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우리는이성적동물이라고나름자부하며그능력을과시하고살아가고있지만,과학적능력이나윤리적인능력은물론이거니와여러가지부분에서엄청난한계를가진존재라는점을부정해서는안된다.실제로우리는이런능력의결과들이기도한산업문명이나첨단기술문명,그리고자본주의소비문화등으로엄청난편익을누리고있는듯이보이지만다른한편에서는이런문화에중독되어이것들이제공하는부작용이나폐해를고스란히뒤집어쓰고있다.그런데더욱문제가되는것은,이러한첨단기술시스템과같은기술문명혹은문화등은우리가만들었지만,이것들은이미너무나깊이스며들어있고우리는그것에길들이어져있으며게다가이미거기에는많은사람의이해관계가얽히고설키어있어관성을가지고있다는것이다.그래서좀처럼사라지기어렵다는것이고,심지어그것들은우리의통제를거역하며인간을지배하는것처럼보이기까지한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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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환경파괴와관련하여제기되는각종문제들은일차적으로양심없는인간들의제한없는자기보존적욕망추구행동들에서발생한다.개인이든기업이든어느특정공동체든오폐수의무단방류,쓰레기의무단배출,과도한개발,무분별한삼림채벌등도덕적양심이없는행동들은실정법을강하게제정해도사라지지않는다.때때로법의위반사실이밝혀졌을때는이렇게항변한다.‘생존을위한어쩔수없는선택이었다.’이런유의말들에우리는‘도덕적불감증’을문제삼으며,양심개념을거론한다.그러나,법의위반이없을경우는문제의양상이달라진다.그이유는사람들이저마다‘양심’보다는법적으로인정된‘권리’를주장하고나서기때문이다.오늘날우리들의잘못이해된‘양심’개념은인간중심의자기보존을위한도덕적정당화의수단으로잘못활용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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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기계론적세계관의핵심을이루는기계론적자연관은모든자연을수학적원리에따라작동하는하나의기계로간주하는것으로서,데카르트와뉴턴의이론적정비를거쳐그후열역학,상대성이론,양자역학등의도전을통해보강되면서서구자연관의중심이된다.그런데우리가수학의원리또는방법론을통해자연의원리를이해할수있다면,자연을자신의의지나필요에따라이용하고,더나아가지배·관리할수있는길이열린다.이로써기계론적자연관은인류의해방과무한한발전을믿는역사의진보와윤택한삶을가능케하는‘과학기술유토피아’를낳게되었고,이에기반한산업문명을탄생시켰다.그러나오늘날인류를절멸시킬수있는전지구적기후변화와환경파괴등생태위기의문제는근대과학과기술의본질적특성및이를바탕으로하는산업화에대한정확한인식과비판적성찰을요구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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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당면한문제인환경위기를극복하기위해다양한논의와노력을기울이고있다.이론적논의와실천적행동이다각도로진행되고있다.많은이론가,특히실천가들이인간중심주의를공적으로삼고비인간중심주의,혹은탈인간중심주의를주창하고있지만,이론적으로인간중심주의의불가피성을지적하는논의들도있다.인간중심주의라는개념도극단적인이해이외에여러가지유연한해석이얼마든지가능하다.오늘날환경철학에서인간중심주의를여전히고수하는이들이환경문제를도외시하거나환경위기와관련해무기력해보이지않는다.오히려그반대이다.또한인간중심주의를택한다고해서환경문제에대응하는것이불가능하지도않다.환경철학에서인간중심주의를주장하든비인간중심주의를주장하든우리의목표는같지않을까?환경문제를더이상심각하게만들지않고예견되는환경위기를극복한다는목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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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평등고려의원리는이익이고려되고있는존재의종과무관하게동일한이익은평등하게고려할것을요구한다.그러므로동물의이익도인간의이익과똑같이계산되어야한다.싱어는이익평등고려의원리를비인간동물에게적용하기를거부하는것을‘종차별주의’라고비판한다.그렇다고그가인간과비인간동물의차이점을부정하는것은아니다.인간과비인간동물은여러가지점에서분명히평등하지않다.그러나그는이런차이점을근거로이익평등고려의원리를적용하
지못하도록하는것은부당한차별임을강조한다.인간들간의사실적차이가그들의이익을평등하게고려하는것을방해해서는안되는것과마찬가지로인간과비인간동물간의차이점역시비인간동물의이익을평등하게고려하는것을방해해서는안된다는것이다.인간과비인간동물이단지그종에서차이가난다는이유만으로혹은인간과비인간동물간의어떤사실적차이를근거로인간종의이익을비인간동물종의이익보다우선적으로고려하는것은명백히부당한차별이며,그런차별이정당하다고여기는편견은종차별주의이다.종차별주의는오직인간의이익만을우선적으로고려하고,단지인간들상호간의이익만을평등하게고려한다(싱어,2013:103).이러한인간종중심주의(humanchauvinism)는인종차별주의와성차별주의와마찬가지로부당한편견이자차별일뿐이다.이세가지유형의차별주의는모두이익평등고려의원리를위반한다.그렇기때문에모두비도덕적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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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자들은동물사육관련당사자들의이익관심과유용성에의거하여채식주의의문제를다룰수있다.그들은동물농장의주인들이입는피해,심지어공장식농장의동물들이입는피해를고려하여채식주의를정당화할수있다.그들은동물에게고통을가하지않은살상을통한육식을장려한다든지,동물이자신의죽음을알아차리지못한상태에서이루어지는‘비밀스런살상(secretkilling)’을통한육식을장려할수있다(Regan,2004:251).하지만의무론자들은그어떠한이익관심이나유용성에의거하지않고내재적가치를소유하고도덕적권리를지닌삶의주체에대한존중의원리에의거하여채식주의를옹호한다.특히레건의동물권리의관점은원칙적으로개별동물의내재적가치,도덕적권리를소유한삶의주체에대한존중에초점을맞추고있다.그에따르면,식용으로포유동물들을길러잡아먹는것은그들의내재적가치를존중하지않고해를입히는행위이기때문에우리는육식을거부하고채식을해야한다(Regan,2004: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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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가인간을정치적동물로제시한이후도덕적으로의미있다고생각되는인간의배타적속성으로여러가지가제시되었다.자율적으로판단하고행동할수있는존재,스스로를과거와미래에걸쳐존재하는것으로의식하는자의식적존재,언어를사용하여의사소통할수있는존재,자신의생각과행동을반성적으로사유할수있는존재따위가그런배타적속성에해당할것이다.이런능력을갖는존재는확실히단순히쾌락과고통만을느낄수있는존재보다더먼저고려되어야할것같다.그런데심각한문제는인간중에이런특성을가지지못한존재가있다는사실이다.평균적인성인의지적수준을갖지못한영·유아나식물인간,뇌손상환자등은이성적이지도못하며자의식적이지도않고자율성도없으며언어를사용할수도없다.이런인간을인간범주에서경계에있다고해서‘가장자리인간’이라고부른다.만약다른동물보다인간을도덕적으로특별하게대우해야하는이유가인간이갖는배타적특성때문이라면,그런특성을갖지못하는가장자리인간은동물과같은도덕적지위를갖는것으로취급받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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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성과차등성을보완해주고연결시켜주는것이바로사랑의원칙이다.슈바이처에게있어서사랑에는함께괴로워하고(mitleiden),즐거워하며(mitfreuden)그리고노력한다(mitstreben)는의미가포함되어있다(KE332참조).슈바이처에게있어서윤리란생명을위해희생하는것인데,여기서희생은생명의외경에의해동기지워져야한다.이러한희생을가능하게해주는것이슈바이처의사랑이아닐까?내안의생명의의지에대한외경과보편적인생명의의지를연결해주는것이사랑이아닐까?생명의훼손이불가피하다면,그불가피함을도덕적인책임으로느끼게해주는것이사랑이아닐까?그래서더더욱불필요한,경솔한생명의훼손을못하도록하는것이사랑이아닐까?이보다더나아가차등의원칙에의해생기는생명의서열이가져오는부정적인문제(이를테면생명간의차별내지불평등)를보완해주는것도결국사랑의원칙이아닐까?이사랑의원칙을슈바이처는시적으로표현하고있다:“자기들판에서소에게줄건초를만들기위해수많은풀을뜯은농부라도집으로돌아오는길에아무생각없이길가에핀꽃을꺾지않도록해야한다.왜냐하면그꽃을꺾음으로써그는필연성의폭력아래있지않으면서도생명에게그릇된짓을한것이기때문이다(KE340).”이사랑의원칙이동등성의원칙에대해서는다른존재의동등성의인정으로,차등성의원칙에대해서는희생의전제로기여한다.생명의외경은인간이인간자신을포함한모든생명에게가져야할본질적인것이다.희생에대해서도슈바이처는자기의생명의지를희생해봄으로써외적인현상들로부터의내적인자유를경험해본자만이다른생명에게깊고꾸준한희생을할수있다고본다(KE336참조).희생과인간성으로표현되는제3의원칙은동등성과차등성간의딜레마를해결해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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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는생명중심주의윤리학의노선에있는또다른사상가인슈바이처의생명외경윤리학에서빠뜨리거나놓친많은철학적쟁점을다룬다(데자르댕,2017:295).『윤리학의기본원리』의저자이기도한그는생명체가자신의선을가진다는사실의문제에서생명체가자연적으로가지는각자의선을소중한것으로존중하는가치의문제로바로이행하는것이가지는문제점에대해많은고민을한것으로보인다.실제테일러는생명체가고유의선을가진다는것을생물학적사실의문제로명확하게한정한이후,이런사실의문제에더해서합리적이고사실에정통한사람이라면누구나채택해야할생명중심적관점을신념의차원에서추가로논의한다.그리고사실과신념의차원에서한걸음더나아가자연에대한존중이라는태도의차원이결부될때비로소생명체의본래적존중가치를존중하는규범의차원으로이행할수있다는것이테일러의논리이다(정결,2021a:243-244).물론테일러의논의가사실과가치사이의논리적단절성을완전히채우는것에성공하였다고말하기는어렵지만,둘사이의단절을연결시키기위한최소한의논리적가교를마련하려는그의노력은긍정적평가를받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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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폴드는윤리가개인간의관계를다루던것에서개인과사회의관계를다루는방향으로확대되어왔지만,아직까지인간과대지및그위에서살아가는동식물과의관계를다루는대지윤리로까지발전하지는않았다고지적한다(Leopold,1949:202-203).대지는여전히오디세우스의노예소녀들처럼재산으로간주되기때문에,우리는대지에대한어떠한의무도수용하지않은채경제적관점에서대지를사용하고가공해도되는특권을지닌것처럼행동한다.그런데레오폴드는윤리가인간과대지및그위에서살아가는동식물과의관계를다루는방향으로확대되는것은진화론적으로가능하고생태학적으로필연적이라고확언한다(Leopold,1949:203).여기서‘진화론적가능성’은윤리가진화하는것이라면인간과대지및그위에서살아가는동식물과의관계를다루는대지윤리가앞으로보편적으로수용될수있음을의미하고,‘생태학적필연성’은우리가자연안의모든존재들이상호의존적으로얽혀있다는생태학적지식을갖추게된다면흙,물,식물과동물을포괄하는대지를직접적인도덕적고려대상에포함시킬수밖에없음을의미한다(김일방,2003:50-51;송명규,2012:297-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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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등주의는생태계중심주의와모순없이성립할지도의문이다.예를들어생태위기에놓인어느열대섬의온전성·안정성을지키기위해다양한종가운데어느특정종의개체수조절이불가피한경우가있을수있다.이경우희생시킬종에대한순번을매기지않을수없게되고그리되면생명평등주의원칙은으레포기하게된다.결국생명평등론은인간과자연간의현실적관계를무시한공론적성격이강하며,환경윤리의이론적전제로서는부적절함을알수있다.네스의생명평등주의를구현하는데중요한역할을하는것이‘자아실현론’이다.자아실현이란우리자신과타자를동일시·동일화하는것인데네스는타자의범위에개개의모든생명,나아가생태계,자연까지포함하고있다.이렇게확대된자아를네스는‘생태적자아’라고부르며,지구상의모든생명을우리자신과동일시하게될때생명권평등주의또한구현될수있다고본다.네스에따르면동일시란강렬한공감이나감정이입을의미한다.가령미물인벼룩이고통스럽게죽어가는모습을볼때,벼룩의아픔을곧나의아픔처럼느끼는공감과동정심이이는것을말한다.네스의표현을빌면‘벼룩속에서자신을발견’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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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인류는경제효율을높이기위해인구를늘려분업하고대량생산을기반으로성장하는문명의방향을택하여1인이누리는편익을늘려왔다.그러나인구의한계점에접근하면서인류는문명의,경제성장의위기를인식하게되었다.생태학에서해결책을구할수있다는희망이이위기를생태적위기라고규정하는듯하다.그런데목적도이상도없이스스로그러한자연의생태를인류는이념이나관념에따라다르게이해한다.이제환경철학은,과거를반성하기에앞서현재까지이룬것보다훨씬더많은것을안정적으로얻으려는감성적탈출구를찾는인간지성을쫓을것인지,과거인류가과도하게벌였던일을되돌아보고인간혹은생물공동체의주인인무생물자연에인류가더부살이를지속할수있도록생물공동체또는무생물자연에가해지는환경부담을줄이는인간지성을인도할것인지미래를위해선택해야할것이다.인류는이제까지동원할수있는모든자원을이용하여급격한경제성장을이루며무한의탐욕을채우는지나침의무지(indulgentignorance,정민걸,2017:80)로생태적위기를맞게되었다.환경철학은인류문명이이제까지추구해온지나침의무지에서벗어날수있는이정표(里程標)를인류에게제공해야할것이다.모자람의지혜로무생물환경의안정도유지하고타자와무심의공존도유지하는자연의생태를이해함으로써환경철학은이이정표를세울수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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