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앞에서는용기를냈고,
이웃과소외된자들의곁에섰으며,
백지앞에서는가장솔직했던작가의처음이자마지막이야기.
“이순자작가가글로옮긴삶의몇국면이
내가외할머니,어머니의삶을통해익히알던것과닮아있었다.”
―《씨네21》기자이다혜의추천사중에서
이순자작가는4대가함께사는종갓집맏며느리로결혼생활을시작했으며,20여년넘게호스피스등의봉사활동을했다.황혼이혼후평생하고싶던문학을공부하고자문예창작과에진학했다.작가는세상을떠나기전까지에세이와소설,시를향한창작의불씨를꺼뜨리지않았다.처음이자마지막작품이된유고산문집에서그는어릴적가난했던시절부터봉사의삶을살기시작한청년시절을지나황혼의나이에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로일하면서도글쓰기를놓지않았던이야기를전한다.모두가가난하던어린시절어머니가몰래사준신앙촌카스텔라를윗도리앞섶에숨기고언니들이하교할때까지기다리던기억(〈무늬만천사〉)부터감각신경성난청으로타인과소통하기어려웠던장면들(〈나는경계인이다〉),1970년대명동성당에서운동권학생들과시위하던날들과성모병원과산업재해병원으로자원봉사를갔던추억(〈1970년대명동성당젊은이들〉),당시성수동에있던시티즌주식회사에서노조설립에앞장섰다가형사에게끌려갔던일(〈빗나간오지랖〉)까지…….자신의고통앞에서는물론이웃과소외된이들곁에서가장큰용기를냈던그의이야기를통해우리는이시대를함께살아온사람들의진솔한이야기를만날수있다.
유가족기억속의저자는“결핍을숨기거나부끄러워하지않았고,가난했으나사랑을품는것을두려워하지않았”으며,때론“어린아이와같은천진함으로”주변을둘러보았다.그래서일까.사람들은작가앞에서만큼은“마음깊이감춰놓은삶의이야기를”술술풀어놓았다.그가만난가족과이웃의고통과상처는작가마음속에깊이들어갔다가하나의이야기로완성되었다.그렇게우리는부모없이자란삼촌의너른가슴,열입곱에시집와남편을잃고‘씨받이(대리모)’를해야했으나생의의지와사랑을잃지않은평창할머니(〈순분할매바람났네〉),가슴으로낳아기른아이들의부모를대신하는언니의삶(〈탁란〉),젊은시절도움받은기억으로불구가된한여성의곁을지키는한남자의모습(〈돌봄〉)을만날수있다.작가가가슴깊이담아둔자신과우리이웃의이야기,사람과사회에던지는묵직한질문들은혐오와차별이만연한지금이사회를살아가는이들에게방향키가되어줄것이다.
유고집출간을결정한데에는〈실버취준생분투기〉에달린수많은댓글의힘이컸습니다.독자들은힘든삶에도어머니가지켜낸곧은심성과따뜻한시선,특유의위트와희망을읽어내주셨습니다.또한어머니의글을통해자신의삶을돌아보고,이웃에게시선을돌리며,‘삶’과‘사람’에대해다시한번곱씹을수있었다며진심어린추모를전해주셨습니다.일흔의나이에작가로서꾸는꿈또한응원해주셨지요.청각장애로늘타인과의소통을갈망하셨던어머니께서진정원하던대화가이한편의글을통해이루어지고있었습니다.
(……)사랑받지못했기에더사랑할줄알았던,가지지못했기에더채워줄줄알았던이작은이의이야기가누군가의외롭고허기진마음을위로하리라믿습니다.저는그위로를가장먼저,크게받았습니다.제가받은마음을더해어머니의유고집을조심스레세상에내놓습니다.
―서문〈어머니의유고집을펴내며〉중에서(6~8쪽)
누구를이해한다는일은이다지도어렵다.이벽은나혼자노력한다고허물어지지않는다.그렇다고누구의탓으로돌릴수도없다.(……)이삶의답답한경계를허물수없어오늘도글을쓴다.글은나의탈출구다.나의슬픔,나의한탄,나의목마름,나의안타까움.하지못한많은말을글로토해내며글로나마나를위로한다.
―1부〈나는경계인이다〉중에서(38~39쪽)
당시나는신부님의부탁으로다니던회사를그만두고대구결핵요양원에봉사를가려다집안의반대로주저앉은상황이었다.마냥놀수는없어언니의의상실일을도왔지만,양재일은나와맞지않았다.1년쯤지나자숨이막혔다.그때만해도내나이에새직장을얻기가어려웠다.우여곡절끝에시티즌주식회사이사실에사무직으로취직했다.일본에서유명한시계업체인시티즌은우리나라에도수입이많이되고있었다.내초봉은3만원대였고,공장노동자임금이2만원이채안됐다.노동자들은그적은돈으로둘이나셋씩짝을지어자취하고시골집에얼마간의돈을부치거나동생이나오빠공부를시켰다.아침을굶고회사에서제공하는점심으로배를채우는식으로생활비를충당하는친구가많았다.
―1부〈빗나간오지랖〉중에서(49쪽)
"우리가환갑을넘기고도취준생일수있음을,
생존만이아니라꿈을위해일할수있음을작가의글에서새삼스럽게배웠다"
―《씨네21》기자이다혜의추천사중에서
노인,여성,장애와비장애의경계인으로서
자신이선그곳을당당하게응시한〈실버취준생분투기〉
이루말할수없는생존의고통에도불구하고작가는사람과사회의부당함을직시하면서도자기존엄을지켜왔다.또한사람을향한공감과이해,배려와사랑의태도를놓지않았다.아현동재래시장의어느한가건물에서외국인노동자여성들과수건을개고,백화점과마트의청소일을하며자신과동료들이겪는고난한노동환경에대해누구보다냉철하게이야기한다.요양보호사와장애인활동지원사로독거노인과장애인을돌볼때는환자와보호자의뒤틀어진행태를가감없이보여주면서도그들이겪은삶의고난과사회적제도의한계를함께짚어냈다(〈실버취준생분투기〉).
예순아홉,기초생활수급자가된저자는“기초생활이해결되니이제쓰기만하면된다”라며,“이제시작이다.정진하리라,죽는날까지”라는문장으로창작의결의를다졌다.그러나수상후얼마지나지않아영면했다.유고원고는그가살아오면서가슴에깊이담아둔자신과우리이웃의이야기,사람과사회에던지는묵직한질문으로가득했다.그는떠났지만,경제적·사회적약자로서,청각장애인과비장애인의경계인으로서녹록지않은삶에서도끊임없이희망하고,사랑하고,살아가고자분투했던그의시간이글에남아있었다.그의목소리는이제책이라는옷을입고세상에나와더많은이에게가닿고자한다.
일반적인수화교육만으론청각장애인들과소통하기어렵다.그들의수화에는내가알지못하는육화와사투리가있다.그걸배우는게수화배우기보다어려웠다.그들과몇년함께생활하기전에는그것을배울수가없다고들했다.3년을열심히배우고그들과어울리고자노력했으나결과는미미했다.처음수화를배울때는제대로배워수화통역을할계획이었지만,애초에내청각기능이좋지않아이또한할수가없었다.나는비장애인사회에도장애인사회에도편입되지못하는경계인이었다.여기서도저기서도설곳이없는나는점점지쳐갔다.(……)이삶의답답한경계를허물수없어오늘도글을쓴다.글은나의탈출구다.나의슬픔,나의한탄,나의목마름,나의안타까움.하지못한많은말을글로토해내며글로나마나를위로한다.
―1부〈나는경계인이다〉중에서(36~39쪽)
하고싶은말이가슴속에서제멋대로찧고까부른다.혼자품기아까운삶의이야기를토해내고싶은열망으로오늘도머릿속은바쁘다.그것이시로,수필로,소설로녹아나기를기대한다.나의문학은이제부터시작이다.지금까지살아오면서쌓아온수많은경험은젊음으로살수없는밑천이되리니.오늘은단어하나문장하나끌어내지못하고끙끙거릴지라도,어느날문득진한가래뱉어내듯내안에서곰삭은상처가툭튀어나오리라.고단한삶의끄트머리에서나를치유하는시원한은단향으로피어나리라.비록좋은작품으로평가받지못할지라도그것은분명펄떡이는내삶이요,행복이다.그러니나의글은,영원히헤쳐나가야할내인생바다에띄우는마지막돛단배가되리라.
―1부〈나의삶나의문학〉중에서(87~88쪽)
황혼이혼으로나는이역할로부터해제되었다.남편의퇴직금으로지은건물을포기하면서까지이혼을택했던이유는오직남편으로부터의자유였다.대학생남매를데리고나온나는이미내인생의후반기에접어들고있었다.어쩌면나를찾을마지막기회라는생각이들었다.그래서평생하고싶던문학공부를하려고문예창작학과에입학했다.나의늦은공부는내인생최고의선택이었다.하지만글쓰기보다호구지책이먼저였다.그것이취업분투기가나온배경이다.
언젠가나는글쓰기수업에서아이러니가어렵다고고백한적이있다.그러나나의삶이아이러니다.예순을넘기고취업전선에뛰어든나의직업분투기는치열했다.
―3부〈실버취준생분투기〉중에서(197~198쪽)
일흔을소리나는대로읽으면이른이다.이른(일흔)전(前)나의분투기가이른(일흔)후(後)내삶의초석이되길기원한다.많은경험이글이되었다.
기초생활수급자가되어작년부터본격적으로글에만몰두할수있게되었다.감사한일이다.기초생활이해결되었으니,이제쓰기만하면된다.사방벽길이가다른원룸에서다리미판위에노트북을펼쳐놓고글을쓴다.하나,둘작품을완성하는기쁨은나를설레게한다.이제시작이다.정진하리라,죽는날까지.이른결심을축하받고싶다.
―3부〈실버취준생분투기〉중에서(198쪽)
“어쩌면한번도만난적이없는이책의작가에게그말을하고싶은건지모르겠다.
이렇게고순냄새풍기고가삐리면어떻게하냐고.”
―소설가윤성희의추천사중애서
자기존엄을지키며창작의열의를불태운작가이순자,
그가세상에남기는처음이자마지막유고집!
윤성희소설가,박연준시인,이다혜기자,오지은음악가는이책을먼저읽고추천글을통해그감동을나눠주었다.“이렇게고순냄새풍기고가삐리면어떻게하냐”라며세상에없는작가에게인사를건넨윤성희소설가는“이책을읽고매일다른할머니가되었다”는소회를전했다.더불어빈그릇과도같은이책에담긴“수십명의사람들이야기”를가만히들어보기를권한다.박연준시인은“정직하고성실한문장”이“젠체하는법없이빛난다”라며,이책이“‘가능성’과‘도전’이젊은사람에게만속한단어가아님을,‘세상엔더다양한이야기가필요함을증명했다”라고전했다.SNS에서이글의존재를알린이다혜기자는이순자작가를향한대중의관심을누구보다애틋한마음으로지켜봤을것이다.그는“당신이이책을읽다눈물짓는다면그건당신이아는또다른어떤삶때문인지도모른다”라고말하며작가의글이가진보편성의힘을강조한다.오지은음악가는엄마와의기억을떠올리며“이순자작가의인생,세상을바라보는시선,감히짐작도할수없는사랑의온도를글로느”꼈다고전했다.
이책은빈그릇이다.수십년동안수많은음식이담겼다가비워졌다가를반복한그런빈그릇.자세히보면귀퉁이에살짝금이나있을지도모르겠다.그빈그릇을가만히들여다보면그안에수십명의사람들의이야기가와글와글들어있다.그렇지만빈그릇은원래빈그릇인양가만히있다.가만히듣는다.그러다천진한목소리로,다정한목소리로,이렇게말한다.“그랬군요,그랬군요.이책을읽다그랬군요,괜찮아요”하고토닥이는목소리를듣는날이면,나는꿈속에서먼훗날의나를만날것이다.느릿느릿걷고,천천히생각하는,나이든나자신을.삶의아름다움에여전히깜짝깜짝놀라는호기심많은할머니를.
―소설가윤성희의추천사중에서.
《예순살,나는또깨꽃이되어》는순해지는법을잊어버린수필가의산문집이다.나는이순자작가의글을‘실버취준생분투기’를읽으며처음접하게되었다.그리고내가권할수있는거의모든사람에게글읽기를권했다.그이유가무엇이었는지를,책에실린산문속문장“예순이넘으면순해져야하는데,나는그반대였다”를읽고알게되었다.
―《씨네21》기자이다혜의추천사중에서.
이책에는도전하고,부딪치고,실패하고,좌절하고,다시일어서는이순자선생의‘매일새롭게어려운’노년의일상이담겨있다.살면서겪은크고작은일들이‘고통’에서“사랑의원동력”으로바뀌기까지의시간,약자를향한지극한마음,처음부터다시시작하는자의겸손한노력,배우는즐거움,돌보는자의정성이담겨있다.“이제시작이다.정진하리라,죽는날까지.”글쓰기를향한이다짐이안타까운건정갈한그의글을더는읽을수없기때문이다.그의삶이정진과노력이었다면이글은노력끝에맺은결실일것이다.
―시인박연준의추천사중에서.
이순자작가의인생,세상을바라보는시선,감히짐작도할수없는사랑의온도를글로느끼다보면나같은게무슨글을쓰고앉았나하는생각이든다.순자엄마,정숙이엄마,엄마들이만났던인생의파도에비하면나는물장구를치고있는정도인데요.엄마.내면에그렇게큰우주를가지고어떻게참고살았어요.엄마.엄마.
―음악가오지은의추천사중에서.
<책속에서>
장례를치른지몇달이지난어느날,출판사와언론사에서연락이쏟아졌습니다.돌아가시기한달전매일신문시니어문학상논픽션부문에당선된〈실버취준생분투기〉가뒤늦게SNS와여러커뮤니티에서화제가된모양이었습니다.어머니는크고작은문학상을타며창작의결실을얻고,시나리오작업으로더큰꿈을꾸고계시던때에돌아가셨습니다.살아계셨다면〈실버취준생분투기〉를향한독자들의관심에가슴벅차셨을겁니다.하지만유가족으로서갑작스럽게몰아치는대중의주목이두려웠습니다.어머니의삶을담은이야기가자칫조각조각자극적으로편집되고왜곡될까봐,누군가의필요에따라이용될까봐조심스러운마음이컸지요.책출간을염원하셨지만,당신손으로마무리하지못한글이기에‘어머니가이글을출판하기를원하셨을까?’고민하고또고민했습니다.
(……)어머니글의힘은솔직함과사랑에서오는듯합니다.어머니는결핍을숨기거나부끄러워하지않았고,가난했으나사랑을품는것을두려워하지않았습니다.자기마음에누구보다솔직했기에눈치를보거나세상의굴레에갇히지않았지요.당신의경험과생각,때로는소박하지만당신에게는절실한것조차타인에게나누어주는일에거침이없었습니다.사회적으로나경제적으로나가장소외된자였으나,단순함과따스함으로세상의견고한아성을비틀고그위에서자유로이뛰놀았지요.
―서문〈어머니의유고집을펴내며〉중에서(5~7쪽)
할아버지,할머니팔짱끼고새벽산책을나온길.평창강줄기따라우뚝솟은삼각산능선위로붉은해,불쑥떴다.가끔팔랑팔랑뛰어오는내가보인다는할머니,할아버지.
“안와도좋으니아프디말고건강하게잘살그라.니119실려가구가심이얼매나아프등이…….”
할머니가허리춤에서뭔가를꺼내더니남방윗주머니에찔러넣었다.꼬깃꼬깃한만원짜리석장이었다.‘맛난거사서먹고,아프지말라’며등두드리는할머니.오래묵은지폐에서할머니냄새가났다.명절에다녀간자녀들이준용돈이리라.은행나무같은두분팔짱끼고가운데서서,예순살나는또깨꽃이되어.
―1부〈은행나무그루터기에깨꽃피었네〉중에서(19~20쪽)
주4일을병동에갔다.환우들은하루하루통증과사투를벌이고있었다.고통을겪는사람에게는쓸데없는위로의말보다침묵하며같이아파해주는것이필요했다.밝은모습을보이려애썼고,나의심장병투병기를이야기하며그들의아픔에공감을표하고자노력했다.환우들은이런나를좋아했다.불면증에시달리는분들에게도움을주려고발마사지를배웠다.
“아,뭐야?오늘은마사지없어요?”
불면의밤을보낸환우들이나를보면마사지하기좋은포즈를취하고는이렇게물었고,그럼나는“그럴리가?”라고맞대응하며환우들과편하게지냈다.마사지를받은환우는곤히잠들곤했는데,환우가잠든사이보호자를쉬게할수있어일석이조였다.
하루하루통증과사투를벌이는환우들을보며내고통은아무것도아님을깨달았다.나를버리려던생각은사치였다.
―1부〈고통,그인간적인것〉중에서(21~22쪽)
우리는한주에한번성당입구에있던성모병원과산업재해병원으로자원봉사를갔고,한달에한번은성라자로마을로울력봉사를다녔다.산업재해병원에는전신주작업을하다감전되어치료받는한국전력직원들이많았다.그중한분은그정도가심각해팔꿈치위와무릎위를절단했다.20대의나이로그지경이되었으니그분이나쁜생각을한것은어쩌면당연했다.죽으려해도죽을수가없자그분은몸을굴려침대아래로떨어지기시작했다.자살을방지하고자의료진은그분을자주침대에묶어놓았다.그분이고통스러워하는만큼,그분을돌보는수녀님또한늘마음졸이며걱정하셨다.
가브리엘라자매와병실을방문한어느날이었다.그분이나를불렀다.
“손톱좀깎아주실라우?”
나는당황했다.손발이없는데어찌손톱을깎을수있겠는가?침착해야했다.가방에서손톱깎이를꺼냈다.
“손톱부터깎아드릴까요,발톱부터깎아드릴까요?”
덜덜떨리는손을애써진정시키고다가가자그분이웃음을터트렸다.
“아,머리부터깎아야겠네.”
―1부〈1970년대명동성당젊은이들〉중에서(42~43쪽)
고단한세상살이에누구의삶이시가아니며,누구의삶이수필이아니며,누구의삶이소설이아니겠는가?사람의생김이다다르듯삶의형태도다다르다.각기다른삶을엿보는게문학이아닐까.이제쉰중반에들어서며내안의이야기를풀어보겠다고여기이렇게달려나가고있다.
시나와라,뚝딱.수필나와라,뚝딱.소설나와라,뚝딱.뚝딱,뚝딱.
―1부〈나의삶나의문학〉중에서(87쪽)
이제내나이예순아홉.내년이면일흔이된다.늘그막에먹고살려고학력과이력을속인내인생은아이러니하다.결혼후시어른들을모시고남매를낳아기르는동안한번도나자신과삶에대해진지하게생각해볼여유가없었다.그벌을60대초반에톡톡히치렀다.종갓집맏며느리로온갖일다겪으면서그고초가나의몫이라여겼다.명절이면100명의손님을치렀고,시동생결혼식음식도시할머니상을당했을때도집에서300명손님을혼자치렀다.심지어시외삼촌상을당했을때도그집딸과며느리는방안에앉아울기만해그많은손님수발을혼자드느라상이나던날쓰러졌다.그시절에는관혼상제를다집에서했다.하다못해친척들돌,백일,약혼식,결혼식까지.시댁은물론시할머니의친정,시어머니의친정일까지불려다녔다.그곳에서내가맡은역할이내인생이었다.그리고그일들을나는즐거운마음으로했다.
―3부〈실버취준생분투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