햣키엔 수필

햣키엔 수필

$15.00
Description
나쓰메 소세키의 제자이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지음(知音)
빈핍한 핫키엔 선생, 현실에서 빠져나와 공상 속 절대경에 잠기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치다 핫켄은 일본 근대 문학, 특히 근대 수필을 대표하는 유명 작가로 소설과 수필을 아울러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일컬어지는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문하를 거친 그는 간결한 언어를 통해 생활의 단면 아래 깊고 오묘한 통찰을 보이는가 하면 소설을 통해서는 예의 깔끔한 문장을 발휘한 희담이나 섬뜩한 기담을 풀어내기도 하는 등 자유분방한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의 주인공이자 소세키 아래 같은 문하생이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선배로서 그의 존경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은 류노스케가 직접 ?켄을 소묘한 그림이기도 하다. 영어권에서는 그의 대표 기담소설인 『명도』가 번역된 한편, 한국에서도 1976년 일부 작품을 담은 소책자가 출간되었다. 그의 일상적 언어 속 풍취에 매료된 독자들은 직접 원서를 번역해 인터넷에 공유하기도 한다. 일본 내에서도 교과서에 소개될 만큼 명문(名文)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방대한 작품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더 이상 소개되고 있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역동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일본 근대 지식인 및 문인들이 각기 다채로운 글을 선보였다면 핫켄 또한 본인만의 가벼운 듯하면서도 오묘한 세계를 구축했다. 현재의 독서 흐름이 쉽고 간결한 언어를 통해 따뜻한 위안과 감동을 찾아 옮겨가는 가운데 핫켄의 대표작인 이 책은 80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깨끗하고 깊은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핫키엔 선생 생각건대, 세상은 너무 시끄럽고 번잡하고 시시하고 버겁다. 눈을 뜨자마자 이층에선 새장 속 오륙십 마리의 새들이 재잘거리고, 창밖으론 고양이가 왔다 갔다 하고, 입을 옷은 몇 십 년 된 프록코트와 찌그러진 중산모자뿐, 눈을 감아버리면 너구리가 맹장지문을 두드리고, 그늘진 골목길엔 독촉하러 온 빚쟁이들이 매복 중이고, 자리에 누웠더니 암컷 원숭이가 잠을 깨운다. 현실인가, 망상인가. 사실인가, 궤변인가. 진심인가, 농담인가. 어느 하나 확실치 않지만 핫키엔 선생, 기어코 죽어버리지 않고 벅찬 세상의 하루하루를 초연히 써내서는 1933년 10월 첫 수필집을 펴냈다.
하여간에 허무맹랑한데도 우리 또한 홀연 선생과 함께 절대경에 젖어 있는 건 어찌 된 영문인가핫 핫키엔 선생이 차려놓은 스물두 잔의 단장(斷章)과 다섯 색깔 튀김과 일곱 그릇 나물죽, 그 빈핍한 식탁을 어린 시절의 서툰 그림처럼 언젠가 한 번쯤 그려 본 적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므로 불혹의 핫키엔 선생, 시끄럽고 번잡하고 시시하고 버거운 세상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되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렇게 공상 속 번드르르한 외줄 문장 위를 유유히 걸어 나간다. 그 뒷모습이 어쩐지 너무나 부럽고, 너무나 허탈하고, 너무나 그립다.
저자

우치다핫켄

본명은우치다에조(內田榮造)로별호는핫키엔(百鬼園)이다.오카야마에서양조장집외아들로태어난그는오카야마제6고등학교를졸업하고도쿄대학독문학과에입학해나쓰메소세키의아들이자수필가인나쓰메신로쿠,소세키의문하에서같은동료였던아쿠타가와류노스케,스즈키미에키치,고미야도요타카,모리타소헤이등과친교를맺었다.도쿄대학졸업후육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호세이대학에서독일어교수를역임했다.1916년교수임관후1917년『나쓰메소세키전집』교열작업에참여했고이후1922년첫소설집『명도(冥途)』를간행했지만뒤이어관동대지진등으로저서가소실되는등주목을받지못했다.1933년간행한『핫키엔수필』이큰주목을받게되어이듬해호세이대학교수직을사임한뒤문인으로서본격적인창작활동에전념했다.그문학성을인정받아말년에일본문화예술원회원으로추천되었으나본인이가입을거절했다.1971년81세의나이로도쿄자택에서별세하여제자로작가히라야마사부로,소설가나카무라다케시,경제학자다다모토이등이우치다핫켄의저작을관리하며전기서술등에힘썼다.초기소설로『명도』,『뤼순입성식(旅順入城式)』등을출간한이후『핫키엔수필』을통해독자적인문학세계를확립,해학적풍자와유머사이로인생의심원한단면을내비치는독특한작풍을선보인다.다른저작으로『속핫키엔수필』,『노라야』,『바보의실재에관한문헌』,소설『실화소헤이기』,『바보열차』등이있고수필과소설외에도동화집『임금님의등짝』이나하이쿠시집,일기첩등등다양한문학장르에걸쳐꾸준히활동했다.현재고향인오카야마현에서우치다?켄문학상이제정되어수여되고있다.

목차

역자서문

단장스물두편
호박琥珀|배웅|콜레라|일등석|만찬회|바람신|수염|진수식進水式|우화등선羽化登仙|원양어업|앉은잠|보자기짐|세이탄淸潭선생의비행|노호회老狐會|비행장만필|비행장만록|재채기|장갑|핫키엔선생환상록|교린梟林만필|바보의새장|아카시明石의소세키漱石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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