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장원

녹색의 장원

$15.11
Description
어린 풀잎처럼 자라나는 사랑의 신비로운 가능성,
가장 뜨겁고 짙은 열대림의 로맨스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D. H. 로런스가 숭모하고 사랑했던 작가 윌리엄 허드슨의 대표작이자 가장 뜨겁고 짙은 열대림의 로맨스. 권력 싸움에서 밀려나 베네수엘라 동부의 밀림으로 도피 중인 청년 ‘아벨’은 숲속에서 새소리를 내며 자유롭게 나무 위를 누비는 신비로운 소녀 ‘리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녹색의 장원》은 오드리 헵번이 리마를 연기한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하며, 국내에서는 주로 문고판으로 각색되어 전해져왔다. 허드슨 사후 100주기를 맞아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는 이 책은,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녹색의 장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로맨스라는 분명한 전개를 넘어 환경과 인간, 자연과 문명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함께 뛰어난 생태소설로서의 가능성까지 엿보게 한다.
저자

윌리엄허드슨

WilliamHudson|1841년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근교에서목양업을하는미국인부모아래태어났다.드넓은팜파스를자유롭게누비며새와야생동물을관찰하며성장했다.이후과학과문학의중심에가까이가고자영국으로이주해귀화했다.영국에정착해서는한때방황하는삶을살기도했지만,1876년자신이묵던하숙집의주인이었던에밀리윈그레이브와결혼하면서안정을되찾고본격적인창작활동을시작했다.조지프콘래드,조지기싱,포드매덕스포드같은작가들과활발히교류했으며,1885년낭만적인리얼리즘소설이자우루과이를배경으로하는첫장편소설《보랏빛땅》을출간했다.대표작인《녹색의장원》(1904)은베네수엘라동부의밀림을무대로하는이국적이고신비로운로맨스이자모험소설로,노벨문학상수상작가인존골즈워디로부터“인간이심장에품은,모든아름다운것에대한격정적인사랑을불멸의반열에올리는이야기”라는평을들었다.박물학자이기도했던허드슨은특히새에관심이많아아르헨티나와영국의조류에대해깊이연구했다.주요작품으로는아르헨티나라플라타의조류를중심으로여러동물을세밀하게관찰하고기록한《라플라타의박물학자》(1892),문명의이름으로자연을파괴하는인간을비판한《양치기의삶》(1910),말년에쓴회고록《오래전먼곳에서》(1918)등이있다.1922년영국런던에서세상을떠났고,런던의하이드파크에그를기리는기념비가세워졌다

목차

서문_007

제1장_015
제2장_038
제3장_053
제4장_067
제5장_076
제6장_093
제7장_110
제8장_124
제9장_147
제10장_159
제11장_176
제12장_198
제13장_216
제14장_231
제15장_240
제16장_258
제17장_269
제18장_291
제19장_304
제20장_323
제21장_344
제22장_363

부록
존골즈워디의서문_372

해설|두겹의이야기?사랑과모험이라는꿈의표층,기실아득한악몽의심층_382

출판사 서평

자연을정복하려하지않고
사랑을소유하려하지않을때

낯선것은신비롭다.신비로운것은매혹적이다.어디론가떠났을때쉬이사랑에빠지는까닭은,자신과전혀다른존재와사랑에빠지고마는것은그래서가아닐까.《녹색의장원》의주인공아벨에게는문명의손길이닿지않은밀림이,그곳에서만난예쿠아나부족과리마가그러했다.그러나낯선것은매혹의주체인동시에경계의대상이되기마련이다.아벨은끊임없이경계하며알고자한다.위험을무릅쓰고숲을탐험하러나서고,때로는자신이가진것을내놓고때로는아는것을숨기며함께생활하는부족을파악한다.아벨이무엇보다알고싶어하는것은리마다.아벨은알아들을수없는언어로말하는리마의말뜻을이해하고싶어하고,리마의정체와기원을알아내는데온정신을쏟는다.그러나이것을낯선대상을향한순수한호기심이라고보기는어렵다.아벨의욕망은앎을충족하는데서그치는것이아니라,거기서부터시작하기때문이다.

“뭐라고요?이제당신은나의것인데,당신혼자떠나서그먼거리를가게두라고요?그야생의땅을헤쳐가다가당신이길을잃고혼자죽을수도있는데?아,생각도하지말아요!”(287쪽)

리마의정체와기원에대해알게된후,아벨은더이상리마를알거나이해하려하지않는다.자신을매혹했던신비로운새소리대신자신의언어로말해주기를바라고,리마를‘나의것’이라표현하며자기종족을찾고싶다는리마에게“절대로,절대로당신의종족은찾을수없을거”라고단언한다.리마의희망이정말로헛된것인지의여부와상관없이,리마에게있어자기종족을찾는일이얼마나간절한지아벨은알지못했고,헤아리려고하지도않았다.그누구보다스스로가논리적이고합리적이며현명하다고믿는아벨에게는리마의종족이멸종했다는것이자명한사실이고,분명한사실을구태여확인하는것은어리석고비효율적인일이니말이다.“말은쓸모없는덤에불과한것”임을느끼는순수한사랑과환희의순간은아주잠시뿐,아벨은이내자신의언어로말하고,리마또한그언어로말해주기를바란다.리마의욕망은무시한채자신의욕망만을채우고자리마를다그치던아벨은끝내리마를영영잃어버리고만다.아벨은리마에게사랑의달콤함을알려주면서도정작자신은알지못했다.어떤순간에는가장효율적인선택이아닌가장다정하고세심한방식이필요하다는사실을.사랑은소유하거나정복하는것이아님을.

“오,이신성한곳에서,이숲에서나갈수있다면,살육이살인이아닌곳으로갈수만있다면!”(359쪽)

낯선장소와존재,경험이언제나즉각적이고극적인변화로이어지지는않는다.리마를잃은후아벨의머릿속은온통복수심으로가득했고,목적을이루기위해서라면리마가혐오하던일도서슴지않는다.한때는견딜수없는배고픔에어쩔수없이개를잡아먹으며혐오감을느끼던아벨은,이제그럴듯한핑계조차찾지않고나무늘보를죽이며“살육이살인이아닌곳으로”가길원한다.리마를만나기이전과크게다를것없어보이는모습이다.그러나어떤변화는서서히,자기자신도모르는새에몸에새겨진다.아벨은베네수엘라의밀림을떠나영국령기아나(현재의가이아나)에정착하는데,이때아벨을만난친구는그를이렇게묘사한다.“야생의존재라면무엇이든사랑했으며,자연을사랑했고,순전히상업적인사회의흔한물질적관심사와까마득히동떨어진것이라면무조건좋아했다.”엘도라도의꿈을꾸던스물둘의아벨은이제자연을찬양하며,오직우정을위해숨기고싶은과거도기꺼이털어놓는다.리마와의사랑은찰나였지만,사랑을중심으로한낯선경험이아벨의삶을이만큼바꿔놓았다.

자연속에서는문명을동경하고,
문명속에서는자연을그리워한작가

윌리엄허드슨은영국으로귀화하고영어로글을쓴영국작가이지만또한아르헨티나에서자국의중요문인으로평가받는아르헨티나작가이기도하다.아르헨티나의드넓은평원에서보낸어린시절은그의삶곳곳에서존재감을드러낸다.새를사랑하는박물학자로성장하게했으며,남아메리카의삶을마술적리얼리즘의문체로그려낸회고록을쓰는등작가로서의그의삶에도큰영향을미쳤다.그는과학과문학의중심에가고자영국으로넘어갔지만,한순간도자연을떠나보내지않았다.현실에만족하지못했다기보다는,두개의세상모두를사랑했다.극단의세계를경험해본사람만이지니게되는맑은눈이있다.내가아는것만사랑하고,내가아는것이곧진리라고믿는오늘날,《녹색의장원》이라는미지의세계를읽어야하는이유가여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