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13.05
Description
가닿을 수 없는 대상을 향한 갈망과 사랑,
그 감각적 아름다움에 대하여
독일 문학의 거장이자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명인 토마스 만의 중편소설 두 편을 묶었다. 베네치아 여행과 작가로서의 고뇌와 사색을 담은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작가 스스로 ‘일종의 자화상’이라 표현한 〈토니오 크뢰거〉는 모두 가닿을 수 없는 대상을 향한 갈망과 사랑을 그린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특히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은 콜레라가 창궐하는 베네치아에서 궁극의 아름다움과 죽음을 동시에 체험하는 노작가의 갈등과 황홀이 섬세하게 드러난 걸작이다. 토마스 만의 대표작 두 편을 모은 이 책은, 예술성과 시민성, 그 좁힐 수 없는 괴리에서 탄생한 감각적 미학을 자신만의 세밀하고 사색적인 문장들로 정립해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필독서다.
저자

토마스만

ThomasMann|1875년독일북부의항구도시뤼베크에서태어났다.유서깊은집안출신의아버지에게서성실한시민정신을,자유분방한성격의어머니에게서예술적인성향을물려받았다.1891년아버지가사망하면서집안이급격히기울자남부의예술도시뮌헨으로이주했다.이때부터본격적인창작의세계에들어서며,첫단편소설〈타락〉(1894)을발표했다.1897년이탈리아에서체류하며첫장편소설《부덴브로크가의사람들》을쓰기시작해1901년출간했다.토마스만은시민성과예술성사이의중재될수없는대립을의식한자전적인작품〈토니오크뢰거〉(1903)를두고‘일종의자화상’이라고표현했다.대표작이자세계적인명성을가져다준〈베네치아에서의죽음〉(1912)역시다분히개인적인체험이녹아있는데,가족과의베네치아여행과정신의작업에헌신하는토마스만의작가로서의고뇌와사색이소설의요체를이룬다.두소설은이룰수없는것에대한갈망과사랑을그린다는점에서닮아있다.토마스만은1929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고,1933년히틀러가정권을잡자국외로강연여행을다니며사실상의망명에들어갔다.주요작품으로는스위스산중의요양소를배경으로유럽문명을예리하게비평한《마의산》(1924),망명지에서자신의문제의식을모두담아파우스트전설을재해석한《파우스트박사》(1947)등이있다.1955년스위스취리히에서사망했다.

목차

베네치아에서의죽음_007
토니오크뢰거_141

해설|이루지못한것을향한갈망_250

출판사 서평

‘진실로신적인아름다움’앞에
복수하듯돌이킬수없이빠져드는감정

토마스만은스스로경험하거나직면한문제를시적이고정교한문장으로풀어내며인간의보편적인차원으로끌어올렸다.그래서그의작품에는자전적인요소가많이투영되어있다.토마스만에게세계적인명성을가져다준〈베네치아에서의죽음〉역시마찬가지다.‘구스타프폰아셴바흐’로분한노작가는산책길에서우연히마주친기묘한외양의이방인에게이끌려“환각을야기할정도로”강렬한“여행에의욕구”를느끼고베네치아로향한다.이방인이깨우친여행에의욕구는바로명망있는작가로서지녀야하는부담감과‘정신의노예’로서의삶에서벗어나고싶다는욕망의방증이다.베네치아에서머물던아셴바흐는“가장고귀한시대의그리스조각상”을연상시키는미소년‘타지오’를만나걷잡을수없이그에게매혹된다.작가로서의체면을벗어던진채조금이라도가까이다가가기위해골목골목까지소년을뒤쫓고,소년에게잘보이기위해머리를염색하고화장을한다.급기야“진실로신적인인간의아름다움”앞에완전히굴복해전염병이퍼져나가는베네치아를떠나지못하고충격적인말로를맞는다.
아셴바흐는토마스만과마찬가지로양친에게서상반된성향을물려받은인물이다.아버지로부터는엄격하고강직한시민성을,어머니로부터는자유로운예술성을이어받는다.하지만작가로서의명성을유지하는데는아버지의기질을좀더요구받았고,오로지창작활동을위해일평생예술가로서의자유와열정을짓누른채금욕적인생활을한다.억눌린감성과감각은노년에이르러서야타지오라는‘절대미’를마주하며완전히폭발한다.지성의경고를무시하고오히려복수하듯감각적인사랑에돌이킬수없이빠져든다.

작별의시간이도래하자자신보다힘없는자에게굽실거리던감정이잔인한난폭함으로방향을바꿔오랫동안의노예생활에복수하려는듯보였다.승리자는패배자를놓아주지않고패배자의등에무릎을꿇고앉아짓눌렀다.(〈베네치아에서의죽음〉,137쪽)

억제된아셴바흐의감각을움직이는데는“아름다운수상도시베네치아”의풍경과분위기가큰역할을한다.베네치아에도착하자마자곤돌라사공에게바가지를쓸뻔하지만,아셴바흐는매일바다에눈인사를보내고해변의산책로나안개가득한미지의골목을따라걸을수있는베네치아의매력에점차동화된다.우리는자주낯선곳으로의여행을꿈꾸거나닿을수없는대상을갈망하고동경하지만희망하거나다가설수록멀어지는것이있고,그럼에도소망할수밖에없는것들이존재한다.아셴바흐는끝내타지오에게가닿지못하고비극적인결말에이르지만,그의마지막이어쩐지완전하고장엄하게느껴지는것도이때문일것이다.

토마스만의대표작이자
작품세계를응축해놓은중요한작품

토마스만의초기작이자문학적세계관이집약되어있는〈토니오크뢰거〉역시‘일종의자화상’이라할만큼자전적인작품이다.주인공인‘토니오크뢰거’는〈베네치아에서의죽음〉의아셴바흐와마찬가지로아버지에게서는청교도적기질을,어머니에게서는열정적인기질을타고난다.하지만토니오는바이올린을연주하고시를쓰는예술적성향을강하게드러내며시민사회에서는아웃사이더로치부된다.자연스레자신과다르게인기가좋은동급생‘한스한젠’과‘잉게보르크홀름’을동경하고,잉게에게는사랑의감정까지느낀다.그러나두사람에게끝내‘낯선존재’로남은토니오는,오랜세월이흐른후여행지인덴마크의어느섬에서다정하게춤을추는두사람을목격하고는어린시절처럼심장이요동치는경험을한다.〈토니오크뢰거〉는시민성과예술성이라는중재될수없는대립을의식한토마스만의대표작이자작품세계를응축해놓은중요한작품이다.
〈베네치아에서의죽음〉과〈토니오크뢰거〉의두주인공은모두바다로여행을떠난다.토마스만에게바다는“정돈되지않은것,무절제한것,영원한것”을상징한다.즉바다로의여행은익숙한일상적삶,타자를의식하고타자에의해규제된삶이아닌자신이소망하고동경하는삶으로나아감을의미한다.그리고두주인공이각기다른결말에이른것처럼우리가꿈꾸고마주하는바다,여행,삶의모습은어느것하나예정되어있거나동일하지않다.“수많은존재방식의가능성”이있다는사실만큼삶을긍정하고추동할수있는게또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