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혐오의시대를건너는법
한조사에따르면,요즘아이들이가장선호하는직업중하나는건물주이다.돈을잘벌수있다는이유에서전문직,안정적으로오래일할수있다는이유에서공무원·교사를말하던아이들은이제건물주를꿈꾼다.부의양극화와세습강화,만성화된청년실업,차별과배제,인생경로에서한번실패로도재기가어려운구조속에서아이들은순응과체념,두려움과분노사이를오간다.그리고제대로이름붙여지지않는감정들은혐오라는외피를입는다.여성혐오부터이주민혐오,장애인혐오,성소수자혐오,노인혐오,자기혐오에이르기까지도처에혐오가만연한다.혐오는사회적으로가장취약한곳을향한다.그렇다면이러한현실에서탈출구는존재할수있을까?
여기,아이들이질문을하는존재임을일깨우며,한가지지름길만을강요하는교육에서벗어나다양한경험을통해스스로답을찾기를바라는책이있다.이책은우리가그자리에있기를두려워하는곳,혐오라는감정이고이는곳을정면으로바라보며,그곳에서희생자나피해자로언급되기일쑤인소수자들을불러낸다.그리고그들과함께느끼고사유하며출구를찾아보자고권한다.
철학공방별난의공동대표신승철과이윤경이함께쓴『체게바라와여행하는법』은눈앞의현실이두려워움츠러들다가‘생각없는녀석’이라고불리던소년민영이생각을시작하고,사랑을표현하며,자기의삶을바꾸어내는이야기를담았다.민영은체게바라를닮은이주노동자최씨아저씨와함께스쿠터를타고한반도를가로지르며다양한소수자들을만나고여러사건을겪는다.그리고그들과많은대화를나누며정해진길바깥을상상할수있는능력,그바깥에서도잘살아갈수있으리라는용기를얻는다.이책은그렇게생각,즉‘철학’에서출발해두려움과혐오가지배하는세계를찢고,두려움의자리를자유로,혐오의자리를사랑으로채운다.
유쾌한소수자들을만나는여행
『체게바라와여행하는법』은소수자를바라보는다른시선을제시한다.민영은최씨아저씨와여행하며이주민,아이,노숙인,여성,장애인,비정규직노동자등,이책에서‘소수자’라고부르는이들을만난다.흔히소수자는힘없는약자나피해자,또는다수가아닌소수의사람들을가리킨다.그러나여기서는소수자를오히려특이한사람,즉자신의특이성으로사회의배치를변화시킬수있는능력을가진존재들로본다.그들은존재만으로도활력소이자감초이며촉매제가되어공동체를풍부하게만든다.그래서이책에서소수자들은우울하거나전투적인분위기로그려지지않으며,마냥동정과연민을불러일으키지도않는다.그들은긍정적이고발랄하며능동적이고유쾌하다.
안산에서게스트하우스‘지구마을여인숙’을운영하는미스터샤는이주노동자출신이다.20년전한국인으로귀화한자칭‘안산샤씨’의시조로,능숙한한국말을구사한다.지구마을여인숙에는도움이필요한이주노동자와여행중인외국인들이모이는데,그들은차별때문에위축된모습이아니다.그들에게는고향과가족과일상이있고,활력과용기가느껴진다.대전역에서만난노숙자용계아재또한전형적인노숙자이미지와거리가멀다.그는노숙자들이이시대의혁명가라고이야기하는거리의철학자이다.속리산에서함께한소년매미또한팔다리가없는장애인이지만,웬만한일들은발로척척해내는낙천적이고영리한수다쟁이다.
물론이책은소수자들에대한기존재현방식을탈피하는데초점을맞추지만,그들이처한현실을외면하거나낭만화하는것은아니다.이책은외국인노동자가일자리를뺏는다는말,장애인은남들의도움이없으면무능한존재라는말,여성은약자가아니라는말등소수자를둘러싼편견들을제시하며,이를유려하게반박하고,새로운사유와관계맺기의방식을열어젖힌다.그리고이모든이야기는들뢰즈와가타리의‘소수자되기’의철학을바탕에깔고있다.
들뢰즈와가타리처럼철학하기
『체게바라와여행하는법』의철학적배경에는들뢰즈와가타리가말하는소수자되기의철학이있다.이책은‘되기’개념에서출발해‘이주민되기’,‘아이되기’,‘동물되기’,‘여성되기’,‘장애인되기’,‘투명인간되기’라는흐름을따라구성되어있다.하지만들뢰즈와가타리가이야기하는철학적개념과지식을전달하기보다,들뢰즈와가타리처럼생각하고행동할수있는힘을길러주는데집중한다.들뢰즈와가타리의철학을구체적인사건과매력적인캐릭터,현장감넘치는이야기로풀어내며,그러한개념이나오게된맥락을설명하고이와유사한생각을한철학자와작가들사이를가로지른다.
프랑스의철학자질들뢰즈와심리치료사펠릭스가타리는『천개의고원』에서‘되기’(becoming)라는개념을이야기했다.들뢰즈와가타리는68혁명을겪으며기존에우리가혁명이라고생각했던것과다른혁명,즉분자혁명의지평을발견한다.분자혁명은작은변화가일어나면서로연결되어있는공동체와사회,생태계에도돌이킬수없는변화를준다는사상이다.이러한관점에서적대적인세력에물리적으로대항하고정치체제를전복하는것뿐만아니라,기존질서와체제에서끊임없이탈주하여새로운삶의방식을개척하는것또한혁명이라고할수있다.이러한혁명은‘나는누구이다’라고자신을고정시키거나사회로부터주어진것들을당연하게받아들이는태도에서벗어나는것,즉지금의내가아닌다른누군가가‘되기’로부터시작된다.내가달라짐으로써주변사람들을바꾸고결국세상을변화시킬수있기때문이다.특히,들뢰즈와가타리는소수자되기를강조한다.이것은약자에대한관용이나배려의윤리만을이야기하는것이아니다.우리는특이한소수자들을통해우리안에숨어있는낯설고이질적인존재들을발견하며우리자신이더욱풍부해지는기쁨을경험할수있다.
나아가,들뢰즈와가타리는이러한‘되기’가바로‘사랑’이라고말한다.사랑은연인들사이에오가는감정만이아니라,가족이나친구,이웃,처음보는사람,동물이나물건과의교감,민주주의와생명?평화?세상에대한염원을포함한다.우리는사랑의순간,상대방의입장에서생각하고자신의느낌을표현하며내가사랑하는누군가처럼,아니누군가가되어간다.그러므로이처럼돌이킬수없는변화를일으키는‘되기’는‘사랑’이며곧‘혁명’이기도하다.그렇게누군가를사랑하는순간,우리모두는미세한변화의힘을지닌혁명가이며,각자의삶에서수많은혁명들이시작된다.
지금여기서‘체게바라들’과함께하는법
혁명의아이콘체게바라가지금여기에살고있다면어떤모습일까?그리고무슨이야기를들려줄까?저자들에따르면,『체게바라와여행하는법』은“영화[모터사이클다이어리]처럼스쿠터를타고한반도를가로지르는체게바라를출현시키자는다소소재주의적인발상에서시작”했다.그리고“진정한혁명가를이끄는것은위대한사랑의감정이다.이런자질이없는혁명가는생각할수없다.”라는체게바라의메시지를들뢰즈와가타리의철학이잘설명해준다고여겨,그들의철학을이야기하는최씨아저씨라는인물을등장시켰다.
최씨아저씨는공장에서‘최씨’라고불리는이주노동자로,몇년전인천항컨테이너부두에서넋이나간채헤매고있는것을인부들이발견했다.그의진짜이름은‘체’로,부당한대우를받는이주노동자들을많이도와서신망이높다.몇몇은너무비현실적인일임에도그가체게바라라고생각하지만,최씨아저씨조차자신이누구인지확신하지못한다.민영은이러한최씨아저씨를도와주다가사건에휘말려함께여행을떠나게되고,최씨아저씨를뒤쫓는추격전이뒤얽히며이야기의긴장감이고조된다.
최씨아저씨의정체를둘러싸고이책에서는판타지적인상상력이두드러진다.하지만두사람이인천,안산,청양,대전,옥천,울산에이르기까지실제로존재하는장소들을지나고그곳에서저마다의사연을가진사람들을만날때,묘한리얼리즘이발생한다.이책은체게바라,그리고들뢰즈와가타리의눈으로우리가어떤사회에서살고있는지,소수자들에게무슨일들이벌어지고있는지를생생하게담아낸다.특히,그들이주고받는대화는철학자들의추상화된이야기를벗어나,어떻게세상을다르게볼수있고새롭게살수있을지에대한풍부한영감을제공한다.그리고이여행이끝나고나서야민영은체게바라가누구인지알게된다.
저자들은저자후기에이렇게적었다.“우리는이미한국사회에서활동하는수많은체게바라들을발견할수있습니다.그들은광장에서촛불을밝히고있습니다.그리고그촛불은일상에서도,학교에서도,가정에서도,거리에서도빛을뿜습니다.”사실이책에서중요한것은최씨아저씨가정말로체게바라인지아닌지하는문제가아니다.최씨아저씨의정체는끝까지의문부호로남는다.체게바라사후50주기인2017년,이책은체게바라를손쉽게영웅화하거나한명의인간으로서재조명하는대신,판타지가가미된여행서사의형식을빌려서우리에게‘체게바라되기’란무엇인지에대해질문을던진다.체게바라의이미지를통해지금여기의체게바라들을위한열정과에너지를전달한다.그리고이것이『체게바라와여행하는법』에서가장빛나는지점중하나이다.
줄거리요약
학교에서왕따를당하던열일곱살소년민영은학교를뛰쳐나와형의신분증을가지고인천의한플라스틱공장에취직한다.그리고그곳에서공장측에구타를당하던불법체류자최씨아저씨를우연히구해주었다가함께쫓기는신세가된다.
두사람은안산에서게스트하우스를운영하는미스터샤를만나공장의환경범죄관련증거를포착했다며도움을요청한다.하지만곧공장사람들의추격을받고,남쪽으로목적지없는스쿠터여행을떠나게된다.민영은청양에서혼자배낭여행중인소녀귤을만나설렘을느끼고,개사육장에서학대받는개황구를구출해주며최씨아저씨와많은대화를나눈다.
한편,최씨아저씨의사정이드러나며본격적인도피가시작된다.민영은대전역에서지내다가거리의철학자용계아재를만나고,귤엄마의도움으로옥천감자수제비북클럽과함께귤네집에머무른다.그러나최씨아저씨를추적하는정체불명의남자들이들이닥치면서아저씨는부상을입고,두사람은속리산기슭에있는마을로달아난다.그곳에서민영은장애인소년매미를만나억압된감정의폭발을경험하고,울산에서일하는형이고공농성중이라는전화를받는다.매미의도움으로위기를피해혼자울산에온민영은의사로변장한최씨아저씨와재회하지만,여러사람들의도움으로형의문제가극적으로잘해결되자최씨아저씨는다시어디론가사라진다.
그후,청양에서형과새로운삶을시작한민영은일본도쿄와후쿠시마,네팔등지에서찍힌최씨아저씨의사진을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