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인권 열외 (지켜야 하지만 지켜지지 못한 사람, 군인)

군, 인권 열외 (지켜야 하지만 지켜지지 못한 사람, 군인)

$18.50
Description
“매년 100여 명의 꿈이 군대에서 진다.
군대에 가서 사람이 아니라 흙이 되어 돌아오는 이가 이렇게 많다.
이런 세상에 ‘요즘 군대는 예전 같지 않다’라는 말은 오만이고 만용이다.”
─프롤로그에서

“요즘 군대는 왜 좋아졌을까? ‘이쯤 좋아졌으면 충분하다’가 아닌,
‘이것보다 더 좋아져야 한다’라고 외쳐온 사람 덕분일 것이다.
진보는 언제나 ‘이대로는 안 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이루어왔다.”
─김보통(《D.P 개의 날》 작가)

‘원래’ 그런 군대는 없다
잃어버린 사람들과 변화시킨 것들을 돌아보며
새로운 군대의 미래를 상상하는 군 인권활동가의 기록

최근 군대에서 일어난 인권 침해 사건이 자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군대가 많이 좋아졌다는 말은 일견 사실이지만, 뉴스 속 참혹한 사건들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우리 군대는 군인의 인권을 헤아리는 데 부족함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군, 인권 열외》는 군인권센터에서 활동하며 군대의 병폐를 가까이서 목격하고 이를 바꾸어나가는 데 함께한 젊은 활동가 김형남의 단단한 기록이다. 네 사람, 여덟 걸음, 세 질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가 잃은 네 군인의 소중한 이름을 기억하고, 여태 군대에서 있었던 작지만 중요한 변화 여덟 가지를 돌아보고, 앞으로 군대에서 시급하게 변화시켜나가야 할 제도 세 가지를 꼽았다. 사건이 터진 후 아파하고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 시민으로서 군대에 내재한 문제를 진지하게 인식하고, 함께 해결해가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저자

김형남

1989년생,인권활동가.군인권센터에서사무국장을맡고있다.학생시절마주했던연대의현장에서매순간의작은변화가모여큰변화를만들어낸다는배움을얻었다.늦깎이군생활중엔군대가바뀌어야군대를경험한이들이만들어가는세상도바뀌지않을까생각했다.그래서전역열흘뒤군인권센터를찾았다.그로부터7년,‘윤일병사건’,‘이예람중사성폭력사망사건’,‘변희수하사강제전역사건’등군에서발생한인권침해사건의피해자지원에함께했고,국방부와국가인권위원회에서군인권개선을위한정책입안·자문활동도이어가고있다.이러한경험들을녹여2020년〈오마이뉴스〉‘김형남의갑을,병정’을시작으로〈주간경향〉등에꾸준히기고중이다.매순간삶과죽음으로만났던아프고소중한이름이많다.그이름이전하는바를인권의언어로꼭꼭눌러남기고싶었다.군대가야사람되는게아니고,사람이군대를가는것이다.이책은그‘사람’의이야기다.

목차

프롤로그“요즘군대좋아졌다”라는말

1장네사람

한사람.윤승주(1993~2014)
●바뀐것과바꿀수없는것:‘윤일병사망사건’,그리고윤승주
●‘진짜군대’:〈가짜사나이〉에열광하고〈D.P.〉에분노하는이들
●인권도작전처럼:군대에선왜같은문제가반복되는가?

두사람.이예람(1998~2021)
●죽음의도돌이표:공군이예람중사성추행사망사건
●아침마다구호를외치면성폭력이사라질까:군대내성폭력사건의메커니즘

세사람.홍정기(1994~2016)
●‘내아들의나라는어디인가?’:홍정기일병사망사건과순직제도
●대한민국에서병사로산다는것:‘병사월급200만원’,그씁쓰름한맛

네사람.변희수(1998~2021)
●그녀가군을믿은이유:트랜스젠더군인고변희수하사강제전역사건
●불편을거부할권리는없다:군대가불편해하는존재들

2장여덟걸음

●박일병은누가죽였나:피로빚은법,「군사법원법」
●공관의감은누가따야할까:‘박찬주대장부부갑질사건’과공관병제도폐지
●계급은어떻게‘깡패’가되었나:국방부청사에서사라진‘고급간부식당’
●스마트폰허용,군대는왜안망했나:병사휴대폰사용허용,그뒷이야기
●사람함부로가두는군대:‘영창제도’폐지와위헌결정
●아파도말못하는사람들:병가제도와군인의건강
●‘무죄’,두글자를새기기까지:「군형법」상추행죄와‘성소수자군인색출사건’
●고삐풀린군대는어디까지갈수있을까:기무사민간인사찰과‘계엄령문건’

3장세질문

●군대이슈를망가뜨리는주범은누구인가?:병역문제에침바르는영리한포퓰리스트들
●‘폭로’만이군대를바꿀수있는가?:군인권보호관과군인직장협의회
●안맞고안죽으면다된걸까?:코로나19로마주한군인의사회권

에필로그따뜻이절박한마음

출판사 서평

1.군대가바뀌어야세상도바뀐다
군인권활동7년간의기록
─군대가야사람되는것이아니라사람이군대에간다

2014년4월육군제28사단에서선임병들의집단구타로윤승주일병이사망한‘윤일병사건’이일어난후,국방부는낡은병영문화를혁신하겠다며다양한대책과처방을쏟아냈다.실제로이사건은군인권이슈의분기점으로평가된다.만연했던구타도눈에띄게사라졌고,장병인권과관련한법령과제도의많은부분이이사건을계기로만들어졌다.
이런변화에시동이걸리던2014년5월,저자는늦깎이군인으로입대했다.크고작은변화를직접목격했지만무언가가진짜로변하고있다는생각은들지않았다.구타를당한적은없어도폭언과부조리를일상처럼견뎌야했고,이상하고이해하기어려운일도많았다.꾸역꾸역시간이흘러전역할즈음,후임들은오랫동안참고견디던군무원의폭언을고발했다가‘찍혔다’.전역후소식을묻는저자에게한후임은말했다.
“그냥참고지낼걸그랬습니다.”
갓스무살을넘긴청년의입에서나온그말을저자는아직마음의짐으로이고살고있다.“군대를가야사람이된다”라는교훈뒤에숨은,부조리에도침묵하고참으라는메시지.그굴레를끊어내지않으면군대도사회도강요된침묵속에질식할것만같았다고저자는말한다.우리군은과거에비해나아졌을지몰라도,여전히마음만먹으면남의인격을짓밟고권리를침해할수있는조직문화위에세워져있다.
그로부터7년,저자는군인권센터에서활동하며‘윤일병사건’,‘이예람중사성폭력사망사건’,‘변희수하사강제전역사건’등군에서발생한인권침해사건의피해자지원에함께했고,국방부와국가인권위원회에서군인권개선을위한정책입안·자문활동도이어가고있다.이책은군대가바뀌어야사회도바뀔거라는믿음을가지고군인권활동에참여해온저자가활동하며만난잊지못할이름들,그리고군인권이슈의분기점이된사건들등을정리해묶었다.뉴스를통해개별적이거나단편적으로만알려졌던사건들의근본적인원인은무엇인지찬찬히돌아보고,인권논의에서‘열외’되어있던군인의인권을진지하게들여다보고자한다.

매년100여명의꿈이군대에서진다.군대에가서사람이아니라흙이되어돌아오는이가이렇게많다.이중7할정도가스스로목숨을끊는다.끙끙앓다죽는사람이너무많다.이런세상에“요즘군대는예전같지않다”라든지“요즘군대가군대냐?”하는말은오만이고만용이다.
─〈프롤로그〉에서(13쪽)

진짜문제는,여전히우리군대가마음만먹으면남의인격을짓밟고권리를침해할수있는조직문화위에세워져있다는점이다.예전에비해구타와가혹행위도줄어들었다지만지금도어떤이의꿈은강요된침묵에질식당하고있다.조용히참고사는것이금과옥조로받아들여지는군대문화가바뀌지않는한,고통의형태와양상이달라질뿐고통받는이들은사라지지않는다.
─〈프롤로그〉에서(13~14쪽)


2.윤승주,이예람,홍정기,변희수
잊어서는안될이름들을되짚다
─나라를지켜야하지만나라가지켜주지않은사람들

이책은총3장으로구성되어있다.1장‘네사람’에서는저자가활동가로서알게된,그러나이제는만날수없게된네사람이군에서겪은일들을다룬다.살아있었다면이제막20대중반에접어들었거나갓서른이되었을청년들로,고윤승주일병,고이예람중사,고홍정기일병,고변희수하사가그주인공이다.
네사람은각각다른환경과상황에놓여있었지만,모두각자의자리에서할수있는일을하며삶을이어나가고자했다.윤승주일병은잔인한폭력과가혹행위를참아냈고,이예람중사는성추행사실을상부에보고하고증거확보를위해노력했다.홍정기일병은거듭의무대를찾아몸에이상이있음을알렸고,변희수하사는자신이군에서계속근무할수있으리라는굳건한믿음으로군에변화를촉구했다.그러나우리군은그들의목소리를경청하지않았다.
이네사람이겪은사건으로인해군대는작든크든변화했고지금도변화하고있지만,그들모두이른나이에영정을만들었다는사실을생각할때면우리가무엇에빚지고있는지감히헤아리기어렵다.그렇기에이책은이사람들을다시금호명해그마지막을세심하게살핀다.한국군대가풀어내야할밀린숙제가무엇인지가그들의이야기에담겨있기때문이다.

“요즘군대가군대냐?”
1980년대에도,1990년대에도,2000년대에도,그리고윤일병이쓰러진그날에도누군가는그렇게말했을것이다.세상이나아가는만큼군대도더디게나마바뀐다.하지만수많은변화속에서도바꿀수없는한가지가있다.윤승주.우리곁을떠난윤승주가잃어버린좋은시절은돌아오지않는다.군대가아무리좋아져도그건바꿀수없다.
─1장〈네사람〉에서(30쪽)

그러나우리군은2019년7월변하사가트랜스젠더임을상관에게처음보고한이래로변하사가세상을떠날때까지트랜스젠더의군복무문제에대해연구는커녕내부검토조차하지않았다.그저법원의판단을기다리겠다는말만앵무새처럼반복하며트랜스젠더가군에있으면여군이불편해한다든지기강과단결이흐트러진다는등의근거없는주장을열거할뿐이다.(...)일선의군인들은저마다의삶속에서트랜스젠더와함께복무하는법을배우고고민하고있는데국방부만멀찌감치서서꼼짝을하지않았다.
─1장〈네사람〉에서(116쪽)

3.힘겹게변화시킨것들,
앞으로바꿔나가야할것들
─안맞고안죽는것,그이상을상상할때다

2장‘여덟걸음’에서는지난10년간군대에어떤변화가있었는지살펴본다.「군사법원법」이개정되었고,공관병제도가폐지되었으며,고급간부식당이사라졌다.병사들은휴대폰을사용할수있게되었고,영창제도는위헌으로판결나폐지되었으며,병가제도도한차례개선되었다.「군형법」상추행죄에대해대법원은무죄판결을내렸고,기무사도폐지되었다.상당히많은변화가일어난것이사실이지만,여전히부족한수준에머물러있는것도많다.예컨대,군사법체계개정논의가오가던2021년,국회는군사범죄를제외한95%의사건을민간으로이관하려했지만,국방부의반대로전체사건의30%정도만민간으로이관되는타협안을채택하게되었다.「군형법」상추행죄는여전히남아있다.변화의이면에부족한면을짚으며이책은다음의변화를위해어떤노력을해야할지꼼꼼히살펴본다.
3장‘세질문’에서는새로운군대의미래를그려가기위해논의해나가야할세가지이슈를꼽았다.대표적인것은병역면제및모병제문제다.선거철이되면정치권에서늘화두가되는문제이지만,인구감소문제등을진지하게고려해실현가능한대책을내놓는정치인을찾아보기는어렵다.우리사회에서예민한병역문제로여론을흔들어재미를보려는정치인이많기때문이다.이외에도군인권보호관문제,군인의사회권문제등우리군이군인의인권을챙기는더나은조직이되기위해지금부터논의를시작해가야할문제들을정리했다.당장해결해야할시급한문제들과더불어,우리군이장기적으로어떤방향으로나아가야할지진지하게논의할기회를만들고자했다.
군인권활동가가가까이서목격한사건기록을정리하고군대의변화를현장감있게담은이책은우리군의변화를촉구하는동시에시민들의관심을요청한다.이책을통해군대가어떻게변화해야하는지시민들이함께고민하도록하는계기가마련되기를바란다.

타협에도원칙과방향이란것이있다.정치가만들어내는변화가시민이바라는속도보다더딜순있다고생각한다.정치를하다보면타협이불가피하다는말도이해할수있다.그러나이건아니다.한사람죽으면이만큼,또한사람죽으면이만큼.그럼누가또죽으면그때가서뭘또손볼생각인가.(...)2014년,2021년,그리고이후로도우리는또얼마나많은죽음에빚지고살아야하는가.
─2장〈여덟걸음〉에서(151쪽)

그들의용기가아니었으면우린앞서살핀수많은변화를만나지못했을터다.그러나기억해야할것은용기만이아니다.누군가의마음이용기에닿기까지의번민과두려움도함께기억해야한다.그렇기에누군가의용기와희생에변화를오롯이빚지는사회는불행하다.
─3장〈세질문〉에서(2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