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카즈무후

동 카즈무후

$15.55
Description
황폐해진 마음에서 소설의 경계까지,
질투와 의심이란 작은 돌멩이 하나로 허물어뜨리는 작품
브라질의 대문호이자 심리소설의 대가인 마샤두 지 아시스의 대표작이다. 국내 초역이며, 아시아권 언어로 번역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남긴 열 편의 장편소설과 이백여 편의 단편소설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힌다. 브라질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으며 현재까지 드라마, 영화, 연극 등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무뚝뚝 경’이란 뜻의 ‘동 카즈무후’라 불리는 주인공이 자신의 친구를 닮아가는 아들을 보며, 끊임없이 아내를 의심하고 질투하는 과정을 회고의 형식으로 그렸다. ‘질투와 의심’이란 작은 돌멩이 하나로 황폐해진 주인공의 마음과 소설의 경계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허물어뜨리는 보기 드문 작품. 유머를 잃지 않는 문체와 백사십여 개의 짧은 장들로 이루어진 까닭에 빠르게 읽히지만, “믿을 수 없는 화자와 알 수 없는 진실은 독자를 좀처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소설가 정소현 추천사).
저자

마샤두지아시스

MachadodeAssis|1839년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의가난한집안에서태어났다.일찍이어머니와여동생을떠나보냈고,혼혈화가였던아버지마저여읜뒤로는의붓어머니의손에자랐다.어려서부터선천적인말더듬증과간질병을앓았던데다빈곤한물라토혼혈이라는이유로사회적인차별을받으며늘열등감에시달렸다.인쇄소와서점등에서일하며열아홉살때부터다양한매체에정기적으로글을발표했다.이후공직에있으면서도시와소설,희곡등을막론한여러장르의글을발표하며작가로서의입지를다져나갔다.1872년첫장편소설《부활》을출간했고,인간의본질적이중성과불확실성을드러낸장편소설《브라스쿠바스의사후회고록》(1881)으로시대와지역을뛰어넘는보편성을획득했다는평을얻었다.동료작가들과브라질문학아카데미의설립에앞장서며1897년초대회장이되었다.질투와의심으로인해한가정이와해되는과정을치밀하게그린《동카즈무후》(1899)는그가남긴열편의장편소설과이백여편의단편소설가운데서도가장뛰어난작품으로손꼽힌다.《동카즈무후》로대표되는마샤두지아시스의독창적인문체는수많은브라질작가들에게영감을주었고,그를세계문학사에서도빼놓을수없는중요한작가로자리잡게했다.그밖의주요작품으로는《킹카스보르바》(1891),《한밤의미사》(1893)등이있다.1908년리우데자네이루에서숨을거두었다.

목차

동카즈무후_007

해설|오셀로증후군이빚어낸파국_362

출판사 서평

분명하게그리려고할수록희미해지는
진실과의심의경계

중년에이른‘벤치뉴’는세상과단절된삶을살며“젊은날의의미를되찾”고자지난시절을회고한다.어머니의맹세로사제가될운명을타고난것,어린시절동네친구‘카피투’와싹틔운사랑,신학교에들어가지않으려부린꾀들,마지못해들어간신학교에서만나둘도없는단짝이된‘에스코바르’,눈앞에없는카피투에대한그리움과걱정…….벤치뉴는에스코바르의도움으로사제가되는대신변호사가되어카피투와결혼하고사랑스러운아들까지얻는다.명예와사랑모두를가진것같았던그때,친구에스코바르가사고로세상을떠난다.벤치뉴는친구의시신을보며조용히눈물을떨구는자기아내의모습에둘의관계를의심하기시작하지만,‘무뚝뚝경’이라는뜻의‘동카즈무후’라는별명에걸맞게조금도티를내지않는다.커갈수록친구를닮아가는아들을보며의심을확신으로바꾼벤치뉴는급기야아들에게독이든커피를마시게하는데…….

나는휩쓸리지않으려고그녀의귀와팔,어깨에드리워진머리카락처럼다른곳으로애써시선을돌리려고했지만,이내그녀의눈동자에다시시선을빼앗겼다.(94쪽)

벤치뉴는끊임없이눈에대해이야기한다.카피투의눈은“모든것을안으로빨아들이는신비하고강한흡인력을지”닌“파도를닮은눈”이고,카피투의눈빛은“비스듬히치켜뜬은밀한집시의눈빛”이며,카피투는타인의시선을즐기는사람이고,카피투를쳐다보는다른남자들의시선은나의질투심에불을붙인다.눈.아무말도하지않지만동시에가장많은정보를담은것,오독하기쉽지만확신을얻기도쉬운것.‘그래서카피투는정말로벤치뉴를배신했는가?’라는질문에대답할수없는까닭은이때문이다.게다가이모든이야기는벤치뉴가되살려낸기억,오로지벤치뉴에시점에서다시쓰인이야기다.벤치뉴는고백한다.“나는정말기억력이좋지않다.”

“신의섭리만이모든것을설명할수있을거야…….비웃는거야?이해해.신학교에다녔으면서도당신은신을믿지않았으니까.하지만나는믿어…….어쨌든그만이야기하자.더는말하지않는것이좋겠어.”(344쪽)

아내의해명에도불구하고벤치뉴는아내는배신자이고자신은희생자라는생각을거두지않는다.그는카피투에게적당한책임을무는것으로이문제를해결하고자한다.그‘해결책’이란아내와아들을타지로보내버리는것.아내는애정과그리움이담긴편지를보내오는것으로다시한번손길을내밀지만,그는차갑고짧은말을돌려줄뿐이다.벤치뉴는신을믿었다.눈에보이지는않지만분명히존재하는신을믿었다.그런데정말그랬을까?카피투는아들이친구와닮은것은신의섭리에의한우연의일치라고했지만,벤치뉴는눈앞에‘보이는’아들의생김새를믿었다.간절히원하는바가있을땐기도를구하면서도,카피투를향한의심과관련해서는신의목소리를듣고자하기는커녕죄에상응하는벌까지직접내렸다.의심의사전적의미는“확실히알수없어서믿지못하는마음”이다.우리는무엇을확실히알수있는가?주관적이기그지없는눈과편집된기억에기대어살아가는우리에게필요한것은무엇일까?의심에관한이야기는필연적으로믿음에관한질문을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