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의 삶 (문옥영 시집)

도구의 삶 (문옥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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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도구의 삶』은 문옥영 시인이 10년 만에 내는 신간으로 세 번째 시집이다.
52편의 시를 5부로 나누어 싣고 있다. 여기에선 쓰임새가 정해진 도구와 사물화 된 인간의 정서가 한 그릇에 담겨 새롭게 태어난다. 일상에서 겪게 되는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슬픔을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이타적인 인간으로서 누군가를 사랑하며 갈증을 느끼고 아파하며 죽음마저 받아들이고자 하는 시편들에서는 신앙의 호흡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겪게 되는 삶의 애환을 녹여 승화시킨 시어들이 곳곳에서 반짝인다. 『도구의 삶』은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가까이 다가올 독자들을 기다린다. 독자들의 손에 이끌려 그들과 마주보며 그 기억에 떠올라서 그들의 마음 깊이 스미고 싶은 게다.

"스스로 우뚝 서지 못하는 곡괭이는/ 섬겨야 할 주인이 있는 종의 도구다"
“도구는 쓰이기 위해 함구하고/ 종보다 더 몸 낮추어야 하는 존재다/ 굽은 허리의 쓸모를 위해 평생을 기다린다” (중략) “진정한 도구의 삶이란/ 뜨거운 불길을 넘나드는 담금질과/ 살이 뭉크러지는 망치질/ 뼈를 깎아내는 아픔을 감내한 뒤의/ 변화된 성품이다” -「도구의 삶」 일부

주변에 널린 사물과 감각적으로 교감하는 시인은 일할 때 사용하는 연장이거나 목적을 위한 수단 방법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성찰한다.

“벼슬이 먹고 살기 위해 주어지는 방편이라면/ 태어나는 순간 몸 어딘가 벼슬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머리에 모자처럼 눌러 쓴 벼슬과/ 꼬리에 하늘거리는 벼슬을 번갈아 불러본다/ 구구구~ // 물속 구피들이/ 물 밖 나를/ 골똘히 지켜본다 -「벼슬」 일부

시집 『도구의 삶』에는 많은 도구들이 등장한다. 안부를 전하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쓰이기 위해 깎여서 손에 쥘 수조차 없는 몽당연필 -「12월이 오면」, 붕어빵틀을 뒤집는 쇠붙이 -「붕어빵」, 빗소리를 가야금소리로 듣게 하는 기러기발 -「기러기발」, 뜨거움을 덜어내는 숟가락 -「숟가락」, 구름 수의를 짓는 돗바늘 -「그 여자의 이면裏面」, 무엇이나 담아내는 바가지 -「바가지」, 널 가두어 묻어 둔 널(관) -「흙마중」. 다양한 도구의 모습에 얼비치는 상처와 슬픔은 내면의 신앙심과 어우러져 새로운 사랑의 경계를 넘나든다. 지금의 내가 인생의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면? 때때로 들끓는 감정, 앞서 간 사랑 뒤에 남는 숨가쁜 슬픔은 어떻게 할까?

“아직 꺼내지 못한 기도는 무겁고/ 이미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아/ 악기통을 짊어진 그가/ 그렁그렁 하늘 우러러본다 (중략) 심장에 박힌 얼음조각 녹아 내린다/ 물 한 모금에 자신만만해진 그는/ 빛나는 희망회로/ 축축한 모서리마다/ 행복스위치를 켜둔다" - 「눈물의 모서리에 행복 스위치 -조르주 루오」 일부
저자

문옥영

충남태안출생으로1994년1월『심상心象』신인상으로등단했다.
첫시집『그리운베이커리』를내면서지영이라는필명을한동안사용했다.
5인시집『시인은다섯개의긴더듬이가있다』,공저『파성설창수문학의이해』,7인묵상집『시편얼을찾다』,두번째시집으로『웃음이라는상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추천사

1부안간힘으로

13월새벽
도구의삶
숟가락
사랑은프랙탈패턴으로
앵무조개현현(顯現)
개와늑대의시간
부르고부린다
안간힘으로
기러기발
거룩한변모
폭설


2부가까이봄

테라리움
물꽂이
벼슬
가까이봄
녹의시간
누군가있다
닭벼슬꽃
꽃다움을묻다
떠도는눈물이따뜻한슬픔에얼어붙는다
습설


3부당신을뵈옵니다

봄바람
지금
비둘기들의입맞춤
수원지에목화솜
스며들지못한빨강
동피랑먼당에서
당신을뵈옵니다
분꽃,씨앗
이슬처럼빛나는쓸쓸함으로
작고흰그말씀


4부그여자의이면(裏面)

붕어빵
그와나와검은당나귀
영혼의바코드
붉은소나무
다시건널목-트라우마
도미
암모나이트
서더리탕
지지뱅이에게
그여자의이면(裏面)


5부12월이오면

얼음땡
눈물의간격
12월이오면
흙마중
바가지
그냥
가오리
눈물의모서리에행복스위치-조르주루오
풍선몰리의사생활
야누스의달
안개,날아오르다


해설-지각(知覺)수용의실체

출판사 서평

삶의실체성을확산시키는감각의언어


문옥영시인의세번째시집『도구의삶』은기대와함께미래에대한염려가흥미로와있다.낱낱의시행들에서는현실에서발견할수없었던황홀한보석들을만날수있다.

안이비명으로가득한
쇠붙이에번지는녹이꽃이라면
가슴에박힌못은꽃줄기다

힘없이구부러져
아래로흘러내리다
위를향해엉키어버린흔적
검붉은상처가꽃잎이다
-「녹의시간」부분

인간이현실에서감당해야하는욕구는어쩌면생애의전부일수도있다.그것은삶이높은에너지를필요로하며이는욕구로충당할수있기때문이다.그러므로시인은삶의현실에서일어나는육체적정신적욕구,욕망을분명히의식하며스스로수용하기에이른다.

혀끝에서맴돌던말입안가득찬다
삼키기엔황홀하고뱉기엔더황홀한주제다
서늘한등줄기환한꽃다움이그출처다
꽃다움은꽃다움으로묻는다
더이상캐묻지않는다
낱낱의그리움과의문을흙의심장에심는다
-「꽃다움을묻다」부분

욕망의실체를수용하는주체는“삼키기엔황홀하고뱉기엔더황홀한주제”로상승된꽃의현실로발화되고있다.이지점에서꽃의의지는순화된‘꽃다운’의현실로만소유되지않는다.이일은“캐묻지않는”너그러움으로현실화시키며흙이라는인간본질의적극적실존현실로묻어두는실체를가지게한다.생명의본체인“심장에심는”행위를통해소유하려는인간욕구의부적절함을오히려“황홀한주제”로부각시킴으로서생명의실체성을“환한꽃다움”으로확산시키고있다.

-조의홍,시인,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