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현대문명을만들어낸과학의고전을만나다
근대과학의표준을제시한뉴턴의위대한아이디어
뉴턴이활동한17세기에는엄밀한의미에서‘과학(science)’이라는방법론이존재하지않았으며,그자리를대신하던‘자연철학(NaturalPhilosophy)’은추측과가정만으로자연의원리를탐구하고자했다.이런풍조속에서뉴턴은엄밀한수학적방법론을이용하여자연계의운동을수식으로완벽히기술했다.《프린키피아》는바로그뉴턴역학을집대성한저작이다.《프린키피아》에실현된뉴턴의수학적방법론은근대이후의과학을상징하는하나의‘표준’으로서현대과학에거대한그림자를드리우고있다.
《프린키피아》제1권은관성계에서일어날수있는다양한운동,제2권은저항이있는공간또는매질속에서움직이는물체의운동을기술하며,제3권은행성과위성의움직임을관찰하고해석한다.운동법칙과중력법칙등고전역학의토대가되는법칙을비롯해케플러의행성운동법칙에대한수학적증명,천문관찰을통한중력의역제곱법칙증명등이모두《프린키피아》에서소개된다.널리알려졌듯이같은뉴턴역학은고전물리학의근간을이루며과학발전에이바지했다.또한중력법칙은250년후에아인슈타인의일반상대성이론을낳은모태가되었고양자역학이등장한후에도여전히고고한자태를유지하고있으니,뉴턴의이론은지나간과학이아니라여전히우리곁에서살아숨쉬고있다.
논리적역학이란임의의힘에서초래된운동과임의의운동을야기한힘을정확한명제와증명으로표현하는과학이라할수있다.고대인들은이런역학을“다섯가지의역학적힘”으로분류하여연구했으나,중력은인공적인힘이아니었기에다섯가지힘으로무거운물체를움직일때를제외하고는별다른관심을갖지않았다.그러나지금우리의관심사는인공물이나인공적힘이아니라자연철학과자연의힘이기때문에,이책에서는중력과부력,탄성력,유체의저항력과같은인력과척력을주로다룰것이다.다시말해서,이책은“자연철학의수학적원리(mathematicalprinciplesofnaturalphilosophy)”의출발점이라할수있다.자연철학의본분은자연현상(운동)으로부터힘을발견하고,그힘으로부터다른현상을설명하는것이기때문이다.그래서1권과2권에서는일반적인명제(proposition)를증명하고,3권에서는이명제를이용하여세상의체계(thesystemoftheworld)를설명하는식으로풀어갈것이다.(중략)독자들은부디이책을열린마음으로,끈기있게읽어주기바란다.도중에오류가발견되더라도너무심하게꾸짖지말고,올바른답을찾아서알려주기바란다.
-〈초판저자서문〉중에서(9~11쪽)
실험과관측에기초한자연철학이야말로자연을이해하는최상의수단이다.그리고우리의탁월한저자뉴턴이바로이자연철학의정수를세권의책에담아지혜의빛을밝혔다.그는인간의한계를넘어가장어려운문제를해결한최고의천재이자,이분야의전문가들도찬양해마지않는최고의자연철학자이다.이제우리는뉴턴이활짝열어놓은문을자유롭게통과하여아름답고신비로운자연의세계를마음껏음미할수있게되었다.
-〈2판편집자서문〉중에서(34~35쪽)
제1법칙:모든물체는외부에서힘이작용하지않는한,정지상태나등속직선운동상태를유지하려는경향이있다.
제2법칙:운동상태가변하는정도는물체에가해진힘에비례하며,변하는방향은힘이가해진방향과같다.
제3법칙:모든작용(action,힘)에는크기가같고방향이반대인반작용(reaction)이수반된다.다시말해서,두물체사이에교환되는힘은항상크기가같고방향이반대이다.
-〈공리:운동의법칙〉중에서(67~78쪽)
2.믿고보는번역자박병철의버킷리스트,《프린키피아》한국어판
30년의준비기간,3년의번역기간을거쳐이룬한국과학출판의성취
이론물리학자박병철박사는과학독자들이가장신뢰하는번역자로유명하다.《엔드오브타임》,《엘러건트유니버스》,《파인만의물리학강의》,《페르마의마지막정리》,《신의입자》등1990년대말부터출판계를뒤흔든수많은과학책이그의손을거쳐출판되었다.좋은책을고르는안목,정확하고유려한문장력,번역서100여권을꾸준히출간한성실함등으로인해그는독자들의깊은신뢰와사랑을받고있다.서점가에서‘박병철옮김’은유익한과학책,이해할수있는한국어로번역된과학책을상징하는하나의브랜드로통용될정도이다.
학창시절《프린키피아》를접한박병철박사는이책의번역이자신의‘버킷리스트’였다고고백한다.이후30여년이흘러경험많고능숙한과학전문번역자가되었지만,그런그에게도여전히《프린키피아》번역은이루말할수없을정도로어려웠다.17세기수학표기법은지금과많이달랐고,천체의운동을설명하는적절한한글용어가없는경우도있었다.무엇보다큰문제는뉴턴의증명에생략된내용이많다는점이었다.이때문에3년이넘는기간동안복잡한논리와과감하게생략된증명을파고들어뉴턴의자취를쫓아야했다.어렵고중대한작업을결국마무리해낸그는과학독자들이《프린키피아》독서를통해자신과같은성취감을느끼길간절히바란다고말한다.적재적소에서독서를이끄는옮긴이주와함께주요명제와정리를차분히따라가다보면,어느새이책의전반적인내용과그속에담긴뉴턴의생각을조망할수있다고조언한다.
학창시절,《프린키피아》를영문판으로읽다가며칠만에포기했다.영어가버거운탓도있지만,가장큰이유는학교에서배웠던고전역학과너무도다르기때문이었다.맨날자동차를타고매끈하게포장된도로만달리다가소달구지를타고자갈길로접어들었으니당연한결과였다.그러나현대문명의주춧돌이된고전역학의원형을소개하는것은종교인들이경전을번역하는것만큼이나의미있는일이었기에《프린키피아》번역은나의버킷리스트에추가되었고,강산이세번변한후에야간신히종착역에도달했다.복잡한논리를수식없이말로써놓은경우가태반이고수학표기법도지금과다른부분이많아서고생을엄청나게했지만,지금나의느낌은‘보람’이라는뻔한말로표현하기싫을정도로뿌듯하다.
뉴턴이후고전역학은수많은물리학자의손을거치면서몰라보게말끔해졌으니,고전역학을공부하고싶다면《프린키피아》보다는그들이집필한교과서로공부하는편이훨씬나을것이다.그러나원본의독창성과고색창연함에가치를부여하는독자라면한번쯤도전해볼만하다.완독을하지않아도상관없다.경전을처음부터끝까지다읽어본사람도손가락으로꼽지않던가?
-《프린키피아》옮긴이박병철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