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키

시크릿 키

$13.00
Description
사소한 일로 토라지고 화해하는 어린이의 우정을 소재로 한 동화로, 대화 부족으로 생기는 오해와 갈등을 극복하며 풀어가는 어린이들을 응원하려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
로미와 영교는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다. 로미는 전학 온 이진이와 친해지면서 영교와 셋이서 어울린다. 비로소 자신이 영교를 좋아한다는 걸 제대로 깨달은 로미는 말수가 적고 생각이 깊은 영교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진이를 경계한다. 우연히 알게 된 이진이 부모님의 이혼 이야기도 슬쩍슬쩍 얼비치면서 로미는 이진이가 영교를 만나지 못하도록 애를 쓴다.
영교가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떠난 다음 날 쪽지 편지를 읽던 이진이는 로미를 보자 후다닥 비밀필통에 넣는다. 이진이의 가방에서 비밀필통을 슬쩍 꺼낸 로미는 비밀번호를 알 길 없어 저녁 내내 낑낑대다가 필통의 귀퉁이를 찢고 만다. 필통을 집에 둔 채 학교에 간 로미는 자신의 필통을 못 봤느냐는 이진이의 말을 매몰차게 무시한다.
이진이의 사과를 받았지만 마음이 불편한 로미는 장마당에서 만난 이상한 할아버지로부터 열쇠 하나를 받는다. 마음 문을 여는 열쇠라는 말에 얼떨결에 받아든 로미는 열쇠를 비밀필통과 같은 서랍에 넣어둔다. 얼마 후 이진이가 보내온 문자메시지에는 필통의 비밀번호가 적혀 있다. 차마 열어볼 수가 없었던 로미는 이진이를 만난다. 그 비밀번호가 영교네 집 호수였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로미라는 영교의 쪽지 편지 내용도 알게 된다. 이진이로부터 부모님이 이혼한 것도 알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은 로미는 몹시 부끄럽고 민망해지는데…….
사소한 일로 토라지고 화해하는 어린이의 우정이 주제다. 소통의 부재로 생기는 오해와 갈등을 극복하며 풀어가는 어린이들을 응원하려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다.
저자

장세련

경북상주에서나고자랐으나42년째울산에서활동하고있다.1988년창주문학상에동화가당선된후장편동화『마성에새긴약속』외스무권의동화책을냈다.『대왕암솔바람길』외2권의스토리텔링과에세이『그대의첫날에게』가있다.제11회울산문학상,울산펜문학상,동요사랑대상을수상했으며,울산문인협회부회장을역임했다.도서관과학교에서강연으로어린독자들을만나고있으며,현재울산아동문학인협회회장을맡고있다.

목차

작가의말

이진이
천생연분
이진이도모르는이진이의비밀
미술관견학
마음만복닥복닥
끼어들기
말이씨가된다
이상한할아버지
향기나는열쇠
애니멀필통비밀번호
열쇠는있을까?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서울에서전학온친구예요.지방도시는처음이라니까여러분이많이도와주세요.이진이는자기소개부터하고.”
선생님의말이끝나자이진이가나붓이고개를숙였다.
“윤이진이라고해.곧겨울방학이될거고방학만끝나서5학년이되면반이바뀌어서정도들기전에헤어지면어쩌나했는데다행이야.한학년이한반씩밖에없는미니학교라니재미있을것같아서기대가커.잘지내보자.”-10쪽

지금사용하는에너지는편리한만큼환경을파괴하는물질도많다고이진이가설명했다.하지만핵융합연구가성공하면그런물질없이자동차도굴리고,전기도쓸수있으니공기도저절로맑아진다고했다.그렇게만된다면우리나라는어느나라도얕보지못하는에너지강국이된다는설명에는다들탄성을질렀다.듣기만해도지겨운과학얘기였지만신기했다.-19쪽

“으~잔소리대마왕!이러니까내가운전안한댔잖아.다음부터는자기보다내가먼저술마실거야.”
로미는엄마의말에얼굴을찡그렸던일이생각났다.
아빠가싫지는않다.말을많이하는만큼아빠는다정한사람이다.하지만로미가생각해도아빠는엄마한테잔소리를많이한다.여자가꼼꼼하지못하다는잔소리가대부분이다.로미가덜렁거리는것도엄마를닮아서그렇다는말도했다.
로미가영교를편하게생각하는건아빠와달라서일지도모른다.영교는덤벙대는로미에게어떤말도하지않았다.
‘천생연분,큭!’
속으로중얼거린로미는혼자서웃었다.-29쪽

민우아빠는생선가게를한다.발을접질렸을때민우가생선상자를옮긴적이있다.새벽에아이가시장을드나드는걸누군가가본모양이었다.도둑인줄알았다고했는데민우가도둑이라는소문으로번진것이다.민우는모르는채아이들이수군대는걸들은로미도엄마한테말을전했다.
“하기쉽다고남의말을함부로해선안돼.그말을옮기는건더욱안되고.사람들이하는남의말은대개가흉이야.칭찬도하지만그건옮길때마다크기가줄어드는데희한하게도흉은옮길때마다눈덩이처럼불어나거든.나중에는알맹이는사라지고부풀려진거품만떠돌아다니는게남의말이야.”-35쪽

대송미술관은아담했다.새로지은건물이라모든것이깔끔했다.
로미와영교를비롯한여덟명의친구들이함께했다.로미는그림에관심이없었지만영교가가게되어서참여했다.
미술관에서는발달장애인세명의그림을전시하고있었다.
“대송미술관개관기념전시회에오신어린이관객여러분을환영합니다.”
이진이엄마가인사를했다.-46쪽

“너영교랑사귀니?”
이진이가불쑥물었다.
“아니,사귀긴.그냥친구야.엄마들끼리도친해.”
느닷없는질문에당황한로미는손사래를쳤다.
“그래?썸타는것도아니고?”
“아니라니까.답답이영교랑무슨썸을타겠니?”
로미는고개를빠르게가로젓기까지했다.
“그래?썸도아니면뭐지?나랑사귀자고해볼까?”
작은눈을초승달처럼만들어깜빡이며이진이가중얼거렸다.-62쪽

아이들의이야기는자연스럽게작년여름에이어며칠전발사도성공한누리호이야기로이어졌다.늘그렇듯이이진이가이야기를하고아이들이궁금한걸묻는식이었다.보통때같으면로미도거들었을이야기였다.
“누리호2차발사성공으로우리나라도인공위성발사성공국가가된거지.대단하지않니?”
유난히달뜬목소리로이진이가아이들에게물었다.
이진이는우주과학자나천체물리학자되는게꿈이다.셰프가되어세상을누비고싶은로미와는꿈의범위가달랐다.그야말로하늘과땅차이였다.우주를넘보는이진이가로미는멋지다고생각했다.로미가이진이와친해지게된것은이런꿈이큰몫을했다.
“너는하늘을지켜,난땅의먹거리를책임질게.”-69쪽

주위를살피며로미는빠르게이진이의필통을꺼냈다.편지의내용만알아내곤넣어둘생각이었다.혹시들키더라도장난이라고하면될것같았다.
그런데이진이필통의비밀번호를알수없었다.
‘아이씨,어쩌지?’
잠시고민하던로미는이진이의비밀필통을제가방에넣었다.
‘그래.편지내용만알아내곤내일일찍학교와서이진이서랍에넣어두면돼.-79쪽

영교가없으니로미는세상이텅빈것처럼허전했다.이넓은세상에저혼자있는기분이었다.사람들이복작거리는시장구경이라도하면허전한마음이채워질것같았다.
이진이필통문제로어수선한마음도좀잊고싶었다.이진이생각을하니다시화가났다.로미가가져갔다는걸안다는듯한말투.그러면서도아무일도아니라는듯사과까지하던이진이었다.로미는자신이오랜싸움에서완전히진패잔병같았다.생각할수록이진이가얄미웠다.
“문자도없는거보면정말이상해.”
중얼거리고나니로미는영교가의심되었다.-92쪽

할아버지가찰카닥거리는쇳소리를내며코트를양쪽으로펼쳤다.
코트안에는열쇠가아주많았다.코트안쪽이열쇠전시장같았다.
멈칫거리며뒤로한발짝물러선로미에게할아버지가말했다.
“마음문을열고싶지?골라보렴.”
“아,아,아니에요.”
로미는양손을내저으며뒷걸음질을쳤다.
더욱이상한할아버지란생각에더럭겁이났다.그대로뒤도돌아보지않고뛰었다.-106쪽

할아버지가코트를다시한번펄럭거렸다.주머니마다꽂힌열쇠들도빨리고르라는듯짤그랑소리를냈다.열쇠밖에없는데고르라니더욱이상했다.
“그걸뭣에쓰게요?”
“이건시크릿키(key)다.마음문을여는열쇠.”
로미는어처구니가없었다.할아버지의입에서영어가나오다니우스웠다.발음은좋았지만조금도어울리는말이아니었다.
웃음이나오려는걸꾹참고있는데할아버지가다시말했다.
“지금너한테꼭필요할텐데?”-116쪽

“때론열쇠로열어야할게꼭있단다.”
점점알수없는말만하던할아버지의목소리가열쇠에서들리는듯했다.
“그게뭔데요?”
“네가잠가둔거.이건그걸열기만하면사라지는열쇠란다.”
턱을까딱했던할아버지.열쇠를받으라고재촉하던할아버지와의이야기가자꾸떠올랐다.
‘잠가둔거?’
로미는고개를갸웃했다.그러다잠시뜨끔했다.
할아버지가제손에열쇠를쥐여주던조금전일이옛일처럼아득했다.
색깔때문일까,말랑한느낌때문일까.분명철로된열쇠인데도가벼웠다.훅불면떨어질것같기도했다.-1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