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016

노인과 바다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016

$12.50
Description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단 한 번의 사투,
아득한 심해에서 건져 올린 반짝이는 삶의 진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이자 그에게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품. 팔십사 일 동안 고기를 낚지 못해 ‘운 나쁜 어부’라 낙인찍힌 노인 ‘산티아고’가 거대한 청새치 한 마리를 잡으려 벌이는 사투를 그린다. 노인은 마침내 청새치를 잡는 데 성공하지만, 항구로 돌아가는 길에 상어 몇 마리를 만나고, 결국 뼈만 남은 고기와 함께 돌아온다. 이 단순하고 사실적인 이야기와 문장들은, 그러나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남기며 오늘날까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출간 당시 윌리엄 포크너, 허먼 멜빌 등에 비견되며 찬사를 받는 등 전작에 쏟아진 혹평 세례로 상심해 있던 헤밍웨이에게 다시금 날개를 달아준 소설이기도 하다. 원문의 호흡을 존중하고, 서술문과 대화문 간의 차이를 부각해 리듬감과 긴장감을 살려 새롭게 번역했다.

저자

어니스트헤밍웨이

1899년7월21일미국일리노이주오크파크(현재의시카고)에서태어났다.의사아버지와성악가어머니사이를두었고,여섯남매중장남이었다.평생을낚시와사냥,투우등에집착했으며,다방면에걸쳐맹렬한행동을추구하고,행동의세계를통해자아의확대를성취하려했다.그러한인생관은그의작품전체를통해서도드러난다.

고등학생때학교주간지편집을맡아직접기사와단편을썼으며,...

목차

노인과바다_09

해설|어느투쟁의기록_139

출판사 서평

가장적은단어로그려낸완전한세계
무한한확장의가능성을지닌불멸의고전

『노인과바다』는“우리시대작가가쓴작품중가장훌륭한작품으로인정받을것”이라는윌리엄포크너의찬사를넘어서출간한지70년이지난오늘날까지최고의고전으로손꼽힌다.시대를넘어선생명력을지닌소설은많지만,짧고단순한줄거리로이토록다양한해석의여지를남기는작품은『노인과바다』가유일하다고해도과언이아닐것이다.소설은때로는“파멸할수는있어도패배할수는없”는불굴의의지에대한이야기로,때로는나이와생물종을초월한우정에관한헌시로,때로는생태주의나실존주의를키워드로읽힌다.노인은팔십사일간물고기를잡지못한불운한어부‘산티아고’그자체였다가,10년만에발표한신작에쏟아진혹평으로상심했던헤밍웨이의분신이되기도하며,가끔은예수의모습과겹쳐보이기도한다.“어떤것을구심점으로삼아읽어나가든『노인과바다』의구조적정합성은쉽게깨어지지않는데,이러한사실이야말로이작품이얼마나치밀하게쓰였는지를말해준다”라는황유원번역가의해설처럼,『노인과바다』는무한한확장의가능성을지닌,가장적은단어로그려낸가장완전한세계라고할수있다.

새로운번역본이최소한의정당성을확보하려면단순히기존번역본들의오역을답습하지않는것만으로는부족했는데,역자는어찌보면가장당연하면서도본질적인부분인헤밍웨이의‘문장’에주목하며그도전에임하기로했다.(‘해설’중에서)

불필요한수식을배제한사실적인묘사를의미하는‘하드보일드문체’역시헤밍웨이와그의작품을설명하는데빼놓을수없는키워드다.그러나원래『노인과바다』는쉼표로이어진복문이대부분이라는사실은비교적덜알려져있다.황유원번역가는소설속긴서술문과극도로짧은대화문의차이에서비롯한긴장감과리듬에주목했다.물고기를토막내듯긴문장을임의로끊지않았고,반대로짧은대화문을늘리지않았다.예를들어,작품의마지막장면에서한관광객이뼈만남은청새치를보고“저게뭐죠?”하고웨이터에게묻자웨이터는짧게답한다.“‘Tiburon,’(……)‘Eshark’.”뼈만남게된정황을알려주고자했으나영어를하지못하기에같은의미의두단어만나열한것이다.그러니이를“티부론입니다”라고서술격조사를붙여번역하면오역이된다는것이다.‘상어의공격을받아뼈만남게됐다’는설명을‘저것은상어다’로오해하는것은관광객이어야지독자여서는안된다.때문에역자는이를“‘티부론.’(……)‘상어요’”라고옮겼다.이러한원칙하에건져올린문장들은멕시코만의모습을보다본래의모습에가깝게그려내며,날치가튀어오르고청새치와상어가헤엄치는지구반대편으로독자를거뜬히데려간다.

그가이미그걸수천번이나증명해보였다는사실은아무의미도없었다.이제그는그걸다시증명해보이려하고있었다.매순간이새로웠고,그걸증명해보일때과거는전혀생각지도않았다.(72쪽)

산티아고가팔십사일동안고기를잡지못하자소년‘마놀린’의부모는산티아고를‘살라오’,즉운나쁜사람이라고일컬으며아들을다른배에타게한다.그런산티아고를보며어떤어부는비웃고,몇몇어부는슬퍼한다.그러나그누구도노인에게왜바다로나가느냐는질문은하지않는다.그가어부이기때문이다.배를타고바다로나가는한,빈손으로돌아올지언정그는어부다.노인은힘겨운사투에도불구하고한번도자신의존재를의심하지않는다.자신은어부고,그것이자기가타고난운명이라고굳게믿는다.고기가고기로태어났듯이자신은어부로태어났다고.다만더는운이없다해도자신은낚싯줄을정확히드리우며요령이많은어부라고.노인에게고기잡이란밥벌이인동시에자신의존재를,스스로가살아있음을증명하는행위인셈이다.그러니노인에게는고기와사투를벌이는모든순간이,그에앞서마음을가다듬고바다로나가는하루하루가삶을뒷받침하는‘결정적한순간’이라고해도지나치지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