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꽃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의 끝나지 않은 미술 수업)

못다 핀 꽃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의 끝나지 않은 미술 수업)

$17.00
Description
하얀 캔버스 앞에서 과거와 마주하며 감춰두었던 깊은 상처와 간절한 염원을 그림으로 쏟아내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5년 동안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했던 미술 수업 이야기를 담은 『못다 핀 꽃』. 할머니들의 첫 미술 선생이었던 저자가 할머니들과 함께했던 미술 수업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상처투성이의 할머니들이 고통을 딛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열정을 불태웠던 순간을 전하고자 한다.

미대를 막 졸업했던 1993년 2월 중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이 함께 모여 사는 나눔의 집을 찾은 저자는 자신이 가진 미술이라는 도구로 할머니들이 스스로 변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할머니 학생들이나 미술 선생이나 초짜였던지라 느리지만 꾸준히 오랜 시간 미술 수업을 이어갔다.

초기 미술 수업은 특별한 목적 없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하나의 소일거리였다. 하지만 몇 년의 노력 끝에 할머니들은 그림을 그리는 데 마음을 붙이며, 당신들이 가슴속에 감춰두었던 상처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저자와 할머니들과의 서먹했던 첫 만남부터 난생 처음 붓을 잡아본 할머니들의 순탄치 않았던 그림 배우기 과정, 할머니들이 그림을 통해 자신들의 상처와 마주하고자 노력한 모습들이 차분하고 담담하게 기록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할머니들의 마음속에 갇혀 있던 이야기는 그림을 통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던 공포의 기억, 홀로 고독을 버텨내던 힘을 그림에 쏟아 부으며 진정한 자아실현의 기회를 가졌고,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 많은 사회적 관심과 인정을 받았다. 할머니들이 남긴 그림은 지금도 할머니들의 상처와 비극적인 역사를 안은 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아직 끝나지 않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통해 할머니들의 용기와 마지막 숨결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저자

이경신

저자이경신
홍익대학교회화과를졸업하고1993년부터5년동안나눔의집에거주하는일본군성노예제피해자할머니들과미술수업을진행하며,세대를뛰어넘는따뜻한우정을쌓았다.국내외에서할머니들의그림전시회를열고일본군성노예제문제를알리는데일조했다.할머니들과의미술수업을계기로인하대학교미술교육대학원에서정신질환환자의미술치료가능성에대해공부했고,?이러한경험은자연스레미술의공공적·사회적순기능에대한관심으로이어져이후국내이주여성들을대상으로한미술치료수업을진행해왔다.일본군성노예제를주제로한그림을다수그렸으며,현재도그림을그리며한국·일본·독일등에서다수의전시회를열고있다.

목차

책을펴내며

우연
눈빛
떨리는손
시험관계
할머니미술반
고독한열정
감춰진상처
지속되는고통
새로운시도
붉은입술
일편단심
낯섦
변화
고향
나쁜손
뒷모습
그림사과사건
빤스하나입히라
그때그곳에서
호기심
공출된어린시절
악몽
잡동사니
박옥련행님
만남
목욕하는처녀들
끌려감
책임자를처벌하라
전시회
마지막수업
새가된강덕경할머니

에필로그늦게핀꽃

출판사 서평

1993년,일본군성노예제피해자할머니들의미술수업이시작되다.
할머니들의첫미술선생이들려주는치유와회복,감동의미술수업이야기


어눌한선으로그려진꽃들과얼굴을가린채울고있는소녀,삐뚤빼뚤한군인들의모습은마치아이들이그린것처럼보이지만그안에숨겨져있는영혼의떨림과마주하면쉬이외면할수없는그림들,바로일본군성노예제피해자들이그린그림이다.
이책은1993년부터1997년까지5년동안할머니들의‘첫미술선생’이었던저자가일본군성노예제피해자할머니들과함께했던미술수업이야기다.할머니들과의서먹했던첫만남부터난생처음붓을잡아본할머니들의순탄치않았던그림배우기과정,할머니들이그림을통해자신들의상처와마주하고자노력한모습들을차분하고담담하게기록했다.고강덕경할머니의〈빼앗긴순정〉과〈책임자를처벌하라〉,고김순덕할머니의〈못다핀꽃〉과〈끌려감〉등이미잘알려진그림들이어떻게그려지게되었는지그배경과숨은이야기를읽고나면,그림의울림은배로다가온다.
온갖망설임과떨림을이겨내고하얀캔버스앞에서과거와마주한할머니들.그리고긴세월감춰두었던깊은상처와간절한염원을그림으로쏟아내던순간,할머니들은그누구보다밝고맑게빛났다.지독하고끔찍한고통과분노,좌절과외로움속에서살아온할머니들이‘일본군성노예제피해자’라는이름의굴레를벗어나새로움삶에도전하며생을마감할때까지열정을불태웠던순간들을통해할머니들의용기와마지막숨결을생생히느낄수있을것이다.

1.1993년,일본군성노예제피해자할머니들의첫미술수업이시작되다.
―초짜‘미술선생’과할머니학생들의미술수업이야기


1993년초,저자이경신은미술대학을졸업하고인생의의미를찾아방황하고있었다.그러던중우연히대학시절신문에서본김학순할머니의결연한의지로가득차있던눈빛을떠올리고,자원봉사자로일본군성노예제피해자할머니들이함께모여사는나눔의집을찾았다.그리고자신이가진‘미술’이라는도구로할머니들이스스로변화하는계기를만들었다.
난생처음붓을잡아본할머니들이그림을배우는과정은쉽지않았다.할머니학생들이나미술선생이나‘초짜’였던지라느리지만꾸준히오랜시간미술수업을이어갔다.초기미술수업은특별한목적없이,일상의소소한즐거움을느끼기위한하나의소일거리였다.하지만몇년의노력끝에할머니들은그림을그리는데마음을붙이며,당신들이가슴속에감춰두었던상처에조금씩다가갈수있었다.
저자는미술수업을하면서가장힘들었던일은할머니들의상처를그림으로끌어내는것이었다고한다.미술선생이어찌할바를모르고혼자고민하고있을때,할머니들은서로에게영향을주며수업을이끌어갔다.이용수할머니의적극적인심상표현그림에강덕경할머니가자극을받아자신의이야기를그림으로쏟아내기시작했다.그런강덕경할머니를보며김순덕할머니도분발했고,나중에는이용녀할머니까지합세했다.그렇게할머니들은같은아픔과상처를가진동료로서,함께싸우는동지로서,그리고선의의경쟁자로서서로응원하고격려하며그림을통해스스로상처를치유하고절망에서벗어나새로운삶을살게된것이다.
할머니들과의미술수업이끝난20년이지난지금도저자이경신은‘할머니들의미술선생’이라불린다.미술수업을시작한인연때문이기도하지만,할머니들이자신들의상처를그림으로그려내기까지옆에서응원하며노력한때문일것이다.이책은할머니들의이야기가아직끝나지않았음을강조한다.할머니들이남긴그림은지금도할머니들의상처와비극적인역사를안은채,일본군성노예제문제가아직해결되지않았음을말해주기때문이다.

2.일본군성노예제피해자들의고통과염원이그림으로피어나다
―그림이된할머니들의상처,그치유와회복의이야기


미술수업이거듭되고할머니들과보내는시간이많아지면서서로익숙해지자,할머니들의결코치유될수없는상처들이드러나기시작했다.잦은다툼과알코올중독,수집증,불면증,우울증등정신적문제는물론오랫동안앓아온부인과질병과노환으로인한각종병으로매일한움큼씩약을삼켜야했다.저자는그런할머니들이그림그리기를통해자신의상처와마주함으로써가슴속에꼭꼭묻어둔고통과분노를조금이나마덜어내길바랐다.쉽지않았지만할머니들은과거의상처와고통,두려움과외로움을도화지위에마구쏟아냈다.

처음그출발선을출발한것은이용수할머니였다.할머니들이자신의감정과과거의상처를드러내기를꺼려할때,외향적인이용수할머니는심상표현수업에서자신의감정을솔직하고명확하게드러냈다.첫심상표현수업에서〈내마음별과같이〉,〈무지개붉은입술〉,〈복잡한심정〉,〈청춘〉을잇따라그리면서다른할머니들에게큰영향을미쳤고,미술수업이한단계발전하는데기여했다.
강덕경할머니도이용수할머니를보고용기를내기시작했다.강덕경할머니는미술수업에가장열정적으로참여했다.할머니일생에서알지못했던그림에대한관심과호기심으로그림그리기에깊이빠져들었다.할머니는자유로이하늘을나는새를동경했는데,그래서인지할머니의그림에는새가많이등장한다.일본군을공격하는것도,해방의소식을전해주는것도,평화와희망의상징으로도새를그려넣었다.〈빼앗긴순정〉과〈책임자를처벌하라〉는일본군성노예제문제의본질을드러내고,무책임한일본정부를강력히비판하는그림으로널리알려져있다.
그림에자신이없던김순덕할머니는자신의실력을못마땅해했지만,꾸준하고성실하게미술수업에참여했다.그결과할머니만의단순하면서도순박한느낌의선을만들어내며〈그때그곳에서〉,〈끌려감〉등많은그림은그렸다.그중에서도〈못다핀꽃〉은어린시절일본군에끌려간피해자할머니들을대변하는상징이되어,슬픈아름다움과애잔한정서로큰감동을준다.
이용녀(1926~2013)할머니는대범하고활달한성격답게머뭇거리지않고시원시원하게그림을그렸다.관찰력도좋아그리는대상의특징을잘잡아냈다.초기데생작품인〈자화상〉에서이러한할머니의장점이잘드러난다.자신들의이야기를그림으로그려내는다른할머니들에게영향을받아〈끌려가는조선처녀〉,〈목욕하는처녀들〉등의그림을남겼다.

할머니들은상처를쏟아낸마음속빈자리에당신들의인생에서처음으로맛보는뿌듯한설렘과흥분,만족감같은희망들을채워넣었다.그림을그린다고해서과거일어난일을되돌릴수도없고,그상처또한없어질수도없다.하지만할머니들에게그림그리기는외면해온고통을마주하고견딜수있는힘을기르는한방편이되었다.
피해자의고통스러운자기기록이자자기회복의원동력이된그림그리기는일본군성노예제피해자운동의하나의분기점이되었음이분명하다.이는비단일본군성노예제피해자문제뿐아니라전쟁과각종폭력에희생된피해자문제에서고통을기록하고스스로회복하는힘을어떻게만들어갈수있는지하나의예를보여준다는점에서도의미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