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 :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들여다보는 테크 업계와 서비스의 이면

엑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 :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들여다보는 테크 업계와 서비스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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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번 생이 안 된다면 다음 생에 여성 개발자로 태어나 쓰고 싶던 책이 바로 여기 있다. 기술과 인간의 공존을 원한다면 이 책부터 읽어야 한다.”
- 임소연(《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지은이,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조교수)

챗GPT의 공개로 인공지능의 새 시대가 열린 것처럼 보이는 지금, 기술진보가 다시 한번 세상을 바꿀 기세다. 이에 편승해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다시금 상승세를 타고 있고, 많은 사람이 최신 기술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궁리를 거듭하고 있다. 기술이 공기처럼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시대이니, 이런 현상이 펼쳐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IT 서비스와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테크 기업을 다른 시선으로 보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여성 청소년들이 랜덤채팅 앱 때문에 피해를 입어도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기술의 중립성’ 뒤로 숨는다. 여성들이 젠더폭력에 맞서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해놓아도 국가기관은 이를 방치하기만 한다. 테크 업계는 ‘압박을 견뎌내는 것도 능력’이라며 가혹한 노동환경을 개인이 돌파해야 할 몫이라고 강변하고, 남성 엔지니어들의 독성 말투와 여성 개발자 차별을 ‘실력’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한다. 기술을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바라볼 때 우리 앞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다.

《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는 테크-페미 활동가인 지은이가 여성-노동자로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엮은 테크 업계 관찰기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가 테크 업계와 IT 서비스 바깥으로 밀려나는, 말 그대로 ‘액세스가 거부되는’ 장면을 조망한다. 디지털 성폭력을 조장하는 IT 서비스, 터무니없이 부족한 젠더데이터, 테크 업계에 만연한 독성 말투와 48시간 안 자고 일하는 게 당연한 근로조건까지, 서비스 최적화를 위해 배제되고 희생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들여다본다. 독자들은 테크 업계에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모두를 위한 기술’을 새롭게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조경숙

만화평론가.성균관대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2013년인문만화교양지≪SYNC≫에서그래픽노블리뷰를연재했다.2015년부터≪주간경향≫‘만화로본세상’칼럼을통해사회에대한다양한시각을다룬만화들을소개하고있다.2012년한국콘텐츠진흥원주관제5회게임비평상공모에서우수상을받았고,2019년한국콘텐츠진흥원주관만화평론공모에서기성부문우수상을수상했다.2018년독립연구를위한‘연구자-후원자’프로젝트에선정되어박희정기록활동가와함께‘코믹스페미니즘:웹툰시대여성만화연구’를썼다.저서로『아무튼,후드티』(2020)가있으며,만화평론가동료들과함께합정만화연구학회를꾸려활동하고있다.

개발자로서IT회사에서사회생활을시작해몇몇회사를거쳐지금은공공기관에서일하고있다.십대여성인권센터IT지원단womendoIT팀활동가,테크-페미액티비스트로도활동하고있다.독립연구자로서합정만화연구학회를꾸리는만화평론가이기도하다.꽤복잡한일상을살고있지만,지금껏그래왔듯‘후드티입은여자는어디든간다’는믿음으로하루하루를충실하게채우고있다.

목차

들어가며_세상을바꾸는건기술이아니라관점이다

1부.전지적여성시점으로본IT서비스

01.“이거안되는데요?”개발자‘독성말투’의이면
‘비전공자’가테크기업에들어갈수있었던이유
스트레스관리마저일하는사람의몫이라니
‘압박을견뎌내는것도능력’이라는말의함정

02.IT서비스에도중립은없다
문제는서비스를어떻게설계하느냐다
디지털성폭력을조장하는IT서비스들
새로운서비스에는새로운위험성이따른다

03.신비롭지않은기술들
서비스장애보다그후의태도야말로치부다
기술이‘구름위에’있는것처럼보이지만

04.우리에게는더많은젠더데이터가필요하다
신당역여성살해사건이드러낸젠더데이터공백
데이터사이로들리는여성들의외침
이런데도왜젠더폭력이아니란말인가

05.이미지에도젠더편향이있다
성차별에서시작된이미지기술의역사
검색결과는‘성적대상화’입니다
이미지는사회를인식하는참조점이다

06.낙관하기도비관하기도이른인공지능
감정노동없이물어볼수있는사수,챗GPT
기계의윤리적태도를위해희생되는건누구일까
우리는챗GPT를어떻게대해야할까

07.누구를위한웹접근성인가
‘누구나온라인에접속할수있어야한다’는이념
모두를위한서비스를찾는길은여전히쉽지않지만
나의해방이당신의해방과연결될수있도록

08.서비스에도끝이있다
서비스를닫을때도사용자를고려해야한다
사라질서비스를아카이브한다는것의의미

2부.업계한복판에서체감하는테크노동의현실

09.‘개발진’으로시선을옮길때드러나는존재들
여성들이현업에있어도가려지는현실
개발자에서개발진으로시선을옮겨야할때

10.48시간정도,안잘수있나요?
낮에도일하고밤에도일하는사람들
서비스의연속성을위해삶의연속성을희생해도괜찮은가
‘야간작업을하기싫어서’가아니다

11.‘네카라쿠배’라는새로운입시
“네카라쿠배입사시켜드립니다”
말이사전과제지실상은무급노동
누가실력을규정하고이용하는가

12.왜테크업계는대량해고를밥먹듯할까
정리해고가일상적인테크업계의풍경
낙관주의의결과를감당하는건누구인가

13.불안과시간빈곤이그리는러닝커브
열정착취의다른이름,러닝커브
시간조차사람마다평등하지않다
불안에잠식된시간을이제는끝낼수있을까

14.유연근무제는일·가정양립에도움이될까
마미트랙이라는허상과차별
재택근무가만능일수없는이유
유연근무가일·가정양립에도움이되기위해서는

15.커뮤니티는나의힘
페미니즘을안전하게이야기할수있는커뮤니티
나의외연을넓히는커뮤니티
우리의장르는성장물이아니니까

나가며_우리는모두무언가를유지보수한다

출판사 서평

1.기술은결코모두에게평등하지않다
―‘전지적여성시점’으로본IT서비스

지은이는SI(시스템통합)업무를진행하는기업에입사해개발자의길로들어섰다.전공보다현장에대한이해와고객사와의소통능력을우선시하는채용방침에따라들어온테크업계는날선말투,이른바‘독성말투’가횡행하는곳이었다.“이런것도모르면서개발자라고할수있나요?”“이건어차피안돼요.”“아무튼못합니다.”업무중의스트레스를관리하는것도‘압박을견뎌내는것’도모두능력이라면서개발자들의독성말투를당연시했다.지은이는실적중심,남성중심의직군에서드러나는독성말투의문제점을날카롭게비판하면서도이를무조건개인의인성탓으로돌릴수는없다고지적한다.압박을견뎌낼것을강요하는개발자문화와이에동조하고활용하는성과중심의조직이더근본적인문제이기때문이다.

IT서비스가젠더문제에결코중립적일수없는것도그연장선에있다.IT서비스를어떻게설계해야성평등한서비스를제공할수있을지보다,수익성과같은가시적인성과에만집중할때문제가발생한다.랜덤채팅앱이대표적으로,익명의사용자와무작위로매칭하는이서비스는위기청소년을꾀어내성착취하는도구로쓰이고있다.또한현재IT서비스의핵심적인자원이라할수있는데이터도편향적으로걸러지고있다.2022년신당역여성살인사건은피해자가가해자를고발했지만검찰의구속영장이기각되어가해자가얼마든지피해자에게접근할수있게되면서발생했다.판사가구속영장을기각한데는사회문화적인편견도작용했겠지만,여성을대상으로한범죄데이터가충분히수집되지않은것도문제였다.범죄를예방해야할국가기관이젠더데이터를충실하게모으고정리했다면,판사가데이터를바탕으로엄밀하게판단할수있었다면사건을막을가능성도높아졌을것이다.

이처럼서비스를어떤관점에서설계하고운영하느냐에따라전혀다른방식의해법이도출된다.문제는해법을도출하는과정에서또다른피해가발생한다는데있다.챗GPT로대표되는인공지능챗봇은방대한대화데이터를바탕으로문장을생성한다.공개초기에소수자차별·혐오발언문제를노출했던인공지능챗봇은이제자체적인윤리규정을두고혐오발언을걸러낸다.그런데부적절한언어를걸러내는데이터레이블링작업에제3세계노동자가동원될때,폭력과소수자성에민감한이들이챗봇을사용하면서상처받을때비로소‘안전한챗봇’이가능해진다는걸생각하면난감해진다.그렇다면IT서비스가발생하는문제를외면하거나완벽한서비스는없다고체념해야하는것일까.‘모두를위한기술’을위해서는결국현장에서,여성노동자들이고군분투하고있는현실에서답을찾아야할것이다.

새로운서비스에는새로운위험성이따른다.인스타그램에장소태그가생겨나면서사이버스토킹의위험이생겨나고,페이스북에‘함께아는친구’가노출되면서프라이버시침해이슈가떠오른것처럼말이다.최근에는인공지능의발전에따라사진을합성해직접성착취물을제작·유포하는디지털성범죄도가시화되고있다.물론모든서비스가처음부터이런사건에사전대응할수는없을지도모른다.그러나일단서비스를악용하는사례가보고되었다면어떻게든조치해야한다.문제가발생한순간,서비스제작자에게도책임이생긴다.
-〈02.IT서비스에도중립은없다〉,45~46쪽

젠더데이터공백은신당역역무원살인사건과도관련이있다.살인사건의피해자는스토킹범죄의피해자이기도했다.그가가해자를고소하자검찰은즉각법원에구속영장을신청했지만기각됐다.구속영장은왜기각됐을까?(…)그러나관행에의거하지않더라도법원은스토킹범죄가무엇인지,왜피해자들이두려움에떠는지,가해자를구속시키는것이왜필요한지‘증명’하지못한다.여성대상스토킹범죄의특수성을가늠할만한데이터가사실상공백에가깝기때문이다.젠더데이터는존재하지않아비어있는것이아니라수없이보고되었지만수집하지않았기에없는영역이다.
-〈04.우리에게는더많은젠더데이터가필요하다〉,66~67쪽

2.48시간정도,안잘수있나요?
―업계한복판에서체감하는테크노동의현실

우리는보통개발자하면컴퓨터공학을전공한남성노동자를떠올린다.하지만개발작업에는예상보다많은여성이참여하고있다.게다가기획,디자인,프로젝트운영과관리까지시야를넓히면여성의수는급격하게늘어난다.개발영역에서남성의비중이높다는건부정할수없지만,오직남성만이자리잡고있다는것또한편견이다.지은이가개발자에서‘개발진’으로시야를넓혀야한다고강조하는이유다.테크업계의남성중심성을비판하는과정에서정작현업에있는여성을지워버리는실수를반복하지않기위해서는우선현실에존재하는여성노동자를분명하게볼수있어야한다.

여성노동자의존재감이테크노동의현실에서흐릿해지는데는테크업계의너무나열악한근로조건도한몫한다.한회사의사내시스템운영부서에서면접을본지은이는그날들은한마디를잊지못했다.“48시간정도,안자고깨어있을수있으신가요?”‘크런치모드’라불리는,말그대로명줄을갈아넣는고강도노동을하지않으면경력을유지할수없다는압박은대규모채용과해고를반복하는업계의관행과떼려야뗄수없다.이른바‘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라불리며국내테크업계서열의상층부에자리한기업들은‘실력’을확인한다는명분으로구직자들에게실제개발과는거리가먼코딩테스트와사실상무급노동이나다름없는사전과제를요구한다.이런과정을거쳐겨우입사했다고해서안심할수는없다.‘도전을두려워하지않는’테크기업의경영자들이낙관주의에빠져사업의비전을주장하고난뒤,부진한실적과악화되는재정을만회하기위해선택하는것은결국대량해고이기때문이다.빠르게업데이트되고중단되는서비스의시간주기가테크업계에고스란히반영되는셈이다.

그럴때테크노동자들이선택하는것은끊임없는공부다.수시로바뀌는개발트렌드에뒤처지지않기위해새로운개발언어를강박적으로학습하고,테크컨퍼런스에꼬박꼬박출석해정보를공유한다.개인시간의50%를업무관련자기계발에쓰는사람,컴퓨터공학전공을이수하기위해방송통신대에등록하는사람도있다.개발능력을향상하기위해이토록분투하지만출산과육아를병행해야하는여성노동자는만성적인시간빈곤에시달린다.코로나19팬데믹기간동안확산된유연근무제는얼핏시간빈곤에시달리는여성노동자를위한것처럼보였다.하지만유연근무는일과가정을양립시킨다는취지가무색하게,여성노동자가일-가정-학습을‘삼립’해야하는상황을고착시킬뿐이다.테크노동의현실에서소외되는사람들을위해무엇이필요한지사회적으로논의하고합의점을찾아야할필요가여기에있다.

개발자가아니라개발진으로인식의범위를확대할때,개발진의성비는어떻게달라질까?정확히알수는없지만,지금의처참한개발자성비보다는훨씬나아질것이다.이는단순히숫자만다르게셈하는것이아니라인식의확장을꾀하는일이다.우리는테크산업안의여성들을더다채롭게바라볼필요가있다.이미일터에있는여성들을지워내지않고그들의성공과실패를있는그대로직시할수있도록.
-〈09.‘개발진’으로시선을옮길때드러나는존재들〉,145~146쪽

기술이사회를변화시킨다는말에는좀더복잡한속내가들어있다.테크업계는사회가기술에더많이의존하기를바란다.사람들이항상접속해주기를,무언가올려주기를,그리고이모든것을통해더많은돈을벌수있기를.방향성은나중에결정해도된다는,일단서비스가성공가능성을입증하기만하면된다는낙관주의에맹목적인한,우리는서비스가불러일으키는영향력에무감해지고무책임해진다.서비스를만들어내는테크업계노동자들조차마찬가지다.
-〈12.왜테크업계는대량해고를밥먹듯할까〉,186~187쪽

3.시스템이라는그릇에무엇을담을것인가
―모두를위한서비스를개발하고유지보수하는마음

IT서비스와테크업계의이면을여성의시선으로들여다볼수록그속에는여성을비롯한소수자가소외되고배제되어있음을확인할수있다.여기서지은이는우리에게한가지질문을던진다.새로운걸만드는일이정말로더가치있는일이냐고.한가지확실한것은모두가새로운서비스를개발하는데만몰두할수록세상은점점더나빠진다는사실이다.

서비스의생산주기가빨라질수록노후화된개발언어도서비스도늘어난다.그럴때필요한것이유지보수다.낡은부분을손보고누구나접근할수있도록웹접근성을높이는작업이새로운서비스를개발하는것못지않게중요하다.지은이는오래전선배에게들었던말한마디를오래기억한다.시스템은그릇이기때문에개발자는그릇에무엇이어떻게담기는지도함께고민해야한다고.이미만들어진서비스라는그릇을깨끗하게다듬으면서오류를바로잡아야할뿐만아니라,기술적인고려를넘어사회적인영향력도함께생각해야한다는것이다.개발진이새로운상품의개발이라는측면만볼게아니라사회적으로의미있는생산물을어떻게만들어내야할지고민할때,무엇보다소수자의관점으로서비스를개발하고점검하며유지보수할때보다많은사람이함께할수있는서비스가,더나아가모두를위한기술이나올수있을것이다.

아무도컵을씻지않는다면어떨까.누구도거리를청소하지않는다면.고장난스크린도어를수리하는사람도,전봇대에올라가전선을고치는사람도없어진다면.대륙을끊임없이횡단하는설국열차조차어린아이가노동하지않으면금세멈춰버릴만큼허술하지않았나.어쩌면나는바로그런장면을기다리는지도모르겠다.아무것도유지보수되지않아모든것이멈춰섰을때,우리가미처몰랐던노동을발견하는한순간을,노동하는사람들의얼굴을비로소떠올리는시간을.
-〈나가며_우리는모두무언가를유지보수한다〉,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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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차다.이런글을읽을수있다니살아볼만한세상이다.기술과여성이만나면이런비판과통찰그리고이런희망이가능합니다,여러분!IT서비스와노동현장의현실에‘전지적여성시점’과저자의생생한경험담이더해지니세상에둘도없는책이탄생했다.IT와여성,개발자문화,한국테크산업,기술과사회의관계….무엇에관심있든이책이가장첨단의이야기를들려줄것이다.이번생이안된다면다음생에여성개발자로태어나쓰고싶던책이바로여기있다.추천을안할도리가없다.책을덮고나면세상에는누군가의희생과위험에눈감고앞으로내달리는기술도있지만,묵묵하게우리를돕고일상을지켜주는기술그리고그것을매만지는수많은이가있다는사실또한깨달을것이다.최근쏟아져나오는허세가득한인공지능책은잠시내려놓자.기술과인간의공존을원한다면이책부터읽어야한다.

-임소연(《신비롭지않은여자들》지은이,동아대학교기초교양대학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