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은 없고요?

별일은 없고요?

$15.00
Description
“이 무자비한 세상에 맞서 ‘무자비한 따뜻함’을 전하는
그의 소설에 또다시 큰 신세를 입었다”
오은 시인 강력 추천!
이토록 순하고 맑은 세계,
한국문학의 새로운 서정 이주란 신작 소설

조각나고 부서지고 무너져버린 지금 우리에게
마침내 당도한 ‘다음이 있다는 마음’

“함부로 무엇을 알고 있다고 단정하지 않고, 한 발짝 물러서서 고통을 그저 바라볼 줄 아는 이주란의 소설을 나는 사랑한다”(소설가 박상영), “극적인 장면 없이 고루 팽팽하고, 대단한 플롯 없이 완벽하며, 시 없이 시로 가득하고, 청승 없이 슬픔의 끝점을 보여준다”(시인 박연준). 2012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소리 높여 주장하기보다 온화하게 스며드는 특유의 서정으로 독보적 지지를 얻어온 이주란. 그의 소설들은 ‘담담한 듯하지만 위트가 반짝이고, 무심한 듯하면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사람과 사람, 말과 말 사이의 여백을 들여다보는 사려 깊은 소설가의 세 번째 소설집 《별일은 없고요?》가 출간되었다.
소설집 속 화자들은 욕심이랄 것 없이 남들처럼만 평범하게 살고 싶었으나 세상은 이런 그들을 너무 쉽게 내친다. ‘나’는 힘겹게 잡고 있던 줄을 탕 놓은 것처럼 상처받은 몸으로 어느 소도시에 머문다. 그곳에서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사람들과 먹고 마시고 걷고 이야기하는 일상을 보내며 회복해간다. 실패의 기억, 유년의 상처, 가족과의 이별 등 고통과 슬픔은 도처에 있지만 그 틈 속에서도 따뜻함이 반짝이는 8편의 단편들을 모았다.
저자

이주란

2012년<세계의문학>신인상에단편소설<선물>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모두다른아버지』『한사람을위한마음』,장편소설『수면아래』,중편소설『어느날의나』가있다.김준성문학상,젊은작가상,가톨릭문학상신인상을수상했다.

목차

별일은없고요?
사람들은
어른
여름밤
위해
이세상사람
서울의저녁
파주에있는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넌최선을다해잘살아왔어”
섬세한일상과감정으로쌓아올린최선의이야기들

이주란의소설세계는촘촘한일상과미세한감정으로일군박물관과도같다.그박물관에들어서면너무나사소해서그대로지나칠법한것들이어느새절박하고소중한순간들로변모한다.이를테면“어두운밤산책길엔어디선가풍겨오는은은한라일락향기를맡고주말이면준경씨네밭에서쑥을캐고쑥국한그릇과오이지를두고소박한밥한끼를먹는일”(118쪽)이단박에일으키는정서같은것.미안함과고마움,부끄러움과자랑스러움,믿음직스러움과따스함등‘정서공동체’의일원으로독자들은초대된다.

표제작「별일은없고요?」속‘나’는회사에사직서를쓴뒤고향도아닌곳에서살고있는엄마에게로향한다.아랫집아저씨의방화사건이그간오랫동안해온고민을해결한셈.리단위의고요한풍경속에내려온‘나’는그날밤엄마의5평짜리원룸에서숨죽여운다.겨울내내그림을그리며엄마가밥을해주는공장의외국인노동자를상대로한국어를가르치고철물점에심부름을다니는,일상을지속한다.얼굴을보고먹고이야기하고산책하고마음을나누는나날가운데이윽고찾아온봄에는재섭씨를만나게도된다.우연한서울동행후귀갓길에‘별일은없고요?’라는재섭씨의안부메시지에불현듯눈물이날듯한마음이든다.

그동안고생했으니까당분간은좀쉬어.
난아무말도안했는데그런말도해주었다.엄마의말에나는고분고분하게고개를끄덕였다.나만너무쉽게부서진것같아서미안한마음이들었다._「별일은없고요?」

「어른」속‘나’는남은유일한혈육인할머니의장례후고인의짐을정리하고자시골집에머문다.몇해전우연히알게된‘아줌마’는청계천미싱사로오래일해온정직하고호방한인물로내곁에남아힘이되어준다.계약직사원인나는4년째4개월마다계약을이어왔었다.그때마다심장이뛰었고그래서더열정을쏟아붓고“초조하고불안해서그만하지않고그럴수록최선을다했으나”회사로부터는당연히보답받지못했던터다.삭막한서울살이를그나마아줌마덕분에견딜수있었던것.할머니의집을정리할엄두는나지않고아줌마와함께울고웃으며못다한감정을풀어낸다.“마음놓고울라는거야”(104쪽).아줌마는소맥을말아주며최선을다해살아온내인생을긍정해준단한명의어른.“아줌마가최선을다해살아온삶의모든것을내가지금나눠받고있다는무자비한따뜻함”(114쪽)을느끼며아줌마가알려준방식으로나는달린다.힘이들면중간에멈췄다가다시뛰는것,너무힘들땐그러는게좋다는것.

이야기는끝나도삶은계속되듯,떠나고돌아오는발걸음은희망쪽을향해있다.이무자비한세상에맞서“무자비한따뜻함”(「어른」)을전하는그의소설에또다시큰신세를입었다._오은(시인)

“떠나고돌아오는발걸음은희망쪽을향해있다”
상실이후를건너가는단단한발걸음

마치한편의연작소설처럼각단편은다양한상처와상실의풍경을그려낸다.「사람들은」은엄마의죽음을겪은‘나’를,역시나엄마를잃은뒤찾아와신세를지고떠난전직장동료와의며칠을담았다.「서울의저녁」은객지에서20대를함께한친구의기일에모인이틀을이야기한다.「이세상사람」은가정폭력을일삼았던아버지인‘그’에관한서류에답하는형식의소설이다.20년간수없는이사를하고그가이미이세상사람이아니라고여기고살고있지만,지옥같은기억이점령한‘나’에게일상의평화는간절하다.「위해」는불우한환경탓에어려서부터뭔가를아예꿈꾸지않는법을익혀온,그게오로지나를‘위한’것이라는명목에길들여졌던내가어느날어쩌면어릴적나와비슷한처지의이웃집소녀와함께한하루에관한이야기다.

하지만이소설들이단순히상실의재현에그치지않는건이주란특유의소설적태도덕분일터다.작가는한인터뷰에서슬픔속에머물지않고그것이지나가고조금은고요해진뒤의상태나감정에서출발한소설을쓰고자한다고이야기한바있다.상실이나슬픔은어느시기,누군가혹은어떤감정이들고나는삶의심상한흔적이다.「별일은없고요?」속엄마가“새집이어도,아무튼언젠가그방에서도누군가는죽을수있어”(25쪽)라고하는말처럼.만나고헤어지고살고죽는것이한길위에있고,그렇다면우리는매일작별한다.그럼에도그길위의모든발걸음은결국희망쪽을향할수밖에없음을이주란의소설은세세히일깨운다.천천히흘러가는삶을따스하게바라보며기어이‘다음’이있다고.

남편의죽음이후몇달만에세상으로외출한‘현경’이옛연인을만나는하루의여정을담은「파주에있는」속마지막당부는,그래서다음행보앞에선우리를향한작가의응원처럼읽힌다.

현경은잠깐재한의손을잡았다가놓았다.현경아.잘.잘살아야돼.재한이다시한번말했다.응.잘살게.현경은그렇게말하고‘예약’등이깜빡이는택시를향해걸어갔다._「파주에있는」

추천사

이주란의소설을읽고‘신세’에대해떠올렸다.어쩌면신세를지고끼치고갚는것이인생일것이다.동시에누군가와만나는일은인생의한‘시기’에방문하는일이기도하다.시기는퇴사나이별,죽음등으로인해단절되곤하는데,적당히거리를두는적절한사람이있어“다음이있다는마음”(「서울의저녁」)은단절을다시연결로이끈다.그들은서로를이해하려고무던히애쓰지만선을넘지는않는다.얼마간시간이흐르면다시혼자가될것임을알기때문이다.이야기는끝나도삶은계속되듯,떠나고돌아오는발걸음은희망쪽을향해있다.이무자비한세상에맞서“무자비한따뜻함”(「어른」)을전하는그의소설에또다시큰신세를입었다.
-오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