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박힌동/서양이분법을뛰어넘어
‘중양(中洋)’의눈으로되찾은인류문명사의찬란한완전판
오늘날‘역사’라는개념을관성적으로구분하면누구나자연스레‘서양사’와‘동양사’로나누고만다.‘서양사’는그리스-로마에서출발해중세-대항해시대-르네상스-종교개혁을거쳐산업혁명과근대문명으로귀결되면서‘세계사(世界史)’라는이름을독점했고,동서양의균형을내세우며인위적으로육성된‘동양사’는중국사일변도였다.나머지세상은지역사,변방사,비주류역사로치부되었으며,서양사와동양사는동전의양면처럼엄격히분리된채이어져오다근대에이르러서야‘서양이동양을개화시키며’융합되었다는식으로말해져왔다.
그러나이는속속들이잘못된역사인식이다.서양의문명과문물은서양에서기원하지않았고,동서양은인류사의모든순간을통틀어교류하지않은적이없었다.지구는동전처럼평평하지않았고,그렇기에서양과동양을촘촘히이어준‘중간문명’이,더거슬러올라가‘인류문명’이라는것자체를탄생시킨‘중심문명’이분명하게존재해왔다.그저틀에박힌동/서양이분법에의해외면되었을뿐이다.문명의본향은바로‘오리엔트-중동’이었다.
《인류본사》는오리엔트-중동지역을바탕으로인류사를다시쓴다.이러한역사읽기시도가새로워보이고‘본사(本史)’라는이름이낯설게느껴지지만,실상잃어버린역사의제자리를되찾는일이다.‘해가뜨는곳’이란의미의라틴어‘오리엔스(Oriens)’에서유래한‘오리엔트(Orient)’는오늘날터키공화국의영토인아나톨리아반도를중심으로인류최초의문명을발아시킨역사의본토였다.중동(中東)은유프라테스강과티그리스강사이메소포타미아지방을기반으로신화·문자·정치·기술등인간사회를유지하는데필수적인온갖문물을창조해낸문명의요람이었다.
나아가오리엔트-중동은인간사회가등장하고부터산업혁명이일어나기전까지약1만2,000년동안인류의진보를이끌어온지구상에서가장선진적인중심지였고,6,400킬로미터에이르는실크로드를따라동양과서양의정치·경제·문화를이어주며교류발전을주도한문명의핵심기지였다.그러므로오리엔트-중동을모른채문명사를논하는것은곧문명없이문명사를외치는아이러니와다름없다.‘중양(中洋)’의눈으로역사를다시읽는것이야말로인류문명의완전판을탐독하는획기적사건이며,동/서양이분법이유발한역사왜곡과인식단절을뛰어넘어잃어버린인류문명의뿌리를되찾는위대한첫걸음이다.
기원전1만년아나톨리아문명부터근대오스만제국까지
국내최초로온전히담아낸오리엔트-중동1만2,000년문명사
《인류본사》는아나톨리아반도와메소포타미아를중심으로중앙아시아와인도아대륙,북아프리카와이베리아반도까지아우르며이일대에서일어나고스러졌던15개제국과왕국의역사를통해오리엔트-중동세계의1만2,000년역사를하나의흐름으로복원해냈다.발굴과동시에역사학의근간을뒤흔든괴베클리테페와차탈회위크를필두로한아나톨리아문명을시작으로바빌로니아,아케메네스조페르시아,사산조페르시아등고대중동을호령했던바빌로니아-페르시아문명은물론,그간국내에제대로소개되지않았던히타이트,프리기아,파르티아등오리엔트문명의주요제국들을선명히조명함으로써척추가끊어진채전해져오던인류사의뼈대를바로세운다.
7세기무함마드의등장이후압바스,사파비,오스만등으로유려하게흘러가는이슬람제국들의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이슬람문명이어떻게인류전체의대번영을이끌었는지간명하게파악하게된다.더불어중앙아시아의호라즘샤와티무르,이베리아반도의후우마이야와나스르,아프리카의말리와송가이,인도아대륙의무굴까지지리적시야를넓혀다채로운이슬람제국들의역사를톺아보니오늘날12억인구에달하는이슬람의세계성을비로소이해할수있다.
수많은제국의역사일면을훑는수준을넘어,각나라만의정치적맥락안에서구성된거버넌스,세계의지정학적판도를뒤바꾼주요전쟁과전투,통치이념의밑바닥이자제국신민들의삶의지표로자리잡았던다양한종교들,지금까지도계승되어오는예술·건축·생활문화까지문명사를심도있게해석할수있도록다각적인역사지식을체계적으로정리했다.기원전1만년아나톨리아문명부터근대의오스만과무굴제국에이르기까지오리엔트-중동문명의1만2,000년사를이토록풍성하고온전하게담아낸시도는국내에서는지금껏찾아볼수없었던최초이자유일한성취이다.
언론과학계가인정하는중동-이슬람권위자이희수교수의
40여년현장답사와연구성과를집약한기념비적역작
이와같은전무후무한역사적결실은터키이스탄불대학교에서한국인최초로박사학위를받고터키·사우디아라비아·튀니지·이란·우즈베키스탄등이슬람권전역에서40년간현장연구를이어온저자의독보적인역량에서비롯했다.이희수교수는‘이슬람권의유엔’이라불리는이슬람협력기구(OIC)산하이슬람역사문화연구소(IRCICA)와중앙아시아국제학술연구소(IICAS),튀니지사회경제연구소(CERES)등에서활동하며세계적인명성을쌓았고,국내에서도외교부정책자문위원회아프리카중동분과위원장,한국중동학회장,한국이슬람학회장등을역임하며중동-이슬람에관한도움과식견이필요한곳이라면어디든마다않고역할을다해왔다.소위‘중동문제’가발생할때마다언론매체와인터뷰를진행하며현상황에관해대중적눈높이로폭넓게해설해주고,반지성적혐오에대해서는적극적으로대응하면서국내최고의중동-이슬람권위자로서입지를다졌다.
《인류본사》는괴베클리테페,페르세폴리스,사마르칸트,알람브라궁전등오리엔트-중동현지유적지에직접다녀온저자의답사기를곳곳에실어,실제로접하기엔현실적제약이많은중간문명제국들의문화적향취를독자눈앞에생생히재현했다.문화인류학자로서상대주의적이고현지중심적인관점으로그곳만의독특한지리적환경과사회문화적상황속에서그려내는저자의답사기를읽다보면어느새수천년전유적지한가운데서있는듯한놀라운체험을하게된다.200여장에달하는컬러사진과지도또한현지의기운을한껏또렷이전달한다.생경하기만했던오리엔트-중동문명을국내에오롯이알리기위해한평생을바친저자의기념비적역작으로손색이없다.문명의본토가간직한1만2,000년의찬연한역사와신비로운문화를따라인류의본사(本史)를되찾아가는이여정에함께하기를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