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여인

회색 여인

$13.50
Description
억눌린 여성의 운명과 욕망이
불 꺼진 집 안을 벗어났을 때 생겨나는 서스펜스
찰스 디킨스에게 엄청난 찬사를 받았던 작가이자 인도주의자라 불리며 인간에 대한 선의와 신뢰를 잃지 않았던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대표 공포소설 세 편을 담았다. 세 작품 모두 작가의 단행본으로서는 국내에 처음 출간되는 것. 표제작이자 대표작인 단편 〈회색 여인〉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변의 권유와 쉽게 거스르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 여성이 잔혹한 살인마라는 남편의 정체를 눈치채고 그를 피해 달아나는 과정을 그린 숨 막히는 고딕 스릴러다. 개스켈은 억눌린 여성의 운명이나 욕망이 불 꺼진 집 안을 벗어났을 때 생겨나는 서스펜스를 촘촘하고 폭발력 있게 그린 다수의 단편을 남겼는데, 이는 사회적 약자의 박탈된 희망을 대변하는 고딕소설의 장르적 특성과 맞물려 고딕소설사에 개스켈만의 공고한 영역을 만들어주었다.
저자

엘리자베스개스켈

ElizabethGaskell|1810년영국런던에서태어났다.일찍어머니를여의고이모의보살핌을받으며너츠퍼드에서성장했다.평소여행과글쓰기를즐겼으며,30대후반에아들을잃은막대한슬픔을잊고자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맨체스터빈민과노동자들의비참한생활상을생생하게그린장편소설《메리바턴》(1848)으로큰인기를얻었다.이작품으로찰스디킨스에게엄청난찬사를받았고,그가발행하는잡지《하우스홀드워즈》에도지속적으로소설을발표했다.여기에연재한장편소설《남과북》(1854)은개스켈의대표작으로손꼽힌다.개스켈은샬럿브론테와깊고오랜우정을나눴으며,그가죽은뒤에는철저한고증을거쳐뛰어난전기문학으로평가받는《샬럿브론테의생애》(1857)를쓰기도했다.그밖에도남성이지배하는사회구조에서무력한약자일수밖에없는여성의입장을첨예한문제의식과강력한서스펜스로그려낸인상적인고딕소설들을남겼다.장편소설《아내와딸들》의완성을앞둔1865년영국햄프셔에서심장마비로세상을떠났다.이미완성유고는1866년에출간되었다.

목차

회색여인_007
마녀로이스_093
늙은보모이야기_235

해설|연민보다는공감을_272

출판사 서평

살인마남편과맥락없는폭력에맞서는여성들의불안을
촘촘하고폭발력있게그린고딕스릴러

여행을즐기며유럽의수많은도시를방문했던엘리자베스개스켈은작품속인물들도끊임없이낯선공간으로이동시킨다.1692년‘세일럼마녀재판’이라는역사적사실을뼈아프게추적하는중편〈마녀로이스〉의‘로이스’는부모가세상을떠난후고향인영국을떠나미국의세일럼으로이주한다.유일한혈육인외삼촌이살고있던세일럼은,그러나외삼촌의죽음이후점점더로이스를유폐한다.이방인과여성을배척하는근거없는시각이마법의존재를두려워하는사회적광증에올라타급기야로이스를마녀로몰아세운다.하지만로이스의이주는자신의의사가아닌생존을위한어쩔수없는선택이었다.단편〈늙은보모이야기〉의‘로저먼드아가씨’역시부모의죽음이후늙은보모와함께으스스한친척집에맡겨지며한자매의음울한비밀속으로얽혀들어간다.한남자를두고벌어진자매의질투와암투는죄없는아이까지죽음에이르게하고,그집으로삶의터전을옮겼다는이유만으로로저먼드아가씨또한아이의원혼에시달린다.단지계속살아가기위해이동하거나불합리한현실에대항해떠나는여성들에게는더나은선택지가없었지만,그들은끊임없이위협과위험에놓인다.

“갈테면가라지.어딜가든내가따라갈거니까.”(〈회색여인〉,51쪽)

살인마남편을피해하녀인‘아망테’와함께필사의탈주를하는〈회색여인〉속‘아나’도마찬가지이지만,눈여겨볼점은아나를보호하는아망테의존재처럼세작품모두여성의불가결한이동을돕는또다른여성이등장한다는사실이다.아망테는남장을한채아나의탈출을주도하는데,이것은얼핏‘대리남편’이나‘유사남편’의모습으로보이기도한다.즉죽을힘을다해달아나는여정속에서도미묘하고섬세하게감정을교환하는두여성의모습은,폭력적인‘진짜남편’의모습에포개져이상적인결혼상에대한제시나고정된성역할에대한비판으로읽을수있다.덧붙여시종긴박감넘치는장면전환과속도감넘치는묘사로소설을시각화하는〈회색여인〉은,한편의인상적인‘버디무비’나‘로드무비’를연상케한다.

“우리프랑크푸르트로가요.사람이많이사는큰마을에가서한동안우리의본모습을잊고살아봐요.마님이그랬잖아요.프랑크푸르트는엄청큰도시라고.우린계속남편과아내로지내는거예요.작은집을하나사서마님은집안일을하며안에있고,전더씩씩하고용감하니우리아버지가하던일을이어받아맞춤양복점에일자리를찾아볼게요.”(〈회색여인〉,83쪽)

〈마녀로이스〉에서는엉뚱하게마녀를양산해내는집단적인광기에힘을보태는여성들도등장한다.외삼촌이세상을떠나고로이스의보호자가되어야마땅한외숙모는끝내로이스를내친다.그러나또주의깊게살펴야할점은외숙모가로이스를마녀라지목하지않으면자신의딸들과아들이위험에처한다는사실이다.소설에등장하는남성인물들은이러한이분법적선택에놓이지않기때문에남성편향의사회구조에서무력한약자일수밖에없는여성의입장을에둘러드러낸것이라할수있다.다행스러운것은,마찬가지로마녀라몰린하녀‘네이티’의평화로운죽음을도움으로써로이스역시비로소죽음을받아들인다는점이다.〈늙은보모이야기〉에서도동정하지않을수없는아이의망령에집착하는로저먼드아가씨를지켜내는것은여성인보모의몫이다.

불합리한현실에서벗어나는틀림없는탈출구이자
“시간과공간을초월한모종의연대감”

엘리자베스개스켈은지금까지주로사회문제와대중의생활상을세밀하게포착한사회소설이나산업소설로더알려졌지만,그의작가적생애에서공포소설의역할이나비중은결코간과할수없다.개스켈은오랜시간‘미시즈(Mrs.)개스켈’이라불렸는데,이는작가로서의그를인정하지않은채가정에서의그의역할만기대하고규정하는차별적인뉘앙스의호칭이었다.이러한개스켈에게공포나불안,유령을다룬소설을쓰는일은불합리한현실에서벗어나는틀림없는탈출구이자돌보지않고마음껏부릴수있는‘또다른가정’이되기도했다.개스켈의인물들은자신의존재를까닭없이부정당하거나심지어억울하게목숨을잃기도하지만,소설이쓰인지200년가까이지난현재까지도그들의목소리를생생하게들을수있다는사실은“비참함보다는시간과공간을초월한모종의연대감을느끼게한다”(소설가천희란추천사).나아가이것이오랜세월을뚫고살아남은고전을읽어야하는이유라고해도지나친비약은아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