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에 오른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제인 오스틴은 언니 커샌드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오만과 편견』을 “내가 사랑하는 아이(my own darling child)”라고 일컬은 바 있다. 작가가 특별히 아낀 이 작품은 출간 이후 200년간 2천만 부 이상 판매되며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인오스틴
저자:제인오스틴(JaneAusten,1775.12.16~1817.7.18)
1775년영국햄프셔주스티븐턴에서교구목사인아버지조지오스틴과어머니커샌드라의여덟자녀중일곱째로태어났다.어려서부터글쓰기에흥미를보였고,열두살의나이에이미소설을쓰기시작했다.열아홉살이던1795년에첫장편소설『엘리너와메리앤』을썼고이작품은후일『이성과감성』으로재탄생했다.같은해토머스르프로이라는남자와사랑에빠지지만,양쪽집안의경제적이해관계가엇갈려결혼이무산되는아픔을겪었고,이때의경험을바탕으로『오만과편견』의초고에해당하는서간체소설『첫인상』을집필했다.1802년여섯살연하인명문가출신해리스빅위더에게청혼을받고승낙했으나사랑없는결혼에회의를느껴이튿날이를번복하고이후평생독신으로살았다.부친이사망한후경제적어려움을겪다가1809년고향에서멀지않은초턴에정착,이즈음부터익명으로작품들을출간하기시작했다.1811년『이성과감성』을시작으로1813년『오만과편견』,1814년『맨스필드파크』,1815년에는『에마』를출간하는등왕성한집필활동을이어갔으나이듬해『설득』을탈고한이후급격하게건강이악화되었다.1817년마지막소설『샌디턴』의집필을시작했으나건강악화로중단했고,작품을완성하지못한채같은해7월마흔한살의나이로세상을떠났다.그해12월『노생거수도원』이,이듬해에『설득』이출간되었다.
역자:송제훈
서울에서태어나한양대학교영어교육학과를졸업하고,현재강원예술고등학교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세대가바뀌어도꾸준히읽힐수있는책을옮기려노력하고있다.『유년기와사회』,『간디의진리』,『아버지의손』(문화체육관광부우수교양도서),『러셀베이커자서전:성장』(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추천도서),『옥토버스카이』,『만만한노엄촘스키』,『만만한하워드진』,『인생의아홉단계』(세종도서학술부문선정도서),『읽어도도대체무슨소린지』,『이성과감성』등을번역했다.
옮긴이의글
제1부
제2부
제3부
책속에서
1775년영국햄프셔주스티븐턴에서태어난제인오스틴은10대초반부터소설습작을시작했는데,그녀가스무살에쓴『첫인상(FirstImpressions)』이개작을거쳐출간된작품이『오만과편견』이다.19세기초의계층구조와결혼을둘러싼사회적통념을고려하면이작품에등장하는엘리자베스와다아시는당대로서는파격적인인물이었다고할수있다.당시여성에게요구된수동적인태도를거부하고주체적인삶을지향한엘리자베스는신데렐라와거리가멀었고,“인간이갈망할수있는모든것”을가지고있으면서도자신보다(당대의사회적통념상)열등한여성의비판과도발을내적성장과변화의계기로받아들인다아시는‘백마를탄왕자’와크게달랐다.이처럼등장인물을통해구현된현대성은자신의작품을익명으로발표해야했을만큼여성의사회적활동이제약을받은시대에작가가지향한이상적인물과세계를잘보여준다고하겠다.-5쪽
베넷씨는영민함과냉소적인기질,과묵함과엉뚱함이기묘하게뒤섞인사람이라아내가그의성격을이해하기에는23년의세월도충분하지않았다.반면에그녀가어떤사람인지파악하기란그리어렵지않았다.그녀는이해력이떨어지고지식이부족하며성격이변덕스러웠고,뭔가탐탁지않은게있을때는자신의신경이곤두서있다고말했다.그녀에게평생의과업은딸들을결혼시키는것이었고,일상의낙은이웃집에가서잡담을나누는것이었다.-13쪽
“하지만분명한건,”그녀가덧붙였다.“워낙무례하고불쾌한사람이라기분을맞춰줄이유도없고,그런사람의관심을받지못했다고해서리지가손해볼일도별로없다는거죠.그렇게오만하고잘난체하는인간의비위를맞춰줄사람은세상에하나도없어요.자기가뭐대단한줄알고이리저리거드름을피우며걸어다니던데같이춤추고싶은마음이생길만큼잘생기지도않았거든요.당신이그자리에있었어야해요.당신이그인간의콧대를꺾어줬어야하는데.정말혐오스러운사람이라고요.”-22쪽
엘리자베스는조용히듣고있었지만,언니의말을수긍할수없었다.무도회에서빙리씨의누이들은참석자들을두루배려하지도않았거니와,엘리자베스는언니보다눈치가빠르고덜순응적이며누군가의관심때문에판단력이흐려지지도않은까닭에그들을호의적으로평가하고싶은마음이없었다.사실기분이좋을때는부족함이전혀없을정도로좋고마음만먹으면얼마든지사근사근해질수있다는점에서그들은매우훌륭한숙녀들이라할수있지만,그날은도도하고거만하기만했다.그들은외모가출중했고런던의일류사립여학교에서교육을받았으며2만파운드의재산을가지고있었다.하지만분수에넘치게돈을쓰고지체높은사람들과교류하면서그들자신이모든면에서우월하고다른사람들을우습게볼자격이있다고생각했다.그들은잉글랜드북부의괜찮은가문출신이었는데,이는그들남매의재산이상업에서얻어진것이라는사실보다그들의머릿속에더깊이각인되어있었다.-24쪽
“오만이라는건,”메리가자신의견고한성찰을뽐내며말했다.“아주흔한결점이라고생각해.내가이제까지읽은책들에따르면,오만은정말이지너무나흔하고인간은본성적으로오만해지기쉬워.사실이그렇든혹은상상에의해서든우리가운데자신의이런저런자질에대해자기만족의감정을품지않는사람은거의없어.허영과오만은흔히같은뜻으로사용되지만,이둘은다른거야.허영이없이도사람은오만해질수있어.허영이다른사람들이우리를어떻게생각하느냐와관련된것이라면,오만은우리가우리자신을어떻게생각하느냐와관련이있거든.”-29쪽
“참좋은계획이네,”엘리자베스가대답했다.“좋은혼처를잡겠다는욕심말고다른건아무것도없다면말이야.만일내가부유한남편감을얻기로마음먹었거나그냥아무나만나서결혼하겠다는생각이있다면그런계획을받아들일거야.하지만언니의감정은그런게아니야.언니는미리정해놓고행동하는사람이아니거든.언니는아직빙리씨에대한자신의감정이어느정도인지,과연그게합당한것인지확신이없어.그분을알게된지보름밖에안됐으니까.언니는그분과무도회에서춤을네번추었고그분댁에서아침에한번만난적이있고저녁식사를네번같이한게전부야.그분의성격을파악하는데그정도로는충분하지않아.”-32쪽
그녀는응접실로안내되었는데,제인을제외한모든사람이그곳에모여있었다.그들은그녀가들어서자깜짝놀랐다.그렇게이른시각에,그렇게궂은날씨에,그것도혼자서3마일을걸어왔다는사실이허스트부인과빙리양에게는거의믿을수없는일이었다.엘리자베스는바로그런이유로그들이자신을우습게여기고있다는것을확실히느낄수있었으나적어도겉으로는매우공손한응대를받았다.하지만빙리씨의태도에는공손함이상의무언가가있었으니바로반가움과친절함이었다.한편다아시씨는거의말을하지않았고허스트씨는아예한마디도하지않았는데,다아시씨는오래걸어서발그레하게생기가도는그녀의얼굴에속으로감탄하면서도과연그녀가그렇게먼길을혼자와야할만한상황인지의아하기도했다.허스트씨는오로지자신의아침식사만생각하고있었다.-45쪽
“아!그럴일은없습니다.다아시씨때문에제가쫓기듯떠나지는않을겁니다.저를피하고싶다면그사람이떠나야죠.서로좋은사이는아니어서그를만나는게저로서는고통스러운일이기는하나그렇다고제가그를피할이유는없습니다.다만제가사람들에게말할수있는것은그사람으로부터제가부당한대우를받았고그의됨됨이가그정도밖에안된다는사실에무척안타까움을느낀다는것입니다.베넷양,돌아가신그의아버지는세상에서가장훌륭한분이셨고저에게는가장진실한벗이기도하셨습니다.그래서지금의다아시씨를마주할때면그어르신에대한따뜻한기억때문에마음이정말아픕니다.그가저에게저지른행동은수치스럽기그지없지만,그가어르신의유지를저버리고그분과의추억을욕되게하지만않는다면저는그가저지른모든행동을용서할수있을것같습니다.”-97쪽
네더필드의무도회에대한기대는베넷집안의모든여성을들뜨게했다.베넷부인은무도회가자신의맏딸을위해열리는것이라고믿었고,특히의례적인초대장대신빙리씨가직접찾아와서초대의뜻을전했다는사실에어깨가으쓱해졌다.제인은무도회에서빙리씨의배려속에빙리자매와어울려행복한저녁을보낼상상을했고,엘리자베스는위컴씨와마음껏춤을출수있으리라는기대감과다아시씨의표정과행동에서모든사실을확인하겠다는생각으로들떠있었다.캐서린과리디아가기대하는즐거움은어떤일이나특정한사람에의해달라질성격이아니었다.그들역시엘리자베스처럼그날저녁시간의절반은위컴씨와춤을추며보낼생각이었지만그가그녀들을만족시켜줄유일한파트너는아니었다.어쨌든무도회는무도회답게여러사람과춤을출수있어야했다.메리조차도가족들에게그무도회에대해이러쿵저러쿵할뜻이전혀없음을밝혔다.-107쪽
다시춤곡이시작되고다아시가엘리자베스에게다가오자샬럿은그녀에게아무리위컴이마음에들어도그와는비교할수없을정도로지위가높은남자에게불쾌한인상을주는바보같은짓은하지말라고속삭였다.엘리자베스는아무대꾸도하지않은채춤을추는무리속으로들어가자리를잡았다.그녀는다아시씨와마주서있는것만으로도자신의지위가높아진듯한느낌에놀랐고,주위에서두사람을바라보는이들도똑같이놀라고있음을그들의표정에서읽을수있었다.두사람은한참동안아무말도주고받지않았다.엘리자베스는춤을두번추는동안그들이한마디도하지않을수있겠다는생각이들었다.그녀는처음에는침묵을깨지않을생각이었으나문득어쩔수없이말을하게만드는것이그를더괴롭히는방법이라는생각에춤에관한이야기를몇마디건넸다.그는짧게대답하고는다시침묵을지켰다.-111쪽
희망은사라졌다.완전히사라졌다.제인은편지의나머지부분을다시읽어보았으나글쓴이의허울뿐인우정말고는위로가될만한내용을거의찾지못했다.편지에는다아시양에대한찬사가가득했다.그녀의여러가지매력을다시한번상세히적은이편지에서캐롤라인은다아시양과사이가더욱가까워졌다고자랑하면서앞선편지에서이야기한소망이실현될것같다고조심스럽게예상했다.그녀는오빠가다아시씨의집에머물고있다는사실에무척기뻐했고다아시씨가집에새가구를들이려한다는소식을들뜬기분으로언급했다.편지의주요내용을언니로부터전해들으며엘리자베스는속으로분노를삭였다.그녀는한편으로는언니가걱정되었고다른한편으로는이일에관련된모든주변인물들에게화가났다.자기오빠가다아시양을무척좋아한다는캐롤라인의주장은귀담아들을가치가없었다.빙리씨가언니를진정으로좋아한다는믿음은조금도약해지지않았다.하지만그를늘좋게생각했던것만큼이제는주변사람들에게끌려다니며그들의기분을맞춰주느라자신의행복을저버리고있는그의우유부단한성격과부족한결단력에화가났고거의경멸감이들기까지했다.그가자신의행복만저버리는것이라면스스로최선이라고생각하는것을어떤식으로즐기든상관할바아니지만,여기에는언니의행복도관련되어있었고빙리도그것을틀림없이알고있을것이었다.이문제는오래붙들고생각한들뾰족한해결책이나올수없었다.하지만엘리자베스는다른생각을할수없었다.빙리의사랑이식은것일까?아니면주변사람들의간섭때문에억눌려있는것일까?빙리는언니가자기를좋아한다는사실을알고있을까?어쩌면눈치를채지못하고있는것은아닐까?어느쪽이냐에따라빙리에대한엘리자베스의평가는달라지겠지만,어떤경우든언니의상황은달라지지않을것이고상처받은마음은평정을잃지않을수없었다.-158쪽
엘리자베스는자신을그렇게묘사하는그의말에크게웃음을터뜨리고는피츠윌리엄대령에게말했다.“대령님의사촌께서제가어떤사람인지아주잘알려주실거예요.제가하는말은한마디도믿지말라고말이죠.저의본모습을이처럼잘폭로할수있는분과이렇게한자리에있게되다니저도참운이없네요.이곳에서는좀괜찮은사람으로비치기를바라고있었는데말이죠.다아시씨,하트퍼드셔에서알게된저의약점을이렇게언급하시다니정말야박하시네요.그리고이렇게말씀드려도될지모르겠지만,정말큰실수를하시는거예요.이렇게되면제가복수할수밖에없으니까요.제가여기계신친척분들을깜짝놀라게할그런얘기를하게될지도모르잖아요.”-203쪽
엘리자베스는로징스파크의대정원을거닐다가몇차례다아시씨와우연히마주쳤다.그녀는평소사람이다니지않는산책로에서그와마주치고는운도참없다고생각했고,같은일이일어나지않도록그와처음마주친날그곳이자신이즐겨찾는산책로라고강조했다.그러므로그와다시마주친다는것은매우이상한일일수밖에없었다.그런데그런일은일어났고심지어그들은세번째마주치기까지했다.그것은어쩌면그의의도적인심술이거나자발적인고행같아보였다.왜냐하면그는형식적인인사를주고받다가어색한침묵끝에가버리는것이아니라,오던길을돌아서서그녀와같이산책할필요가있는사람처럼행동했기때문이다.그는결코말을많이하지않았고그녀역시일부러말을꺼내거나들으려하지않았다.하지만세번째마주쳤을때그녀는그가이상하면서도두서없는질문들을던지고있다는생각이들었다.그는그녀에게헌스퍼드에서즐겁게지내고있는지,혼자산책하기가어떤지,콜린스씨부부의결혼생활이행복해보이는지물었고로징스파크를언급하면서는그저택에관해아직모르는게많을거라며그녀가언제든켄트를다시방문할때는로징스에와서묵기를바라는눈치였다.적어도그의말은그렇게들렸다.그는피츠윌리엄대령을염두에두고그런말을한것일까?만일그의말에어떤의도가있었다면그것은틀림없이그저택에서그녀와피츠윌리엄대령사이에일어날수있는일을염두에둔것이었으리라.그런생각으로다소곤혹스러웠을때목사관맞은편울타리의출입문에이르게된것을그녀는무척다행으로여겼다.-211쪽
다아시씨가편지를건넸을때엘리자베스는그가다시청혼하는것은아니리라추측했을뿐어떤내용이담겨있을지는전혀예상하지못했다.하지만편지의내용이그러했으니그녀가편지를얼마나심각하게읽어내려갔을지,얼마나모순된감정을느꼈을지는짐작하고도남음이있을것이다.편지를읽는동안그녀는형언할수없는감정을느꼈다.처음에는그가해명할거리가있다고생각하는게놀라웠고그래봐야해명다운해명은내놓을수없으리라확신했으며염치가있다면그런사실이자연스럽게드러나리라생각했다.그녀는강한편견을가지고네더필드에서있었던일에대한그의설명을읽기시작했다.읽기에급급했던나머지그녀는내용을충분히이해할수없었고다음문장이궁금해져서눈앞에있는문장의뜻도제대로파악할수없었다.언니가빙리씨에게관심이없어보였다는대목에서는즉각그의생각이틀렸다고단정했고,그가그결혼에반대한진짜이유를설명한대목에서는너무화가나서그의말을공정하게평가하고싶은생각이들지않았다.그는자신이한일에대해그녀가수긍할수있는유감을표하지도않았다.문투에는후회는커녕도도함만보였다.편지에는오만과무례만가득했다.-235쪽
숲에들어서면서그들은잠시강에서멀어져더높은지대로올라갔다.숲의빈터에이르자아름다운경관의계곡과산림이우거진맞은편의언덕그리고강줄기가시야에드문드문들어왔다.가드너씨는대정원전체를보고싶다며걸어서둘러볼수있는지궁금해했다.정원사는미소를지으며대정원의둘레가10마일에이른다고말했다.이로써궁금증은해소되었고그들은이미나있는순환로를따라걸었다.조금더걷자경사진숲을따라내리막이시작되었고그길은강폭이가장좁은지점의물가로이어졌다.그들은주변의풍경과잘어울리는소박한모양의다리를건넜다.그곳은그들이지나온어느곳보다도사람의손길이덜닿은듯했고폭이좁아진계곡에는좁은산책로가강기슭의거친관목숲사이로나있었다.엘리자베스는구불구불한그산책로를계속따라가고싶었다.하지만그들이다리를건너저택에서꽤멀리까지왔을때평소에도오래걷지못하는가드너부인은더걷는것을힘들어하며그저마차가있는곳으로빨리돌아가고싶은생각밖에없었다.조카는그런외숙모의뜻을따를수밖에없었고일행은강건너편의저택쪽으로가기위해가장가까운길로발길을돌렸다.하지만그들은좀처럼속도를내지못했다.낚시를무척좋아하면서도평소즐길기회가많지않았던가드너씨가물속에서이따금송어가보이자정원사와낚시이야기를나누는데정신이팔려걸음의속도가나지않은것이다.이렇게느린걸음으로걷고있던그들은그리멀지않은곳에서다아시씨가걸어오고있는모습에또한번놀랐고엘리자베스역시앞서그를만났을때만큼이나놀랐다.그들이있는곳은반대쪽보다시야가트여있었기때문에어느정도거리를두고도그를볼수있었다.엘리자베스는놀라기는했지만적어도앞서만났을때보다는그를대면할마음의준비가되었고,그가정말그들을만날생각으로오고있는것이라면태연하게행동하고침착하게말하리라다짐했다.사실엘리자베스는그가다른길로빠질지도모른다고생각했다.이는길이굽어진곳에서그의모습이잠시가려져있던순간에든생각이었다.하지만그는모퉁이를돌아곧그들앞에나타났다.그의정중한태도가조금도달라지지않았음을한눈에알아차린엘리자베스는그의깍듯함을그대로본떠서대정원의아름다움에찬사를보내기시작했다.하지만‘마음에들고’와‘매력적’이라는단어를꺼내는순간좋지않은기억이떠올랐다.그녀는펨벌리에대한칭찬이의도와다르게해석될수있겠다는생각에낯빛이바뀌며더는아무말도하지않았다.-288쪽
감사와존경이사랑의좋은토대가될수있다면엘리자베스의감정이변한것은이상하거나잘못된일이아닐것이다.하지만상대를처음본순간시작되었다고흔히묘사되는사랑과비교하여감사와존경에서비롯된사랑은비상식적이고부자연스러운것이라고한다면,위컴에대한호감으로시작된전자의방식이실패로돌아간뒤그보다덜흥미로운후자의방식으로사랑을찾게되었다는설명말고는그녀를옹호할방법이딱히없을것이다.어쨌든그녀는다아시가떠나는모습을씁쓸하게바라보았고리디아의추문이가져올결과를예감하며그일을더욱고통스럽게떠올리게되었다.그녀는언니의두번째편지를읽은뒤위컴이리디아와결혼할의향이있을거라는희망을버렸다.아직도그런희망으로마음을달랠수있는사람은언니밖에없을듯했다.일이이렇게된이상더놀랄것도없었다.첫번째편지의내용이머릿속에있는동안에는그녀도온통놀란마음뿐이었다.그녀는위컴이돈이없는여자와결혼할수있다는사실에놀랐고,리디아가그의마음을사로잡는것이어떻게가능했는지이해할수가없었다.그러나이제모든게이해되었다.그런성격의애정관계라면리디아에게서도충분한매력을발견할만했다.엘리자베스는리디아가결혼할의향없이도피행각을벌였다고는생각하지않았지만,동생의도덕관념이나분별력으로는누군가의손쉬운먹잇감이되는것을피하지못했으리라쉽게짐작할수있었다.-3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