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쓴 오백년 고려사 : 역사학자 박종기의 정통 고려 역사

새로 쓴 오백년 고려사 : 역사학자 박종기의 정통 고려 역사

$25.11
Description
우리 사회를 만든 ‘또 하나의 전통’
고려왕조 500년의 역사를 만나다!
이 책은 1999년 초판 출간 후 20년 동안 고려사 분야 최고 교양서 자리를 지키며 대학에서 고려사를 배우는 학생들과 고려사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고려왕조를 다원사회로 재해석해 고려사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도록 생생하게 고려사를 서술함으로써 고려사 대중화에도 이바지했다. 고려의 다원성과 개방성, 역동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한국사에서 ‘또 하나의 전통’으로서 고려사가 지니는 의미를 되살렸다는 점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면개정판에서는 그동안 진척된 고려사 연구성과에 발맞추어 잘못 알려졌던 사실을 바로잡고 최신 연구성과를 반영해 한층 더 풍부한 고려 다원사회의 모습을 그려냈다. 역사학자 박종기의 30여 년에 걸친 고려사 연구성과와 ‘역사’로 대중과 소통하려는 바람이 오롯이 담긴 이 책을 통해 고려왕조 500년의 살아 숨 쉬는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고려왕조의 역사가 우리 역사 연구에서 여전히 불모지나 다름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사 개설 강의 때마다 강사들이 알찬 강의를 다음번으로 미루는 최우선 ‘고려(考慮)’ 대상이 고려사라는 한 연구자의 우스갯소리처럼, 고려왕조의 실상은 역사 연구자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다. …… 이 책은 우리의 의식과 행동 속에 알게 모르게 잠재된 ‘또 하나의 전통’을 복원하여 역사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힘을 쏟았다. 역사 이해의 효용성을 일깨우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화두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간절한 바람이다. -〈초판(1999년) 서문〉 중에서(6~7쪽)

역사학은 인간과 사건의 근원과 전개를 밝히는 인과의 학문이다. 한곳에 치우치지 않는, 역사학적 상상력에 기초한 열린 시각만이 역사학과 역사 인식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고려왕조의 역사 또한 역사학적 상상력을 얻고 기르는 데 부족함이 없는 연구 분야이다. 개정판 출간을 결정하게 된 것도 역사 연구와 인식에서 균형추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사랑도 역사학이 존재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그런 만큼 역사학의 연구성과를 대중과 공유하면서 역사의 세계를 탐구하고 여행하고픈 필자의 자그마한 바람이 이 책을 통해 실현되었으면 한다. 또한 …… 이 책이 조화와 상생의 다원주의 가치로 새롭게 주목받는 고려왕조의 세계를 탐색하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전면개정판 서문〉 중에서(13쪽)

저자

박종기

저자:박종기
30년넘게고려사연구라는한길을걸으며끊임없이‘역사’를주제로대중과함께호흡하고자애쓰는역사학자.역사와현실의일체화를통한새로운역사상을수립하는데깊은관심을가지고고려사연구를하고있으며,‘고려다원사회론’을통해잊혔던고려왕조의개방적이고역동적인역사를되살리는작업을해왔다.서울대학교국사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에서고려시대부곡인과부곡집단에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국민대학교교수,한국역사연구회및한국중세사학회회장을지냈으며,현재역사저술가로활동하고있다.지은책으로는《고려열전》(2019),《동사강목의탄생》(2017),《고려사의재발견》(2015),《고려의부곡인,〈경계인〉으로살다》(2012),《안정복,고려사를공부하다》(2006),《지배와자율의공간,고려의지방사회》(2002),《고려시대부곡제연구》(1990),《왕은어떻게나라를다스렸는가》(공저,2011)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는《고려사지리지역주》(2016)가있다.

목차

1부다원사회고려를만들다―정치·경제·외교편

1장시대개관과왕조의특성
1고려왕조건국과역사전개
2‘다원사회’고려의특성
〈깊이읽기〉고려사연구와해석의문제

2장다원사회의기초가된조직과제도
1.사회통합의모델,본관제
2.중앙과지방을연결한지배조직,
군현제와부곡제
3.분할적인재정·경제구조
〈깊이읽기〉중앙과지방을연결한제도와유물

3장다원적국제질서속의고려왕조
1.왕조건국기국제정세와연구시각
2.영토분쟁과실리외교:송·거란·금과의관계
3.대몽항쟁,무신정권의붕괴와강화

2부역동적인삶을살다―인간·문화·사회편

1장고려를통치한사람들
1.국왕의삶과위상
2.다양한층위의관료집단
〈깊이읽기〉고려지식인의문명의식

2장다양성과개방성이조화를이룬문화와사상
1.다양성과개방성을간직한문화
2.다양한사상의공존과통합
3.역사인식과그변화
4.가족과혼인,호주와상속제도
〈깊이읽기〉다양한문화와전통이공존한고려

3장역동적인하층민의삶과사회진출
1.민의세계와존재형태
2.무신정권기민의동향
3.원간섭기하층민의진출
〈깊이읽기〉신분제변동과양인제일화정책

부록
고려왕실세계도|고려사연표|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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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여전히베일에가려져있는고려왕조의참모습을만나다

고려왕조500년역사는우리에게잘알려지지않은,그야말로베일에가려져있는역사다.이책의초판이출간된1999년과비교해도여전히고려사에대한인식은크게달라지지않은듯하다.여전히‘한국사’하면고구려·백제·신라3국과조선왕조를먼저떠올리고,‘전통’하면조선에서부터전해져온문화와관습을떠올릴것이다.그러나한국역사의자랑스러운면을떠올려보라하면한국인대부분이고려왕조의문화유산과대외정책을이야기한다.


이책의취지는한국인의의식과행동에알게모르게잠재된‘또하나의전통’인고려왕조500년의역사를복원하여역사인식의지평을넓히는데있다.이책은고려사개설서로서고려왕조역사전반을다루지만,다른고려사개설서와달리고려왕조에대한개괄적인지식을단순히전달하는데그치지않고,고려왕조가우리역사에서차지하는위상과고려왕조의전통과문화가오늘날한국사회에무엇을남겼는지그의미를살피는데에도초점을맞추고있다.고려의제도와사건,인물등을고구려·백제·신라3국및조선과비교하여고려왕조만의전통과문화를뚜렷이보여주며,고려왕조의특성인다원성과개방성,역동성에주목하여한국역사속고려사의의미를되살린다.

고려왕조가베일에가려진채대중으로부터외면당한데는몇가지이유가있습니다.먼저《조선왕조실록》에언급된역사사건의현장이나유물은대부분조선의수도였던서울과그주변지역에몰려있어마음만먹으면쉽게찾아가볼수있지만,고려의주요유물과유적은고려의수도개경곧현재북한땅인개성에몰려있어현실적으로접근이불가합니다.……《조선왕조실록》처럼당대에작성된1차자료가없다는사실도고려의역사가멀게느껴지게된원인의하나입니다.……(《고려사》나《고려사절요》)를편찬하는과정에서조선초기역사가들의시각이반영되어고려의실제모습이크게훼손된한계를갖고있습니다.……이기록을그대로수용할경우조선의시각에서고려왕조를평가하게되어고려사의진실을제대로파악할수없게됩니다. ―〈1부1장시대개관과왕조의특성〉중에서(72~73쪽)

고려왕조의건국과후삼국통합은기존지배층의전면적인교체와한반도천년통일국가의수립을알리는신호탄이었습니다.한반도에처음으로통일국가를수립한신라의경우기존의지배층인진골귀족이통일후에도지배층의지위를유지했고,조선왕조는고려후기지배층인무신집단과사대부세력이건국을주도했습니다.두왕조의통일혹은건국과정에서지배층의전면적인교체는없었지요.반면에고려는신라말에새롭게대두한지방의호족세력이통일신라지배층인중앙의진골귀족을넘어뜨리고세운나라입니다.지배층이중앙의진골귀족에서등장한지얼마안된지방의호족세력으로전면교체된것이지요.후삼국통합전쟁을승리로이끈것도호족세력이었습니다.이점에서고려왕조는혁명적인왕조라고할수있습니다. ―〈1부1장시대개관과왕조의특성〉중에서(25~26쪽)

고려왕조는옛삼국의다양한사상과문화를통합하고포용해새로운문화를창조했습니다.사실신라는고구려와백제를정치적으로통합했을뿐고구려나백제의다양한인적자원이나문화적인요소를통합하는데는실패했습니다.태조는〈훈요십조〉에서불교가고려건국에큰역할을했음을인정하면서도……풍수지리와제천행사를강조하고,유교이념에입각한제도의확립을당부했습니다.이후고려왕실이나관청등의행사에는불교뿐아니라도교·유교·제천의식이아무거리낌없이시행되었습니다.이러한사실은고려왕조초기에이미다양한종교와사상이공존하면서새로운문화가창조되기시작했음을보여줍니다.
―〈1부1장시대개관과왕조의특성〉중에서(26~27쪽)

다원사회의또다른특성은사회와경제면에서나타나는개방성과역동성입니다.고려사회는우리역사에서유례를찾아볼수없을정도로하층민의운동과정치적진출이활발했고,그에따라신분이동또한매우활발했던,역동성을지닌사회였습니다.……한편수도개경인근의벽란도를비롯한서해안일대는당시송·거란·여진뿐아니라멀리아라비아의상인들까지드나드는동아시아무역의중심지였습니다.이는고려왕조가대외무역을용인하고나아가장려하는개방적인자세를취했기때문입니다.개방성은고려의국력을융성하게했을뿐아니라,문화의번성에도큰역할을했습니다.
―〈1부1장시대개관과왕조의특성〉중에서(54~55쪽)

2.고려사에대한오해와잘못된시각을바로잡다

고려왕조에대한관심의부족은오해와잘못된시각을불러왔다.그동안일반대중은물론,고려사연구자들조차고려왕조를좀더성숙한중세사회인조선왕조로나아가는과도기로이해해온경향이있다.이책은기존의고려사연구와해석을비판적으로살피며,잘못알려진사실과고려왕조를바라보는그릇된시각을바로잡는다.
예를들어고려왕조를전기·후기로구분하던기존의시기구분대신전기·중기·후기3시기로구분하여단순화되었던역사속사건들의시대적배경을촘촘히살피고각시기의특성과차별성을짚어낸다.또,고려의대외관계측면에서거란과의전쟁을서희나강감찬같은인물을내세워고구려를계승한나라임을강조하거나작은군대로적의대군을무찌르고영토를수호했다는점만강조하거나원의지배에대해부정적인측면만을강조하는등민족주의적인일방적관점의해석이아닌좀더넓은국제적인시각으로사건을해석한다.이외에도불교국교설과근친혼,본관제,사대주의,가족제도와상속제도등흔히고려역사에대해오해하고있는것들을되짚으며고려왕조의역사를객관적으로바라볼수있게한다.

1259년원과강화를맺기전까지고려는정복과약탈을특징으로하는전통적인유목제국의대외정책에철저하게저항했습니다.이시기몽골제국이강력한기동력과전술로고려를압박하기시작하면서,등거리실리외교라는고려전기의전통적인외교전략이무너지고새로운유형의전략이등장했습니다.……밀리면서도결코모든것을양보하지않으며원칙을지켜나가는고려의대외전술은오늘날의‘벼랑끝외교’전술을연상케합니다.이시기고려는대제국몽골에맞서한편으로협상하고한편으론저항하면서,내부적으로는무려16년가까이고려대장경조성이라는거대한국책사업을추진하여국력을결집했지요.물론내륙의민이원의말발굽아래짓밟히는고통을외면한채지배층이섬으로옮겨간사실은달리평가해야할것입니다.어쨌든당시몽골에대한고려의외교전술은고려전기이래대외정책의연장선에서바라볼필요가있습니다. ―〈1부3장다원적국제질서속의고려왕조〉중에서(206~207쪽)

고려왕실의혼인풍습과그변화는고려왕실의특성,나아가고려왕조의특성을잘보여주는사례이기도합니다.고려초에는왕의배우자를왕실바깥에서찾았습니다.태조의경우처음에는지방의부유한집안과……혼인관계를맺으면서세력기반을확대해나갑니다.……다시말해통일전쟁기에는경제력이나군사력이있는집안과결혼동맹으로세력을확장하고,통일후에는신라의왕족과혼인하여왕실의정통성을확보하려했습니다.혼인을정치적으로이용한것이지요.……그러다가왕족이불어나자,고려왕실은왕실내부의근친혼을통해왕실의권위와경제적기반을지키는쪽을선택하게됩니다.제4대광종때부터근친혼이왕실혼인의관행으로나타나게된이유입니다.그러나근친혼도왕실을위한정치적선택이었다는점에서태조·혜종·정종대국왕의혼인과근본목적이같았다고볼수있죠.
―〈2부1장고려를통치한사람들〉중에서(227~228쪽)

불교가고려의국교임을당연시하는글들은주로태조왕건이작성한〈훈요십조〉를그근거로인용합니다.……제1조의“고려왕조는여러부처가보호해주는힘을입어건국되었다”라는……구절은고려왕조개창에불교가커다란역할을했음을알려주는내용이라불교국교설의유력한근거로많이인용되어왔습니다.
그런데제1조의나머지내용을보면,해당조를작성한취지가뒷날간신과승려가서로결탁해사원의소유권을빼앗는등불교가낳을수있는폐단을경계하는데있었음을알수있습니다.……불교국교설이

자주인용하는〈훈요십조〉의몇개조항은불교가고려의국교라는근거가될수없습니다.태조가〈훈요십조〉에서불교를상대적으로많이언급한것은왕조개창에크게이바지한불교가뒷날일으킬지도모를폐단을경계하려는뜻이었습니다.그렇지만불교가고려왕조내내다른어느종교와사상보다우위에있었으며정치·경제등여러측면에서커다란역할을한것은부인할수없습니다.
―〈2부2장다양성과개방성이조화를이룬문화와사상〉중에서(314~316쪽)

현재고려사를이해하는기본적인틀은전후일본인연구자들이만들어놓은것입니다.한국사연구에일본인연구자들이얼마나큰영향을미쳤는가를잘보여주죠.그중에서도하타다다카시는오늘날까지도고려사연구에큰영향을끼치고있는일본인연구자입니다.……실제로국내고려사연구자들의연구방법론이나연구주제중에는일본인연구자들의방법론이나주제와매우유사하거나심할경우모방한것이적지않습니다.그만큼그들의이론이알게모르게국내의고려사연구자들에게영향을끼친것이죠.그러나1980년대이후국내연구자들의고려사연구가본격화되면서일본인연구자들이내세운이론의한계와결함이여러차례지적되었고,지금은거의극복된상태입니다.
―〈2부2장다양성과개방성이조화를이룬문화와사상〉중에서(353~354쪽)


3.전면개정판,무엇이바뀌었나:최신연구성과에발맞춘고려사대표개설서

이책의초판을발간한이후20년동안역사학은물론고려사연구는눈부신성과를거두어왔다.그에발맞추어고려사분야의최신연구성과를반영하고잘못알려졌던사실들을바로잡았다.이번전면개정판은고려왕조를‘또하나의전통’으로되살려내고,그전통이현재와어떻게접목되는지를밝혀우리역사에대한이해와인식의지평을넓히고자구성과내용을크게수정,보완했다.새롭게구성한부의주제에서주제를벗어나지만읽고생각해볼만한기존의글은‘깊이읽기’로남겼다.
1부〈다원사회고려를만들다〉에서는고려의정치·경제·외교에관한내용을모아고려다원사회의뼈대를이루는여러구조적특성을정리해어렵게만느껴지던고려의다양한사회·경제제도들을쉽게이해할수있게했다.또고려전기대외정책의핵심으로서100년여간거란과벌인영토분쟁과정을설명하고,고려와원관계의전환점으로서삼별초항쟁과이를전후한역사를새롭게서술하는등다원적인국제질서의특성과본질이고려왕조의건국과발전에끼친영향을새롭게조망했다.
2부〈역동적인삶을살다〉에서는고려사람들의삶과문화,사회적측면을살핀다.고려의국왕과관료,민의존재형태와더불어하층민의정치적·사회적진출과민의항쟁등역동적인삶의모습을적극적으로발굴해소개했다.문화적인면에서는고려왕조의다원성이가장잘드러나는문화유산의문화적·기술적특성을추가로서술했는데,고려의개방정책에힘입어동아시아세계의보편성을접하면서고려의정체성을자각하고새로운문화와문명을창조해가는과정을살펴볼볼수있다.고려시대역사인식과역사서편찬에대해새로집필한2장에서는고려의역사인식을‘다원주의역사인식’으로규정하고원의고려지배이후성리학중심의‘일원주의역사인식’에의해그특성이변화하는과정을자세히설명하여고려에서부터조선건국까지사상의흐름도한눈에살필수있다.



고려왕조때는실록외에도다양한역사서가편찬되었습니다.이러한역사서들에는유교와불교,풍수지리와도참사상등당대에유행한많은사상과이념이담겨있었습니다.유교사관과불교사관은물론,신화와전설까지역사서술에포함하는신이(神異,신기하고이상함)사관이서로충돌하지않고공존했던것입니다.이를한마디로정의하면,‘다원주의적인역사인식이하,다원주의역사인식’이라할수있지요.다원주의역사인식은원간섭기이후성리학중심의역사인식이등장할때까지이어집니다.……광종때신이사관을반영한《삼국사》가편찬되었고,12세기에는《편년통록》같은신이사관계열의역사서가국왕에게바쳐졌으며,13세기에도《해동고승전》같은불교사관의역사서가왕명으로편찬될정도였습니다.원간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