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아무도주목하지않은‘소비의역사’,국내에첫선을보이다!
─일상적인것에서찾아낸세계를변화시킨역사
거대한사료더미에서끊임없이새로운주제를발굴하며인간이중심이된역사를연구하는사학자설혜심교수.우리에게익숙하지만역사책으로쉽게만날수없는주제를통해대중과소통하며서양사를알려온그가이번에는수많은인간의행위가운데‘소비’에주목해역사학의주제로재탄생시켰다.그동안사회학,미학,경영학분야에서논의되던‘소비’를역사학의한테마로다루면어떤모습일까?
현대인을소비하는인간,‘호모콘수무스’라부를만큼우리는매일무언가를소비하며살아간다.우리생활의큰부분을차지하는소비는지금까지욕망과쾌락만을위한천박한물질주의의산물로여겨졌고,나아가소비를사치나방탕과연결시키곤하는사회적통념은소비를진지한연구의대상에서멀어지게만들었다.
이책은지금껏어떤역사가도주목하지않은익숙한물건과공간,그리고‘소비’라는인간의행위와동기를통해인간의역사를내밀하고다층적으로살피며,‘사람’과‘생활’이생생하게살아있는역사를들려준다.근대부터현대에이르기까지인간의기본적인삶을더욱풍성하게만들어준상품의역사는물론,약장수와방문판매,백화점과쇼핑몰같은근대적판매방식과공간의역사도함께살피며,제국주의의영향을받은상품이나불매운동같은행위를통해‘소비’의이면에숨겨진저항과해방,연대의장구한역사를마주한다.이책에실린눈을사로잡는200여컷의그림과사진들은근현대소비문화의현장을더울실감나게보여줄것이다.
또한보론〈서구소비사의현황과전망〉에서한국에서는아직생소한분야인소비사의서구연구현황을정리하여,역사학의지평을확장해줄소비사의가능성을탐색한다.1980년대들어폭발적으로성장한소비사연구는,근대역사학이도외시해온포스트모던역사학의문제의식과국경을초월하는학문적지형을뚜렷이보여주며첨단연구분야로자리매김했다.아직소비의정의나범위가
명확하지않은문제나,역사학과다른학문분야간의융합이라는과제등이산적하지만,이문제들이소비사가지닌특성이자잠재력이라고설혜심교수는지적한다.소비는글로벌자본주의에대항할수있는단초를찾아내거나국가,민족,계급을초월하는또다른형태의연대와네트워크에주목한다는점에서가장현실참여적이며앞서가는주제라할수있다.소비라는행위를통해역사학이주목하지않았던인간의내밀한행위와동기,그리고그것이불러온사회적효과를살핌으로써더욱다채로운인간의역사를밝혀낼수있을것이다.
들어본적없는생소한것들의역사를만나고,혹은익숙한것들을신선한시각으로바라볼때,역사의즐거움과더불어역사가우리의삶에얼마나깊이스며있는지를느낄수있다.발견되기를기다리는잊힌역사의조각을찾아내독자들에게역사를읽는즐거움을일깨우고싶다는저자의바람처럼우리가무심코소비하는상품과공간속에숨어있는이야기를통해일상적이고친근하면서도새롭고참신한‘소비하는인간’의역사를만나보자!
(이책을통해)우리삶의큰부분을차지하는소비를진지한학문적주제로끌어올리고싶다.소비를둘러싸고이루어진다양한논의를소개하고,마케팅·경제학·사회학등에서따로다뤄온소비를역사학과접목시킴으로써훨씬더풍부한논의의장을마련하고자한다.……소비행위에서인간의동기와목적성을주목하는것은한때큰관심을받았던일상생활사나미시사의연장선에서,구조에함몰되었던인간을다시역사의중심에세우는작업이기도하다.이책이독자들에게역사의즐거움을맛볼수있는단초가되기를바란다.─〈책을펴내며〉중에서
소비의역사가뒤늦게시작된데는생산에비해소비를폄하해온학계의통념탓이크다.프랑스경제학자장바티스트세가1803년출간한『정치경제학논고』에서‘공급이수요를창출한다’는‘세의법칙’을주장한이래학계의연구는생산과공급에만집중해왔다.카를마르크스는소비를자본주의생산과정에서인간관계나사회적성격을은폐해버리는‘상품물신숭배’라고불렀는가하면,잘먹고잘입는등의욕구를“인간적기능이아닌,동물적기능”이라고비하했다.막스베버는소비행위가사회적지위획득에중요한요소라고지적한바있었지만,프로테스탄트윤리를자본주의발달의추동력으로보는논리안에서는소비는쾌락으로간주되었고결국주변적위치로밀려났다.……1980년대가되자소비사는폭발적으로성장하기시작한다.그결과2012년영국의역사학자프랭크트렌트만은“소비는생산의그림자에서빠져나왔다.소비하는인간(homoconsumens)이만드는인간(homofaber)을대체했다”고선언하기에이른다.─〈서구소비사의현황과전망〉중에서
2.소비의이면에숨겨진수많은얼굴들
─‘소비’에대한통념을벗어던지고‘호모콘수무스’를재발견하다
소비는단순히물건을사고쓰는행위만을가리키지않는다.물건에대한상상력과관계맺기,이데올로기,구별짓기같은사회적이미지나상징등비물질적요소를포함하며,소비를촉진하는다양한장치들즉,판매나마케팅,광고등을포괄하기도한다.또한오늘날의소비는소비자의욕구와쇼핑행위,소비공간,낭비와재활용까지그스펙트럼이매우넓어졌다.『소비의역사』는욕망과쾌락,사치와방탕이라는도덕적통념을벗어나‘소비’가포괄하는다양한요소와함께‘소비하는인간’의역사를살피고있다.근대이후현대사회에이르기까지,인간의기본적인삶을더욱풍성하게만들어준발명품에서부터옷과화장품같은패션용품,책과같은인쇄매체,유럽상류층의사치품등문화적삶을이끌어온각종상품의역사를살피며,자세한사례를통해근대소비혁명과소비자의탄생,사치논쟁,과시적소비등소비를둘러싼개념과논의들을소개한다.
또한온동네를돌아다닌돌팔이약장수부터원조화장품아줌마에이본레이디의방문판매,최초로대량판매와할부제를도입한싱어사의재봉틀,소비생활을변화시킨백화점과쇼핑몰,그리고홈쇼핑까지소비자를유혹하는판매방식과소비공간의기원과변화를추적한다.더불어백색신화를전파한비누,제국주의적편견이담긴트레이드카드등으로상품에담긴식민성을,노예제폐지의일환으로일어난설탕거부운동과흑인들의불매운동,미국의국산품애용운동을통해소비의이면에숨겨진저항과연대의역사를들여다본다.그외에도수집논쟁,병적도벽,성형소비,노년층의소비문제등주변부에놓인소비행위에대해서도살핀다.이책에서다루는주제들은오늘날소비에대한문제의식과결코동떨어져있지않다.소비의역사를통해오늘날소비의세계에수동적으로포섭된현대인의가면을벗고진정한‘호모콘수무스’를성찰할수있을것이다.
1824년포목상인피에르파리소가상점을열고기성복을팔기시작했다.폭넓은고객층을상대로한곳에서옷을만들고판매까지하는혁신적인시스템이었다.……파리소가창업한기성복상점은곧프랑스곳곳에분점을내는동시에봉마르셰등의백화점에입점하게된다.이런남성용기성복은아주최고급은아닐지라도그이전까지양복을맞춰입었던계층과,중고의류에만족해야했던계층모두를고객으로확보했다.특히기성복을사입음으로써평생처음으로새옷을구매하게된사람들은‘소비의진정한행복감’을맛보았다.사실이런기성복은상류사회사람들의복장을저렴한버전으로모방한것이었다.이제하급공무원들,다소독립적인소상인들,자유업의보조원들,산업이나상업분야의고용인들,유복한수공업자나노동자들,즉중간계급에속한집단들이‘대량으로복제된명품’의세계에발을내딛게된것이다.─〈양복의탄생─부르주아이데올로기와기성복산업의출현〉중에서
흑인에대한인종주의는검은빛에대한전통적인편견에서비롯되었다.문명세계는빛과어둠이라는이분법적세계관을토대로구축되어왔으며,어둠보다빛을중요시하는사회에서는검은색을띤것들을차별하고배제했다.……19세기말부터남부아프리카에는서구에서생산된다양한비누가들어오기시작했다.……20세기전환기에남부아프리카에서선교사의가르침을따라열심히세수를했던한어린학생이“그런데선생님은백인이고우리는아직도흑인이잖아요”라고불평했다는기록이있다.그학생은매일아침마다깨끗이씻으면백인이될수있다고생각했던것이다.이에피소드가황당하게느껴지는오늘날에도여전히위생과미용업계는백색신화를상품화하고있다.─〈검은피부,하얀비누─백색신화를전파한최초의식민주의상품〉중에서
싱어재봉틀의성공요인은무엇보다도선구적으로도입한할부제에서찾을수있다.싱어사의경영자였던클라크는1856년공장용재봉틀뿐아니라범용재봉틀을만들어각가정에판매해야겠다고마음먹었다.이생각은사실현실성이떨어졌는데,왜냐하면당시에는재봉틀이매우값비싼물건이었기때문이다.……따라서중산층이하의가정에재봉틀을팔기위해서는획기적인판매방식이필요했다.클라크는적은금액을착수금으로받은뒤나머지금액을오랜기간에나눠갚는할부제도를고안해냈다.이것이바로그악명높은공격적마케팅인“1달러에계약하고,1주일에1달러내기”플랜이었다.─〈최초로대량판매된가정용기계─재봉틀의성공신화와반대논리〉중에서
에이본은여러가지면에서매우독특한회사였다.무엇보다도오늘날까지도판매원과고객의95%가여성이라는사실이그렇다.여성이돈을벌수있는기회가많지않았던19세기말,에이본사의판매원자리는여성이사업에진입할수있는거의유일한기회였다.……1954년에이본사는“딩-동,에이본이방문합니다(Ding-Dong,AvonCalling”라는TV광고를내보냈다.가위손에드워드가사는성을찾아간페그가문을두드리며하는첫마디가바로이광고문구다.이광고는1967년까지계속되었던역사상최장기광고로,최고성공작가운데하나로꼽힌다.─〈화장품아줌마의원조,에이본레이디─경제활동과소비의여성네트워크〉중에서
설탕거부운동은노예제폐지론자들이소비자들에게설탕,인디고,쌀,면화등노예노동을통해생산된상품들에대한거부를촉구하면서시작되었다.특히설탕의경우영국인의일상에밀착된상품이어서유달리더큰논쟁에휘말렸다.설탕교역을지지하는사람들은설탕이감각적인사치품이아니라건강을유지하기위한필수품이라고주장했다.의사들은설탕을끊게되면건강에큰해를불러올것이라며경고했다.사실이런논의가일견자연스럽게느껴질만큼당시영국인은설탕에거의중독되어있었다.……그런데이런상황은윌리엄폭스의팸플릿때문에뒤집히게된다.폭스는설탕소비를경제적차원에서뿐아니라윤리적측면에서도고려해봐야할문제라고주장했다.이런맥락에서노예가생산하는설탕을섭취하는일을인간을잡아먹는식인행위에비유했던것이다.─〈노예제폐지와설탕거부운동─윤리적소비의기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