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벗

하얀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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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생에 대한 소박한 순정부터 서늘한 깊이까지
신숙희의 첫 번째 시집 『하얀 벗』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평생 손에서 놓지 않았던 일기장을 '하얀 벗'으로 이름 지어 꾸준히 시작을 해오다 그간에 고이 간직해온 문학적 순정을 세상에 펼쳐놓았다.
『하얀 벗』에는 저자의 굴곡진 삶과 그 성찰을 오롯이 비추는 시가 담겨 있다. 저자는 하얀 벗을 가리켜 '인내와 다짐으로 저를 이끈' 존재이자 '저를 다시 살아나게 하고 또 자라나게 한 진실한 충고자'라고 표현한다. 저자의 고백처럼 하얀 벗에서 만나는 시들은 생의 동아줄 같은 생명력을 갖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총 네 가지 주제(향수, 가족, 의욕, 신앙)의 시가 들어 있다. 주제마다 한 인간의 삶과 길에서 만나는 회한과 기쁨이 두루 표현되어 있는데, 시인 특유의 사색적 향기와 온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시에는 젊은 엄마에서 중년의 여인을 거쳐 지긋하게 나이 들어 다시금 소녀가 되어가는 인간의 여정이 있는가 하면, 삶의 무게와 고뇌를 안은 한 사람이 신앙에서 빛을 발견해가는 과정도 들어 있다.
인생길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생에 대한 소박한 순정부터 서늘한 깊이의 통찰까지 아우른다. 삶에 위로와 희망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하얀 벗』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고 음미하는 깊이의 시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지나온 세월은 / 경험의 산이 되어 / 인간을 오르게 하고 / 높아지는 자리마다 / 우리는 허무를 쉽게 내뱉지만 / 이제 / 막바지 고개를 앞둔 시점에서 / 은하수처럼 보일 듯 말 듯한 / 긍정의 마음을 되찾아 / 답답한 현실에서의 해방을 / 꿈꿔본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저자

신숙희

저자:신숙희
1942년경북봉화에서출생했다.배화여중,고를거쳐이화여대법학과를졸업했다.슬하에2남2녀를두었으나,두아들을먼저보냈다.맏아들영상이는아홉살때축농증수술후마취에서깨어나지못했다.그후가톨릭신앙을받아들여레지오와성서봉사자로활동했다.일흔살생일을앞두고는둘째아들영숭이가불의의사고로돌아갔다.
저자는다사다난했던생에위로와희망을글쓰기에서찾았다.평생손에서놓지않았던일기장에차곡차곡글을써왔으며,오늘도그안에서누군가를다시살아나게하는시들을건져올리고있다.지은책으로는『하얀벗』이있다.

목차

향수

가을
가을하늘
황매화
산촌고향
향수
자연법칙
커피
긴날개
귀향길
영가소리
좋은만남
나눔의식탁
옛추억
예외
할미꽃
진달래
포용력
자연의조화
물처럼바람처럼
개나리
다듬이질

가족

가시나무새
상실의고통

아버지
저녁
사슴
자녀
새벽
형제들
부부
그리움

이별
친구들
사위


의욕

경계선
나이
생_?Life
삶의길
휴식
드라마

불행을떨치는삶
시간
글쓰기
종이배
하고픈이야기
사색
미동
꿈과현실
신여성

여름날독서
꿈꾸어라
의욕

신앙

당신의사랑
님의탄생
고통
들을귀
수녀님들
꿈이야기
시선
정든집
내님의십자가
그분의음성
은행나무
사루비아꽃길
생과사
절대적힘
성모님께드리는기도

책끝에

딸과손녀들이드리는글
헌사_윤여림

출판사 서평

생안에서의갈등과갈증을풀어헤치며

『생의한가운데』에서주인공니나는“삶의의미를묻는사람은그것을결코알수없고,그것을한번도묻지않은사람은그대답을알고있는것같아요.”라고했다.이는삶속으로그저던져진것같은순간에인생의의미를회의적으로묻는사람과온몸으로살아내는사람이있다는이야기가아닐까.
‘생’을온몸으로그러나담담히,꾸밈없이살아낸기록을전하는시집이출간되었다.‘내뇌리에는어째서생이란단어가떠나지않고무엇을하든그것에매듭지어지는지’,‘생안에서의갈등과갈증을소박한행복과긍정의너그러움으로풀어헤쳐볼까나’(「생life」중)하고읊조리는신숙희씨의첫시집이다.
시인은평생끌어안고산일기장에개인사의굴곡들을풀어놓으면서삶의무게를이겨왔노라고말한다.‘이래저래눌러온한의뭉치들한가닥만집어들면질질끌려모두따라나오니콕집어몇부분만지울수도없는노릇’(「삶」중)이라는그의시에는생의진한무늬,그회한과통찰,아픔의승화등이거울처럼투명하게비춰져있다.

세상의모든엄마들,여인들처럼가득찬빈가슴이야기

첫장인‘향수’에서는고마운사람들,보고픈얼굴들,잊힌이름들에관한향수와가족에대한고백이담겨있다.지긋한나이에들어선시인의눈에는이별조차따스하고애틋해서잔잔한감동을선사한다.
‘사람은/현재보다미래에/희망을걸지만/현재보다과거추억에/순정을느끼는것같다’(「산촌고향」중)
시인은인생길을책으로써가듯한장한장그사이를걸어간다.그길에는젊은엄마에서중년의여인,지긋이나이든한사람이서있다.‘중년의문턱에걸린내발걸음을가벼이되돌려’가다가(「옛추억」중),‘말없이살아보려고애쓴시절이얼마나길었으며티없이지내보려고몸부림친흔적이얼마나깊었던가’하고회한에젖기도한다.(「물처럼바람처럼」중)무엇보다엄마의텅빈,무한히가득찬가슴을가족이야기에서꺼내보인다.‘내몫이면서도내소유가아니고내소유가아닌데내것으로지목된너’(「자녀」중)를대하는엄마마음과아들을앞세운엄마의한을엄숙하게고백하기도한다.
‘내아이우리상아는/가시나무새처럼/아픈줄모르는/찔리움속에서/구원을노래부르며/스러져갔다/어미영혼의찌든때를/지우기위해/있는힘을다해/곱게노래불렀다’(「가시나무새」중)

삶이시가되고,시가삶이되어

한편시인의일상적인독백에서는사람은누구나똑같구나하는보편성을발견하는재미도있다.
‘쉬지를못하는버릇이/왜생겼을까?/젊은시절이/참아쉬웠고/나이들며/쉰다는게/세월을욕보이는것같아/바쁘게지냈더니/이젠/그냥있지를못하게됐다’(「의욕」중)
마지막장인‘신앙’에서는생을살아내는분투에서초월과수용으로자기를극복하는감동적인장면도엿볼수있다.
‘역행할수없는것이/삶임을깨닫는다’‘너를상실한고통은/이제/나의깨어졌던머리를/맑게치유하고있다’(「상실의고통」중)
저자의시는한은담담하게,추억은애틋하게그려내어깊은잔상을남긴다.‘세월이흐를수록깊이쌓이는하고픈이야기들을한톨도흘리지말고주워담는것’(「하고픈이야기」중)이시인의바람이라고하니,앞으로나올그의이야기가더욱기대된다.

‘착잡할때글을쓰면/어느새덤덤해지고/상쾌할때몇자적으면/훌쩍유쾌해지네/색색실로타래를만들면/한쪽은굵고촘촘하고/다른쪽은듬성하고느슨한데/탐탁찮은넋두리라도/함께열심히고뇌해온벗이니/촘촘하면서도느슨한/내글쓰기가/사랑스럽다네.’
-「글쓰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