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

$16.00
Description
신뢰받는 논픽션 작가로 자리매김한 하재영 2년 만의 신작!
어머니의 생애를 인터뷰하며 모녀 서사로 돌아오다
이 책의 표제인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I never had a mother)”는 에밀리 디킨슨이 편지에 썼던 유명한 문장이다. 이 선언은 모계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 내 안의 ‘여성적 힘’을 선포하는 것이고, 어머니의 시대를 넘어서는 것이며, 나를 낳은 여자의 분신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 여성에게는 모두 어머니가 없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는 작가 하재영이 어머니의 생애사를 인터뷰하며 그와 교차하는 본인의 이야기를 페미니즘 시각으로 재해석한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이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사적’으로 나와 가장 가깝고 내가 거의 모르는 한 여성, 어머니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필경사가 되었다. 한 인간으로 존재하는 어머니라는 텍스트를 읽기 위한 작가의 치열하고 용감한 시도 끝에 피어난 두 여성 사이의 교감이 우리 시대 어머니를 해석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미시사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앞 세대 그리고 동시대 페미니스트들의 사유를 종횡무진 통과하며 삶과 공부를 하나로 직조해낸다. 에밀리 디킨슨, 시몬 드 보부아르, 에이드리언 리치, 베티 프리던, 수전 구바, 샌드라 길버트, 수전 손태그, 리베카 솔닛, 정희진, 김영옥, 하미나… ‘글 쓰는 여자’의 계보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유려한 문장을 따라 독자들은 ‘여성-딸-어머니-인간’으로서의 삶을 성찰할 수 있다.

책을 덮은 뒤에도 어머니와의 관계는 독자 각자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어머니를 낯설게 바라보며 대화를 시도하는 이도, 끝내 해결할 수 없는 의문과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이도 있을 것이다. 백 쌍의 모녀에게는 백 가지, 아니 그 이상의 이야기가 있다. 어머니가 어떤 텍스트이든 흉터로 영광으로 내 안에 남고 우리는 그로부터 나아간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는 수많은 어머니의 경험과 기억이 흩어지고 부유하다 휘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 ‘모계를 기록’함으로써 단독자이자 연결된 자로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돌아보게끔 하는 단초가 되어줄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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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재영

논픽션작가.2006년계간〈아시아〉에단편소설을발표하며등단했고2018년부터논픽션을쓰고있다.버려진개들의삶과죽음을담은르포『아무도미워하지않는개의죽음』,집과여성에대한자전적에세이『친애하는나의집에게』,어린이를위한동물권논픽션『운동화신은우탄이』를썼다.개인의미시적서사가사회에대한증언으로확장하는이야기,공적주제가한사람의내밀한삶으로수렴하는이야기...

목차

서문―필연적오독,불가능한재현,예정된실패

첫번째앨범.평범한여자아이되기
아내도며느리도엄마도아닌
아무것도나를완전히꺾지는못했다

두번째앨범.실어의시간을경유해다른목소리로
있지만없는사람
오래된이야기를거부하는여자가될것인가,
오래된이야기속의‘그여자’가될것인가?

세번째앨범.여자가여자를키우는데에는모순이있다
너를다시키운다면
입안에갇힌말과패배한몸

네번째앨범.여성의일에대한두가지신화
‘스위트홈’이라는의무
나의‘일’에대해말하는것은
‘폭력’에대해말하는것이다

다섯번째앨범.이름붙일수없는문제,이름붙일수없는관계
어머님의식사
두명의갇혀있는자

여섯번째앨범.‘비존재’의계보를기록하기
황혼을바라볼때
결여된이야기

출판사 서평

1.하재영,어머니를기록하는필경사가되다

-나와가장가깝고내가거의모르는한여성,
‘어머니’를쓰다

아이의자존감,문해력,창의성,영어,수학,과학,미술,돈…제목에‘엄마’가포함된책을검색하면자식을키우는일에관한어머니의온갖책무가쏟아진다.먹이고입히는일이당연함은물론이고한인간의성장과관련한일이오로지어머니의손에달린것만같다.시대에따라‘훌륭한어머니’상은달라지고있지만,오늘날‘어머니역할’은더촘촘히분화하고있는듯하다.

그러나한사람에게이모든영역을관장하기를기대하는것,도달할수없는목표에가까스로다가서면상찬을바치고미치지못하면가혹한평가를쏟아내는것이온당한일인가?우리는세계의실패를직시하는대신그실패를어머니라는개인에게떠넘김으로써근본적원인을은폐하고있는것이아닌가?어머니도다른모든이와마찬가지로실패하는존재임에도불구하고.우리에게는찬양과불가능한기대로박제된명사‘어머니’를넘어한‘인간’으로그를대면하는경험이필요하다.

하재영은『나는결코어머니가없었다』에서‘사적’으로나와가장가깝고내가거의모르는한여성,어머니의목소리를기록하는필경사가되었다.‘엄마’는한사람의개별자이자생을통해연결된존재이기에,그를알고자하는모든딸에게‘난제’다.작가는어머니의삶을경청하고,해석하고,감응하려는치열한시간을통해또한번모녀의성장을이루어냈다.

2.‘나대는여자아이’를꺾으려했던엄마
엄마에게인정받으려고,상처주려고모든힘을쏟아부었던딸
각자의생을통과해다시마주앉은모녀의서사

-“나의글은엄마라는한인간을온전히설명하거나묘사할수없다.
그불가능성을알면서,또는알기에엄마에대해쓰고싶었다.”

1955년생,남앞에서엉덩방아찧는모습을보이기싫어스케이트를배우지못한,문학과영화를사랑하는,결혼후목소리를잃을수밖에없었던,30년시집살이를견디고생활전선에뛰어들어가족을부양한,기쁘고슬프고즐겁고고된시간을통과한지금의내가좋다고말할수있는사람,고선희.

1979년생,고집세고자신만만하던,발레와함께어린날을보낸,타고난신체로평가하는세계에서환영하지않는몸이기에좌절한,‘일’과‘폭력’의관계안에서수없이꺾이고꺾여야했던,생존자임를감각하는행위로서글쓰기를멈추지않는자,하재영.

우리는이책을통해모녀관계의두여성을만날수있다.하재영은유년에서청년,중년에서노년에이르기까지고선희의삶을인터뷰하며엄마의지대한영향을받은딸이자그와다른삶을살고자하는사람으로서자신을반추한다.누군가의딸로살아가는여자들은알것이다,엄마와마주앉아생을돌아보는일의지난함을.딸과엄마는서로를잘안다고생각하기에,혹은알아주기를기대하기에어쩌면상대의진실에서가장먼사람들일지모른다.서로에게닿지않았던시절을지나모녀는타이핑한문서와육필로쓴글을사진으로찍어서신을나누는사이가되었다.그리고서로의삶으로들어서고물러나는시간을통과해공동의회고록을완성해냈다.

“누구의아내도며느리도엄마도아니었던시절,내가그저나였던시절”을떠올리는엄마의이야기.“내가처한상황을견디느라엄마를멀리했던시절”감당해야했던생의무늬를돌아보는딸의이야기.앞세대그리고다음세대여성의시간이교차하는기록속에두사람이어떻게다른삶을살아왔는지그세월의흔적이남긴상처와긍지가섬세한필치로펼쳐진다.동시에모녀가‘여성’이라는조건안에서세대를넘어경험한공동의지형은무엇이었는지짚어가는동안독자들은자기의시간을,어머니의역사를떠올릴것이다.

작가는서문에서“우리는모녀라는관계의타자로서영원히서로를이해할수없을것이다.그불가능성을알면서,또는알기에엄마에대해쓰고싶었다.불가능한일을실행하기에이작업의결말은확실시된실패이지만의미있게실패하고싶었다.”라고말한다.그럼에도그의손끝에서어머니는‘아무것도아닌사람’으로머물지않고자기삶의저자가되는‘사건’을만났다.

3.엄마의엄마의엄마들,그서사적단서를찾아서

-모계를기록하는일의의미

『나는결코어머니가없었다』에는엄마와딸외에도중요한인물이한사람더등장한다.바로하재영의할머니이자고선희의시어머니,송영임이다.고선희는송영임과의관계에대해다음과같이말한다.“나는며느리이자딸이고,말동무이자시녀였어.그분의세계에서그모든역할을감당하는유일한사람.”하재영의기억속송영임은고선희의그것과다르다.“나에게할머니는애증의대상이다.할머니를사랑하기에두렵다.나의글쓰기로우리의사랑을배반할까봐,할머니를단순하고납작하게‘나쁜시어머니’로만들어버릴까봐.”

하재영은모녀도,자매도,친구도아닌두여성의관계를둘러싼시간의흔적을살피며가부장제안에있던‘두명의갇혀있는자’가자신에게어떤영향을끼쳤는지를이야기한다.그렇다면또한사람,고선희의어머니채무식은어디로갔을까?

저자의글이‘모계의기록’에충실하려면책의첫장은엄마의엄마에게서시작되어야했고,마지막장은엄마의엄마에게서끝나야했을것이다.이책에채무식이거의등장하지않는이유는그의이야기가사라졌기때문이다.하재영은“이책의숙명적한계는어느장에서도나의모계,엄마의엄마의엄마들에대한‘서사적단서’를발견할수없다는것”이라고말한다.결국그가엄마의삶을기록해야했던이유는“우리의계보에‘비존재’인할머니가있음을기억하고,할머니와달리엄마를‘존재’하게만들기위해서”였는지모른다.

4.미시사의기록을넘어페미니즘의사유를직조하다

-글쓰는여자의계보를가로지르며‘여성-딸-어머니-인간’을성찰하기
-어머니가어떤텍스트이든우리는그로부터나아간다

저자는미시사의기록에머물지않고앞세대그리고동시대페미니스트들의사유를종횡무진통과하며삶과공부를하나로직조해낸다.에밀리디킨슨,시몬드보부아르,에이드리언리치,베티프리던,수전구바,샌드라길버트,수전손태그,리베카솔닛,정희진,김영옥,하미나…‘글쓰는여자’의계보를유유히가로지르는유려한문장을따라독자들은‘여성-딸-어머니-인간’으로서의삶을성찰할수있다.

책을덮은뒤에도어머니와의관계는독자각자의몫으로남을것이다.어머니를낯설게바라보며대화를시도하는이도,끝내해결할수없는의문과상처를가슴에품고살아가는이도있을것이다.백쌍의모녀에게는백가지,아니그이상의이야기가있다.어머니가어떤텍스트이든흉터로영광으로내안에남고우리는그로부터나아간다.『나는결코어머니가없었다』는수많은어머니의경험과기억이흩어지고부유하다휘발하지않도록하는일,‘모계를기록’함으로써단독자이자연결된자로살아가는일의의미를돌아보게끔하는단초가되어줄것이다.

엄마에대한모름을앎으로바꾸기위한작가의시도로시작된글은다음과같은어머니의말로끝을맺는다.
“나는네덕분에또조금성장한것같다.”
생을용감하게마주하고살아내는또하나의길이우리에게열렸다.

추천사

엄마를‘이해할수있을까’와‘이해하고싶다’사이에서방황하는딸들에게주요한참고문헌이도착했다.글을읽는동안내가엄마에게줄수있는가장큰선물이‘질문’임을깨달았다.좋은책은읽는사람을쓰는사람의자리에데려다놓는다.이책은분명그목록의한자리를차지할것이다.더많은‘평범한엄마들’이“자기삶의저자가되는사건”을앞으로도계속목격하고싶다.
-장일호(『슬픔의방문』저자,〈시사IN〉기자)

어머니의말하기와딸의글쓰기가반복되다가,어머니가딸에게책을읽어주는마지막장면에서나는정말감동했다.말하는이와듣는이,쓰는이와읽는이가한데모여한사람을이야기속에서다시살게한다.그장면의진가를느끼기위해서는책의처음부터끝까지하나도빠뜨리지않고읽어야한다.이야기하는존재인한우리는“훼손되지도,모욕당하지도,소멸하지도않는다”는것을이책전체가생생히증명한다.
-하미나(『미쳐있고괴상하며오만하고똑똑한여자들』저자)

책속에서

어릴때는엄마에게사랑받고인정받으려고애썼다.청소년기에는반항하고상처주려고모든힘을쏟아부었다.성인이되고나서는내가처한상황을견디느라엄마를멀리했다.시간이흘러엄마의삶을나의글안에서나마살아보고자결심했을때,그리고어떤의미로든이작업에실패하리라확신했을때엄마는말했다.“못해도네잘못이아니야.내삶이별볼일없어서야.”이글은엄마가틀렸다는것을보여주기위한안간힘이기도했다.누구의삶도별볼일없지않으며엄마의삶또한마찬가지라고.나는엄마에게,이름으로불리지못한엄마세대의수많은여성에게그것을증명하려고실패를예감하면서,성공해야했다.
---p.13

문학과역사성적이특히좋았어.고등학교3학년때,전교생의국어점수를그래프로만든성적표가나왔는데한학생만그래프선이끝까지올라가있더라고.그게나였어.마흔중반에동기몇명과당시국어선생님을찾아뵈었는데선생님이나를보고반색하면서물었어.“뭐하고사니?”네아빠가사업에실패해서집안이어려울때였어.나는식당에서주방일을하고있었는데차마그말은못하고“살림해요.”라고대답했어.선생님이의아해하더라.“뜻밖이네.너는자의식이강해서네이름으로뭔가를하고있을줄알았는데…….”약간씁쓸했어.예전에는나에게기대를거는사람이있었는데싶어서.하지만그런생각도지나가는거지,먹고살기바빠서금세잊었어.
---p.26

엄마의표현을빌리면나는“나대는”아이였다.더나쁘게표현하면“설치는”아이였다.노래를부를기회가생기면내가노래를잘한다는확신에차서앞으로나섰고,선생님이발표할학생을찾으면문제를맞히겠다는의욕에부풀어팔을높이들었다.나는무엇이든해낼수있다,그냥해내는정도가아니라‘잘’해낼수있다.엄마가걱정한점은바로그것,‘특별한사람’이라는나의자아상이었다.또한번엄마의표현을빌리면엄마는나를“꺾으려”했다.과도한자신감과고집스러운성격을가진“나대는”여자아이는“꺾어야”한다.이것이나의아동기에엄마가일관되게가졌던교육적신념이다.오랜시간이지나서나는왜그래야했느냐고물었다.엄마가말이없기에다시물었다.“여자아이라서?”엄마가대답했다.“응,여자아이가나대면미움받으니까.”잠시뒤엄마가말했다.“미안해.”
---p.33

기나긴문학사에서소수자인여성작가의책을읽었더라면,버지니아울프의선언처럼“여성이글을쓸수있으려면먼저‘집안의천사를죽여야한다.’”는사실을알았더라면,“천사와괴물둘다‘죽이는’울프적인행위”로부터글쓰기를시작했더라면,그리하여여성작가가되는것은저‘다락방의미친여자’들로부터이어져온계보의말단에나를위치시키는일임을깨달았더라면나의삶과글은달라졌을까?샌드라길버트와수전구바가쓴《다락방의미친여자》는문학에서의부권은유를다루는첫장‘여왕의거울’에서이렇게말한다.“모든작가에게자아정의는자기주장보다반드시선행한다.창조적인‘나란존재’가무엇인지‘내’가알지못한다면언어화할수없다.그러나여성예술가에게자아정의의본질적과정은그녀와자신사이에끼어든모든가부장적정의때문에복잡해진다.
---p.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