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리지 평설 (국토 평론가 이중환, 사람이 살 만한 땅을 말하다)

택리지 평설 (국토 평론가 이중환, 사람이 살 만한 땅을 말하다)

$17.16
Description
조선 팔도에서 살 만한 곳을 찾아 헤맸던
‘국토 평론가’ 이중환의 발자취와 《택리지》의 행방을 밝히다
18세기 조선의 문인 이중환이 지은 《택리지擇里志》는 당대는 물론 후대의 사대부들이 무수히 읽고 논하고 베껴 쓰면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실용서로 자리매김한 책이다. 《택리지》는 어디에 사는 것이 가장 좋을지 제시한 부동산 서적이고, 산수가 빼어난 곳을 안내한 여행서이며, 지역의 물산과 교통을 소개한 경제서이자, 지역 전설을 채록한 구비문학의 보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몰락한 사대부로서 불행하게 살다 간 저자의 삶에 주목하는 이는 드물었고, 당쟁의 폐해로 인해 조선 팔도에 진실로 살 만한 곳이 없다는 저자의 관점도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다. 또한 200여 종에 달하는 《택리지》 사본은 편목과 구성이 제각각이었고, 일제 강점기에 최남선이 새로운 판본을 선보였지만 왜곡된 편집으로 더 많은 오해를 낳기도 했다.

오랫동안 《택리지》를 연구해온 한문학자 안대회 교수는 23종의 선본을 바탕으로 아홉 명의 연구자들과 함께 엄밀한 교감을 거쳐 2018년 《완역 정본 택리지》(양장본, 보급판)를 출간했다. 《택리지 평설: 국토 평론가 이중환, 사람이 살 만한 땅을 말하다》는 안대회 교수가 정본 출간 이후에도 《택리지》를 손에서 놓지 않고 끈질기게 연구한 결과를 모았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중환의 인생 역정, 그로부터 비롯한 문제의식, 수없이 다양한 이본이 나올 정도로 뜨거웠던 관심, 사대부들이 헛소리로 치부하던 민담을 수집해 지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려 했던 이중환의 노력을 가감 없이 담았다. 이 책은 《완역 정본 택리지》를 통해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과 도도한 역사를 함께 살펴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소중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안대회

연세대학교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성균관대학교한문학과교수로,대동문화연구원장을맡고있다.옛글을학술적으로엄밀히고증하면서도특유의담백하고정갈한문체로풀어내독자들에게고전의가치와의미를전해왔다.제34회두계학술상과제16회지훈국학상을수상했다.지은책으로는《조선의명문장가들》,《벽광나치오》,《정조치세어록》,《궁극의시학》,《선비답게산다는것》,《담바고문화사》등이있고,옮긴책으로는《완역정본택리지》(공역),《해동화식전》,《연경,담배의모든것》,《소화시평》,《북학의》,《녹파잡기》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

1장《택리지》서설:《택리지》는어떻게조선시대의대표적인실용서가되었나
18세기인문지리학의명저《택리지》
사대부사회에서쫓겨난지식인의자기표현
《택리지》는무슨책인가
중상주의,《택리지》의지적토양이되다
조선의전무후무한지리서《택리지》

2장국토평론가이중환:그의생애와학문의행방
명문가의기린아로태어나다
앞날이창창하던청류관료시절
목호룡사건으로인한파국과급격한몰락
시인이중환의동인활동
이중환의시세계
실용의태도로쓰인경세학의모범《택리지》
불우한남인의전형

3장국토를새롭게해석하다:《택리지》의핵심특징
몰락에서비롯된위기의식
내몸하나누일좋은땅은어디에있나
주거선택의네가지조건:지리,생리,인심,산수
새롭게떠오르는경제중심지에주목하다
‘직주근접론’의원조
살림살이가우선이다

4장어디가살만한땅인가:좋은집터의이론과실제
주거지이론,18세기조선에새롭게떠오르다
좋은집터를고르려면이것부터살펴라
어디가조선팔도에서좋은집터인가

5장《택리지》는어떻게변화되어왔는가(1):개정과이본의형성
최남선의광문회본을넘어:《택리지》초고본으로탐색한개정과정
초고본은어떤특징이있는가
개정본은어떤특징이있는가

6장《택리지》는어떻게변화되어왔는가(2):《택리지》의구성으로살펴보는이본의계통
《택리지》는어떻게구성되었나
이본의계통을구분하는다른기준은무엇인가
새로운편집본《동국산수록》과그파장

7장《택리지》는어떻게변화되어왔는가(3):정약용의제자황상,《택리지》를개정하다
치원본《택리지》는어떻게구성되었나
지역민의시선으로《택리지》를해석하다:전라도와서북지역재평가
지리정보의갱신:전라도와황해도
적극적인독서와편집으로일군독창적재해석
정약용은치원본《택리지》에어떤영향을주었나

8장‘전설의고향’《택리지》:《택리지》에반영된구전지식과지역전설
지역전설을풍성하게수록한민속지
이야기가없는땅은없다
조선팔도곳곳에최치원이있네
피비린내나는땅에도사람은산다
현지에서길어올린생생한이야기
아무리황당한이야기라도진실이숨어있다

9장임진왜란과《택리지》:원숭이기병대는정말임진왜란에참전했을까
《택리지》와《연암집》에실린원숭이기병대이야기
《오주연문장전산고》에실린원숭이기병대이야기
《난중잡록》에실린원숭이기병대이야기
《세전서화첩》속원숭이병사이야기
명나라장수편갈송은원숭이기병대를어떻게활용했는가
야사에담긴원숭이병사이야기

청담이중환연보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1.명문가의기린아에서당쟁의희생자로
-‘국토평론가’이중환은어째서《택리지》를썼는가

《택리지》는조선시대의가장대표적인인문지리서로서국토의지리와당대의변화를함께담은독보적인저작이다.국가가지리정보를독점하던시대에개인이지리를논했다는점에서도획기적이다.하지만《택리지》의저자가왜이책을썼으며어떤문제의식을가졌는지는그동안잘드러나지않았다.안대회교수는《택리지》를‘18세기인문지리학의명저’라고평가하면서이책이사대부사회에서쫓겨난지식인의자기표현이기도하다는것을강조한다.
이중환李重煥(1690~1756)은오랫동안고위관료와학자를배출하며당시남인南人당파를주도하던명문가에서태어났다.24세에문과에급제한뒤10년동안공백없이관직생활을이어가던이중환은경종景宗이죽고영조英祖가즉위한지얼마되지않아역모에가담했다는혐의로심한고초를겪는다.소론少論이노론老論을축출하고노론이소론에보복하면서사화士禍가거듭되는혼란스러운정국이었다.이중환은모진형장을버티며무죄를주장한끝에겨우풀려났지만이후벼슬길이영영끊겨버렸다.한번반역자라는낙인이찍힌그를돌아보는이도거의없었다.
이중환은그동안그가마땅히살아야한다고생각했던현실에서그렇게버림을받았다.젊은남인동학들과함께시사詩社를결성하고시에서“그윽한생각과쓸쓸한처지,처연한회한의회포나고독한의지와과감한행동,다부진소신의지조”를보여준다고평가받을만큼탁월한시인이었던이중환은앞날이창창하던청류관료에서말그대로아무것도아닌존재가되어버렸다.사대부사회에서밀려난그가새롭게맞아들인현실은바로자신이발딛고선국토였다.《택리지》의원제가‘사대부가살만한곳’이라는뜻의《사대부가거처士大夫可居處》라는데서알수있듯이,이중환은자신을비롯해더이상관직에오를수없는사대부가어디서어떻게살아야하는가라는고민을담아우리국토를세심하게평론했다.
이렇게해서당대의부동산지침서이자실리를추구한경제지리서이고,모두가참고한관광안내서이면서지역문화와전설을담은민속지인《택리지》가탄생했다.《택리지》는이후여러지리지에인용되었으며,개항이후에는일본군장교가조선땅을답사하기위해참고할만큼정확한지식을제공하는책으로오래도록인정받았다.그러나《택리지》는정확한지리정보를전달하는데그치는책이아니었다.“나는이책에서살만한땅을가려살고자해도살만한땅이없음을한스럽게여겨이를기록했을뿐이다”라고말한데서알수있듯이,‘국토평론가’이중환이조선팔도를세심하게살핀참뜻은바로사색당파없는세상에서다툼없이사는데있었다.


2.사대부가살만한땅을찾아서
-《택리지》,조선에새로운주거지이론을제시하다

이중환이《택리지》에서던진핵심적인문제의식은“그렇다면사대부는장차어디로가야한단말인가?”라는질문에담겨있다.질문의답은바로신분에얽매이지않고생업을꾸리는것이다.이중환은먹고살만한새로운주거지를찾기위해조선팔도를살핀다.그는살만한곳을정하는데있어‘지리地理’,‘생리生利’,‘인심人心’,‘산수山水’라는기준을제시했다.
그중에서도각별히관심을보이는것은생리(경제)다.그동안일반지리지가행정중심지에집중했던것과달리,이중환은경제적으로새롭게부상하는지방을중심으로서술했다.원산,강경,광천,목포같은포구와한강·낙동강등지에인접한교통요지에주목해생계를꾸릴만한명촌名村으로선정했다.그러나강과바다를접한교통요지만으로는사는데충분하지않았다고판단했다.이중환은한양과의거리에주목해충청도일대와강원도원주를명촌으로거론했는데,오늘날로따지면‘직주근접론’의원조인셈이었다.이렇게실리를중시하는접근법에서알수있듯이이중환은좋은주거환경에서경제적으로윤택하게살고싶은욕망을긍정했다.《택리지》를시작으로18세기조선에서는주거지이론이새롭게떠올랐으며,이후의경세가들은대부분《택리지》의자장안에서주거지이론을세웠다.
예컨대이중환과두세세대이후의학자인성해응成海應(1760~1839)은《택리지》에서주목한지역을취사선택해《명오지名塢志》를지었다.그역시좋은집터를마련해잘살고싶다는현실적인욕구로책을지었는데,한양과의근접성을강조하기는이중환보다더심했다.그가좋은땅〔명오名塢〕으로간주한곳이대부분명문사대부집안이세거하는경기도에몰려있다는데서한계를분명하게드러낸다.
반면서유구徐有?(1764~1845)는《택리지》를바탕으로지은《상택지相宅志》에서이상적인거주공간을장만하려는사대부의보편적인욕망을학문차원으로승화시켰다.서유구는이중환의주거지이론에자신만의관점을도입해기준을세분화했을뿐만아니라,그와같은기준을통해좋은집터를실제로찾아보려노력했다.그러면서이중환이미처살피지못했던지역을새롭게평가하는등국토를평론하는시야를넓혔다.이처럼《택리지》는새로운주거지이론을제시했다는점에서수많은사대부에게큰관심을받았다.


3.200여종의사본으로살펴보는《택리지》의변화
-《택리지》가걸어온발자취를들여다보다

《택리지》는수많은독자가읽고논하고베껴쓸만큼뜨거운관심을받았다.현재까지알려진사본만해도200여종에이른다는사실이이를단적으로드러낸다.문제는사본이저마다다른저본을바탕으로한데다숱한이가옮기면서편목과구성에서일관성이없어졌다는데있었다.
현재까지정리된의견은이중환이1751년즈음에초고본을만들었고,그사이에여러사본이빠르게만들어졌으며,지은이가1756년이전어느시점에개정본을만들었다는것이다.여기서1912년최남선崔南善(1890~1957)이간행한‘광문회본’이혼란을키웠다.그동안학자들은광문회본을바탕으로《택리지》를연구해왔는데,광문회본역시정본으로삼기에는일관성과정합성이부족했던것이다.
안대회교수는아홉명의연구자들과함께200여종의사본에서광문회본을포함한23종의이본을골라냈고,이를초고본과개정본으로분류해《택리지》를더욱철저하게분석했다.초고본계열은풍수설을채택하고분량이많으며,개정본계열은풍수설을덜어내고설명을간결하게하는등서술면에서차이가두드러진다.안대회교수는서술상의차이를부각하는데그치지않고《택리지》의구성을보다면밀하게들여다봄으로써《택리지》가겪어온변화를차근차근살핀다.여기서조선후기의문인유중림柳重臨(1705~1771)이《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동국산수록東國山水錄》이라는이름으로《택리지》를수록함으로써또다른계보를형성했다는것도흥미롭다.
이본중에서각별히눈길을끄는것은황상黃裳(1788~1870)의‘치원본’이다.전라도강진의아전이자정약용의제자인황상역시《택리지》를필사해보관하고있었다.그런데치원본은황상의관점에따라완전히재편집된판본일뿐만아니라아주새로운내용이덧붙었다는점에서독특한이본이다.황상은지역민의시선으로《택리지》를해석함으로써차별적인시선에맞서호남과서북지역등소외받는곳을재평가했다.이처럼독창적인이본들은《택리지》가처음세상에나온이래당대와후대사대부들의관심속에서끊임없이새롭게만들어진저작임을잘보여준다.


4.‘전설의고향’,《택리지》
-구비지식과지역전설로민중의마음을읽다

《택리지》에서또하나흥미로운점은구전지식과지역전설을풍성하게싣고있다는것이다.이중환역시유학을깊이공부한사대부였지만고정관념에얽매이지않고현지의목소리에귀를기울였다.그의친척인실학자이익李瀷(1681~1763)이“산맥과수세水勢를비롯하여풍토와민속,재화의생산과수륙의운송등을조리를갖춰서분간하고설명하였다”고지적한것처럼,이중환은생리와지리못지않게민속에도깊은관심을보였다.국토를지리적관찰대상으로간주하는데그치지않고인간의삶과역사가숨쉬는곳으로대한것이다.이중환이《택리지》에수록한40종안팎의지역전설중최초로채록한것이많다는점에서문헌학적인가치또한높다.
특히자주언급되는전설은통일신라말기의문인최치원崔致遠(857~908?)과연관된이야기다.당나라에유학가서화려한경력을쌓았지만몰락하는나라를부흥시키지못해은사가된최치원의이야기는여러지역의무속신앙과깊은연관이있어무척도드라진다.하지만이중환이최치원에게관심을가진보다큰이유는최치원이지위를상실한사대부는어디에서어떻게살아야하는가를알려주는일종의롤모델이었기때문이다.
또한전쟁영웅의이야기역시중요하게이야기되는전설이다.이중환은정유재란때이순신이명량해전에서철쇄를엮어왜군을대파했다는전설과,만주족침략을억제했지만광해군에게충성을다한다는이유로죽은박엽이야기를소개한다.이중환은그밖에도역사적진실과무관하게지역에서입으로전해내려오는전설을과감히수록해지역민의목소리를생생하게들려준다.그또한온전히믿기는어렵지만나름의진실을담고있다는관점에서지역전설을가감없이실었다.
또하나흥미로운이야기는임진왜란때참전했다는원숭이기병대전설이다.오늘날의평택과아산사이에서1597년벌어졌다는소사전투는조·명연합군의대승으로끝난것으로알려져있다.이중환은이전투에서수백마리의원숭이기병대가출전해적진을교란시켰다는이야기를실었다.박진감넘치는서술은생생하고구체적이어서완전히꾸며낸이야기로는보이지않는다.문제는원숭이기병대에관한기록이명나라와일본어디에서도발견되지않는다는데있었다.안대회교수는조선시대의야사가담긴기록물은물론,양반가에전해오는기록화를하나하나살펴보면서원숭이기병대에나름대로역사적근거가있음을확인했다.여기서눈여겨보아야할것은원숭이기병대이야기를비롯한지역전설이온전한사실이냐가아니라,왜란과호란을겪으며고통받은민중의기억이어떻게《택리지》에담겨있는가하는점이다.

이처럼《택리지평설》은《택리지》의풍부한면모를끈기있게살피는책이다.안대회교수는‘조선시대의가장대표적인인문지리지’라는이름아래감춰졌던다양한이야기를하나하나드러내면서《택리지》의가치를더욱드높인다.당파싸움없는세상을꿈꾼이중환의문제의식,좋은주거지를찾고싶은사대부들의뜨거운열망,나름의관점으로새롭게편집하고해석을덧붙여《택리지》를갱신한지식인들의실천,사대부들이허망하다고보았던전설을모아민중의마음을읽으려했던지은이의노력등이잘드러난다.《택리지평설》은우리의대표적인고전《택리지》를더욱풍성하게읽는데큰보탬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