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13.00
Description
신자유주의와 코로나19가 던진 질문에
13명의 페미니스트가 각자의 자리에서 응답하다
페미니즘은 이제 우리 시대의 상식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권력과 위계에 따른 성폭력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요구는 날이 갈수록 강력해졌다. 하지만 페미니즘이 대중화되면서 여성 주체의 의식이 높아지는 데 비해, 사회는 여전히 그에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백래시가 심해지자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서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것을 요구하는 코로나19는 신자유주의와 포개지며 페미니즘에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 지금 같은 시대에 경계를 넘는 연대가 가능하겠느냐고.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크리틱 2』는 전작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페미니스트 크리틱 1》에 이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현실에 개입해온 13명의 페미니스트의 글을 모은 책이다. 일부 여성이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반대하고, 성공과 야망을 강조하는 페미니즘이 힘을 얻어가며, 코로나19로 사회가 멈춘 것처럼 보여도 결코 멈출 수 없는 돌봄을 여성이 감당하고 있는 현실은 페미니즘이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다. 이에 권김현영, 김영옥, 김은실, 김주희, 김현미, 민가영, 손희정, 신경아, 이현재, 장이정수, 전희경, 정희진, 최현숙은 신자유주의와 코로나19가 촉발한 변화를 살펴보고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기획하고자 질문에 답했다. 이 책은 혼란스러운 현실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돌파해나갈 힘을 바라는 독자에게 더 나은 논쟁을 할 수 있는 자원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트랜스젠더 배제 담론, 피해자 중심주의, 자본과 남성 중심의 재난 대응, 재난의 최전선에 선 여성 노동자와 건강 약자·성 소수자의 소외, 페미니스트 그린 뉴딜, N번방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안전의 시장화, 신자유주의적 페미니즘 등 다양한 주제로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을 조망해보았다. 필자들은 이 모든 논의가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더욱 평등하고 정의롭게 만들기 위한 마중물이 되길 바라며 열띠게 토론하고 글을 썼다. 이 책은 페미니즘이 과연 새로운 사회를 기획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충분한 응답이 될 것이다.
저자

김은실

한국사회의지식생산방식과그과정에개입된문화권력에대한문제제기를멈추지않는페미니스트학자.‘또하나의문화’동인과함께탈식민주의연구를시작한이래아시아여성학을삶의화두로삼고여러여성학자,페미니스트와함께토론하고글을쓴다.신자유주의로사회의공기가변하고코로나19로재난이일상화된지금,자기자리에서최선을다해말하고글을써온페미니스트들과함께단절과분열이심해지는상황을진단하며‘코로나시대의페미니즘’을비판적으로성찰하는공론장을열기위해이책을기획했다.

목차

들어가며팬데믹과신자유주의를넘어서는페미니즘을모색하며

PART1
누가‘여성’인가?

01저는여성이아닙니까?
‘여성’범주를둘러싼페미니즘논쟁_김은실

02여성은잠재적피해자인가?
‘무해한존재’라는이데올로기를넘어_권김현영

03나의안전은너의배제로완성되지않는다
여대의대항적공공성을향하여_김영옥

04페미니즘은트랜스젠더를버리고가야한다고요?
횡단과확장의페미니즘운동을꿈꾸며_손희정

PART2
페미니즘이기획하는포스트코로나사회는?

05코로나19와재난의불평등
자본과남성중심의해법에반대한다_김현미

06재난앞에선여성노동자
팬데믹시대의최전선에서분투하는이들을위하여_신경아

07감염병과약한자들의페미니즘
불안을마주하는더나은방법을고민하기_전희경

08방역감시사회의키스와섹스
‘정상’강제사회에서성소수자의자유를옹호하며_최현숙

09한국판뉴딜을넘어페미니스트그린뉴딜
재난과단절의세상을위한해법_장이정수

PART3
신자유주의적페미니즘을넘어서

10N번방은신종범죄인가?
얼굴의젠더정치_김주희

11신자유주의시대안전의상품화와페미니즘
피해와안전에대한페미니즘의질문_민가영

12‘나쁜페미니스트’의정치학
‘파이’나누기에서더많은연대로_이현재

13페미니즘의대중화를다시생각한다
여성의개인화의이중적의미_정희진

출판사 서평

신자유주의와코로나19가던진질문에
13명의페미니스트가각자의자리에서응답하다


1.지금누가‘진짜여성’인가
-여성범주를둘러싼논쟁을깊숙이들여다보다

2020년2월트랜스젠더여성이여자대학에합격해입학을준비했다.그녀가자신이남성에서여성으로전환했음을밝히자,이를환영하는사람도있었지만반대하는사람도적지않았다.그녀가남성으로태어나여성으로서겪어야했던고통에무지하기때문이라는것이반대이유였다.어떤페미니스트는피해현장에서‘진짜여성’을구별하기위해염색체검사를해야한다는주장까지한다.이렇게‘진짜여성’을향한요구가드러내는것은무엇일까?
여성학자김은실은“누가여성인가”라는질문이너무나오래되었음을밝히면서생물학적여성은결코여성연대의기초가될수없다고선언한다.지금까지페미니즘은여성을생물학적으로규정하는지식과담론에반대하면서여성의주체성을고양시켜왔기때문이다.같은맥락에서여성주의연구활동가권김현영은페미니즘이여성을피해자로만여기는고정관념과싸워왔다고이야기한다.‘피해’를싸움의중심에놓으면그것을자원으로삼아누가더고통받는가를경쟁하는구도에매몰되고만다.
생애문화연구소옥희살롱연구활동가김영옥은여대가여성을위한해방공간으로자리매김한것은여성스스로자신을정의내리는곳이었기때문이라고말한다.가부장제에저항하며여성의주체성을북돋던여대가특정집단의‘안전’을요구하는데머무르지않을때,대항적공공공간으로서제역할을다할수있을것이다.문화평론가손희정역시“트랜스젠더는버리고간다”는선언이지워버리는것에주목한다.페미니즘과트랜스젠더담론은오랫동안공생관계를만들어왔다.페미니즘은억압받는이의편에서는것이지만,억압받는이의다양성을함께생각해야‘아무도짓밟지않는운동’을할수있다.

다시강조하자면페미니즘은여성을피해자로만여기는바로그생각과싸워왔다.페미니즘은피해자를동등한사회구성원으로서존중하자고하지,피해자의말이무조건옳다고하지는않는다.“당신잘못이아니다”라는말은피해자를부당하게비난하는것을막아내기위해서필요했지,여성이어떤것도진정으로선택할수없다거나모순과혼란을경험하며자신의삶을만들어가는과정중의주체라는점을부인하려는말이아니다.
-권김현영,02〈여성은잠재적피해자인가?:‘무해한존재’라는이데올로기를넘어〉,43쪽.

“억압받는나는누구인가”에기대는정체성의정치는목소리를박탈당한자들에게유용한싸움의도구다.그러나역사와문화이전에존재하는본질적인여성됨을상정하는것은페미니즘정치의가능성을제한한다.정체성정치의힘은정체성을본질로만드는사회의관습자체를질문하면서그경계를열어다른정체성과적극적으로연결될때더넓어지고강해진다.
-손희정,04〈페미니즘은트랜스젠더를버리고가야한다고요?:횡단과확장의페미니즘운동을꿈꾸며〉,66~67쪽.

2.위기를감당하는이는언제나여성과소수자,약자다
-코로나19가연재난의시대를페미니즘의시선으로조명하다

한국을비롯해전세계로퍼져나가면서팬데믹pandemic을일으킨코로나19바이러스.코로나19로인해‘사회적거리두기’가상식이되면서우리의일상도크게변했다.아프면재택근무를하고집에서온라인으로수업을받는풍경에익숙해지고있다.하지만우리가‘당연함’을누릴수있는것은당장눈앞에보이지는않지만꼭필요한이들이있기때문이다.바로보건의료인과돌봄노동자,택배노동자와콜센터노동자같은이들이다.이들중대다수가여성이라는건재난을감당하는방식이얼마나구태의연한지를분명하게드러낸다.
문화인류학자김현미는우리가신종코로나사태에비교적잘대응할수있던데에는공감과돌봄능력을가진여성이있었기때문임을지적한다.문제는우리사회가여성과소수자,약자가평등하게존중받는방향이아니라기존의자본중심,남성중심전략을고수하려는데있다.사회학자신경아는대안적인사회를구성하기위해가장먼저고려해야할이들이바로여성노동자임을강조한다.여성노동자다수가재난의최전선에서있으면서도비정규직이라는이유로가장먼저해고되는사태는사회의토대를흔든다는점에서위험하다.옥희살롱연구활동가전희경은감염병이언제나약하고병든자에게더큰타격을준다는것을상기시킨다.사회가멈추는것처럼보일지라도돌봄은결코멈출수없다.코로나19는각자따로강해지는것이아니라서로의약함을돌보고책임지는능력을모두에게요구한다.
구술생애사작가최현숙은코로나19로사회적거리두기를줄기차게요구하는정부가정작이성애중심가족의밀착은전혀간섭하지않는다고꼬집는다.이때정부와언론에게서가장집중적으로공격받는쪽은성소수자다.보수언론은클럽을통해코로나19가확산되자‘이태원코로나사태’라는이름을붙이며성소수자혐오에불을지폈다.여기서최현숙은성소수자들을향해주눅들지말고자유로워지자고유쾌하게선언한다.이어서여성환경연대상임대표장이정수는여성과소수자,건강약자가더불어살기위해서는한국판그린뉴딜이아니라페미니스트그린뉴딜이필요하다고제안한다.코로나19로수십년후퇴한여성의조건을복원하고더낫게만드는기획은생태의회복과떼려야뗄수없기때문이다.

코로나19가드러낸또한가지는,돌봄은언제나위기였지만잘감춰져있었을뿐이라는사실이다.돌봄노동이‘잠시멈춤’하자마자,가족의안과밖모두에서곧바로비명이터져나왔다.그리고그비명들이,돌봄은‘잠시멈춤’이불가능하다는것을새삼스럽게환기시켰다.돌봄은삶과생명을지탱하는데꼭필요한요소이기때문이다.
-전희경,07〈감염병과약한자들의페미니즘:불안을마주하는더나은방법을고민하기〉,96쪽.

국가는양육에관한사회적책임확대를대대적으로선전하면서,한편으로는자본과국가를떠받쳐줄근로자와납세자를생산하지않거나양육책임을제대로짊어지지못하는성적비체를향한차별과배제를은밀하게확장할것이다.동성애자,성전환자,무성애자,비혼등출산의사가없거나가능성이낮은사람들과성판매자에게는음란과무책임과불법의낙인이더심해질테고,장애인과노숙인과이주민등비건강과빈곤과경계밖사람들의섹스와출산은더지지받지못할것이다.
-최현숙,08〈방역감시사회의키스와섹스:‘정상’강제사회에서성소수자의자유를옹호하며〉,108쪽.

3.신자유주의적페미니즘이만들어낸풍경
-‘파이’와‘안전’에얽매인여성의현재를톺아보다

일찌감치우리사회를지배해온신자유주의는개인에게책임을떠넘기면서불평등을가속화했다.지금은신자유주의에코로나19가맞물리며여성과소수자,약자에게더욱가혹한환경이만들어지고있다.각자도생이상식인신자유주의사회는여성에게성범죄의대상이되지않도록스스로를단속하고‘안전’을위한장치를직접마련하라고요구한다.그리고여성이남성에게서자기몫(‘파이’)을빼앗아와야만생존할수있다는신화를퍼트린다.신자유주의는여성의주체성을직접적으로요구한다는점에서페미니즘이확산되는토양이었지만,그곳에머물수만은없는것도바로그때문이다.
여성학자김주희는디지털성범죄의대명사가된‘N번방’사건에주목한다.‘비대면’은코로나사태이전에이미디지털사회의기본으로자리잡았다.남성들은일찌감치불법촬영물과‘지인합성물’을‘공유’하면서여성의얼굴을비대면적으로소비해왔다.늘새로워보이는디지털성범죄가사실오래된남성성의반복일뿐이라는지적이예리하다.여성학자민가영은범죄와관련해신자유주의맥락에서페미니즘이안전이슈로축소되고,피해와안전이신자유주의적통치성을위한장치로배치되는시대에페미니스트의물음은어떻게변화되어야하는가를모색한다.더나아가피해를비판적으로사유할필요또한제안한다.

여성학자이현재는피해와가해의논리뿐만아니라‘나쁜여성’을요구하는페미니즘의신자유주의적인성격을지적한다.남자만이누려온파이를빼앗으려는나쁜여성들은은연중에지배적인질서에공모한다.여성의차이를세심히살피지않는나쁜여자가아니라‘나쁜페미니스트’가되어연대할때보다변혁적인세계를모색할수있다.마지막으로여성학연구자정희진은2000년이후의신자유주의화가페미니즘의대중화에미친영향을살핀다.신자유주의적페미니즘이추구하는바는‘여성우선’이다.그런데여성이누구인지를규정하는순간권력관계가발생한다.페미니즘은모두가똑같아야한다고주장하는이념이아니다.여성이모두똑같지않기때문에차이속에서연대해야한다는사유다.페미니즘의지향을이처럼분명하게잡아야비로소성차별을극복하고타자와공존할수있다.

페미니스트인식론의계보안에서‘피해’는지식권력관계를비판할수있는성찰적위치로자리매김해왔다.그러나피해를둘러싼신자유주의적재편이일어나고있는이시점은‘피해를통한’인식으로부터‘피해에관한’새로운비판적사유를요청한다.페미니즘이‘안전’이슈로축소되고‘개인의안전’을위한방법으로써타자에대한배제가쉽게상상되는현시점에서이와같은질문은계속해서검토되어야할것이다.
-민가영,11〈신자유주의시대안전의상품화와페미니즘:피해와안전에대한페미니즘의질문〉,143~144쪽.

여성주의는‘많은여성이하나가되자’는사유가아니다.여성주의는대표적인정체성正體性의정치다.이는여성은모두같다는의미가아니다.오히려동일하지않기때문에동일‘시視’가필요한정치다.여성주의는‘어려운’사유다.여성의개념이상황에따라수시로변하기때문이다.나는여성,아줌마,외국인,건강약자,비정규직노동자다(라고생각한다).그러나대부분의사람은나를‘아줌마’로만본다.스스로는건강약자라는정체성이가장강하다.하지만텔레그램‘박사방’같은사건에는여성으로서그누구와도연대할수있다.
-정희진,13〈페미니즘의대중화를다시생각한다:여성의개인화의이중적의미〉,164쪽.

4.더욱평등하고정의로운포스트코로나사회를위하여
-새로운사회를기획하는페미니스트전략

이책의필자인권김현영,김영옥,김은실,김주희,김현미,민가영,손희정,신경아,이현재,장이정수,전희경,정희진,최현숙은세대와다루는주제가조금씩다르지만,따로또같이연구하고토론하며페미니스트공동체를만들어왔다.필자들은트랜스젠더여성의여대입학반대와코로나19,N번방사태를거치면서갈수록혐오와배제가강해지는사회에큰위기감을느껴집필을기획했다.
트랜스젠더배제담론,피해자중심주의,자본과남성중심의재난대응,재난의최전선에선여성노동자와건강약자·성소수자의소외,페미니스트그린뉴딜,N번방을비롯한디지털성범죄,,신자유주의적페미니즘등다양한주제로코로나시대의페미니즘을조망해보았다.필자들은이모든논의가포스트코로나사회를더욱평등하고정의롭게만들기위한마중물이되길바라며열띠게토론하고글을썼다.이책은페미니즘이과연새로운사회를기획할수있느냐는물음에충분한응답이될것이다.

페미니즘을더욱깊이알고싶은이들을위한
페미니스트크리틱feministcritique

페미니즘을몸으로깨닫고알아가는과정은깊고정확하게상처입는다는것을뜻한다.‘페미니스트크리틱’시리즈는상처를지식으로,아픔을활력으로,분노를저항으로바꿔나가는이들을위해기획되었다.‘페미니스트크리틱’은성찰하는사람들의곁과지배적인지식의틈에서분투하는이들을위한페미니즘지식/비판을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