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학의명저《택리지》,마침내정본으로탄생하다!
《택리지》는18세기이후크게변한조선사회의산업과교통,문화의구체적현실과변화된실상을고스란히담고있는독창적인인문지리서이다.이중환은조선팔도의정치와역사,경제와사회,문화와전설,산수와명승등을다양한관점에서평론한뒤살만한곳과살만하지않은곳으로나누었다.지리를보는그의독창적인관점덕택에《택리지》는주거지선택과산수유람에참고할만한책으로지금까지도독보적이다.
《완역정본택리지》는안대회교수팀이200여종의이본《택리지》중선본23종을추려교감한내용을바탕으로정본텍스트를확정한뒤번역한책이다.잘못통용되어온구성과편제를원본에맞게고치고,내용상잘못된부분을상당수바로잡아최초로정본화작업을했고,양장본과보급판두종으로출간했다.
1.몰락한사대부이중환,조선팔도의인문지리를논하다
-조선시대가장독창적인인문지리서,《택리지》의가치
《택리지》는국가가국토지리에대한지식을독점하던시대,개인이지리를논했다는점에서아주획기적인저작이다.이전의지리서는모두관이주도해서나온관찬지리서로서18세기이후크게바뀐조선의실상을반영하지못했다.반면《택리지》는당대의산업과교통,문화의구체적현실과변화된실상을담고있을뿐만아니라조선팔도의정치와역사,경제와사회,문화와전설,산수와명승등을인문·사회·경제적관점에서평론한이중환개인의독특한관점이잘드러나있어인문지리의명저로꼽힌다.《택리지》는출간직후어떤책보다도빠르게필사되고읽혔는데,지금까지전해지는이본만200여종에이르러그인기를입증한다.이책을통해이중환은당대의국토지리에대한궁금증을시원하게해소해주었을뿐만아니라,지리에대한새로운욕구를태동시켰다.
이중환은30대의젊은나이에당쟁으로몰락해경제적궁핍에시달렸다.당시사대부가관직을잃는다는것은생활고로서울에서의삶이힘들어지는것은물론,평생생계를걱정해야할처지로전락함을의미했다.그가사대부임에도경제적요건을갖춘지역을최적의주거지로꼽고,행정중심지보다경제중심지에더큰비중을두어소개하는등끈질기게‘어디서먹고살수있을까?’라는질문과답을던진데에는이런배경이자리한다.그는전국토를지역과주제로나누고행정과교통,물산,풍속,인심,역사,인물,산수등다양한각도에서바라보았는데,살만한곳과그렇지못한곳의기준을특히농지의비옥함,물자의유통,교통의편리함,특용작물의생산,시장의활성화등실리적인요건에큰비중을두었다.이처럼그는《택리지》에서자신이겪은고난이개인의문제가아니라조선후기사회가안고있는구조적문제임을지적하고,대안까지제시했다.그와같은처지의사대부들에게이책은실용서이자자기계발서나마찬가지였다.
무릇산수란심신을즐겁게하고감정을발산하게하는것이다.사는곳에그런산수가없으면사람은거칠어진다.그러나산수가좋은곳은생리가변변치않은곳이많다.사람인이상자라처럼제등껍질을이고살거나지렁이처럼흙을파먹고살수는없으니,그냥산수만을취하여삶을영위할수는없다.그러니차라리기름진땅과넓은들이있어지리가좋은곳을선택하여집을짓고살면서,10리밖이나반나절거리에경치가아름다운산과물을두고,생각이날때마다가서시름을풀거나하루이틀묵고돌아오는것이낫다.이야말로훗날까지이어갈만한좋은방법이다.-<복거론>‘산수’중에서(양장본345쪽/보급판268쪽)
그러나사대부는이런일을해서는안된다.다만생선과소금이유통되는곳을잘찾아서배를대고이익을남겨서관혼상제네가지예식에드는비용을장만한다면해될일이있겠는가?-<복거론>‘생리’중에서(양장본243쪽/보급판184쪽)
2.국내최초완역정본《택리지》의탄생!
-한국대표고전정본작업의중요성
안대회교수는한국고전의당면과제로정전화(正典化)와정본화(定本化)를들었다.우리나라를대표하는고전을가려뽑아시대를초월해읽을만한가치가있는저술을목록화하고,그와동시에표준이될만한정본화작업을거쳐야한다는것이다.정본화작업은고전을정확하게이해할수있는기초이자,제대로된학술연구와역주작업을위한토대이다.한국고전의정전화와정본화라는큰과제앞에서,안대회교수팀은하나의숙제를마쳤다.인문지리의정전이자200여종의이본이난무하는《택리지》의정본작업이그것이다.
《택리지》는현재까지수많은이본이전해져그인기와가치를입증한다.조선후기에나온저작으로이렇게많은이본이전해지는책은드물다.많이읽히고필사된덕에다른많은자료의출처역할을해왔지만,정작《택리지》의정본작업이이루어진적은한번도없다.현재널리읽히고있는《택리지》는모두1912년최남선이번역한광문회본을저본으로삼고있는데,광문회본은수많은이본중의하나에불과해대표성이떨어진다.게다가최남선은일부내용을삭제하거나첨가하여택리지의내용을일부왜곡했다.즉,우리가지금까지읽어온《택리지》는엄밀한학술적검토를거치지않은텍스트이다.
안대회교수는2012년아홉명의연구자들과첫세미나를시작한이래,오랜시간에걸쳐수많은이본중에서23종을선정하고교감하여마침내정본텍스트를확정해번역했다.23종의선본중에는그동안학계에서검토하지않았던다수의선본이새롭게포함되어있다.중요한교감사항은꼼꼼히정리해《완역정본택리지》(양장본)에서원문과함께700여개의주석으로달았다.
《완역정본택리지》가기존의택리지와가장크게다른점은편목과구성을새롭게했다는것이다.현재거의모든번역문과논문에서는사민총론,팔도총론,복거총론,총론,저자발문이라는편목과구성을따르고있다.그러나정본작업과정에서이편목은극소수사본에나나타나는것임을확인해《완역정본택리지》에서는원문의의도에맞게서론,팔도론,복거론,결론,발문이라는새로운편목과구성을내세운다.
‘발문’에도오랜기간정본작업을하면서발굴한사료를엄선해실었다.홍중인,정약용,정인보등이쓴발문이실려있는데,일제강점기학자정인보가국한문혼용체로쓴발문은시간이흘러도여전한택리지의가치를입증해주는귀중한자료이다.그밖에《택리지》에실린이야기로유명한‘함흥차사’관련기사는원본에는실려있지않다고판단하여싣지않았다.이처럼크고작게잘못전해져온번역까지대폭바로잡았으니,《완역정본택리지》는가히제대로된《택리지》의첫탄생이라할수있다.
이제굳이멀리사마천이나역도원의저술과장점을비교하지않는다하더라도조선의지리서로서고금에이보다훌륭한저술은없음이사실이다.고산자古山子김정호의상세하고정확한《대동지지大東地志》와더불어후세에전해질만한데,고산자의‘지지地志’가수학적이라면청담의저술은철학적이고,고산자의‘지지’가조용히멈춰있고지역을나눈것이라면청담의저술은살려서드러내고융합하여꿰뚫은것이다.지역과관습에의하여숙성된팔방의풍속과,물산을교환하고도로로운송하는대세와,주목하고중시해야할관방關防과요충지,그리고절해고도의빼어난명승까지무엇하나데면데면다룬곳이없다.-<발문>‘청담이중환의《택리지》해제’중에서(양장본382쪽/보급판302쪽)
3.팔도의지역별산수와명승,전설을고지도와함께한권에담다
-지금이시점에도유효한국내산수유람안내서
《택리지》는주거지선택의지침서일뿐만아니라탁월한명승탐방의안내서로첫손에꼽히는고전이다.지금까지도우리나라산수를한권으로잘정리해여행에참고할수있도록한책으로이를대체할만한것이없다.이중환은평안도와전라도를제외한지역을30여년에걸쳐직접탐방한경험을토대로어느지역의어떤산과강,누정과명소,문화유적등을찾아가면좋을지안내한다.조선팔도에서주요한산수와명승을소개하는것은물론,특별히명승이많은영동지역과관북,충북의단양주위명승지는따로정리해설명했다.이에더하여《정본완역택리지》는고지도를아낌없이실어이중환이명당으로꼽거나비중있게설명한지역을직접확인할수있도록했다.독자들은엄선한고지도를통해18세기조선시대국토의모습을확인하고,지금의지도와비교해보는재미도톡톡히누릴수있을것이다.
이뿐만아니라이중환은구비전설이현지인의삶과의식을파악하고지역적색채를드러내는요인이라보고,전국각지역에분포하는구비전설을적극적으로채록해담았다.큰구비전설만꼽아도40여가지나된다.전설을본격적으로연구하기시작한것은20세기이후의일이라,《택리지》는20세기이전가장오래되고신뢰할만한구비문학의보고라할수있다.《완역정본택리지》(양장본)는여기에자세한주석을달아내용과출처를꼼꼼히밝혔다.
영춘,단양,청풍,제천,네고을은충청도지역이기는하지만실제로는한강상류에자리잡고있다.협곡사이로흐르는강을따라석벽과너럭바위가널려있고,그중에서도단양이단연최고이다.단양군은경내가모두첩첩산중에있어서10리정도펼쳐진들도없으나강과시내,바위와골짜기로이루어진경치는훌륭하다.
세상에서이담二潭과삼암三巖이라일컫는명승이있다.이담중에서도담島潭은영춘경내에있고,강물이휘감아돌다고여서깊고도넓다.물가운데우뚝솟은세개의바위봉우리가각각따로떨어져마치곧은현絃처럼한줄로서있고,기이하고교묘하게조각되고새겨져마치인가에쌓아만든석가산石假山과도같다.다만아쉬운점은바위가작고높이가낮아서우뚝하게솟고깎아지른절벽같은경관이없다.-<복거론>‘네고을의산수’중에서(양장본320쪽/보급판248쪽)
세상에서전하는이야기로,호수가있는자리에는옛날에어느부자가살던집이있었다.하루는탁발승이쌀을구걸했더니부자는쌀은커녕똥을퍼주었다.그러자살던집이갑자기푹꺼져서호수가생겼고,쌓여있던곡식은모조리작은조개로변했다.해마다흉년이들면조개가많이나고풍년이들면적게나는데맛이달고향긋하여요기하기에적합하니,주민들은이를적곡합積穀蛤(곡식이쌓여생긴밥조개)이라하였다.봄여름이면사방먼데서온남자는등짐을지고여자는머리에이고조개를주우려고길에줄지어서는데,호수밑바닥에는아직도기와조각과그릇따위가있어서자맥질하는이들이가끔줍는다고한다.1)
1)적곡합이야기는특정지역에연못이생기게된유래를설명하는데,전국에널리유포된장지못전설의하나이다.……《택리지》에처음으로채록되었다.(후략)
-<복거론>‘영동의산수’중에서(양장본315쪽/보급판244쪽)
4.양장본·보급판두종으로출간해접근성을높이다
-목적에따라달리읽는《완역정본택리지》
안대회교수의고전번역은유려하기로정평이나있다.《완역정본택리지》에서는문장가로도이름을떨쳤던이중환의글맛을살리는데집중하는한편,최대한한자어를풀어쓰고이해하기쉽게부연설명을달아보다많은독자가택리지본연의텍스트를접할수있도록했다.또한택리지의저술배경과특징,이중환의삶등을꼼꼼히정리한해제를붙여이책한권만으로택리지를제대로이해하는데부족함이없도록했다.
이를토대로《완역정본택리지》는양장본과보급판두종으로출간되었다.두종의본문내용은같지만,양장본에는본문에문장의출전이나내용의유래,기원을최대한상세히밝힌주석과교감작업을거쳐확정한정본택리지의원문이달려있다는것이가장큰차이점이다.특히원문에는교감의흔적을담은주석700여개가포함되어있어연구자들에게는크게참고가될것이다.그밖에도양장본에는본문에상당한양의주석이달려있으며,도판또한아낌없이실어이해를높였으니고전으로서《택리지》를제대로읽고자하는독자라면양장본을소장할만하다.
반면,《완역정본택리지》보급판에는원문을빼고,본문의주석을최대한으로줄여《택리지》본연의글맛을오롯이만나볼수있도록했다.본문텍스트를양장본보다좀더쉽게풀어쓰고,중요한도판만추려담았으니가볍게《택리지》를읽어보고싶은독자에게권한다.
번역에참여하신분들
김보성(성균관대학교대동문화연구원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