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와 나, 숨겨진 진실 (인간 되기의 어려움)

타자와 나, 숨겨진 진실 (인간 되기의 어려움)

$17.64
Description
당신은 ‘타인의 흔적’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당신의 존재를 규정하는 데 있어서 타인은 절대적이라는 이치를 접해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타인에게 ‘존재의 빚’을 지고 있다는 진실에 귀를 기울여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그것은 ‘숨겨진 진실’이다. 당신은 이 진실을 알게 될 때 정신적 충격을 입게 될 것이다. 선악과를 따 먹은 아담과 이브처럼, 이 충격으로 인해 당신은 ‘눈이 밝아질’ 것이다. 당신이 인간으로서 문화를 누리고 사는 이상, 이 진실의 충격은 당신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참된 길로 인도할 것이다.
저자

김웅권

저자김웅권은한국외국어대학교프랑스어과를졸업하고프랑스리모주대학과몽펠리에3대학(폴발레리대학)에서앙드레말로의소설연구로문학석·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외국어대학교교수를역임하였고,우리의한국연구재단에해당하는프랑스국립과학원(CNRS)에서지원하여프랑스에서출간된《앙드레말로사전DictionnaireMalraux》(2011)집필위원으로참여하였다.특히이사전에서소설가의동양의3부작인《정복자》,《왕도로가는길》그리고《인간의조건》에대한독창적해석을제시함으로써앙드레말로문학에대한새로운해석의지평을열었다고평가받고있다.현재일반대중과소통하기위한저술활동에전념하고있다.
프랑스와미국등국내외학술지에앙드레말로에관한논문30여편을발표했으며,《앙드레말로:소설세계와문화의창조적정복》(프랑스학회출판장려상수상),《말로와소설의상징시학:《왕도》새로읽기》,《앙드레말로의문학세계:동서정신의대화》등의저서와프랑스에서출간된《앙드레말로사전》(공저)이있다.역서로는《상상의박물관》,《그라마톨로지에대하여》,《S/Z》,《타자로서자기자신》,《몽상의시학》,《재생산에대하여》,《파스칼적명상》,《행동의구조》,《순진함의유혹》,《말로와드골:위대한우정의역사》등50여권이있다.

목차

시작하며

제1장권력자의조건
1.친구들에게진빚
2.대학의환상
3.정의와불의
4.영도의글쓰기
5.동거의논리
6.영화[다크나이트]

제2장왕도정치의이면:유교의전략
1.공자님과의대화
2.위험한배제의논리
3.감추어진진실
4.송강정을찾아서
5.[사미인곡]

제3장관계에대한그리스신화적단상
1.인간과신화
2.제우스와황금사과
3.예술적영혼
4.시인과철학자
5.미토스와로고스를넘어서
6.문화와예술의경계
7.프로메테우스신화와앙드레말로의소설《모멸의시대》

제4장은폐된양극적관계:기독교의원동력
1.정의의신과사랑의신
2.아담신화와루소
3.어느동양학자의착각
4.양극적패러다임과영화[패션오브크라이스트]
5.금욕의세월과은폐
6.성의억압과문화
7.자아의확장과타자
8.기독교교회의탄생과소설《희망》

제5장관계와관계의초월:불교와노장사상
1.크리슈나와‘청춘예찬’
2.소설《왕도로가는길》
3.고통과자비
4.고전물리학과양자역학: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
5.블랙홀
6.노자와장자

마치며

출판사 서평

“‘너’와‘내’가함께더불어산다는것은인간의운명에대한의식,결코불행이사라질수는없으리라는성찰을토대로불행한자들을끌어안는자세를필요로합니다.겨울이다가오는문턱에서붉게타오르는단풍을감상하는것은소멸도아름다움을선사한다는깊은지혜에닿을수있고,겨울의한파를밀어내는봄의새싹을예찬하는것은생성의신비에경외감을불러일으킬수있습니다.이처럼소멸과생성이라는자연의이치는대립되는것들이짝을이루고서로를받쳐주면서공존하도록하고있습니다.생성의찬가가들릴때면소멸의애가(哀歌)는숨어버리지만둘은서로의그림자와흔적을이루며함께갑니다.”

더불어사는삶을위한인문학적지혜

당신은‘타인의흔적’으로살아간다는사실을생각해본적이있는가?당신의존재를규정하는데있어서타인은절대적이라는이치를접해본적이있는가?당신은타인에게‘존재의빚’을지고있다는진실에귀를기울여본적이있는가?없다면그것은‘숨겨진진실’이다.당신은이진실을알게될때정신적충격을입게될것이다.선악과를따먹은아담과이브처럼,이충격으로인해당신은‘눈이밝아질’것이다.당신이인간으로서문화를누리고사는이상,이진실의충격은당신을인간답게만들어주는참된길로인도할것이다.
권력의중심부를맴도는판검사와변호사로부터영화〈다크나이트〉로,공자로부터정철의〈사미인곡〉으로,제우스신으로부터플라톤의《국가》로,아담신화로부터영화〈패션오브크라이스트〉로,민태원의〈청춘예찬〉으로부터노자·장자까지,이책에서독자는타인과‘나’의‘숨겨진진실’이방대한스펙트럼속에서펼쳐지는사유의여정을만날수있다.교향곡에서반복되며변화하는리토르넬르(후렴구)처럼,그진실은독자의심장을반복적으로두드릴것이다.

[책속으로추가]

신화는한문명,혹은한시대의인간관과세계관을담아내면서인간이상상하고사유할수있는최고의가치와궁극적지향점을지시할뿐아니라,우리의인간조건을정당화시켜주고해명해주는고도의존재론을함축하기도합니다.그렇다고우리시대가신화를만들어내지않는것은아닙니다.우리가살고있는자본주의문명은그나름의통속적지배신화를대중매체를통해쏟아내민중을세뇌시키고있죠.그중에서도돈으로모든것을다얻을수있다는부르주아신화는인간의정신적균형을파괴해비극을낳는진원지로서작용합니다.물질의세례를받으면서자라나물신숭배의거대한물결속에허우적거리다보니그속에서자살하는젊은이들이속출하고있습니다.20대청년들의자살률1위국가가대한민국입니다.한번생각해보십시오.부모들의허리를휘게만드는비효율의엄청난사교육비를쏟아부으면서아이들을유치원부터대학교육까지20년을교육시키고있죠.하지만어떠한상황에서도자신을추스를수있는균형잡힌인간이양성되지못하고있습니다.이얼마나쓸모없는교육의현주소입니까!전문가가아니면실생활에별필요도없는온갖잡다한지식을아이들의머릿속에주입식으로구겨넣으면서그들을입시지옥으로내몬결과가결국은‘돈아니면죽음을’이라는양자택일의극단적논리를따르게만들고말았다고할수있지않을까요.일찍이19세기에니체는부티크에서돈으로치장한부르주아귀족을가장경멸했습니다.정신은비어있는가운데돈으로귀족흉내를내려는온갖군상들과이들을추종하는자들이막다른길에서선택할수있는것은자살이라는비극뿐일지도모릅니다.우리나라같이연예인과스포츠스타가되려고하는젊은이들이많은나라는없을것입니다.연예스타들의잇단자살은돈신화가낳은우리의비극적자화상입니다.이모두가졸부(猝富)현상과맞물려있습니다.동전의양면인부와빈곤에대한철학적인식이나성찰을바탕으로아이들을어린시절부터균형있게키울수는왜없을까요.우리는1960~70년대개발독재시대에비해얼마나잘살고있습니까.그런데왜자살은이처럼급격하게증가하고있을까요?아이를20년동안교육시키는데쏟아붓는돈이돈을위한투자이다보니,청춘은돈이라는신화의흉기에맥없이쓰러지고있습니다.그돈가운데일부만이라도정신훈련을시키는데지출되었더라면우리젊은이들은이처럼돈앞에서기를못펴는신세가되진않았을텐데참으로안타깝습니다.-112쪽

플라톤이전의그리스의신화시대는바로이와같은문학과예술이지배하는시대였습니다.그것은안정적이며균형잡힌정적인문화를창조해냈습니다.정적이라는말은기독교에서처럼알파(천지창조)에서오메가(최후의심판)로구원의여정을그려내는시간적역동성이없다는의미입니다.이점은모든게돌고돈다는순환적시간관을가진그리스인들이역사철학을발전시키지못한것과궤를같이합니다.철학자김상환이《예술가를위한형이상학》에서말한대로,이시대에는호메로스같은시인이최고의‘입법권’을행사하면서권력의중심부에자리하고있었던것입니다.그러나태어난것은반드시죽게되어있듯이,모든것은탄생과종말이있기마련입니다.문화라고예외일수없는거죠.그리스의신화적문화는‘예술적영혼’을가지고태어나자신의가능성을다구현한뒤소멸하여문명을남겼습니다.그것이황금기를거쳐쇠퇴기에접어들자사회적혼란과갈등이만연하고,사회의‘입법권’쟁탈을위한시인과철학자와의대립이첨예화되었을것입니다.플라톤이《국가》에서말하는‘철학과시의오래된불화’에서아직은시인의위세가철학자의위세를압도했던지소크라테스는독배를마셔야합니다.그러나플라톤이후로철학은시가지니고있는입법권을쟁취하기시작합니다.아리스토텔레스가알렉산더대왕의스승이었음은철학자가권력의중심부에들어가있음을상징적으로드러냅니다.-134쪽

‘예술은문화의꽃이고,정점이며초월이다’라고말할수있습니다.이제이와같은규정을명확히하기위해문화와예술의관계를생각해보겠습니다.물론예술도의미를추구한다는점에서문화에속합니다.이는작품의감상자나독자가항상그것의의미에우선적인관심을표명한다는점을상기할때쉽게이해되는것입니다.그렇다면그것역시앞에서언급되었던,의미의생성조건,곧삶의부정적측면들을벗어날수없기때문에비극을담아내는문화와다르지않다고할수있지않을까요?언뜻생각하면그렇게판단할수있습니다.이런판단을뒤집기위해예술에대한고전적·원론적견해를검토할필요가있습니다.예술은미(美)를떠나서존재할수없으며,그것만의특수한미적세계를창조하는것으로인식되고있습니다.이때미,곧아름다움이란무엇일까요?그것은균형과조화를통해특별한정서적즐거움과만족을주는것을말합니다.예술이흐뭇한감성적기쁨과흡족한느낌을주는미를담아내는창조적활동이라면,설령작품이어떤비극을형상화하고있다할지라도이불행은궁극적으로작품이주는심미적쾌락속에용해된다는것이아니겠습니까?그러니까예술의규정은이미비극의초월을함축하고있는셈입니다.-148쪽

괴테는[프로메테우스]라는시에서제우스에게“엉겅퀴머리를자르는/어린아이와같이/그대의힘을시험해보라”고외치고있습니다.제우스의잔인성은인간의양면성가운데악마적요소가외면화되어신격화된것입니다.살점을찍어파먹는독수리는이를나타내는포괄적상징물이지요.《모멸의시대》에도감옥에서“인간들이어린아이들의지칠줄모르는잔인성을드러내면서다른인간들을희망없는단말마에이를때까지고문한다”라는문장이나옵니다.이렇게신들처럼인간역시악의얼굴을드러냅니다.하지만인간은이런잔인성에도불구하고이와같은비극을의식하고이것과투쟁하는존엄한존재가되는데성공했습니다.이것이프로메테우스가의미하는‘인간의도래’입니다.그러니까인간은어둠의악과끊임없이싸우면서빛의선을추구하지않을수없는숙명을자각한셈이죠.우리는어떤악이발생했을때,그것을일으킨개인이나집단의문제로한정해서생각하는경향이있습니다.그렇게하여희생양을찾아내덮어버리거나망각의심연속으로묻어버리는거죠.별로좋지않은사유방식이지요.인간자체의문제로항상바라보는시선이중요하다고봅니다.제2차세계대전에서홀로코스트의광기로인류를경악케했던나치즘을독일인의민족성에서찾는다든가하는식의발상은바람직하지않다는겁니다.마찬가지로우리한국에대한일본의침략이나현재의태도를일본인의민족성운운하며비판하는것도좋은방법이아닌거죠.-174쪽

데이비드허버트로렌스가말년에내놓은에로소설의고전《채털리부인의사랑》은에로틱한생명력의충만함을이런차원에서해방시키고자한소설이지요.왕립미술원리드경의딸인여주인공콘스탄스는제1차세계대전에참전중잠시휴가를낸청년귀족채털리클리퍼드와결혼합니다.결혼후전선으로되돌아간그는6개월후부상을입고귀향하지만결국하반신불구가되고맙니다.아직청춘이구만리같지만청상과부나다름없는콘스탄스는어느날자신의저택에딸린숲을관리하는익명의남자이자사랑의마술사인멜러스를만나게됩니다.그녀는멜러스가‘누구인지알기전에’이미그의연인이됩니다.그녀에게당장중요한것은멜러스가뿜어내는영원한남성성인것입니다.그들이장대비가쏟아지는숲속에서펼치는관능의제전은귀족부인과숲지기라는신분상의전도가있긴하지만,가히크리슈나와라다의사랑을방불케한다할것입니다.특히멜러스가거처에돌아와읽는책이인도에관한것이라는점은로렌스가인도의탄트라에입문해있음을암시하는중요한시적장치입니다.그래서인도의성자라즈니쉬는그를이렇게평하고있습니다.“금세기에가장창조적인마음을지닌자가운데하나인D.H.로렌스는알게모르게탄트라의달인이었다.그는서양에서온통비난만받아왔다.그의책들은금서가되었다.”(오쇼라즈니쉬,《탄트라》)이작품이1928년에발표되었지만미국에서는1959년,영국에서는1960년에야금서에서해제되어완본출간이허용되었으니그충격을짐작할만하지요.-264쪽

아름다움은추함의관념을낳고추함이있기에아름다움이있는것입니다.선/악(불선)도마찬가지입니다.또‘높고낮음’으로표현된고귀함과저열함도한쪽이있음으로써다른한쪽이존재로성립되니서로상대적·상관적관계가있습니다.한편유(有)와무(無)는불교적으로말하면색(色)과공(空)이라할수있습니다.유무(有無)는서로를낳는‘방생’관계에있으니유가곧무이고무가곧유인것입니다.생성의존재계,곧유의세계에존재하는것은모두소멸의숙명을통해무로복귀하고무에서유가나옵니다.그러면서무와유는서로의인식근거가됩니다.이처럼양면성의‘이중긍정’이노장사상의근본에자리잡고있습니다.이런인식론적원리를이해했기에동양사상에깊은관심을가졌던앙드레말로는중국의광동혁명을소재로한《정복자》에서주인공가린으로하여금이렇게외치게하고있습니다.“세계의허무(虛無)에대한확신,강박관념이없이는힘도없고진정한삶조차도없다.”그러니까허무,곧무(無)가있기에유(有)에속하는우리의삶이진정한의미를띠고삶을역동적으로영위할수있는힘도생긴다는것입니다.그래서‘그〔가린〕를근본적으로열광시키는이본질적인허무’는삶을이중적으로바라보게만듭니다.그의삶(유)은역설적으로죽음(무)에의해강렬하게지탱되고있습니다.그는이런이중성을“삶이란아무가치가없지만삶만큼가치가있는것은아무것도없다”는표현으로나타내고있습니다.-3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