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생의 섬, 연암의 아나키즘 (강명관의 파격적인 허생 강독)

허생의 섬, 연암의 아나키즘 (강명관의 파격적인 허생 강독)

$20.27
Description
우리가 알지 못했던 《허생》의 진면목을 밝힌다!
연암 박지원을 실학자이자 북학파의 영수로 바라보며 《열하일기》에 수록된 고전소설 《허생》을 통해 시대착오적인 북벌론과 화이론을 비판하고, 실학·북학·상업·무역 등을 지지했다는 분석이나 조선 후기 사회가 스스로 자본주의적 근대로 나아갔다는 ‘내재적 발전론’의 단초를 찾는 학자들이 있다. 이들의 말처럼 《허생》은 정말 실학과 상업주의를 주장한 작품, 자본주의의 맹아를 담은 작품일까?

다른 학자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색다른 주제를 연구하고, 학계의 정설과는 다른 주장을 선보이기로 유명한 강명관 교수는 『허생의 섬, 연암의 아나키즘』에서 《허생》이 실학과 상업주의, 자본주의적 근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파격적인 답을 내놓는다. 실제로 연암은 《북학의》 서문 등에서 특별히 상업을 장려하자는 주장이 아닌, 물화의 유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수준의 주장을 했고, 연암의 아들 박종채가 쓴 《과정록》에 따르면 연암은 상인을 ‘천한 직업’이라고 이야기했다.

저자는 이처럼 텍스트 안팎에서 다양한 근거들을 찾아내어 《허생》에서 상업주의를 찾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며 실학파·북학파를 지우고 동시대의 콘텍스트 속에서 진짜 허생을 읽어내고자 한다. 18세기 조선의 현실, 연암의 방대한 사유, 《열하일기》 집필 배경 등을 조망하며 《허생》의 진정한 의미는 《허생》이 실린 《옥갑야화》의 맥락 속에서 오롯이 드러나기에 《옥갑야화》전체를 강독하고 그 내용을 자세히 살폈다.
저자

강명관

저자강명관은텍스트에대한엄밀한분석과날카로운해석으로고전과역사의이면을보여주는귀한한문학자.주로공부방책주산실(冊酒山室)에서읽고쓰는일을한다.그는종종학계의정설이나기존연구를뒤집는색다른이야기를내놓는다.실학이성리학안에서이루어지는개혁안일뿐이라는입장,조선에서가장독창적이라평가받는연암의텍스트에서명나라공안파의사유를찾아낸연구등은학계에큰파장을일으키며새로운담론을이끌어냈다.역사적맥락과당대지식의지형도를바탕으로고정관념에매몰되지않고텍스트를톺아보는그의사유덕분에우리는훨씬다양하고풍부한조선시대의풍경을만날수있다.
부산대학교한문학과교수로있다.2008년제8회지훈국학상,2010년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간행물문화대상을수상했다.지은책으로《조선후기여항문학연구》,《조선의뒷골목풍경》,《공안파와조선후기한문학》,《농암잡지평석》,《책벌레들조선을만들다》,《열녀의탄생》,《그림으로읽는조선여성의역사》,《조선에온서양물건들》,《신태영의이혼소송1704~1713》,《독서한담》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들어가는말〈허생〉은무엇을이야기하는가

1장연암의연행과《열하일기》그리고〈옥갑야화〉
2장〈옥갑야화〉서두의6화―화폐에선행하는가치들
3장〈허생〉앞부분―허생의섬,연암의아나키즘
4장〈허생〉뒷부분―현실로돌아오다
5장〈후지〉1―조계원을통해거듭북벌을비판하다
6장〈후지〉2―이야기출처은폐를위한또다른책략
7장〈차수평어〉―박제가의〈허생〉비평
8장조선후기지식인이꿈꾼각기다른세상

나가는말지금-이곳과허생의섬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1.〈허생〉은정말실학과상업주의를이야기하는가
근대적시각의독법에문제를제기하다

한국인이라면누구나알고있는고전소설〈허생〉.연암의《열하일기(熱河日記)》에수록된이작품은과거고등학교국정국어교과서에수록되었고,지금도독과점이나사재기에관한뉴스와함께단골로언급된다.내용과함께〈허생〉의주제또한널리알려졌다.〈허생〉에관한일반적인작품해설은다음과같다.허생은변부자에게돈을빌려과일과말총을사재기해큰돈을버는데,이는고작1만금에좌우되는조선후기의취약한경제구조를드러낸다.이야기뒷부분에서허생이북벌을실현하기위한세가지계책을제안하지만정승이완은그것을받아들이지못하는데,이는조선지배층의무능과허위의식을폭로한다.
〈허생〉에관한이러한설명은연암을실학자이자북학파의영수로바라보는관점과깊은관련이있다.즉연암이〈허생〉을통해시대착오적인북벌론과화이론을비판하고,실학·북학·상업·무역등을지지했다는분석이다.이를바탕으로〈허생〉에서조선후기사회가스스로자본주의적근대로나아갔다는‘내재적발전론’의단초를찾는학자들도있다.그런데〈허생〉은정말실학과상업주의를주장한작품,자본주의의맹아를담은작품인가?이책《허생의섬,연암의아나키즘》은〈허생〉이실학과상업주의,자본주의적근대와는전혀관련이없다는파격적인답을내놓는다.
허생은과일과말총을독점하여막대한이익을얻지만,그돈을소유하거나더큰돈을벌고자하지는않는다.오히려나라의군도들을무인도로옮기고변부자에게빌린돈을갚을뿐이다.심지어배를모두불태워무역할수없는고립된섬을만들고필요없는돈을바다에버리기도한다.상업과무역을중시한다면이런행동을할수있을까?실제로연암은《북학의》서문등에서특별히상업을장려하자는주장이아닌,물화의유통이자연스럽게이루어져야한다는수준의주장을한다.연암의아들박종채가쓴《과정록(過庭錄)》에따르면연암은상인을‘천한직업’이라고이야기한다.저자는이처럼텍스트안팎에서다양한근거들을찾아내어〈허생〉에서상업주의를찾는것은잘못이라고말한다.그리고반문한다.지금까지우리는〈허생〉을실학이라는틀에맞춰해석해온것이아닌가?실학이라는개념을지우고동시대의맥락에서〈허생〉은어떤의미를갖는가?

〈허생〉에대한연구물역시풍부하게축적되어있다.다만수많은논고의해석은일정한범위를벗어나지않을것이다.말하자면그것은‘실학’혹은‘실학자’박지원을중심으로하여그주변에화이론과북벌론비판,북학,농업이아닌상업과무역에대한지지,벌열권력에대한비판등의해석을배치하는것이다.이른바‘실학’을중심으로방사형으로배치된여러해석은‘자본주의적근대’로수렴될것이다.(중략)나의생각은다르다.〈허생〉에서어떤논리를동원하더라도자본주의적근대를읽어낼수없다는것이다.달리말해이작품은‘내재적근대’를포함하고있는것이아니다.
_〈머리말〉중에서(6~7쪽)

2.강명관,연암에대한파격적독해로‘진짜허생’을찾아내다
실학파·북학파를지우고동시대의콘텍스트속에서읽다

이책의저자강명관교수는다른학자들이주목하지않았던색다른주제를연구하고,학계의정설과는다른주장을선보이기로유명하다.고전과역사에관한엄밀한독해를바탕으로새로운담론을만들어온그가이번에는〈허생〉을꼼꼼하게분석했다.〈허생〉의진정한의미는〈허생〉이실린〈옥갑야화〉의맥락속에서오롯이드러나기에,〈옥갑야화〉전체를강독하고그내용을자세히살폈다.동시에저자는〈허생〉이쓰인18세기조선의현실,연암의방대한사유,《열하일기》집필배경등을조망하며우리가알지못했던〈허생〉의진면목을밝힌다.
〈옥갑야화〉에는총일곱편의이야기가수록되어있는데,이중〈허생〉은제일마지막에소개된다.〈허생〉에앞서등장하는이야기는보상을바라지않고죽을위기에놓인조선인역관을도운중국상인,옛주인의은혜에보답하기위해그의손자에게재산을나눠준부자등으로,모두돈보다생명,윤리,공적이익,인간관계등의가치를추구했던사람들의이야기다.연암은이이야기들을통해당시화폐로인한경제변화가부작용을일으키고있다고경고하는한편,화폐에선행하는가치들이있음을말한다.연암은의도적으로이이야기들을서두에배치하여〈허생〉과함께작품전체의주제를만들어냈다.
저자는이같은〈옥갑야화〉와연암에대한독해에서더나아가텍스트를실마리삼아당대사회·경제상을읽을수있는방대한사료를확인하며조선의현실을분석한다.〈옥갑야화〉서두의이야기들을통해연암이화폐경제의발달에따른부작용을경계했음을발견하고,이것이16~18세기동아시아의은경제,조선의역관무역,상평통보의유통등과긴요하게연관되어있음을밝힌다.당대조선사회에대한철저한연구를바탕으로텍스트와현실을넘나들며펼쳐지는저자의파격적인허생강독을따라가다보면어느새연암이〈허생〉을통해꿈꾼세상이선명하게드러나기시작한다.

중국상인의신의를저버린역관의행위는어떻게가능한것이었던가.그것은예외적이거나돌발적사건이아니라,역관의어떤속성을예각화해서반영한것으로보인다.(중략)이런유형의인간은경제적이익을최선의가치로생각하는역관특유의성격이연장된것이다.후술하겠지만17세기후반중계무역에서얻은은을기반으로법화인상평통보가유통되기시작한것역시17세기중반까지화폐를통한재산축적의경험이없었던조선사회에큰변화를불러일으켰다.조선은무역혹은상업그리고화폐자체를통해다시화폐를축적하는인간부류를탄생시켰던것인데,그런새로운변화의맨앞에선부류가역관이었던셈이다.대다수의사람이여전히자급적농업에종사하고있을때그들만은은과화폐가강처럼흐르는화폐경제의흐름속에있었다.이런사회적변화앞에서연암은중국주고의행위에묻어있던금전적이익으로환원될수없는가치,생명과가족같은것에대해서말하고있는것으로보인다.
_〈2장〈옥갑야화〉서두의6화―화폐에선행하는가치들〉중에서(69~72쪽)

연암은이런변화를예민하게의식했던것으로보인다.화폐로인한경제적변화에맞서화폐에선행하는가치가있다는것,또한편그것이당위여야한다고생각했던것이분명하다.(중략)그가치는윤리일수도있고신의일수도있고생명일수도있다.그것은경제가전면화한사회가아니라,경제가다른가치에종속되는사회여야함을의미하는것일터이다.곧화폐에선행하는가치들의존재와당위를말하고자했던것으로보인다.그렇다면화폐에선행하는사회는자신을재구성하려는화폐의권력에구체적으로어떻게대응할것인가.연암이구상한사회의모습은어떤것이었던가.
_〈2장〈옥갑야화〉서두의6화―화폐에선행하는가치들〉중에서(106쪽)

3.연암,아나키즘을꿈꾸다!
‘허생의섬’은몽상이아니라새로운가능성이다

〈허생〉에대한면밀한독해끝에저자가발견한것은무소유,공유,국가없는사회에대한연암의상상력이다.허생은군도들을사람이살지않는격리된섬으로데려간다.당시조선민중에게무인도는국가권력이나사족체제의압제에서벗어나길염원하며꿈꿨던해방공간이었다.이곳에서허생은자급하는소농의사회를만든다.민중에게토지를빼앗는사족체제와는달리허생의섬에는지배자가없으며모두가토지를공유한다.연암이만든허생의섬은바로국가와양반에게착취당하며살았던조선후기민중이바라던유토피아였다.
조선최고명문가출신인연암이꿈꾼사회가권력이없는공동체라는점은아이러니하다.하지만반대로허생의섬은기존사족체제의모순을가장가까이에서확인했던그이기에상상할수있었던공간이기도하다.비록민중스스로의힘으로만들어낸공간은아니지만,연암은〈허생〉을통해민중이바랐던섬을구현하고그들을초대한다.이책을읽는독자들은연암이꿈꾼허생의섬을확인하는동시에,우리에게허생의섬은어떤모습일지생각해보게될것이다.우리는화폐와소비가유일한가치로자리잡은현대사회에서새로운허생의섬을상상할수있을까?

〈허생〉에대한재래의해석이내장하고있는욕망은근대의완성,달리말하자면국가-자본의권력이온전하게관철되는사회의구성이다.‘서구의근대’로해독된조선후기사에서조선은언제나국가-자본이결핍된상태로존재한다.하지만지금의대한민국에서국가-자본은지나치게충족되고있다.지금-이곳은국가-자본권력의결핍이아닌충족으로,미완성이아닌완성으로인해사회가붕괴되고인간의삶이파괴된다.허생의섬을닿을수없는몽상으로해석하여한계로단정할것이아니라,거기서새로운가능성을읽어낼필요가있을것이다.
_〈들어가는말〈허생〉은무엇을이야기하는가〉중에서(19~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