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 2026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 2026

$20.45
저자

김애자외

저자:김애자외54인

1944년충북중원(현충주지역)에서출생했다.월간수필문학으로1991년등단했으며한국문인협회,한국수필문학작가회수필문학진흥회,충북수필가협회와충북여성문협회원이다.1997년월간수필문학상,1998년충북수필문학상,2004년신곡문학상,2006년제1회충북여성문학상,2009년현대수필문학상을수상했다.저서로'달의서곡','숨은촉','미완의집','수렛골에띄우는편지','내가하나의풍경이될때'등이있다

봄,기다리다(양장본Hardcover)
점은생명이다
내가하나의풍경이될때

저자:한혜경

저자:이방주

저자:유종인

저자:신상조

저자:권대근

저자:나윤옥

목차

발간사_수필과평설,그아름다운조화

1부엄정하고도아름다운

김애자『하현달아래서』_엄정하고도아름다운
정태헌『푸른비망록』_인연,투명하고도푸른흔적
조헌『눈물,그소중한기능』_눈물은영혼의언어
이경은『바깥』_바깥에대한전복적시선
황진숙『포구에서』_껍데기를벗고순정한자아로
이명지『성당가는길』_이토록유쾌한자기긍정
노혜숙『적막이풍경이될때』_광장이일류가되는날
송명화『뿌리혹』_탄탄한중층구조와연민의치유시학
송혜영『사라지는사람들』_사라지는사랑의붐빔을걱정하다
박태선『두모가치』_아버지라는책
고경서(경숙)『회광반조(回光返照)』_슬픔의환치

2부빗장을풀고존재로나아가기

강현자『대문즘열어봐유』_빗장을풀고존재로나아가기
백송자『소대(燒臺)』_소대,죽음에대한원형상징의공간
손봉호『보일러속이기』_명징하면서유쾌한
최윤정『별안간』_‘별의안간’에는사랑의꽃이핀다
김백윤『아내의바다』_삶으로빚어진글
신금철『소반다듬이』_전략적상상으로해석하고문장의신비로형상화
김진숙『중독유감』_중독의패러다임에관하여
이승애『요변(窯變)』_변화를받아들이는일
홍재숙『마음이눈을만나뛰어나오고』_눈〔雪〕의표정은이중적이다
이명진『미여지뱅듸』_슬픔에대한예의
권순이『손끝에혼을담다』_예와정성으로몸을가리다

3부도시적풍물의‘사이’론

김철희『모탕의시간』_볼품없는존재에대한경의
조재형『묘한이야기』_뜻밖의정경,고양이와의시적(詩的)조우
이혜연『거품실종신고』_통섭하면보이는새로운세계
최운숙『획을새기다』_살아냄으로써용서하기
이재헌『불이꺼지지않는방』_‘불이꺼지지않는방’,사랑의메타포
김정애『고목과나비』_‘아하모먼트’의발견과전이시학의전개
권경자『깨진유리창론』_친밀하게바라보는사물은그시선에응답한다
박소윤『사이,그사이』_도시적풍물의‘사이’론(論)
강표성『초록을품다』_초록으로이루는영혼의광합성
김은숙『그랴』_말은마음을담은기호
임이송『인간의얼룩』_얼룩과무늬의상호적탄생

4부권태,그현대적불안

김귀선『기다리다못하여서』_닫힌문앞의삶을기억하다
이신애『빨래널기』_초기화할수없는기억
윤성근『권태vs권태』_권태,그현대적불안
김경혜『남편의방』_부부,역할과존재의관계
이춘희(봄희)『섬에들다』_나의이름을찾아서
김종희『바닥,그깊은언어』_언어,사유를이끄는변환의에너지
노상비『푸른슬픔』_후회없는삶에바치는푸른송가(頌歌)
이호윤『로고스의물임을』_로고스의물,인간과우주의존재원리
정옥순『오늘도봄동』_날것에서숙성으로
장은경『달의뒷면』_종도안쳤는데내게온빛
임미옥『그해눈오던날』_고백없는길에대한그리움

5부막장에피는꽃

김정화『막장』_일제의잔재,막장에피는꽃
임병미『물방울이튄다』_‘엄마’라는존재를생각하다
전미란『압구정전단지』_불온한삶을챙기다
김정태『감꽃핀자리』_자연에서찾은생(生)의시원(始原)
추선희『율원에산다』_무용(無用)함을예찬한다
김미경『고흐의별,나선은하M51a』_별,경이로운예술의시원(始原)
이난영『박물관에안긴어머니』_회광(回光)하여반조(返照)하는사랑
황혜란『진혼굿』_울음으로완성되는공감의장(場)
강길수『어떤연』_자연의시각으로바라보는자연
박지니『막걸리한잔』_반추하는술의모멘텀
임승주『꽉』_얼어붙은바다를깨는여정

편집후기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사람은생물학적으로육체가노쇠해지면지나간날들을그리워하게된다.서쪽으로기울어가는시간의속도는점점빨라지는데,할일없이적막한일상에갇히면궁핍으로얼룩졌어도,배신과화해의경계에서골머리를앓게했던사건들마저도그리움으로윤색된다.별것아닌사소한것들조차그리움의너울을쓰고웅얼거림으로다가온다.

아내와청소를마치면커피타임으로들어간다.아내가타준커피를마시는그는늙은아내가눈부처다.삼시세끼꼬박꼬박밥상차려주는아내는중력과인력의법칙안에서존재하는80억인구중에서만난사람이고,가장오랫동안함께살아온사이다.아내역시남편이눈부처다.그가없으면무슨재미로삼시세끼밥상을차리겠는가.
---p.14

김애자의「하현달아래서」는노년의시간을‘하현달아래’라는아름다운공간적이미지로전이시켜,달관에이른노년풍경을완성한다.“그이는하현달아래서생의층계를내려가고있다.”첫문장은하현달의희미한빛아래생의층계를내려가고있는그이의이미지를통해몽환적인장면을그려낸다.인생의밤에접어들었으나달빛이감싸고있으므로,밤과‘하현달’‘아래’‘내려가다’로중첩된하강의강도가묽어진다.이느낌은이어지는문장“천천히가벼운걸음으로내려가고있다.”에서확고해진다.내려가고있지만서글프지않고,억울함이나미련,노욕에서자유로운것이다.가을이깊어지면나무들이열매와잎을땅으로내려보내듯,다털어내가벼워진상태인것이다.
---p.16

“못가십니다.보호자없이는여행을….”
언젠가듣도록운명지어진말이다.그때가바로지금이란걸눈치채지못하고있었을뿐이다.조금빠르다는생각이들기도했다.아직마음의준비가안되었는데서둘러오셨군싶었다.창피한마음과서글픔이스쳐지나갔다.받아들일수밖에없는일이지만쉽지않았다.가면이잘써지질않아버둥거리다가,그레고르잠자의버둥대는팔다리가떠올랐다.가슴에고인수액이사방으로빠져나가는소리가유난히크게들렸다.
---p.30쪽

“못가십니다.보호자없이는여행을….”
누구나언젠가는듣게될말이다.
하지만마음의준비가되지않았는데불쑥듣게될때,이제껏당연하게누려왔던세계에더이상들어갈수없다고저지당할때,그누구든막막함과충격에서헤어나기어려울것이다.이경은의「바깥」은거대한절벽을마주한것같을이경험을응시하고곱씹음으로써눈부신전복적결론에도달한다.
---p.34

내목소리는어떤모양과각을가지고있을까생각하다문득호랑나비애벌레우화를떠올린다.하늘까지닿은유일한기둥에오르기위해밟히고밟으며기어가는애벌레.마침내도달한기둥끝에는아무것도없었고세상엔또다른기둥들이있었지만진실을말할수없었던애벌레.기둥끝에도달하기위해선기어갈것이아니라날아서가야한다는걸뒤늦게깨닫지만번데기가되는시간이두려워망설이는애벌레.그우화는오직하나의목적을향해달려가는우리의자화상을닮았다.나는지금어디에서있을까.어떤목소리를내고있을까.소시민의안이하고나태한삶속에서자기목소리는내본적도없이습관적반성뒤에숨어살아온건아닌지.
---p.52

노혜숙은「적막이풍경이될때」를통하여자신이체험한적막을고백한다.본연의비어있는상태인적막에‘풍경처럼펼쳐진상념’에서‘그늘의흔적’을발견한것이다.그는그늘이맑은물길로흘러가길바라는욕심을갖는다.그러한상념은절대적고독에서자아의참존재를확인하는순간,삶에역동성을불어넣는에너지가된다.이때적막은풍경으로반전된다.
---p.54

누구나의가슴에도빙하는흐른다고하였다.가슴속빙하는지하수로흐르다가덮개가단단하지못한부분을찾아용출한다.차게흐르던내면의온도가외부의온기를느끼고누그러지면비로소안도의숨길을찾는것,마음속상처는그런것일까.기묘한뿌리혹들이다.천리포수목원에서만난분화구들을어찌설명할까.연못가를걷는오릿길을돌아나오다가낙우송무리를만났다.수사처럼엄숙하게도열해있는나무둥치아래에생경한것들이눈길을끌었다.판타지영화에서보던가상제국의축소판인가.땅에서솟아나온수많은돌기들이수석전시장을방불케했다.앉아서세운무릎처럼여기저기불쑥솟은기이한것들,뿌리도아닌것같은데땅에서자라올라온종유석형상이다.푯말을보니식물의뿌리호흡을돕기위해생겨난기근이라했다.
---p.56

작가는망원경적시각으로숲을두루살피고,현미경적세심함으로나무를두루어루만진다.낙우송의살아남기위한진화와적응의상징인뿌리혹과왕따사고로자식을잃은시인의아픔,정신병원에서창밖낙우송을통해삶과죽음의연결을읽어낸고흐,친구의괴롭힘으로상처받은자신의과거를한꿰미에엮어관찰-고찰-통찰-성찰이라는사찰을통해문학적성취를이루어내었다.주동및배경인물은상처받은이들이며,지향점은치유다.
---p.61

낮과밤이교차하는해질녘에는모든존재,즉빛과어둠,삶과죽음,생성과소멸,순간과영원등이이중성을드러내며순환하거나종지부를찍는다.뉘엿뉘엿지는해는인간세상의희로애락을보는것같아알싸한통증이가슴을쓸어내린다.끊임없이살아꿈틀거리는형상은감정이입으로흔들리고만다.매번감정의진폭도다르다.세월의풍파에노화된육체가견디고버텨낸삶의무게를내려놔야하는부담감으로홀가분하지가않다.종국에는잊힐법도한참담한기억까지선연히떠올라서등뼈를곧추세우며석양을뜨겁게껴안을수밖에없다.눈시울을붉히는노을은회한이요,그리움이다.
---p.76

고경서의수필은특별하다.소재를묘사문장으로이끌면서한편의수필을쓰는그만의필력때문이다.문학적미감이충만한,세세하고도깊은그만의시선이담긴글을쓰는수필가가고경서작가다.문장훈련을위해필사할작품을찾는이가있다면이작가의수필을권하고싶다.이미말한바(졸저,『작은눈으로읽는서사수필』)있는데,작가가한자리에선채사과하나를들여다보며써간「홍옥은시다」라는수필은그독특함때문에깊은인상을남겼다.그글은볕좋은가을날,푸른하늘을배경으로오로지잘익은홍옥한개로쓴원고지16매길이의수필이다.밀도높은촘촘한묘사문장들속에깃든사유가,묘사와팽팽하게조화를이룬수필이었다.
---p.149

새북에들에갔다오다보먼이층집언여적한밤중여유.그집아자씨가대처루출퇴근을허니께싸이클인가뭔가허능기우덜이랑은다르겄지유.암만그려두그맇지어찌다대문안을딜이다보믄유난리두아녀유.잔디를깔은거겉은디잡풀이더많어유.제초제를치덩가풀을뽑덩가해야허는디도대처만나야갈쳐주쥬.과실낭구에과실은지대루딘게항개두읎는규.약을안치서벌거지존일만시킨다니께유.소독약통을빌려줄팅께가져가라혀두오덜안혀유.빌려줘두쓰덜못헌대유.그래우리가나서서해주구싶어두농삿일바쁜우리가워디짬이나야말이쥬.때디먼전지두히주야가쟁이가배깥이루안넘어가넌디도시그란디는관심이읎는건지몰러서못허는건지답답혀서죽겄슈.그래항개씩알켜줄래두도통문열구나오덜않어유.85쪽강현자의「대문즘열어봐유」는개별적존재자로서관계와소통에대한절실한소망을드러낸작품이다.이작품에는대문을경계로두개의세계가존재한다.서로다른문화를지닌대문안의세계와대문밖의세계가그것이다.우리는태어나면서부터자신이처한세계가지배하는관습이몸에배면서서로비슷한문화의옷을입고상생하는인간으로성장한다.그런문화속에서개인은세계와끊임없이영향,즉인과연을주고받으며상생하고변환하면서사회인으로성장한다.
---p.89

나는요즘먼동이틀때쯤잠자리에서일어나는데그시간에는아주따뜻한날이아니면보일러가꼭가동된다.그것을볼때마다나의노랑이근성이작동한다.조금만참으면햇빛과전기난로가집안온도를18도로올려보일러작동을멈출텐데그때까지가스가소비되는것이아까운것이다.그래서나는전기난로를켜서조절기를향해돌려놓는다.난로의열을받은조절기는5분도안되어서18도를가리키고가스는그이상타지않는다.집안온도는아직도17도인데보일러가속은것이다.그러나점점더강해지는햇빛과계속열을내뿜는전기난로덕으로집안온도가다시17도로내려가진않는다.비록짧은시간이지만보일러작동이조금일찍중지되므로그만큼가스가절약되는것이다.나는‘티끌모아태산’의신봉자다.
---p.97

‘보일러속이기’란태양열전기난로를사용해조절기온도를올리는것을뜻한다.평소온도를18도로설정하고부족한온기는햇빛과전기난로로보충해오던터라,요즘먼동이틀때쯤보일러가가동되는것이아깝다.조금만참으면햇빛과난로가18도로올려줄텐데그때까지가스가소비되는것이아까운것이다.‘노랑이근성’을발휘해조절기를향해난로를돌려놓는다.그랬더니바로18도가되어보일러가멈춘다.그런데집안온도는아직17도이므로보일러가속은것이다.
---p.101

나에게는일정기간특정사물이나행위에대한묘한중독성이있다.삼사년동안저녁마다혼자서마시던맥주한캔은하루를마감하는신성한의식이되었다.맥주를마신후의나는현실과비현실의중간,이른바알딸딸한상태가되어웃고있었다.‘위안을주는너의모든것!’을알고싶어맥주의역사와종류,맛등에관해기꺼운탐구를거듭하였다.이는커피의경우도마찬가지였으며,가볍고세련된하루키의글들도맥주나커피와별로다르지않았다.고양이를키우면서는세상의모든고양이에빠져서내우뇌의80%이상이모두고양이로채워진느낌이었다.그런데돌이켜생각하면내가어떤대상이나행위에흠뻑빠져있던,이른바중독되어있던기간은내가삶의한모퉁이를힘들게지나던시기였었다.어려운시기에하나의방어기제로서관심을다른데로분산시켰을것이고그렇게내정신과육체를자발적으로소모하는동안힘든시간은흘러갔을것이다.
---p.124

중독의외연을확장한것은난처한삶의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바꿀수만있다면그것은금단이아닌향유와음미의영역이될수있는여지를갖는다.김진숙의「중독유감」은피폐해진현실의극단을모르지않으나오히려그렇기때문에중독의또다른활로랄까다른측면을트여보는수필적인시선을가지고있다.김진숙의‘빵굽기’는직업적소임이아니다.그럼에도자신의베이커리를완성하기위한나름의노력과공력,그리고집중의모드가긴장감있게유지되어야한다.자신을옥죄고있거나현실적고통들을완충하거나진정시키기위한일종의대안적성격의안티테제로서의심리적활성으로보는것이무방하다.마음이살아야몸이살고몸이살아야마음도거기에부합하는안정과평화를통해활기를도모한다.
---p.127

살면서가슴에사무치는일한두번겪지않는사람어디있으랴.삶은사람을내치고담금질하고고달프게도하며애가타고눈물짓게하는일의반복이다.그사이마다아금받게자신을추스르며살아갈때볕이드는것이다.삼십년만에홀로밥을지어먹으며일나가는그의마른몸이안쓰러울때도있다.후회나마음어지럽히던질척한것들다빠져나가고강단만남은것이려니한다.이제매월몇백만원씩빚을갚아나간다.절구(?句)처럼그가앞서고내가받쳐줄때우리의아로새김도의미를가질터이다.맞잡은우리부부의손에힘이들어간다.
---p.177

김성수조각가의꼭두는밝은외양과달리,그원재료는소위‘행복하게자란나무’가아니다.작가는추운겨울에,그것도남쪽북쪽산에서자란나무를선호한다.북쪽에있는산에서도기왕이면좀더가파른곳에서빛을제대로쬐지못한나무,못먹고못자라고병을앓느라몸을비틀며자란것들을그는선택한다.나무의아름다움은바로그비틀어짐에서나오기때문이다.척박한땅과혹독한추위를견디며자란불구(不具)의나무들이위로의형상을품고있다는역설이야말로고통이우리에게주는보상이아닐까?최운숙의「획을새기다」는공방에서의경험을통해같은의미의전언을다음과같이우리에게들려준다.
---p.179

흰나비가노란유채꽃을향해날아든다.날개끝에회색끝동을달고까만점을나란히두개씩박은멋쟁이다.요작은아이는꿀을빨기보다는놀기에정신이팔려재빠르게날갯짓하며꽃위로날아만다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