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보폭만큼세계는진보했다!
《유토피아》를쓴토머스모어는영국의대법관이었지만신념을굽히지않아반역죄로처형당했다.1649년영국법원은최고권력자국왕에게반역죄를판결해찰스1세를참수했다.프랑스장교드레퓌스는독일군의스파이라는누명을쓰고두번의재심끝에무죄를선고받았다.이미100여년전에노동자의최대노동시간을법으로규제하는문제를다룬‘로크너재판’이열렸다.판결의무게만큼세계사적진보의폭은컸다.소크라테스재판부터미란다재판까지세계를뒤흔든세기의재판을만난다.
1.‘판사의눈’으로세계사적판결을다시읽는다
-지금다시꺼내보아야할,이유있는판결
그동안세기의재판을소개한여러책이있었다.이들책에도장점이있지만사건을고르고서술하는데한쪽으로치우치거나흥미위주로쓴것이많고,우리사회와관련지어평가한것은미흡한편이었다.이책은30여년간재판을해온판사의눈으로고전처럼오랫동안인류에게곱씹어볼가치를남긴역사적재판들을가려뽑았고,그재판에우리현실을투영해보고자했다.우리는어떤재판에대해“○○는~재판으로결국목숨을잃었다.(또는)벌을받았다.”정도만기억하기에그들이‘어떤죄목으로’‘왜’죽어갔는지재판정을확대해들여다볼기회는적었다.당대의현실은물론방대한법까지알아야하기에들여다볼엄두를내지못한것이기도했다.이책은현직판사의글이라는점에서그저역사속재판이야기를소개하는것에서그치지않고,법조실무자의눈으로오늘날의시각에서재판을적극적으로해석하려는점이눈길을끈다.교양으로읽는독자이든,현직법조인이든,법을만나고다루는사람들이라면누구라도재판이사회와상호관계속에서성찰되어야한다는점을깨닫게한다.
이책에서는고대아테네부터현대미국까지사회적상황과갈등이잘드러나는재판사건을선정했다.선정된재판에는정치적(카틸리나재판,찰스1세재판,마버리재판),경제적(로크너재판),사회적(소크라테스재판,드레퓌스재판,아이히만재판,미란다재판),문화적(드레드스콧재판,브라운재판),종교적(토머스모어재판,갈릴레오갈릴레이재판,세일럼의마녀재판),젠더적(마르탱게르재판,팽크허스트재판)갈등과분쟁이두루포함되어있다.이재판들에서사회적대립과갈등이집약적으로드러나거나폭발했고,재판후에논쟁과평가를거쳐해결되었거나새로운방안을찾게되었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
-‘머리말’중에서
2.법정밖으로나와세상을바꾼세기의판결들
-역사속‘좋은재판’과‘나쁜재판’을통해오늘을성찰하다
역사적판결들이오늘날의시각으로봐도모두올바른판결일까?그재판의이면에숨겨진또다른진실은무엇일까?영국여성참정권운동의대모인‘팽크허스트재판’의경우,목적달성을위해다소과격한시위를벌인것에대해서는유죄(법적위법성)일것이나,그의행동이20세기에민주주의가뿌리내리는데크게기여한것(사회적정당성)은분명하다.또한,검사출신에다보수주의자였던얼워런은연방대법원장이되고서는대법원의개혁을이끌며인권을보호하는진보적판결을내렸다.특히‘브라운재판’은미국의오랜인종차별관행을깨는신호탄이되었다.사회심리학적자료와연구를참고로판결을내렸으며,사법부가사회정책에깊이관여해서‘사법혁명’으로도불린다.양심을걸고판결을내린판사들의노력에도박수를보내야할것이다.
한편,이책에서는역사에길이남을정의로운재판뿐아니라아무런죄가없는데도억울하게재판받은사람도소개하고있다.역사적오판을살펴보면서고인을기리고,오판이반복되지않도록그원인을되새겨보는기회를얻고자했다.역사적인평가와더불어재판에서지켜지지않았거나새로정립된법과재판의원리와원칙은무엇인지도살펴보았다.한마디로이책이뽑은재판의주제는‘법치주의는무엇이고,자유와인권과민주주의는어떻게퍼져나갈수있었는가’라고말할수있다.오늘도재판은계속되고역사에기록되어남는다.당신이이세기적법정에선재판관이라면,과연어떤판결을내릴것인가?
토머스모어재판(1535,잉글랜드)/토머스모어는반역죄를저질렀는가?/유죄,사형
-양심의자유는어떻게보장되어야하는가?
-지식인의정치참여는바람직한가?
세일럼의마녀재판(1692,미국)/마녀는실제로존재하며마법을부려아이들을괴롭히는가?/유죄31명(19명사형),1명압사,17명재판중사망
-개인이나소수자집단에대한마녀사냥은왜,어떻게일어나는가?
-마녀사냥과사법제도는어떤관계에있는가?
브라운재판(1954,미국)/공립학교에서흑인학생과백인학생을분리하는것은정당한가?/위헌
-인종에따른차별과불평등은어떻게극복될수있는가?
-사법부가적극적으로사회개혁을추진하는것은바람직한가?
3.역사의법정에서바라본우리사회
-우리‘사법’이나아가야할길
이책에서소개하는세계사적재판을읽으면서도,독자의관심은우리현실에있을것이다.다른나라재판을거울삼아우리를되돌아보는안목이필요하다.최고권력자를처단하는‘찰스1세재판’을보면당시상황이최근우리사회의촛불혁명과많이닮았다.무엇보다법을통해시민이무능하고횡포한권력자를끌어내리는경험을했다는것이중요하다.노동자의최대노동시간을법으로규제하는문제를다룬‘로크너재판’을보면이미100여년전에노동문제에관해깊이있는논쟁을벌였다는점을알수있다.이판결이내려지고40여년후1938년미국에서는하루8시간,주40시간으로노동시간을제한했다.주40시간(최대52시간)노동시대를이제야맞는우리사회에서타산지석으로삼을사례를충분히찾아사회갈등을최소화해야할것이다.또한,‘드레퓌스재판’을통해과거사사건에대한재심의어려움을실감할수있다.우리사회에도‘강기훈유서대필조작사건’,‘익산약촌오거리살인사건’처럼재심을통해판결을바로잡은일이있었다.하지만매우드문일이고,개별변호사의노력에의존해서는오판을바로잡기힘들다.사법발전을위해피해자구제를위한공식적인기관이나구제책이마련되어야할것이다.완벽한재판은없다.하지만나쁜재판은시간이지나면그민낯을드러내기마련이다.‘사법’이라는소중한배가좌초하지않도록그어느때보다성숙한시민의식이필요하다.
미국에서는각종인권단체와시민단체가의회의입법과정과연방대법원의재판과정에영향력을행사해자신들의이념을구현하고이익을넓히려고노력한다.미국연방대법원이시대정신의흐름에뒤처지지않은결론을낸데에는시민들의적극적인정치·사법참여가밑거름이되었다.위헌판결이선고되면언론은대대적으로자세히보도하고,의원들(약3분의1이변호사)도개개인이신문에기고하거나방송에출연해서깊이있게논평하고있다.처음부터완벽한제도는없을것이다.무엇보다법의정신을구현하고운영하는바탕은국민들의굳은의지이며,지도자들의겸허한지혜다.
-‘마버리재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