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동양 고전

내가 사랑한 동양 고전

$18.50
Description
번역가이자 ‘고전 전도사’인 김욱동 교수가 사랑한 고전들
번역가이자 ‘고전 전도사’인 김욱동 교수가 오랫동안 고전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을 골라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소개한 책. 이 책에서 다룬 고전은 그동안 저자에게 삶의 나침반 구실을 해 온 작품들이다.
이탈로 칼비노는 『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고전의 범주에 들어가는 특징 중 하나로 독자에게 영향을 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칼비노는 어떤 책을 읽기 전과 그것을 읽고 나서 이렇게 독자의 생각과 태도에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 작품은 일단 고전으로 불러도 크게 무리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고전은 사람들이 “나 지금 책을 읽고 있어!”라고 말하는 대신 “나 지금 책을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할 때의 바로 그 책이다. 여기서 ‘다시’라는 이 한마디 낱말이 고전과 고전이 아닌 작품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고전에 속하는 작품은 한 번 읽고 나서 책장에 영원히 가두어두는 것이 아니라 책장에서 다시 꺼내어 두고두고 읽는 책이다. 그리고 고전은 시대마다 다시 읽히면서 독자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이 책은 작품 줄거리를 요약하기보다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맥락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작품 집필 과정이라든지,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배경이나 사회적 환경이라든지, 작품의 현대적 의미 등에 주목하였다.
저자

김욱동

한국외국어대학교영문과및동대학원을졸업한뒤미국미시시피대학교에서영문학문학석사학위를,뉴욕주립대학교에서영문학문학박사를받았다.포스트모더니즘을비롯한서구이론을국내학계와문단에소개하는한편,이러한방법론을바탕으로한국문학과문화현상을새롭게해석하여주목을받았다.하버드대학교,듀크대학교,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등에서교환교수를역임했다.현재서강대학교명예교수이다.

저서로...

목차

책머리에

1.우파니샤드
2.라마야나
3.바가바드기타
4.논어
5.맹자
6.도덕경
7.장자
8.산해경
9.법구경
10.만요슈
11.마쿠라노소시
12.겐지이야기
13.바쇼하이쿠선집
14.도연명집
15.이태백시집
16.두보시집
17.수호지
18.삼국지연의
19.서유기
20.홍루몽
21.기탄잘리
22.간디자서전
23.삼민주의
24.아Q정전
25.생활의발견
26.학문을권함
27.나는고양이로소이다
28.라쇼몬
29.설국
30.금각사
31.계원필경
32.삼국유사
33.동국이상국집
34.퇴계집
35.율곡집
36.징비록
37.열하일기
38.목민심서
39.금오신화
40.홍길동전
41.구운몽
42.춘향전
43.청구영언
44.송강가사
45.동경대전
46.무정
47.진달래꽃
48.임꺽정
49.백범일지
50.토지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라마야나』는종교의옷을입고있지만종교의옷을한꺼풀만벗겨내고나면『라마야나』는문학의속살을고스란히드러낸다.한국의『춘향전』이나영국의윌리엄셰익스피어의『로미오와줄리엣』처럼이작품은젊은남녀의사랑이야기로읽힌다.어떤번역자는이작품을아예‘라마의로맨스’나‘라마의사랑이야기’로옮기기도한다.이서사시에서라마와시타의이야기는곧러브스토리라는것이다.라마는용모가수려하고학덕이뛰어나며궁술에도능하다.인도에서가장이상적인남성상인라마와현모양처로서가장이상적인여성상인시타가서로사랑을한다.그러나둘의사랑은안타깝게도비극으로끝나고만다.『라마야나』는남녀가우여곡절을겪지만끝내사랑의결실을맺지못한다는점에서『춘향전』보다는『로미오와줄리엣』에더가깝다.
---p.22

『바가바드기타』는처음에는독립된작품이었지만뒷날인도의대서사시『마하바라타』제6권의일부가되었다.이렇듯이작품은‘바라타왕조의대사서시’라는뜻을지닌『마하바라타』와깊은연관이있다.『마하바라타』가거대한사찰이라면『바가바드기타』는이사찰에딸린작은암자에빗댈수있다.무려십만대구(對句)로되어있는『마하바라타』는세계에서가장긴서사시로호메로스의『오디세이아』와『일리아스』를합해놓은것보다도여덟배쯤길고,존밀턴의서사시『실낙원』보다는줄잡아30배쯤길다.『바가바드기타』는『마하바라타』에편입되어있기는하지만,그내용은독립적이고문학성도뛰어나다.그래서오늘날이작품은『마하바라타』에서따로떼어내어독자적인작품으로널리읽힌다.어떤의미에서『바가바드기타』는『마하바라타』보다도훨씬더유명한세계적인종교문헌이요작품이다.
---p.26

『논어』는모두501개에이르는짧은어록으로구성되어있다.어떤것은채한줄도되지않고,아무리길어도열다섯줄을채넘지않는다.이렇게짧은『논어』는공자가직접쓴책이아니다.마치기독교의신약성경을예수그리스도가직접쓰지않은것과같다.공자에게는흔히‘공문십철(孔門十哲)’이라고하는제자열명이있었는데스승이사망한뒤그제자들이여러나라에흩어져스승의가르침을널리전하였고,공자의제자인증자의제자곧재전제자(再傳弟子)들이공자의언행을기록하였다.후한대(後漢代)의역사가반고(班固)가『한서(漢書)』「예문지(藝文志)」에서“『논어』는공자께서그의제자들이나당시의여러인사와일반사람에게보여준언행,제자들이서로주고받은말을제자들이저마다기록했다가공자께서돌아가시자문인(門人)들이그것을추려모아논찬한것이다.그래서‘논어’라고한다”라고밝힌것이이를뒷받침한다.실제로『논어』에는자장(子張)이스승의말을잊지않으려고자기가매고있는띠에적었다는대목이나온다.
---p.34

『논어』와『맹자』가실천적이고형이하학적인성격이강하다면『도덕경』은좀더추상적이고형이상학적인면이강하다.공자와맹자의사상은비교적쉽게피부로느끼지만노자의사상은좀처럼손에잡히지않는다.중국철학자펑유란(馮友蘭)의말대로이책은신비주의적색채가아주짙다.도가사상이불교에큰영향을끼친것도이러한신비주의와무관하지않다.유가사상의집은실천성이라는주춧돌위에세워져있다.공자와맹자에게구체적인행동이뒷받침되지않는이론이란허공의메아리처럼공허할따름이다.서양철학의할아버지플라톤처럼유가에서는인간을어디까지나사회적존재로파악한다.공자는혼탁한난세를버리고은거하며자연속에묻혀살라는권유에대하여“사람은새와짐승과는무리지어살수없다.내가천하의사람과더불어살지않고누구와살겠느냐?천하에도(道)가있으면내가애써변혁하려고하겠느냐?”라고되묻는다.그러나노자는‘천하의사람과더불어’사는것을비웃으며오히려세속과등지고‘새와짐승과더불어어울려’살것을가르친다.
---p.48

장자의학문세계에대하여사마천은『사기』에서“그의학문은살펴서이르지않은것이없지만요점은노자의말에귀착된다”고밝힌다.장자도노자처럼세속적인생활을초월하고대자연과하나가되어자연의흐름에자신을내맡기고살아가는삶을가장이상적인삶으로본다.그러나같은도가전통에속하면서도장자와노자는몇가지면에서차이가난다.노자는무위자연을주창하면서도정치적이상을구현할수있는성인을말하는등여전히현실정치에대한미련을완전히떨구어내지못하였다.반면장자는정치를비롯한모든현실에대한애착을훌훌벗어버리고자연과하나가되려고하였다.도의개념도노자는정적으로파악한반면,장자는변화무쌍하고동적인것으로파악하였다.장주는노자에게서가장큰영향을받았지만,한편으로는극도의자기중심주의인양자(楊子)의위아설(爲我說:양자의극단적인개인주의학설.남을위하거나해침이없이오직자기자신의욕망을만족시키는것이옳다는주장)과만물이서로평등하다는전병(田騈)의귀제설(貴齊說:만물평등설)의영향을받기도하였다.
---p.60

『산해경』을좀더꼼꼼히읽어보면이책에기록된몇몇신화는서양신화와도맞닿아있다.예를들어석실속에두손이뒤로묶이고형틀에매달린사람은무덤속에그려진하늘의별자리모양을가리키는것으로보아틀리지않을듯하다.그리스신화에서카시오페이아는자신의허영심으로딸안드로메다를바다뱀의제물로만들어버린다.메두사를퇴치하고돌아가던페르세우스가해안의바위위에쇠사슬에묶여있는그녀를발견하고구해준다.또황제에게덤벼들다가모가지가달아난뒤젖가슴을눈으로,배꼽을입으로삼아다시황제에게달려든형천(形天)의머리는바로페르세우스가손에들고있는메두사의머리와비슷하다.이렇듯『산해경』을읽다보면서양신화의주제나인물,모티프등을그다지어렵지않게찾아볼수있다.
---p.67

그런데여기서한가지눈여겨보아야할것은『만요슈』가처음부터일본에서고전중의고전으로각광받은것이아니라는점이다.이책이제대로빛을보기까지는오랜세월을기다려야하였다.이와관련하여최근가라타니고진(柄谷行人)을비롯한몇몇학자는『창조된고전』이라는책에서흥미있는이론을제기하여관심을끌었다.『만요슈』를비롯한『고지키(古事記)』,『니혼쇼키(日本書紀)』,『겐지이야기(源氏物語)』,『고킨와카슈(古今和歌集)』같은내로라하는일본의고전은하나같이국민국가일본이‘창조해낸’작품이었다고지적한다.1880년대메이지(明治)시대에이르러일본은밖으로는다른나라와구별짓는한편,안으로는국가와국민의통합을이룩하려고노력하였다.이러한목적을달성하기위한구체적이고도명시적인방법의하나가바로지금껏별다른관심을받지못하던옛날작품을고전으로떠받드는작업이었다.다시말해서이러한‘고전화’작업은국민국가일본의건설이라는지상명제와서로맞닿아있었다는것이다.
---p.80

무라사키시키부는『겐지이야기』에서예술의영역에속하는소설이란도덕이나윤리를가르치는수신교과서와는다르다는사실을일깨우기도한다.문학은문학만의독특한존재이유가있다는것이다.에도(江戶)시대에활약한국학자모토오리노리나가(本居宣長)는『겐지이야기』의본질적특성을‘모노노아와레(物の哀れ)’,즉대상에대한그윽한정취라는말로요약하였다.그에따르면겐지의여성편력은“유교와불교의도리에서보면그이상더죄악이없을정도로아주나쁜악행으로,어떤다른선행이있다고하여도좋은사람이라하기는어려운데도(작가는)그도에어긋난악행을특별히지적하여언급하지않고다만‘모노노아와레’가깊은것만을반복하여쓰고있고,겐지가마치선인의규범같이좋은것은다모아놓고있다”고평한다.
---p.94

두보가마치보석을갈고닦듯이퇴고에퇴고를거듭한반면,이백은샘물이저절로흘러넘치듯이자연스럽게시를읊었다.당시의정형화된시형식에구애받지않고자유롭게자신의생각과감정을구사하는능력이야말로이백의천재적인재능이라고할수있다.두보가인간의고뇌에깊이침잠하여시대적아픔을깊은울림으로노래한반면,이백은타고난자유분방함과아름다움에대한뛰어난감각으로인간의기쁨을드높이노래한다.두보는천재적인이백을두고“붓을들면비바람이일어나고/시가완성되면귀신마저울게한다”라고읊었다.하지장(賀知章)이이백을‘천상적선(天上謫仙)’,곧하늘에서인간이사는누추한지상으로귀양온신선이라고말한것도이러한까닭에서일것이다.위로는임금에게비굴할줄모르고,아래로는처자식도돌볼줄몰랐던이백은그야말로세속을초월한천재시인이었다.
---p.116

『삼국지연의』에서나관중은169년부터280년까지백여년에걸쳐일어나는이야기를크게두부분으로나눈다.앞부분에서는유비,관우,장비세사람이의형제를맺고나중에제갈공명이가담하는줄거리를플롯의중심뼈대로삼는다.이부분에서는유비와손권의연합군이조조의대군을화공(火攻)으로무찌르는적벽(赤壁)대전에이르러절정에이른다.바로이대전의결과로조조가이끄는위나라와손권이이끄는오나라,그리고유비가이끄는촉나라의삼국이나뉜다.뒷부분은활시위처럼팽팽히맞서던삼국정립(三國鼎立)시대가바야흐로막을내리기까지의사건을다룬다.유비의아들유선대에이르러촉나라는날로그세력이약화되어가다가사마소가대군을이끌고침공하자쉽게무너진다.그뒤사마소의아들사마염이조조의손자인위나라황제조환에게퇴위할것을강요하여진나라를세워마침내천하를통일하기에이른다.
---p.136

작품의줄거리에서도잘드러나듯이『홍루몽』은작가조설근의삶과그주변에서소재를빌려온자전적소설이다.지금까지중국소설은역사적사실이나다른사람의삶에서작품의소재를빌려올뿐작가자신의삶에대해서는비교적무관심하였다.조설근에이르러작가는처음으로자신의삶에눈을돌리기시작한다.개국공신집안으로100년가까이대를이어오며엄청난재산을축적하고부귀영화를누리다가사치와낭비로몰락해가는가씨집안의이야기는곧작가자신의집안이야기라고하여도크게틀리지않는다.이런이유로근대이후후스(胡適)나위핑보(兪平伯)같은학자는이작품을조설근의자전적소설이라고결론을내린다.
---p.147

『기탄잘리』에실린시는주제에따라크게네가지로나뉜다.먼저종교나철학적명상을다룬계열의작품이다.이들작품에서는『우파니샤드』에나오는범아일여사상을엿볼수있다.까마득히멀리고대인도의바라문교와힌두교에서그뿌리를찾을수있는이사상은우주의근본원리인브라흐마와개인의자아가하나로일치한다고본다.타고르의시작품은이러한사상을그바탕에깔고있다.둘째로는영국식민주의굴레에서신음하는인도의비참한상황을노래하는민족적또는사회적저항시다.이러한계열의작품에서그는조국이해방을맞이할날을애타게기다리는한편제국주의의침탈과횡포에과감하게맞선다.셋째로는인간의영혼에깃들어있는가장아름다운정서를노래하는서정시다.이러한작품에는인도고유의풍속과향토색이짙게배어있다.마지막으로속세와현실에오염되지않은순박한동심의세계를노래한시들이있다.
---p.154

루쉰은주인공‘아Q’라는인물을통하여이무렵중국인의의식에깊숙이자리잡은공허한영웅주의,자기비하와합리화,무력한패배주의,과거에대한근거없는향수,그리고맹목적인망상을날카롭게비판한다.주인공의모습은곧서구열강의갖은모욕과유린속에서도각성할줄모르고오직황제의후손이라는자기기만속에서살고있는중국인의모습이다.루쉰은주인공을둘러싼사람들이보여주는무관심과비인간적인태도,자신의이익만을좇는모습을보여줌으로써현재의중국인의모습을꼬집는다.그런가하면혁명당원을자처하지만강도로몰려서영문도모른채억울하게총살당하는‘아Q’의운명과혁명앞에서도끄떡없는지주계급을대조적으로보여줌으로써신해혁명의허상을드러내기도한다.
---p.176

그렇다면나쓰메소세키는하필이면왜고양이를화자로삼았을까?한국과중국같은다른동아시아사람들과는달라서일본사람들에게고양이는아주각별한의미가있다.일본식당에가면‘마네키네코’라는흰고양이인형을진열해놓은것을쉽게볼수있다.흰고양이는왼발을드는습성이있는데그러한행동이사람들에게많은행복과행운과건강을가져다준다고믿기때문이다.고양이는일본사람들에게가장친근한애완동물이다.또고양이는이웃의어느집이든지자유롭게마음대로드나들수있는동물이다.그래서고양이를주인공으로내세우는것은인간의온갖세태를관찰하고풍자하는데더할나위없이좋은장치다.소설기법으로말하자면고양이는전지적시점을가지고있는것이다.
---p.194

아쿠타가와는「라쇼몬」에서인간성,좀더구체적으로말해인간의원초적인본능에관심을기울인다.만약내가상대방의물건을빼앗거나그를죽이지않고서는살아갈수없는상황이라면나는인간으로서과연어떻게행동해야할까.상대방의물건을빼앗거나죽여야하는가?아니면나는이기심을버리고죽음을택할것인가?아쿠타가와는후자보다는전자가인간성에훨씬걸맞다고생각한다.인간이란어쩔수없이이기적인존재이기때문이다.적자생존이나정글법칙은짐승뿐아니라인간에게도마찬가지로적용된다.「라쇼몬」에서하인은살아가기위하여시체에서머리카락을뽑는다는노파의말을듣고“그럼,내가도둑질을하더라도원망하지않으렷다.나도그렇게하지않으면굶어죽을몸이니말이다”라고내뱉는다.
---p.204


가와바타의작품이흔히그러하듯이이작품에서도남녀의사랑은비극으로끝난다.평소에극장으로쓰던누에고치창고에불이나고고마코가요코를가슴에안고뛰쳐나오는맨마지막장면은이점을잘보여준다.시마무라는고마코에게가까이다가가려고하지만,요코를고마코에게서빼앗아안으려는사나이들에게밀려비틀거린다.그는“발을버티고바로서면서눈을치켜뜬순간,쏴아하고소리를내면서은하수가시마무라속으로흘러떨어지는것같았다”고말한다.이는시마무라가손에잡을수없는천상의별은하수처럼끝내고마코를붙잡을수없음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이렇듯『설국』은심층적의미를대부분언어뒤에숨긴채오직일부만을언어의표층에드러낸다.행간에숨은의미를읽지않으면이작품을제대로이해할수없다.
---p.211

『삼국유사』는한개인이편찬한탓에어쩔수없이한계가있을수밖에없었다.그러나일연은이책에서『삼국사기』가가치없다고빼버렸거나소홀히다룬자료에좀더무게를실어기술하였다.궁궐이나관청안에서벌어지는역사적사건보다는절이나민가에떠도는이상하고도신비스러운민담이나이야기를기록하는데관심을쏟는다.최남선(崔南善)은일찍이“『삼국사기』와『삼국유사』중에서하나를택해야될경우를가정한다면나는서슴지않고후자를택할것이다”라고하였다.그가이렇게『삼국사기』를제쳐두고『삼국유사』를고른데는그럴만한까닭이있다.『삼국유사』에는우리문학사의맨첫장을장식하는신라향가14편을비롯한고대시가같은귀중한문학유산이전한다.더나아가이책은신화,전설,설화까지도풍부하게싣고있어해당분야뿐아니라,문학을하는사람들에게아주귀중한자료로평가받는다.
---p.227

퇴계의학문태도중에서가장눈에띄는것은고봉(高峰)기대승(奇大升)과나눈이른바‘사단칠정(四端七情)에관한논변’이다.이무렵은장유유서의유교질서를목숨처럼존중하던시대였기때문에사대부들은학문을하는데도권위주의적으로일방적인전수만을고집하였다.그러므로후배가선배의이론에의문을제기하거나비판을가하기가무척어려운풍토였다.뒷날이러한퇴계의태도를두고그의제자는“선생님은겸허로써덕을삼아털끝만큼도교만하여잘난체하는마음이없었다”고평하였다.이들의논의는당시정체된학문에새바람을불러일으켰고,결과적으로한국성리학의발전에크게이바지하였다.
---p.245

『징비록』에서가장끔찍한대목은이여송부대가한양을수복한뒤의기록이다.피난을가지못하고성안에남아있던백성들은성한사람이하나도없다시피하고모두가굶주리고병들어차마눈뜨고볼수없었다고한다.거리마다사람과짐승썩는냄새때문에코를막고지나가야할정도였다.10월선조가궁으로돌아온뒤한양의모습은더더욱참혹하였다.심지어아버지는자식을,남편은아내를서로잡아먹기에이르렀다.적어도“지부자부부상식(至父子夫婦相食)”이라는구절에서‘상식’을글자그대로풀이하면그러하다.물론이‘상식’이라는말을은유적으로해석하여서로를잡아먹을만큼먹을것이없었다고풀이할수도있을것이다.그러나명나라장수가우리에보낸공문에도“백성들이서로를잡아먹는다[人民相食]”는구절이나와있는것을보면말그대로잡아먹는다고풀이해도그렇게터무니없는것은아닌듯하다.최근한일간신문에서이책을소개하면서‘지옥의전쟁,그리고반성의기록’이라는제목을단까닭을이해할만하다.왜군이휩쓸고간한양의모습은그야말로지옥과같았다.
---p.260

『열하일기』에실린연암의소설가운데조선시대양반계층의형식주의와위선,무능력과허약성,도덕적타락과부패를날카롭게꼬집는작품으로는역시「호질」이첫손가락에꼽힌다.호랑이가배가고프다고말하자호랑이에붙어다니는귀신이호랑이에게의사와무당을잡아먹으라고권하지만,호랑이는그몸속에독소가있어먹을수없다고대꾸한다.이번에는또한다른귀신이호랑이에게양반을잡아먹으라고권한다.귀신은양반을두고“저기숲속에고기가있지요.인간(仁肝)·의담(義膽)에다충성심을품고품행이깨끗하고예악을받들어지키며,입으로백가(百家)의말씀을외고마음에만물의이치를통달했으니이름은석덕지유(碩德之儒)라배앙체반(背囊體:등살이오붓하고몸집이기름짐)하여오미(五味)가고루갖추어있습지요”라고말한다.놀랍게도이말을들은호랑이는아주못마땅하다는듯이눈살을찌푸리며그고기가‘잡될’것이고그맛도‘순순치못할’것이라고말하면서들은체도하지않는다.
---p.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