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촛불’과‘미투’이후,여성에게더나은논쟁은무엇인가
?촛불과미투이후의여성주의언어
여성이세상을새롭게바라보고있다.SNS의‘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와‘○○내성폭력’해시태그,강남역살인사건,미투운동등은여성이일상적으로폭력에노출되어있는우리사회의모습을적나라하게보여주었다.불평등사회·성폭력사회를인식한여성은자신의경험을말하고,다른여성의목소리에귀기울이고,서로의이야기에공감했다.이제여성은다양한강연과세미나를통해페미니즘을접하며,‘여성’자신과여성을둘러싼세상에대해공부한다.서점가에서도페미니즘은일시적인열풍을넘어,독자들에게가장큰관심을받는분야로성장했다.여성이새로운눈,페미니즘의눈으로세상을바라보기시작한것이다.
하지만페미니즘의눈으로세상을바라본이후여성은더큰문제에직면한다.성차별적인젠더구조를유지하는사회에서,척박한삶의조건을강요받는상황에서어떻게그문제에대응해야할까?어떤언어와목소리로나와세상을이야기할수있을까?이책《더나은논쟁을할권리》는이렇게질문하는독자들을위해쓰였다.이책의저자들은계몽의다음순간,페미니즘의눈으로세상을바라보기시작한다음날떠올리는질문과고민을살펴본다.이들은한국사회의다양한젠더이슈들을면밀히분석하고이에대한비판적개입,‘페미니스트크리틱’을시도한다.그리고이과정에서가부장적사유와규범에대한비판만이아니라,기존페미니즘의틀과논리의한계까지파고들어새로운문제제기와논쟁을선보인다.
강남역사건이후여성들은희생자와자신을동일시하면서한국사회에서여성으로산다는상황의취약성,언제든지혐오와성적욕망의대상이될수있는타자로서의위치성을자각했다.그리고여성으로서삶의경험에대한사회적역사적이해와해석을추구하기시작했다.주변인으로,타자로자신을인식하고동시에다른여성과타자로서동일시하게되는경험은대단한계몽의순간이다.
그러나계몽의순간이‘앎’의끝은아니다.그다음순간에제기되는질문은최초에제기되었던질문과경합하고,또질문들끼리맞물려더이상문제가해결되지않는교착상태에빠지기도한다.……이책에실린글들은한국사회에서여성들의상황과젠더권력관계의절합을드러내면서새로운문제제기방식,‘더나은해결’을위한논쟁,이론화방식을모색하기위해쓰였다.이를위해필자들은현재여성들이직면한이슈에접근하기위해서는젠더에관한기존의시각,사유방식과문제제기의틀자체가변화되어야함을제안한다.
-김은실,〈머리말〉중에서(4~5쪽)
2.페미니즘연구의최전선과지금-여기의여성이만나다
?김은실,정희진,권김현영,김주희등가장주목받는페미니즘학자들의목소리
한국페미니즘의미래를전망하기위해9명의여성학자가뭉쳤다.김은실,권김현영,김신현경,김애라,김주희,민가영,서정애,이해응,정희진등이책의저자들은우리사회의대표적인페미니즘학자로,각주제를20년이상깊이연구해온전문가들이다.편저자인이화여대여성학과김은실교수는1995년부터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여성학과에서재직하며무수한페미니즘연구프로젝트를수행하고,다양한페미니즘담론을만들어냈다.특히‘또하나의문화’동인들과함께한탈식민주의연구,민족/국가담론의틀이어떻게여성을‘부분’으로위치시키는지를논의한〈민족담론과여성〉등은한국페미니즘의패러다임을바꾼혁신적연구였으며,지금까지학제를막론하고끊임없이인용되고있다.이책의다른저자들은모두김은실교수의제자로,그의지도하에석사과정과박사과정을이수했다.
한국페미니즘의최전선에서치열하게논쟁하고담론을만들어온저자들은이책을통해페미니즘의언어로자신을표현하고자하는여성들의목소리에응답한다.이들은페미니즘연구가어떻게새로운여성독자집단과소통할수있을지,페미니스트연구자가어떤방식으로여성의현실에개입할수있을지를끊임없이고민하며지금-여기를살고있는여성의삶과경험을설명한다.
하지만이책은동시에한국사회의젠더를이론화하며,‘더나은해결’을위한논쟁,문제제기방식,논의방식을모색한다.주로가부장사회의남성중심성과차별적구조를분석했던기존페미니즘연구경향에서한발더나아가,신자유주의가가부장적젠더관계를어떻게변화시키는지를파헤친다.신자유주의시장,경제화된국가는계급,연령,국가,지역,인종,섹슈얼리티,교육,외모,법등다양한조건들과재조합된새로운젠더권력체계를만들어낸다.그렇다면신자유주의체제가도래한한국사회의젠더체계는실제로어떻게달라졌는가?그시대를사는한국여성의삶은어떤모습이고,그들은어떤문제를겪고있는가?
3.한국페미니즘연구자가‘한국’의페미니즘을말하다
?서구의이론이아닌로컬의문제의식을담다
이책이다루는주제는다양하다.성폭력폭로이후피해자가겪는문제,여성의입대를둘러싼논쟁,성매매여성의소비,10대가출여성의자기보호,걸그룹을바라보는대중의심리,10대여성의디지털노동,저출산담론의접근방식,이주여성의이름등이다.다양한주제를다루지만이글들은모두한국사회의젠더정치에대한기존사유방식과문제화의틀변화를요구한다.
예를들어1장〈성폭력폭로이후의새로운문제,피해자화를넘어〉에서권김현영은우리사회에서성폭력피해자가어떻게인식되었는지분석한다.성폭력피해자는사건당사자이자사회의변화를요구하는사람이지만,기존의틀에서피해자는고통의담지자에머물기를요구받는다.권김현영은성폭력피해자에게피해자다움을강요하고,오직피해자의고통에만초점을맞추는현실을비판한다.그리고피해자의고통이만들어진상황과조건을개선하자고제안한다.정희진은2장〈여성이군대가면평등해질까:신자유주의시대의병역과젠더〉에서평등해지려면여성도군대에가야한다는주장이면의문제를살펴본다.양성평등차원에서여성도군대를가야한다는말은신자유주의시대한국사회의젠더와계급차이를은폐하고있다고분석하며,성평등을병역과연결하는남성중심적사고를버려야한다고이야기한다.이밖에도아이유의《챗셔》논란을통해여자아이돌의이미지와이에대한대중감정을살펴보는김신현경의〈여자아이돌/걸그룹과샤덴프로이데:아이유의《챗셔》논란다시읽기〉,저출산문제를인구위기의관점에서접근하는정책의맹점을드러내는서정애의〈저출산담론과젠더:여성주의비판과재해석〉등이책에는한국의로컬페미니즘연구자만이들려줄수있는이곳의생생한이야기가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