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처벌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던지는 페미니즘 선언)
Description
성판매 여성과 성구매 남성
모두를 처벌해야 성매매가 근절된다는 착각

‘자발성’과 ‘피해자’라는 이분법을 깨고
한국사회의 탈성매매를 시작할 첫걸음,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제안한다!
2002년 성매매 집결지에서 연달아 일어난 화재로 많은 여성이 숨졌다. 이로 인해 성매매 여성을 억압하는 환경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졌고, 오랫동안 현장에서 활동해온 여성단체들의 노력에 힘입어 2004년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피해자보호법이 제정되었다. 성매매처벌법은 성판매 여성의 단속에만 주의를 기울인 채 성구매 남성을 방임했던 윤락행위등방지법과 달리, 알선자와 구매자까지 처벌해 한결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명목상 성판매 여성과 성구매 남성, 알선자 모두 처벌받고 있지만 실태를 들여다보면 가장 집중적으로 단속되고 처벌받는 쪽은 성판매 여성이다. 성매매 피해자로 분류되지 않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성매매 행위를 했으므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법논리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왜 어떤 여성은 성산업에 종사하는지, 그들의 사회적 조건은 무엇인지, 자발과 피해가 얼마나 구분하기 어려운지 살피지 않은 채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과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만 바라보는 현행법은 성매매 근절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그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저자

김대현,김주희,남승현,노혜진,민가영,박정미,백소윤,유현미,장다혜,장원아,최별,황유나

연세대학교사학과박사과정수료.역사문제연구소인권위원회위원.여성과성소수자를아우르는한국사회성적억압의역사적·제도적성격규명에관심이있다.주요저서로《세상과은둔사이》,《원본없는판타지》(공저)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_한국사회의탈성매매를위한시작,불처벌_황유나

1부성매매여성을처벌하는현실

01성매매외에는생계수단이없다고말한죄_김주희

02성매매여성을처벌하면정말로성매매가근절될까_노혜진

03성매매특별법시대의처벌은누구를향하는가_장다혜

04성매매여성은왜‘성폭력피해자’가될수없는가_백소윤

2부성매매여성을처벌해온역사

05달아나고싸우는여자들의역사로본‘분리된세계_장원아

06‘선도’와‘격리’로수행된1960년대의사회적처벌_김대현

07남성의쾌락,여성의노동/범죄_박정미

3부성매매여성불처벌을향한문화정치

08‘개인의선택’을넘어성매매의정치경제적조건을묻는다_남승현

09‘성매매는성폭력이다’그러나그말만으로는충분하지않다_최별

10착취는어떻게울타리없는여성의협력을이끌어내는가_민가영

11성매매여성을동시대시민으로사유하기위하여_유현미

출판사 서평

《불처벌:성매매여성을처벌하는사회에던지는페미니즘선언》은오랫동안성매매현장에서여성들을돕고있는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이동료활동가,연구자들과머리를맞댄끝에‘한국사회의탈성매매’를위한고민과제안을풀어놓은책이다.이책의필자들은‘성매매여성불처벌’이야말로성구매행위를근절하고성산업을해체하는시작점이라고입을모은다.우리사회가성매매여성개인에게책임을묻는동안,첨단화되어가는성산업은법의틈바구니에서큰돈을벌고있기때문이다.성매매문제의핵심을명확하게짚으면서현상을돌파할방안을용감하게제시하는이책은,여성에대한모든종류의폭력에반대하고평등과정의를바라는독자들에게새로운관점을제공할것이다.


1.왜성매매여성을처벌해서는안되는가
-한국사회성매매의현주소에서길어낸문제의식

한국의성산업은다양한신종·변종업소가온라인과오프라인을넘나들며번성하고국내인뿐만아니라이주여성의몸을거래하는글로벌한시장으로자리매김하고있다.성매매현장을바삐오가며여성들을지원해온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의활동가황유나는〈한국사회의탈성매매를위한시작,불처벌〉에서한국사회성매매의현실과이에대한대안으로거론되는아이디어를비판적으로살펴본다.그에따르면한국성산업은합법과불법의경계를가로지르며끊임없이팽창해왔다.각종‘유흥’을제공하는주점과다방,안마시술소를비롯해‘자유업종’으로불리는키스방과휴게텔은물론,채팅앱을통해실시간으로성이거래되는현실은한국사회가성의거래에깊숙이연루되어있음을보여준다.

이에대해전면비범죄화,합법화,노르딕모델(평등법)등이대안으로거론되고있다.전면비범죄화는성매매여성에대한낙인을없애기위해성노동을보편노동으로인정하자는주장이다.이와같은주장은성산업의규모축소나규제책을고려하지못한다는한계가있다.다음으로합법화는성매매를법으로보장하면성매매여성에대한낙인이사라질것이라는논리에근거한다.하지만이모델은한국사회가사실상성매매를묵인하고관리해온역사를살피지못하기때문에성매매여성에대한낙인을줄일수있다는기대는허상에머물기쉽다.마지막으로노르딕모델은성구매남성만을처벌하는접근법으로,반성매매운동진영에서상당한지지를받고있다.그러나노르딕모델이성매매여성의숫자가상대적으로적고길거리성매매가주를이루는북·서유럽에서시행되고있음을생각해볼필요가있다.노르딕모델역시고도로상업화되고다각화된한국성산업을문제삼기어렵다는점에서는매한가지다.

그렇다면어떻게해야하는것일까.이책을기획한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은우선첫단추부터제대로끼우자고제안한다.바로성매매여성을처벌하지않는것이다.30~37조원에달하는한국성산업의현실을살피지않은채성매매여성만을문제삼는법률,관행,문화를바꾸자는제안이다.‘피해자가아닌’성매매여성을처벌하고이를정당화하는관행이지속되는한,문제의핵심인성산업은시야에서벗어나더욱번성할따름이라는것이필자모두의진단이다.

“이책의주장은단순하고명료하다.성매매여성은처벌받아서는안된다.성매매의원인은성판매행위를한자,다시말해여성이아니기때문이다.그러나성매매여성불처벌은성매매를사회구조적인젠더문제로사유하고개입하기위한근본적이고필수적인시작점일뿐이다.그리고이는성매매산업의축소와근절이라는분명한목표를향하고있다.”-황유나,〈한국사회의탈성매매를위한시작,불처벌〉


2.성매매처벌법은어떻게여성처벌을정당화하는가
-성매매여성을처벌하는현실

성매매처벌법은성구매자와알선자를처벌하는근거를마련했다는점에서분명사회적인성과다.이법은행위에연루된모두를대상으로한다는점에서얼핏공정한듯하다.또한성매매피해자로규정된사람을위해별도의법을적용해보호한다는점에서도합리적으로보인다.그러나법이실행되는현실은전혀공정하지도합리적이지도않다.“1부성매매여성을처벌하는현실”에서필자들은성매매여성을보호하고성매매알선을근절하기위해제정된성매매처벌법이어떻게입법취지와멀어지고있는지다양한측면에서살펴본다.

먼저김주희덕성여대교수는성판매여성과성구매남성을‘동등한행위자’로보는법논리에어떤맹점이있는지분석한다.“한국사회에서성구매는집단적으로모색되고경험되는남성문화의일부(26쪽)”이자“익명으로성시장에진입하는방식으로고립되고개별화(28쪽)”되는여성의성을구매하는행위다.성산업이이토록기울어진장위에서번성하는현실을생각했을때,성매매처벌법은성매매의사회적조건을탐문하기보다‘보호받아야할피해자’를선별하고그밖의성판매자를모두‘처벌받아마땅한자발적성판매자(30쪽)’로규정한다는점에서문제적이다.우리사회가“성매매외에는생계수단이없다”고말하는여성들에게얼마나징벌적인지고민하지않을수없다.

성산업은여성의빈곤을통해부유해진다는점에서지독히역설적이다.이룸활동가노혜진은성매매여성이‘사치스럽기때문에성을판다’는남성중심적편견에가려진권력관계를성매매현장에밀착해들여다본다.그에따르면“종사여성을관리하고통제하는업주에게성매매여성이형사처벌의대상이라는점,성매매여성이전사회적인비난의대상이라는점은여성에대한통제를보다용이하게하고갑-을관계를더욱공고히해준다(59쪽)”.성매매여성은업주와구매자의폭력에노출될뿐아니라법망을피하기위해제공되는각종대출상품에얽혀성산업의수익원천으로존재할따름이다.성매매여성을‘법에따라’처벌한결과,성산업이취약한여성들을통해끊임없이돈을불리고있는것이다.

이어서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장다혜연구위원은성매매처벌법이수사현장에서어떻게한계를드러내고있는지보다면밀하게살펴본다.성매매처벌법은‘윤락’에서‘성매매’로용어를전환하고성매매피해자개념을도입함으로써윤락행위등방지법과차별화를시도했다.그러나핵심개념인성매매에있어서는“성매매여성을‘선량한성풍속’이라는사회적법익을침해하는행위의주체로자리매김하고(88~89쪽)”있어이전법의보수적인관행을지속하고있다.특히경찰과검찰등일선수사기관은법률상성매매규정을이유로단속을통한현장검거와검거후벌금형을진행하는데,이들은성매매여성의경제적예속방식이변화했음을인식하지못한채성매매처벌법을단순적용하고있어문제적이다.

성매매여성은이처럼완고한법앞에서침묵을강요당한채성폭력피해를입어도대항할힘이부족한상황에놓인다.공익인권법재단공감의백소윤변호사는성매매여성현장지원을나갈때마다겪었던어처구니없는현실을차근차근털어놓는다.사기피해를당한여성이경찰에신고하자성매매처벌법위반혐의로조사를받는다거나,성폭력을당했는데도경찰서에서아무런보호조치없이‘피의자’신분에놓이는등성매매여성은법에따를수록처벌을받는아이러니를마주한다.여성들은법을따르면보호받을것이라는‘상식’에의지하지만,수사기관의추궁과자기의심속에서“성매매피해자로인정받지못하면강간이나추행피해도인정받지못하는(136쪽)”자신의취약한위치만을확인할뿐이다.

“이제우리는‘성매매를강요당한여성’이라는선별이누구에의해,어떤기준에의해이뤄지는지물어야한다.우리사회에서‘거부하기힘든강요또는강제’라는외적기준은‘순수한피해자’라는예외적존재를가정하는동시에,‘왜제대로된거부를하지못했느냐’면서피해자를비난하는것으로귀결되기마련이었다.”-김주희,〈성매매외에는생계수단이없다고말한죄〉



3.성매매를묵인하고관리해온체제를언제까지지속할것인가
-성매매여성을처벌해온역사

성매매처벌법이여성을주로단속하고처벌하는것은성매매여성을처벌해온긴역사를배경으로한다.식민지시기공창이도입된뒤성매매여성들은달아나거나파업을시도하면서여성을관리하는사회에맞섰다.해방과분단,전쟁을겪은한국사회는1960년대에이르러사회적으로배제된이들을선도하고격리하는사회정책을수행했으며,성매매여성역시같은정책속에서관리되었다.하지만‘매춘’은불법으로규정하면서도‘유흥’은합법의영역에남겨둔한국사회는여성의종속적위치를통해유지되었으며이는지금도계속되고있다.“2부성매매여성을처벌해온역사”의필자들은공적기록의틈새에서새어나온여성들의목소리를세심하게복원한다.

역사문제연구소장원아연구원은식민지시기일제가공창을도입해성매매여성을관리해온역사를살펴본다.공창제는여성을‘성을파는여성’과그렇지않은여성으로나누고‘유곽’에성을파는여성을모아관리하는제도다.공창에등록하지않은여성은처벌을받았고유곽에팔린여성은채무의노예나다름없는신세에놓였다.하지만여성들은참지만은않았다.공창폐지론이한창이던1920년대중후반공창의여성들은뜻을모아‘자유폐업(도주)’을시도하거나‘동맹파업’에나섰다.성병을관리하고사회의풍속을유지한다는명목으로시행된공창제는공간의분리를통해“격리된공간속여성에대한낙인과폭력을정당화(166쪽)”했지만,여성들은‘분리된세계’에서끊임없이싸워왔다.

해방후공창제가폐지되었지만여성을구분하고관리하는체제는계속되었다.역사문제연구소인권위원회의김대현위원은성매매여성에게가해지는처벌에형사처벌만있지않음을당대의기록을통해보여준다.1961년윤락행위등방지법제정으로명목상성매매를금지했지만다양한하위법령을통해성매매여성을관리해온한국사회에서,여성들이가장두려워했던것은‘요보호여자’로서수용시설에들어가는것이었다.‘사상범’,‘우범소년’등사회에서배제된이들을보호지도소나소년원에수용해감시·관리하는체제는여성들에게도동일하게적용되었다.서울시립부녀보호지도소와같은수용시설은‘선도’와‘격리’를통해성매매여성을관리해나갔다.보호지도소는‘복지시설’이라는명목으로여성들을군대식으로훈육하고성매매를여성개인의특질로규정해‘치료’하고자했다.사실상“시설에수용된여성들이성매매유입의이유를온전히그들이‘윤락’한탓으로덤터기를쓴다는것(186쪽)”이야말로성매매여성이겪는사회적처벌이었다.

성매매를묵인하고관리해온체제는한편으로선도와격리를통해,다른한편으로는유흥업을합법화함으로써유지되었다.박정미충북대교수는식민지시기부터이어진유흥업의역사를살펴보면서한국사회가지속해온‘묵인-관리체제’의민낯을드러낸다.공창은폐지했어도‘접객부’는유지한정부는공창제폐지령위반으로잡혀온사람중남자들은“설유하여돌려보내고(204쪽)”여자들은유치장으로보내곤했다.한국전쟁이후유엔군사령부가서울로이전하자정부는“유엔군출입을지정받은접객업소를허가하고위안부의성병통제에집중(209쪽)”했다.이로써성을파는여성은유흥업에종사하는합법적노동자이자윤락행위를범하는불법적행위자라는이중적인위치에놓였다.비록성매매특별법이이전의법령보다진일보한면이있지만,성매매여성의이중적인지위와불평등한권력관계를그대로두었다는점에서한계가크다.여성을처벌해온역사는성매매를구조적으로접근하지않으면이전과똑같은상황에머물뿐임을명확하게보여준다.

“한마디로한국에서성을파는여성은노동자로서합법적행위자(유흥영업종사자,접객부,위안부)와범죄자로서불법적행위자(윤락행위자,요보호여자)라는두얼굴을가진야누스적존재였다.그러나이러한속성은성을파는행위그자체에서비롯된것이아니다.그것은바로치밀하면서도모순된법령의효과였다.”-박정미,〈남성의쾌락,여성의노동/범죄〉


4.우리사회는성매매여성과어떻게함께살아갈것인가
-성매매여성불처벌을향한문화정치

성매매를구조적으로살펴보기위해서는성매매의경제적이고문화적인요인을함께들여다봐야한다.성매매는성구매자와성판매자라는두인격간의사적인거래처럼보인다.하지만이는수요와공급이라는틀로해석된다는점에서사회적인현상이다.문제는성매매를개인간거래라고단정했을때발생한다.얼핏자유로운거래처럼보이는성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