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3.00
Description
어긋난 복수심이 맞닥뜨린 낭떠러지……
거침없이 질주하는 20세기 프랑스 누아르 소설의 고전
알베르 카뮈, 앙드레 말로, 장 폴 사르트르 등 엘리트 작가들의 책을 제치고 5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파리의 한 호텔 방에서 벌어진 실제 살인 사건의 현장에서 밑줄이 그어진 채 발견되어 큰 논란을 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신랄하고 자극적인 서사와 어긋난 복수심이 빚어낸 파국 때문에 출간 당시에도 독자와 평자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출간 후 3년 만에 판금 조치 되며 10만 프랑의 벌금을 선고받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도 수많은 나라에서 번역되며 인종이나 계급의 차별 문제를 예리하게 다룬 20세기 프랑스 누아르 소설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저자

보리스비앙

BorisVian|1920년프랑스파리근처의빌다브레에서태어났다.사립탐정사무실을운영하는부유한집안에서성장하며어려서부터문학에각별한열정을쏟았다.재즈에도관심을보여트럼펫연주자로활동하기도했다.1939년제2차세계대전이발발하자군에징집되지만허약한체질때문에입대하지못하고,앙굴렘의중앙기술학교에입학했다.이후엔지니어로일하면서장편소설《기생충과플랑크톤》(1946),《세월의거품》(1947)을출간하며프랑스문단에자신의이름을뚜렷이알렸다.그리고《너희들무덤에침을뱉으마》(1946)로다시한번독자와평자에게커다란충격을안겼다.‘버넌설리번’이라는가상의미국인을앞세워출간된이소설은알베르카뮈,앙드레말로등당시엘리트작가들의책을제치고1950년까지50만부이상판매되며큰성공을거두었다.《너희들무덤에침을뱉으마》는현재까지도수많은나라에서번역되며인종이나계급의차별문제를신랄하게다룬20세기프랑스누아르소설의고전으로손꼽힌다.그밖의주요작품으로는《베이징의가을》(1947),《붉은풀》(1950)등이있다.1959년영화〈너희들무덤에침을뱉으마〉의시사회장에서영화를보던도중갑작스러운심장마비를일으켜세상을떠났다.

목차

서문_007

너희들무덤에침을뱉으마_011

해설|복수심이맞닥뜨린낭떠러지_194

출판사 서평

‘오로지백인에게복수해야한다’라는
소설적명제를향해전속력으로달리는서사

‘버넌설리번’이라는가공의미국인을앞세워출간된《너희들무덤에침을뱉으마》는보리스비앙이단보름만에완성해낸소설이다.비앙은재즈연주자,작사가,시나리오작가로도활동하며다방면에걸친재능을과시했는데,단숨에써낸듯한응집력있고폭발성있는소설들이그의천재성을가장잘드러내준다.아울러무섭게질주하는《너희들무덤에침을뱉으마》에서애절한사랑이야기에가까운《세월의거품》에이르기까지,다채로운소설스펙트럼을보여주며스스로를현대프랑스문학에서빼놓을수없는작가중하나로위치시킨다.《너희들무덤에침을뱉으마》는비앙의대표작이자가장문제적인작품이다.

“책을쓸거요.베스트셀러말이오.오로지베스트셀러만쓸거요.역사소설,검둥이들이백인여자들이랑자도린치를안당하는소설,청순한소녀들이지방도시의비열한사기꾼들사이에서아무탈없이자라나는소설말이오.”(16쪽)

가상의미국소도시벅턴에서서점관리인으로일하는‘리앤더슨’은혼혈로서흑인의정체성을지녔지만흰피부덕분에백인으로대우받는다.리는백인과사귀었다는이유로백인들에게살해당한동생의복수를위해희생양을찾아나선다.난잡한생활을즐기는벅턴의젊은이들과문란한관계를이어가던리는,동생과는아무런연관도없는‘애스퀴스’자매를복수의대상으로정한다.그리고오로지복수해야한다는강박에빠져자매를유혹한뒤위태로운질주를시작하는데…….

중요한건오직한가지,복수하는것,그것도가장완전한방법으로복수하는것이다.(83쪽)

《너희들무덤에침을뱉으마》는미국작가버넌설리번의소설을보리스비앙이프랑스어로번역한것으로위장해출판되었다.출간초기에는별다른반응이없었지만,헨리밀러의《북회귀선》,《남회귀선》같은작품을비도적이라고문제삼으며문단을떠들썩하게했던단체가《너희들무덤에침을뱉으마》의작가를고소하면서뜻밖의화제가되었다.나아가파리의한호텔방에서한남자가자신의애인을목졸라살해했는데,사건현장에서이책이발견되면서자극적인기사에목말라있던신문들의1면을크게장식했다.당시발견된책에는리가‘진애스퀴스’를목졸라죽이는장면에밑줄이그어져있었다.

나는백인들이내동생을죽였고,그들은좀처럼날잡지못할것이고,어쨌든넌내손에죽게될것이라고말했고,그녀가의식을잃을때까지한쪽가슴을있는힘껏눌렀다.하지만그녀는아무말도하지않았다.나는그녀의뺨을죽어라후려쳤다.(174∼175쪽)

보리스비앙은실제로는한번도미국에가보지못했지만,작품의무대를미국의소도시로설정한뒤곳곳에현대미국문화에대한예찬과비난을동시에심어놓았다.“모든위대한작곡가는다흑인”이라면서듀크엘링턴이나W.C.핸디같은흑인뮤지션들에대해우호적으로묘사한반면,조지거슈윈같은백인뮤지션은“최고의착취자”라며거침없이비난한다.이러한편향적인설정은합리적인판단을미뤄둔채‘오로지백인에게복수해야한다’는소설적명제에전속력으로다가가기위한것이지만,어쩐지그의뒤를쫓는독자의심장은점점더불안하게요동친다.자신에게피해를준구체적인가해자가아닌그가속한집단을향해키운어긋난복수심은끝내끔찍한파국에이르리라는것을쉬이짐작할수있기때문이다.그런데아이러니하게도이소설이여느복수서사의흐름과가장차별적인지점도바로여기에있다.

누구를위한복수인가
무엇을향한복수인가

리는애스퀴스자매를복수의대상으로정한뒤에도자매에게서성적인욕망을채우며복수의정당성을스스로삭제해버린다.리의복수는그대상도,그방법도틀린것이었지만,그래서인지도리어그이유에대해서는뚜렷하게곱씹어보게만든다.그러니까액셀러레이터에서한번도발을떼지않고스피디하게진행되는서사가결국은소설의마지막세문장에이르기위한것은아니었는지생각해보게한다는것.보리스비앙은자신의소설속인물들처럼요절했는데,시사회장에서영화〈너희들무덤에침을뱉으마〉의몇장면을보고난직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