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지금처럼 평범하고 서툴렀던 조선시대 아버지들이 붓끝으로 전하는 이야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지금처럼 평범하고 서툴렀던 조선시대 아버지들이 붓끝으로 전하는 이야기)

$15.18
Description
도저히 남기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랑하는 내 아이에 대한 아버지의 기록
‘아버지’라는 단어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자식들에게도 그렇지만,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자리가 모호해진 지금의 아버지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아버지들은 어땠을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가족》, 《아버지의 편지》 등의 저서를 통해 꾸준히 가족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해온 한문학자 박동욱 교수가 조선시대 아버지들이 남긴 글을 모아 부연하고 자신의 소회를 덧붙인 책이다.

여기에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자식을 가진 아버지로서 느껴야 했던 감정들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시, 수필, 제문, 편지 등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낸 각양각색의 사연은 지금 이 시대 아버지들의 사연과 많이 닮아 있어 부모의 삶이 서툴고 어렵기만 한 우리에게 공감과 위로가 된다.
저자

박동욱

저자박동욱은끊임없이새로운주제를발굴하고연구하는성실한한문학자이자자식을위해열심히일하는평범한아버지다.그에게아버지는어느곳에서나능수능란하게제갈길을찾아가는,세상의모든길을아는존재였다.하지만자식을낳고나서야아버지도가보지않은길이있음을알게되었다.평범하고서투른아버지로서내아이의행복을위해무엇을해줄수있을까골몰하다가조선시대아버지들의행적을좇게되었다.그흔적을한권의책으로엮는작업끝에얻은교훈은지금,이순간아이와함께행복해야한다는것.이책을통해독자들도아이와함께하는시간의소중함을다시금느끼게된다면더할나위없이좋겠다.
성균관대국어국문학과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으며,현재한양대창의융합교육원교수다.2001년《라쁠륨》가을호에현대시로등단했다.지은책으로《가족》,《아버지의편지》(공저)등이있고,옮긴책으로《승사록,조선선비의중국강남표류기》,《북막일기》(공역)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는말

텅빈집에차마들어서지못하고이양연
더이상일기를쓸수없었네유만주
끝내들려주지못한이야기안정복
네가줬던그책을차마펴지못하네심익운
커다란돌멩이그누가내가슴에던져놓았나윤기
너를기다리며취객처럼무너진다이광사
그렇게아버지가된다채팽윤
나만기억하는슬픈죽음정약용
남은자식은너희들뿐인데정약용
내아들내가만난최고의사람김창협
얼음처럼사라지고눈길처럼지워지다홍경모
아프지않은손가락은없다채제공
두개의구슬은어디로흩어졌을까이하곤
날마다숨쉬는순간마다오광운

출판사 서평

옛아버지들이선배로서
지금이시대아버지들에게건네는위로

현대인들이사진으로자식의성장을기록하듯조선시대선비들은자식이태어난이래매순간을글로남겨두었다.이책은그기록들을모은것이다.어떤부모에게나제자식은특별한존재이므로이기록이별볼일없는흔한것이라생각할수도있지만,이책에실린조선시대선비13명의기록은그저‘자식에대한이야기’라기보다는각각아버지로서자신의인생에대해풀어놓은글로읽힌다는점에서특별하다.
조선시대의아버지들이풀어낸각양각색의사연은지금아버지들의인생과많이닮아있다.부인없이홀로자식들을키워야했던심익운의사연은싱글대디의삶을생각나게하고,가난한살림에맛있는것하나맘껏못먹여미안하다는윤기의사연에서는흙수저로태어나게해미안하다는평범한부모의마음이떠오르며,오랜유배생활로자식의성장을함께하지못한정약용의사연에서는기러기아빠의마음이그려진다.읽다보면몇몇사연에서는조선시대아버지들의목소리가마치내아버지의목소리인것처럼느껴지기도한다.아버지의길을걷고있는사람이라면흡사인생선배와아버지로서의삶에대한고민을나누는듯한느낌을받을지도모른다.

자식이처음자식이되는것처럼누구나준비없이아버지가된다.어쩌면아버지가되어진다는표현이적절할지도모르겠다.아이를낳고키우면서자식으로서가늠할수없었던부모의헌신적인사랑을복원해나가며그렇게점점아버지가되어간다.
-〈그렇게아버지가된다〉중에서(147쪽)

무엇과도바꿀수없는내아이를
품안에서떠나보내며쓴상실의기록

부모는언젠가자식을품안에서떠나보내야만한다.‘든자리는몰라도난자리는안다’는말은부모자식간에도해당되는지조선시대아버지들의기록은이별혹은상실에대한내용이대부분이다.유배를떠나야해서,새로운임지에발령을받아서,이른나이에시집장가를보내야해서등의이유로자식을품안에서떠나보낸부모가있고,어린자식을병으로세상에서영영떠나보낸부모도있다.
자식의죽음앞에아버지들은무력하기만하다.내서투름때문에아이가마지막까지더아팠던건아닌지,내가못나서더좋은약과의원을찾지못해병을고쳐주지못했던것이아닌지소용없는복기를되풀이한다.자식의죽음을받아들인후에는울음을터뜨리는일은다반사고,몇달째방에서두문불출하기도하며,꿈에아이가나오기만을빌며매일밤잠자리에든다.자식을떠나보내는부모의마음은예나지금이나다를바없다.상실을경험한부모의마음을고스란히적어내린이책은위로가필요한이시대부모들의마음을어루만져준다.

내가집안에있을때에곁에모시고앉아있을자누구이고,내가집을나설때에따라나설자누구이며,나의말을들어줄자누구이고,나의시에화답할자누구이며,내가밖에서돌아올때에말머리에서맞이할자가이제누구란말이냐.멍하니외롭게지내고실의에빠져어쩔줄모르는모습이마치썩은나무에가지가없고불꺼진재가타오르지못하는것과같으니,이와같은인생이어찌즐거울수가있겠느냐.그런데도배고프면먹을것을찾고추우면옷을찾고병이들면약을찾아구차히1년의세월동안수명을연장해왔으니,심하다,나의무딤이여.
-김창협,〈죽은아들의소상때에쓴제문[亡兒初朞祭文]〉중에서(203쪽)

선비라는이름뒤에가려졌던
조선의‘자식바보’아버지들의모습

이책에등장하는선비들중에는유명한문사나뛰어난학자가많다.수많은저작으로우리에게익숙한정약용,조선최고의문인을꼽을때면빠지지않는김창협,조선시대인상적인시인중한사람으로꼽히는이양연등이그들이다.조선이라는유교사회에서이름을드날렸던선비들의위엄과권위를생각하면그들은꼭자식에게도무뚝뚝하기그지없었을것같다.그러나이책을통해살펴본선비들의모습은기존에알려졌던것과많이다르다.
채팽윤은자식을너무사랑하여싸고돌기만하느라버릇없이자란아이때문에친구들에게타박맞곤했고,윤기는시집간지얼마안돼남편을잃었다는딸의소식에사위의불쌍함은뒷전이고졸지에청상과부가된딸걱정만늘어놓는다.김창협은‘내가만난사람중에최고였던너’라는말로자신의아이를표현할정도다.한편어린나이에장가드는자식에게는‘부부사이가성에만집착할때의폐해는적지않다’며정욕을경계할것을이르는안정복같은아버지도있는데,성에관련된이야기는오늘날부모자식간에도나누기힘든주제임을생각해보면꽤나흥미롭다.이처럼예의와체통을내던진조선시대선비들의‘자식바보’면모는우리에게친근한미소를짓게한다.

너는나면서부터총명하고영특하여보통아이들과매우달랐고자라서는준수한풍채가옥산(玉山)처럼빼어났으니,옛날의이른바‘뜰의지란[芝蘭]’이라는것도너에게비교할수는없었다.게다가정직한심사,해맑은흉금,활달한기상,강개한지조와절개는더욱쇠한세상의사람들과같지않았으니,내가50년동안세상을살며많은사람을보아왔지만너같은사람은거의보지못했다.
-김창협,〈죽은아들의생일에쓴제문[亡兒生日祭文]〉중에서(1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