투쟁의 깊이 앞에서 지레 움츠러들거나 먼저 울어버리지 않는다. 전혜진 작가의 글은 꼿꼿하고 강하다.
상상의 서사가 연대의 방식으로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나는 전혜진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새삼 깨닫게 된다. _추천의 말에서
저자

전혜진

SF작가이자만화스토리작가.『월하의동사무소』로데뷔한이래만화/웹툰,추리와스릴러,사극,SF등장르를넘나들며다양한작품을쓰고있다.여성의역사에주목하는논픽션인『순정만화에서SF의계보를찾다』,『여성,귀신이되다』,『우리가수학을사랑한이유』,장편소설『280일:누가임신을아름답다했던가』,SF단편집『아틀란티스소녀』를발표했으며『감겨진눈아래에』,『살을섞다...

목차

바늘끝에사람이
안나푸르나
할망의귀환
단지
내가만난신의모습은
창백한눈송이들
너의손을잡고서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만약내가세상이말하는투사라면,나를투사로만든것은바로세상이었다.”
사회와개인을바투보는일
세상밖의이야기를이해하기위하여

“역사는늘가장좋지못한부분만골라되풀이”되고,이순간에도비정규직노동자에겐죽음의그늘이드리운다.수십명의사상자가나오는참사가잇따르고누군가는부조리한시스템을향해목소리를내지만쉬이바뀌지않는다.주제의무게를기꺼이관통하면서다채로운서사를흥미진진하게끌어나가는이책의이야기들이유효한이유일테다.
표제작인〈바늘끝에사람이〉의‘나’는지상에서7만2천킬로미터떨어진우주에궤도엘리베이터를짓기위해몸의절반이상을기계로대체한사이보그노동자다.완공을앞두고경기가안좋아지자회사는현장노동자들을해고하기에이르고,나는갑작스러운해고통보와어마어마하게징수된청구서를든채궤도엘리베이터85층에혼자남겨진다.

그리고나는,217일째홀로이곳에있다.
지구표면으로부터약7만2천킬로미터떨어진,대기권을아득히벗어난이곳,궤도엘리베이터의카운터웨이트끝에._본문에서

사이보그노동자뿐만아니라,어릴적참교육배지를달고죽었던담임의낡은카라비너가30년이지나눈앞에나타나자혼란에빠지는〈안나푸르나〉의‘나’와,1980년대광주출신이라는이유로사람들에게영웅혹은빨갱이소리를들으며살아가야만했던〈너의손을잡고서〉속미경의모습은사회가범해온오류와압력이한개인에게얼마나잔혹한낙인이되는지다시한번생각하게만든다.“그모든일은그저살아남기위한일이었다”라고말하는무고한이들을.어쩌면내친구,가족,지인일수도있는사람들을.

“전쟁을빙자하여도덕이무너지는세상에말이야.”
전쟁의광기와폭력의잔재들,
신의힘을빌려전하는전혜진표계보의서막

전쟁은국가가저지르는가장큰폭력의초상이다.이제는소설에서나나올이야기가될법도하지만,여전히세계곳곳에선전쟁으로수많은사람이목숨을잃거나다친다.《바늘끝에사람이》는역사의격변기마다자행되는지배권력의과실을과감히세상에내어놓는다.
〈내가만난신의모습은〉의삼준은한국전쟁당시학도병이었다.본대가올때까지인민군의진격을막기위해세워두는허수아비.팔순이넘어손주의군복사진을바라보던삼준은자신이겪은일들,전쟁이라는광기와그때만난신의존재를세상에알리기로한다.〈창백한눈송이들〉의나는이제막부사관이된스무살군인으로근무첫날행정동에서자신과같은단발머리여군을보게된다.그러나부대원들은행정동엔그런군인이없다며자신을귀신이나보는미친사람취급을하기시작하는데…….〈할망의귀환〉의박경장은제주도해양기지건설반대시위를막기위해서울에서파견된,‘제복입고완장찬뭍놈’의경찰로돌하르방몇기가연쇄적으로피눈물을흘리며쓰러지는사건을추적하고,〈단지〉는한국전쟁이후제주에서무참히살해된이들의혼을담은‘단지’의봉인이풀리면서당시제일가는만신의제자였던소화가그들의원혼을달래는이야기다.

그의할머니가무당이었다는말이떠올랐다.뭍사람들에게살해당한무당의손자.그가,돌하르방의얼굴에피를바르고있다.돌부처가피를흘리니홍수가나고해일이일었다고했지.그건정말로돌부처가피를흘린다는뜻이아니었어.누군가가거기에피를바르는것으로도그일은일어났다고.그말을누가했더라.술취해경찰서에드러누워있던남자가했던말이었나,양주임의말이었나.박경장은정신을차리려애쓰며눈을깜빡였다._본문에서

“제주할망들의힘을빌려서라도복수를계획”했던작가는세상엔“복수에성공하지못하고처벌도원껏할수없는이야기들”이더욱많다고말한다.그렇기에이책은서막이다.전혜진작가가좀더나은길을택하기위해애쓰는이이고,잊어선안될사건과그안에서무력하게살아가는사람들을주목하며그애환의계보를이으려는사람이기에더욱더값진.“원고는불타지않는다”라는정보라소설가의‘서곡’이그빛나는서막을알린다.

신의힘을빌어도복수에성공하지못하고,처벌도원껏할수없는이야기들이너무무기력하게받아들여지지않을까늘걱정한다.그러면서도어떤것들은이야기되어야하기에일단세상에내놓기도한다.그러면서도언제나나의부족함때문에죄송해한다.가끔은별일없이사는듯하다가도미안합니다,하고말해야할것같은느낌이드는것이다.
그런부끄러움에대해생각하고있다._작가의말

추천사
국가폭력피해당사자분들은생존자체가투쟁이다.나는그분들의투쟁을글로옮길자신이없다.전혜진작가는그투쟁의무게를차분하고명징하게전달한다.그는나처럼폭력의거대한투쟁의깊이앞에서지레움츠러들거나먼저울어버리지않는다.전혜진작가의글은꼿꼿하고강하다.
기록으로연대하는방식에는여러가지가있다.그중에서소설의장점은이야기의결말을현실과다르게상상할수있다는측면일것이다.그러나이야기를주도하는목소리는작가자신의목소리가아니라피해당사자분들의목소리여야한다.상상된결말또한작가가원하는방향이아니라반드시당사자분들이원하는방향,인간의존엄을향한정의로운방향이어야할것이다.전혜진작가는이점을언제나기억하고,언제나사안에정중하게접근한다.그리고피해당사자분들께는조심스럽고부드럽게,가해자들에게는엄격하고날카롭게상상의방향을잡는다.상상의서사가연대의방식으로서가능하다는사실을나는전혜진작가의글을읽을때마다새삼깨닫게된다.분명히말하지만누구나할수있는방식은아니다.전혜진작가이기때문에할수있는방식이다._정보라(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