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과 비르지니

폴과 비르지니

$12.50
Description
인도양처럼 깊이 빠져드는 이야기,
그러나 끝내 가라앉지 않을 사랑의 순수함에 대하여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반향과 함께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으며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던 소설. 세기를 거듭하며 다양한 장르에서 재생산되며 그 뛰어남을 끊임없이 증명해내고 있는 작품. 지금의 모리셔스인 ‘프랑스 섬’을 무대로 하는 《폴과 비르지니》는, 작품 속 소년 소녀가 끝내 지켜낸 사랑이 곧 청춘의 순수함과 완벽한 사랑의 상징으로 인식될 만큼 다양한 시대와 세대의 심금을 건드려왔다. 누구나 꿈꾸는 순결한 사랑이 생경한 이국정취 속에서 펼쳐지는 자연을 만나 깊은 울림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어렴풋하고 쓰라리지만 가장 깊고 투명한 사랑 이야기.
저자

베르나르댕드생피에르

BernardindeSaint-Pierre|1737년프랑스르아브르에서태어났다.어린시절부터모험심이많았고미지의세계를동경했다.대니얼디포의《로빈슨크루소》를읽고크게감명받기도했다.선장이었던삼촌과서인도제도를여행했고,1768년부터1770년까지약3년간현재의모리셔스인일드프랑스에머물며자연을관찰했다.이후파리에머물던그는계몽사상가인장자크루소를만나친밀한관계를유지했으며,함께파리와파리근교의식물을연구하기도했다.루소의권고로쓰기시작한《자연연구》(1784)로큰명성을얻었고,독실한기독교인이었음에도볼테르와루소의사상에큰영향을받았다.《폴과비르지니》(1788)는《자연연구》제4권에‘일종의목가’라는수식과함께추가된소설로,당시프랑스에서출간되자마자엄청난반향과함께수많은독자를사로잡으며큰성공을거두었다.순결한사랑이생경한이국정취속에서펼쳐지는자연을만나깊은울림을일으켰기때문이다.《폴과비르지니》는세기를거듭하며다양한장르에서재생산되었고,청춘의순수함과완벽한사랑의상징이되었다.그밖의작품으로는《일드프랑스로의항해》(1773),《인도의초가집》(1790),《수라트의찻집》(1790)등이있다.《수라트의찻집》은훗날레프톨스토이에의해번안되었다.1814년프랑스에라니에서세상을떠났다.

목차

머리말_007

폴과비르지니_011

해설|순결한사랑의봉인_202

출판사 서평

결코사라지지않을자연의아름다움과
절대로변하지않을사랑의위대함

어린시절부터모험심이많았고미지의세계를동경했던베르나르댕드생피에르는‘프랑스섬’에서3년간머물며자연을관찰한다.이후파리에머물며장자크루소의권고로쓰기시작한《자연연구》로큰명성을얻는다.《폴과비르지니》는《자연연구》제4권에‘일종의목가’라는수식과함께추가된소설로,이듬해단독으로재출간될정도로큰성공을거둔다.알려지지않은열대섬의정경이문명의이기와속물근성에침잠해가던사람들에게잃어버린낙원을발견하는것과같은화려한흥분을가져다주었기때문이다.《폴과비르지니》는결코사라지지않을자연의아름다움과절대로변하지않을사랑의위대함을빛나는묘사와소중한잠언들로그려낸작품이다.

“피곤할때마다널보면피로가풀려.산꼭대기에서저기골짜기깊은곳에있는네가언뜻보일때면,우리과수원한가운데있는장미꽃봉오리같아.네가우리어머니들집으로걸어가기만하면,자기새끼를찾아달음질하는자고새의앞가슴은그아름다움이시들해지고,가볍던걸음걸이도전만못하지.나무에가려너를시야에서놓치더라도,널다시찾으려고애써살펴보지않아도돼.네가지나간공기속에,네가앉아있던풀위에,도무지말로다할수없는너의무언가가내게남아있어.”(75∼76쪽)

주류사회에서밀려난두여성은아프리카동남부의‘프랑스섬’에정착한다.여기서각각‘폴’과‘비르지니’라는아이를낳아키운다.섬의평화롭고아름다운자연환경처럼맑게자라난두아이는자연스레서로사랑에빠지고,섬에서함께하는영원한미래를꿈꾼다.그러던어느날,비르지니는파리에있는부유한친척으로부터막대한재산이보장된파리에서의생활을제안받는다.엉겁결에비르지니는파리로떠나게되고,폴은비르지니를그리워하며몹시괴로워한다.비르지니역시폴을그리워하며파리에서의생활에적응하지못하던중,원하지않는상대와결혼시키려는친척에반대하다가다시섬으로쫓겨난다.그런데폴이남아있는섬을불과몇킬로미터앞에두고비르지니가탄배는거센풍랑을만나난파될위기에처한다.살기위해옷을벗고바다에뛰어드는사람들사이로비르지니만이홀로남겨지게되는데…….

한젊은아가씨가생제랑호의선미복도에나타나더니,그녀에게다가가기위해사력을다하던사람을향해팔을뻗고있었어.비르지니였네.그녀는폴의용맹한모습을보고자신의정인임을알아보았지.그토록사랑스러운사람이너무나참혹한위험에처한모습을보고,우리는고통과절망에휩싸였네.그런데도비르지니는고귀하고당당한태도로,우리에게영원한작별인사를건네듯손짓을해보였어.선원들은모두바다에몸을던지고없었네.(169쪽)

소설은폴과비르지니와한마을에서살았던노인이내레이터로등장해흘러간다.이들의사연을모두경험하고간직한노인은,그러나철저한타자로서이야기를전달한다.자연의위대함이나오랜시간삶을지켜낸경험자로서의조언만간간이전할뿐이다.노인의내레이션이고루하게느껴지지않는것도이때문이다.때로는인간을굴복시키고황폐화시키기도하지만,자연의위대함이나아름다움은누구도부정할수없는것이기때문이다.아울러삶을바라보는천진한시선을바탕으로건네는잠언들은,그것이비록이상적이고비현실적이라할지라도귀담아듣고호응하지않기란어려운일이다.

지금세대의언어로새롭게번역한
《폴과비르지니》의정본

《폴과비르지니》는그리길지않은작품이지만,뛰어난소설의가독성이단지가벼운분량때문만은아니다.한요람을나누어쓰며남매처럼자라난두사람이사춘기에이르러우애가아닌사랑의감정을느끼는미묘한과정을섬세하고눈부신묘사로표현해내기때문이다.우리는누구나사랑을하지만사랑이시작되던순간을정확하고찬찬하게떠올려내기란쉽지않다.생피에르는이설명하기어려운사랑의임계점을세밀하고뜨거운문장으로집중력있게포착해낸다.1960년대부터문고판으로국내에소개되어온《폴과비르지니》가특히청소년들에게큰호응을얻었던것도이때문이다.순수한사랑을대표한다는점과소녀의옷에응축된메타포가존재한다는점에서는황순원의〈소나기〉를연상케하는부분도있다.지금세대의언어로새롭게번역된이책은,오랫동안읽혀온《폴과비르지니》의정본역할을하기에도손색이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