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장난감

미친 장난감

$14.20
Description
위반하거나 배신해야 증명되는 존재들,
그들이 사회와 돈의 세계에 날리는 묵직한 크로스 펀치
보르헤스와 함께 아르헨티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로베르토 아를트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 국내 초역. 자본주의 사회에서 떠밀린 청년이 사회의 중심부에 접근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차별과 가난이라는 절망 속에 자신을 가둔 사회와 돈을 향해 날리는 묵직한 ‘크로스 펀치’라고 할 수 있다. 불운한 삶의 조건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절대로 인생이 불행해지도록 내버려두고 싶지 않은 청년의 마술적 통과제의가 현장감 있는 언어로 그려진다. 위반하거나 배신하지 않고서는 스스로를 증명해내기 어려운 아르헨티나의 혼돈이 반영된 작품이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와 포개 읽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

로베르토아를트

RobertoArlt|1900년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태어났다.유럽이민자였던아를트의부모는갖은일을하며생계를꾸렸지만,결핵에걸린두아이를도시의빈민가에서맥없이잃을정도로빈곤했다.가난과엄혹한아버지를견디다못해집을나온아를트는항만노동자,정비공,용접공,서점원등을전전하다1922년카르멘안티누치와결혼한뒤부에노스아이레스로되돌아갔다.이후기자로일하면서첫소설《미친장난감》(1926)을출간했다.《미친장난감》은자본주의사회에서떠밀린청년이사회의중심부에접근하고자안간힘을쓰며겪는사건을그린소설로,차별과가난이라는절망속에자신을가둔사회와돈을향해날리는묵직한‘크로스펀치’라고할수있다.아를트는주류문단에서도철저히배제되고과소평가받았지만,1960년대에이르러호르헤루이스보르헤스의대척점에서아르헨티나현대문학을대표하는작가로인정받았다.발명에도특별한재능을보인아를트는여성용스타킹의흘러내림을방지하는기술로특허를내기도했다.주요작품으로는장편소설《7인의미치광이》(1929),《화염방사기》(1931)등이있다.1942년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심장마비로세상을떠났다.

목차

제1장도둑들_007
제2장노동과나날_075
제3장미친장난감_134
제4장가룟유다_191

해설|광기의궤적-소유를넘어기쁨의공동체로_268

출판사 서평

아무도일러주지않는희망과미래를
스스로발굴해내야하는청년의생생한분투

유럽이민자였던로베르토아를트의부모는결핵에걸린두아이를도시의빈민가에서맥없이잃을정도로빈곤했다.게다가엄혹하기만했던아를트의아버지는아를트를일찌감치집밖의세계로내몬다.학교를중퇴하고열다섯살부터항만노동자,정비공,용접공,서점원등을전전한아를트는,20세초약동하는아르헨티나의부흥기를도시의이면에서맨몸으로받아들인다.이후기자로일하면서첫소설《미친장난감》을발표하는데,아무도일러주지않는희망과미래를스스로발굴해내야하는청년의생생한분투가다분히작가의자화상을연상케한다.

“일이라니,대체무슨일을하라는거예요?제발……엄마는내가뭘하기를바라는거죠?나더러없는일자리를만들어내라는거예요?내가일자리를찾고있다는거엄마도잘알잖아요?”
나는화가나서몸을부들부들떨며말했다.틈만나면심한말을하는엄마가원망스러웠고,하루하루를가난에시달리면서살아도무관심하고냉담한세상이너무증오스러웠다.이와동시에이름모를고통과슬픔으로나를몰아넣은것은내가아무짝에도쓸모없는인간이라는확신이었다.(76쪽)

의적소설을좋아하고발명에특별한재능이있는‘실비오’는비슷한처지의친구‘엔리케’,‘루시오’와생계를위해‘한밤의신사들클럽’이라는비밀조직을결성해좀도둑질을일삼는다.이들은범죄가발각돼판사앞에끌려가는모습을불안하게떠올리면서도돈의매력에점차빠져든다.도서관에틈입해값나가는책을훔쳐나오던이들은경찰의추적을받게되고,조직의활동을멈춘채각자의삶을이어나간다.노골적으로돈을벌어올것을종용하는어머니의성화에못이겨책방에서일하게된실비오는,그러나부당하게자신을착취하려고만하는책방주인에게환멸을느끼고책방에불을놓아버린다.이후어렵사리들어간항공군사학교에서도석연치않은이유로쫓겨난뒤지물포에서일하며자리를잡는듯했지만,경찰수사관이된루시오와거액의위조수표를유통시키는데성공한엔리케의소식을듣고는다시금범죄의유혹에빠져든다.

“종이만팔러돌아다니는것도이제질렸어.매일똑같은생활이반복될뿐이야.녹초가될때까지매일일만하잖아.이봐,절름발이.이렇게사는게과연무슨의미가있을까?결국우리는먹기위해서일하고,일하기위해먹을뿐이라고.즐거운일도없고,파티나축제에갈생각은꿈도못꿔.그저매일똑같은일을반복할뿐이잖아,절름발이.이제이런생활도지긋지긋해.”(238∼239쪽)

학교교육을제대로받지못한아를트는주류문단에서자주조롱과비난이대상이되었다.철자법은물론이고전통적인소설문법에서벗어난그의작품을두고,호세비앙코는“로베르토아를트라는새로운전염병이젊은작가들사이에퍼지고있다”라며혹평하기도했다.이러한평가는출신이나교육수준,경제적능력에따른사회적차별이문단에서도고스란히재연되었음을오히려자명하게드러내준다.그러나《미친장난감》으로대표되는아를트의소설은,1960년대에들어보르헤스와는또다른측면에서아르헨티나현대문학을선도하는작품으로인정받으며수많은작가에게긍정적인영향을끼쳤다.《미친장난감》은환상과현실의세계를교묘하게뒤섞거나선과악의가치판단을한순간에허물어뜨리며비정한사회의환부를거침없이드러내는데,도서관에서책을훔치거나책방에불을지르는상징적인장면에서이러한장점이잘드러난다.누구나똑같이접근할수있어야하는도서관이나책방조차엘리트나기득권자에게그문을반쯤더열어놓은채사회로부터소외된자들을한번더배제한다.어린시절부터“도적문학의짜릿한즐거움과스릴에빠져”살며환상의세계를거닐던실비오역시마음껏책을읽지못하고,도서관에서책을훔칠때조차책의가치를오로지그가격에따라판단할뿐이다.인간의권리마저경제논리에따라좌우되는자본주의사회에서는책을읽거나그가격이상의값어치를논하는것이소모적인일로치부되기때문이다.그러니“석탄하나를집어책으로가득찬책장옆에수북이쌓인종이더미에던져버”리는것으로일종의복수를감행하는실비오에게마음이쓰이지않기란어려운일이다.아울러책을훔치고책방에불을놓는에피소드가엘리트문학을대표하며평생책에둘러싸여살았던보르헤스에대한통렬한패러디로느껴진다는사실도흥미롭다.

어떠한선택도잘못일수밖에없는
출구없는딜레마

실비오는지물포에서종이를팔며가까스로“아무리속이끓어올라도우리는꾹참고미소지으며인사를”건네야한다는눅눅한삶의원칙을깨닫는다.하지만“창백한얼간이”였던루시오가경찰수사관이되어나타나고,비록철창신세이긴하지만위조수표를유통시키는것에성공한덕분에어쩐지“앞날이밝을것”같은엔리케의소식을들으며또다시자신의현실에회의를느낀다.그러던중또다른친구로부터어느엔지니어의집을털자는은밀한제안을받지만,엔지니어에게친구의범행계획을밀고함으로써범죄의세계에서스스로놓여난다.실비오의밀고는도둑질하고위반하며실패하던삶에서어쩌면처음으로거둔모종의성공을의미하기도하지만,이마저도“왜친구를배반”했느냐며엔지니어로부터비난을받는다.아를트는어떠한선택도잘못일수밖에없는윤리적딜레마속으로인물을위치시킴으로써,소설에담긴묵직한함의를출구없는통로에놓인듯한오늘날의우리젊은독자들에게까지도날렵하게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