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조건 : 플랫폼과 알고리즘으로 지배하는 인지자본주의의 현재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조건 : 플랫폼과 알고리즘으로 지배하는 인지자본주의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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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공지능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화려한 기술진보가 가리고 있는,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새로운 방식,
인지자본주의의 본질을 통찰하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 인공지능이 널리 쓰이면서 기술진보의 새로운 문이 열렸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람과 능수능란하게 대화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 속에서, 인간의 위기가 가속화되리라는 전망이 속출한다. ‘강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동반자가 될지 적대자가 될지를 걱정하는 이들부터, 인공지능 기술이 미국과 경쟁하는 국가의 전쟁수단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입장까지 기술진보의 이면과 그로부터 비롯될 미래를 불안해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러나 기술진보가 정말로 가리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이 자본주의를 더욱 정교하게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이버스페이스와 디지털 문화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1세대 디지털 사회연구자 백욱인은 이 책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조건: 플랫폼과 알고리즘으로 지배하는 인지자본주의의 현재》에서 챗GPT와 같은 기술진보에 시선을 빼앗긴 채 ‘인류의 위기’나 ‘일자리의 소멸’ 같은 담론에 빠져드는 우리의 단견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지은이는 공유와 가상까지 사고파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인지자본주의’라고 규정하고, 기술진보의 이면에 언제나 착취와 수탈, 통제와 감시가 있었음을 예리하게 통찰한다.

다시 말해 진짜 문제는 기술진보의 배후에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방식의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중심의 인터넷 지배구조,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기업들의 착취와 수탈, 이용자의 정보가 데이터로 환원되어 이윤추구의 수단이 된 현실, 즉 인지자본주의가 인공지능 시대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든 플랫폼과 여기서 길어낸 빅데이터, 빅데이터를 이윤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알고리즘은 인지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적인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독자들은 우리의 일상을 포획하는 플랫폼과 알고리즘에 대한 이론적·실천적 관점을 통해, 인지자본주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로부터 벗어날 역량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백욱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명예교수.서울대학교사회학과대학원에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미디어가사회에미치는영향력을전방위적으로분석해온사회학자다.사이버스페이스,디지털문화를국내에처음소개하며연구주제로다룬대표적인1세대디지털사회연구자이기도하다.현재서울과학기술대학교기초교육학부교수로있다.지은책으로는《인터넷빨간책》,《디지털이세상을바꾼다》,《한국사회운동론》,《정보자본주의》,《디지털데이터·정보·지식》등이있고,엮은책으로는《2001싸이버스페이스오디쎄이》,《속물과잉여》등이있다.

연구자로서다양한문화현상을아카이브하며연구의자료로삼아온그의이번관심은한국근대사회사·문화사를이해하기위한필수아이템인‘번안물’이다.한국근대를꿰뚫는번안문화를그와함께파헤쳐보자.

목차

들어가며_‘인간이후’의존재앞에선인간

1부.인공지능시대의변화를읽는이론적관점

1장.사이버네틱스가촉발한정보사회
사이버네틱스와제어관계|사이버네틱스와2차제어혁명|인간과기계의제어관계변화|사이버네틱스와자동화의모순|사이버네틱스기계와자동민주주의|사이버네틱스의양가성과통제사회

2장.통합적관점에서보는정보이론
정보란무엇인가|정보의세가지수준|정보와물질|정보와미디어|정보와인간|디지털대상물에대한탐구와새로운정보론

3장.빅데이터,인공지능시대의한복판에서다
빅데이터의형성|빅데이터의특성|데이터의본원적축적과데이터센터|빅데이터비트의유형|데이터전유모델|빅데이터와생성인공지능

4장.인공지능은문화를창조할수있는가
기억과정보의저장|잉여와축적과미디어의탄생|감각기관과기억장치|역사가없는인공지능의세계|인공지능으로생성되는문화|인공지능이생성하는문화

5장.인공지능의존재론
정보와지능|인공지능과인간이후의정보|인공지능은인간의꿈을꾸는가

6장.플랫폼장치는우리를어떻게인지하고포획하며착취하는가
푸코·들뢰즈·아감벤의장치론|디지털서비스플랫폼의세가지계통|플랫폼과지식관계|플랫폼의권력관계와추적포획장치|플랫폼의생산관계와가치증식장치|장치에서물러설것인가,바꿀것인가

7장.개체의분할체화와분할체의조각주체화
디지털서비스플랫폼에의한분할체화|부분할체-반분할체-분할체라는새로운인간조건|비동일성의동일화|레거시미디어콘텐츠의분할체화와예속화|페이스북,소셜그래프,개체의분할|기계적예속과사회적복종의순환|조각주체의데이터세트에서벗어나기

2부.인지자본주의비판을위한실천적관점

8장.인터넷의변화로들여다보는기술혁신의이면
인터넷과규정적기술의변화|열림과닫힘의순환주기|빅데이터와플랫폼독점|P2P와블록체인,암호화폐|웹3.0과웹3

9장.공유와가상까지사고파는인지자본주의시대
공유하지않는공유경제플랫폼|공유경제의기괴한부산물,조각투자|크리에이터소유경제|가상의재물질화와재매개|인터페이스의변화와몸|재물질화의새로운방식,메타버스|생성인공지능과새로운생산물

10장.인지자본주의를어떻게비판할것인가
인지자본주의비판의세가지갈래|인터넷기술과디지털경제를둘러싼논쟁|긍정적외부효과와혜택의독점적전유|자동화와사이버네이션|가치론의확장인가,폐기인가|디지털보편시장의확대|공유경제와디지털보편시장|새로운분배론|비판적인지자본주의론의확장을위하여

11장.플랫폼자본주의속노동의변화
축적의조건을바꾸는플랫폼|플랫폼수탈과착취의결합|플랫폼노동의현실|플랫폼독점을넘어|디제라티의몰락

12장.디지털서비스플랫폼의핵심,플랫폼지대
이용자활동결과물과외부효과의전유|플랫폼지대|플랫폼과사이버네틱스축적체제|디지털서비스플랫폼생산과정의특성|인지자본주의의새로운축적방식과비판

13장.팬데믹시대는어떻게기계적예속과사회적복종을강화했는가
4차공간화와질병의수치화|의료-건강데이터와기계적예속화|팬데믹시대의규율생명적통치성|팬데믹과새로운저항성|숙주와기생충의생태계

나가며_인공지능시대인간의조건을생각한다
인간과기계의관계|우리는인공지능과어떤관계를맺어야하나|세상을바꾸는한순간을꿈꾸며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1.플랫폼장치는우리를어떻게인지하고포획하며착취하는가
―인공지능시대의변화를읽는이론적관점

1세대디지털사회연구자백욱인은1990년대부터정보기술의사회적영향을연구해왔다.10여년전부터구상한3부작의첫권인이책에서,지은이는현대정보사회또는인지자본주의가어디서비롯하는지,그리고이를바라보는이론적틀이무엇인지를탐색하며논의를시작한다.제2차세계대전을전후해고안된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는인간과동물,기계를제어/통제(control)의관점에서하나로연결하려는구상이었다.외부환경에대한인지와피드백을통한자기조절기계의창발을지향하는사이버네틱스는인공지능연구와로봇공학으로이어졌다.여기에데이터와정보,지식을하나로통합하는정보이론이연결되면서오늘날의플랫폼장치가구축되었다.

플랫폼장치의핵심에는빅데이터가있다.이용자들이구글의검색엔진이나페이스북,트위터같은소셜미디어등의플랫폼을사용할때마다그들이생성하는데이터는플랫폼장치에흡수된다.데이터가단순한숫자의조합에그칠뿐이라고말할수없는것은,플랫폼기업들이이용자의자발적인활동뿐만아니라각종흔적데이터(메타데이터)까지이윤을위한수단으로전환하기때문이다.국가기구역시플랫폼기업을통해시민들의데이터를확보함으로써통제와감시를강화하는현실도문제다.

그럼으로써원래나뉠수없는개체인인간은알고리즘을통해데이터로분할된다.이렇게분할된개체는‘조각주체’로서플랫폼장치의데이터회로를떠돈다.정보와지식은디지털플랫폼속에서조각나고,개인들의분할된감정은좌표찍기놀이나화풀이로전락한다.가짜뉴스가범람하면서공론장도위기에놓인다.대중은갈수록플랫폼에철저하게종속된다.이런현상을요약하는말이바로‘기계적예속’과‘사회적복종’이다.이처럼플랫폼장치에구속된채주체성을잃어가는인간은어떻게해야그로부터벗어날수있을까.이를위해서는우리의삶을규정하는자본주의의변화를들여다봐야한다는것이지은이의진단이다.

“빅데이터가생산되는과정에서,새로운축적을위한원료가저장되는동시에이용자층이분화된다는이중적의미에서본원적축적이발생한다.거대독점플랫폼은이용자의활동결과물을자동으로전유하면서새로운가치를생산하기위한원료를축적한다.거대플랫폼기업들은데이터의정보화와지식화를수행하고수익분할이나수동임금,창작경제등을활용해이용자를창작자와소비자로양극화한다.”
-〈3장.빅데이터,인공지능시대의한복판에서다〉,114쪽

“디지털플랫폼을통해개체가수치로환원되는과정이분할체화라면,분할체로이뤄진데이터세트가개인에게되먹여지면서생각과행태를만드는과정을조각주체화라부를수있다.(…)알고리즘은이용자의편의를극대화하기위해작동하는것처럼보이지만,실상은자본의효율성을위해운용될뿐이다.플랫폼은개체의분할체화와조각주체화를반복하면서개인의사고와행위를자동화한다.오늘날디지털플랫폼은자동화된계획과통제를완성하고있다는점에서사이버네틱스의이상을달성하고있다.”
-〈7장.개체의분할체화와분할체의조각주체화〉,236쪽

2.공유와가상까지사고파는인지자본주의시대,어떻게노예가되지않을것인가
―인지자본주의비판을위한실천적관점

이제지은이는인터넷기술혁신을통해자본주의의변화를통찰한다.1990년대인터넷이보급된이래로공유와나눔은사이버스페이스의미덕으로자리잡는듯했다.하지만개인사이의자유롭고평등한거래를표방했던P2P는암호화폐의등장으로변곡점을맞았다.블록체인기반의거래가인터넷을더욱투명하게만들것이라는예측도잠시,거래소와같이중앙화된기관이출현하고불투명한거래가빈번해지면서테라-루나사태같은시장왜곡이속출하고있다.

무엇보다우버와에어비앤비가상징하는‘공유경제’의출현은비자본주의적또는비시장적현상이라고생각해왔던공유마저사고팔수있음을보여준다.거래의중심에는역시플랫폼이있다.다른사람을위해내가사용하는차량이나주거공간을잠시빌려준다는아이디어는고도로상업화된플랫폼속에서상품으로탈바꿈한다.유튜브와틱톡같은스트리밍서비스는‘창작자경제’라는이름으로크리에이터에게활동에따른수익을제공하겠다고유혹하고,각종창작플랫폼이범람하면서이용자를더많이끌어들이고있다.페이스북이사명을바꾸면서까지의욕적으로추진하고있는메타버스는가상현실·증강현실·혼합현실등의기술을통해가상까지시장화하려는자본의노력을단적으로드러낸다.

플랫폼이우리의일상을장악하면서그것에기반을둔노동도보편화되었다.배달노동자를비롯해챗GPT개발에따른유독언어를필터링하는온라인노동자등의그림자노동은일상을시공간적으로통합하는동시에분할하는플랫폼자본주의의현실을보여준다.지은이는플랫폼자본주의또는인지자본주의의핵심에‘플랫폼지대’가있다고지적한다.거대플랫폼기업들이이용자의데이터를전유하고그들의노동을통제함으로써막대한지대를거두고있다는것이다.우리가인지능력과감정마저이윤으로흡수하는인지자본주의체제에갈수록포섭되고있다는지은이의분석은,현실을온전하게인식해야대안을마련할수있다는점에서실천적인의미를갖는다.

“플랫폼이용자나피고용자는다양한방식으로장소와시간을달리하며디지털어셈블리라인에결합되어있다.우리는은행계정의생산소비자로,하부노동을지탱하는유령노동자로,말단택배운수노동자로,아마존창고의분류노동자로,페이스북공장의모듈엔지니어로,인형눈알을달아주는디지털하청노동자로,가짜뉴스를만들어수동소득을노리는유튜버로,그리고검색이용자로생산-소비의여러측면에서노동과정에예속되는한편인공지능을기반으로하는거대플랫폼의노예로전환되고있다.이런과정에서사람들은새롭게재편되고있는인공지능기반사회시스템에복종한다.”
-〈11장.플랫폼자본주의속노동의변화〉,370~371쪽

“서비스플랫폼으로매개되는지대관계의현대적형태는봉건지대의현물형태가실현되는모양과유사하다.물론현대적지대관계에서경제외적강제는작동하지않는다.이용자는플랫폼에서할당받는각종서비스와편의의대가로디지털흔적과활동결과물을서비스제공자에게양도한다.이러한양도가쉽게이뤄지는이유는기업이서비스를무료로제공하기때문이다.서비스이용자가자신의활동결과물을양도하지않는다면플랫폼자체가돌아가지않기때문에,공동의것을이용한소셜미디어에서는이용자활동결과물자체가플랫폼에서핵심적인역할을한다.”
-〈12장.디지털서비스플랫폼의핵심,플랫폼지대〉,399~400쪽

3.기계적예속과사회적복종에서해방되기위해무엇을할것인가
―인공지능시대인간의조건을생각한다

정치철학자한나아렌트는구소련의인공위성발사를지켜보며인간의조건이변할것을예감했다.그가통찰한인간의세가지조건인노동,작업,활동은인공지능시대를맞아플랫폼에의한기계적예속과사회적복종이라는변화를맞이하고있다.플랫폼과알고리즘을통해대중을착취하고통제하는인지자본주의체제는제어/통제와정보이론의결합체인사이버네틱스의이상을나름의방식으로구현한다.

그러나지은이는기계가인간을지배할것이라단정해서는곤란하다고지적한다.인간과기계의관계가다양한배치/배열속에서바뀔수있다는지은이의진단은기술진보에가려진지배관계를드러낼때더욱선명해진다.문제는인간일반이기계의노예가되는것이아니라,누가기계를통해배달노동자,온라인노동자,각종그림자노동자들을착취하고통제하느냐다.거대플랫폼기업들,이들기업을통해시민들의데이터를전유하는국가기구,대중을분할체로만듦으로써이윤과지배를동시에추구하는이들을명확하게밝혀야하는이유다.

그런점에서인지자본주의체제를통찰하는작업은인간이인공지능과어떤관계를맺을것인지를가늠하는동시에,기계적예속과사회적복종에서벗어나는시작점이될수있다.인간과기계의관계에대한정치경제학적분석과플랫폼에대한비판적인식이축적되고결집할때,플랫폼장치의알고리즘으로분할되던주체가다시금광장으로모일수있다는것이지은이의전망이다.인공지능시대인간의조건을넘어설해방의순간은새로운몸들이광장에모여스스로를새롭게배치하는데달려있다.

“개체는사회적으로복종하고분할체는기계적으로예속되어있지만,복종과예속의틀에서틈새를비집고새로운대항을조직하거나탈주할수있다.비록기계적예속은확대되고있지만여전히분할체의연대와저항의가능성이남아있다.이것을무시하면분할체의노예화와개인의예속만남고출구는없는디스토피아에빠진다.그러나이런생각은또한얼마나관념적인가.이를구체적인현실로연결하는고리를모색해야한다.그래서인공지능플랫폼에대한비판적분석작업과더불어,기계적예속과사회적복종이어디서연결되는지,주체가그로부터어떻게탈출할수있을지를탐색해야한다.”
-〈나가며_인공지능시대인간의조건을생각한다〉,4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