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소녀 혹은 키스 (최상희 소설집)

바다, 소녀 혹은 키스 (최상희 소설집)

$12.00
Description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법한 마법 같은 인생 여행을 담은 단편집 『델 문도』로 12회 사계절문학상을 받은 최상희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자 사계절1318문고 백아홉 번째 책『바다, 소녀 혹은 키스』가 출간되었다. 『델 문도』로 청소년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은 작가의 신작에는 고독과 외로움, 설렘과 그리움, 상처와 치유에 관한 소설 여덟 편이 담겨 있다. 간결하고 단단한 문장이 돋보이는 『바다, 소녀 혹은 키스』는 「방주」를 비롯해 「잘 자요, 너구리」, 「고백」 등 단편 하나하나가 온전한 그릇에 담겨 제각각 고유한 맛을 낸다. 상처와 치유에 관한 개성적이면서도 내밀한 이야기들은 우리가 지금껏 잊고 살았던 자신만의 진실한 감정을 꺼내 들게 한다. 작가는 이 작품집으로 2016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최상희

저자최상희는청소년소설『그냥,컬링』으로2011년비룡소블루픽션상을,『델문도』로2014년사계절문학상을받았다.『옥탑방슈퍼스타』『명탐정의아들』『칸트의집』『안드로메다의아이들』『세븐틴세븐틴』(공저)등의청소년소설과『다시,제주』『오키나와반할지도』등의여행서를냈고『여우와별』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방주
잘자요,너구리
한밤의미스터고양이
굿바이,지나
아이슬란드
무나의노래
수영장
고백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한문장한문장,그립고설렌다.
아,어쩌면이건첫사랑의맛?

소년,소녀를만나다
넓고먼,아득하고어렴풋한이미지의‘바다’와설렘을가져다주는단어‘소녀’그리고달콤한‘키스’,이세단어의조합으로이루어진『바다,소녀혹은키스』는제목만으로도충분히독자들의가슴을설레게한다.
여덟편의단편에는예기치못한사고와사건의파장으로고통받는주인공들이등장한다.돌풍에떨어진간판에머리를맞아갑작스레세상을떠난엄마와그뒤에남겨진소년(「방주」),교통사고로십년동안의식을잃었다스물다섯살이되어기적적으로깨어나일상을살아가는‘나’(「잘자요,너구리」),또는뭐하나부족할것없는상황에서불의의사고로병원에입원해있는‘나’(「아이슬란드」)처럼과거로부터갑작스럽게단절된현실은이들이어떻게든적응하고견뎌내야하는막막한고독과외로움의시공간이다.

소중한존재에눈을뜨다
다행히이들에게는이비극을견디게해줄동력이나타난다.모든것을쏟아부어세상의모든위험에서아들을보호해주리라믿은완벽한은신처,방주를지은아빠의무모함은지하감옥과도같은방공호에오히려그들스스로를유폐하고만다.(「방주」)그러나방공호안에처음들인소녀앞에서소년은굳건한방주처럼견고하게숨겨둔두려움과슬픔이툭하고비어져나오는것을느낀다.

그순간털어놓고싶은충동이일었다.매일밤나를두렵게하는것은천재지변과전쟁과핵폭발,외계인의침공이아니라깊은한숨소리와소리죽인슬픔이라는것을.사랑하는사람을잃은것만큼이나견디기힘든것은사랑하는사람이조금씩무너져가는것을지켜보는일이라고말하고싶었다.-36~37쪽

둘은서로이유도묻지않은채누가먼저랄것도없이한바탕울음을쏟아낸다.소년은외롭지만자신만의충만한세계를가진소녀‘온세계’의도움으로세상에발을내딛는다.
해리포터와헤르미온느가결혼안한다에십만원을걸고그결과를모른채곧바로스물다섯살‘아저씨’가된나는야생너구리를조심하라는발레소녀를만나면서잃어버린십년을아름답게떠나보낼수있게된다.(「잘자요,너구리」)
각각의작품에는이렇듯소중한것을잃고난뒤의일상을새롭게살게해주는가슴설레게하는존재,소녀가등장한다.

소녀,세상의중심에서다
주체적목소리를가진소녀들은당당하고단호하다.작품속소년들이머뭇거릴때도먼저다가설줄안다.열대섬나라의이국적유전자를가진전학생소녀오란디는어릴때엄마를잃고아빠또한얼마전에세상을떠나친척집에맡겨진소공녀같은존재이다.시험에서일등을한소녀는반아이들에게순식간에동정의아이콘에서증오의대상으로바뀐다.(「아이슬란드」)동정의대상일때도증오의대상일때도소녀는여전히꼿꼿하고품위있다.나는철저하게소녀를외면하려하지만자꾸만그소녀에게신경이쓰인다.그후교통사고로몇차례의수술을받으며병원에누워있는나에게소녀가찾아온다.소녀는날마다비슷한시간에와서소년옆에앉아조용히책을읽다간다.소년은소녀가불러주는자장가를들으며소녀를생각한다.

저바다어딘가에저처럼고독한존재가있을거라고,고독한이라면반드시노래를들을수있을거라고믿기라도하듯이.그렇게믿으면소중한것을지킬수있다고믿는것처럼.외로움이야말로함께나눌수있는거라고믿는것처럼.내기억이맞다면다락방에살던소녀는지키고자했던것들을되찾고마침내행복해진다.힘들고고독한시간이흐른뒤맞이하는마침내.-172쪽

「수영장」의소녀에게는두팔이없는동생이있다.소녀는호텔숙소에서일하며씩씩하게동생을돌본다.동정이나연민따위는바라지않는다는듯이단호하다.(참고로「수영장」의숙소는에이즈로부모를잃고,모자감염으로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보균자를지닌아이들의자립공동체가있는곳으로,일본영화〈수영장〉의무대이기도하다.)

평범하고고독한존재들의특별한사랑
누구나한번쯤은겪었을법한,또는한번쯤겪고싶을정도로짝사랑의예민한열병을보여주는소녀도있다.「한밤의미스터고양이」에서는아직고백도못한첫사랑의모든것을알고싶어애태우는소녀의간절하면서도소심한듯저돌적인모습이사랑스럽게그려져있다.

그의입에서나는민트향이되고싶어.그렇게생각한순간정말로되고말았다.형태도없고무게도없고존재감도없어아무도의식하지못하지만멈추면죽고마는것.
숨,나는숨이되었다.-80쪽

「굿바이,지나」는평범하다못해늘아이들에게밟히고치이는찌질한소년네명의순수하고건강한성적판타지가잘녹아든웃픈사랑이야기이다.폭력과악의가넘쳐나고비정한생태계의축소판인학교에서이들의생존법칙은돌멩이나이슬,공기나잡초,흙먼지같은존재로살아가는것이다.이소년들이힘을합쳐찾아낸섹스돌지나는이들의관계에미세한균열을일으킨다.그런가하면디스토피아같은세상에서유일하게살아남은소년과소녀도있다.차갑고잔인한세상에서사람들은소중한것을더욱더쉽게잊고잃어버리고빼앗긴다.사카라는이름의물고기등위에서파도에떠내려오는가방이나소라나조개를주우며잃어버린기억을,아름답고소중한추억을필사적으로끌어올리려는무나와나.(「무나의노래」)현실과비현실이뒤섞인세계는어쩌면우리에게‘상실’이라는집단무의식으로영원히남게될어떤상처를건드린다.
그리고이작품들의주제를관통하는「고백」이있다.한문장한문장그리움과설렘,서글픔이묻어나는책이지만읽고나면행복해진다.슬며시웃게된다.이상하게가슴이뛴다.아,어쩌면이건첫사랑의맛? 그렇다면 「고백」에서처럼“무수히빛나는해파리들이둥둥떠다니는기분이”들고“주위가너무도환해져서아득해”(239쪽)질지도모른다.

첫사랑의여덟가지맛
어쩌면십대소년소녀의알콩달콩속전속결연애담을기대했다면살짝실망했을수도있다.그러나세상은지나치게아찔한속도로돌아가고첨단기기들의간섭으로복잡하고산만하다.언제부터인지모르게누군가자꾸신경이쓰이고,그존재의사소한움직임하나하나에의미를부여하고,가만히혼자좋아하는감정을느낄수있다면그것만으로도충분하지않을까?
『바다,소녀혹은키스』는그런책이다.이책은모두가자신을과장되게드러내려고필사적으로애써야지만비로소존재감을인정받는요란한세상에서자기내면의목소리에충실해지도록조용히다독인다.비록우리네삶은비극일지라도,사건과사고의연속일지라도내안에견고하게숨겨놓은슬픔,두려움을나눌수있는친구가있다면그것만으로충분하다고.“영롱한빛으로검푸른바닷속을조용히떠다니는아름다운생명체,아득한우주를고독하게유영하는별”(237쪽)이되어줄누군가를발견하는것만으로도행복하다고.어쩌면이것은작가의소망일지도모른다.

지키고싶었으나빼앗긴것들,지켜야했으나잃은것들.그래서우리가오랫동안잊었거나잃었거나혹은포기하고외면했던것들.그것은아마소중한것들이었을것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지키고싶은것들이아직은있어,다시써보자했다.무언지모를소중한것이있다면,그것에대해쓰고싶었다.잊거나잃고싶지않기때문이다.-작가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