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포물선이 다른 포물선에게 (박정애 가족소설)

한 포물선이 다른 포물선에게 (박정애 가족소설)

$12.00
Description
가족 구성원의 눈으로 바라본 지금, 우리의 자화상
박정애의 가족소설 『한 포물선이 다른 포물선에게』. 1998년 등단해 2001년 한겨레문학상을 받고, 소설부터 동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며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선보인 저자의 이번 소설은 오늘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리얼한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40대 중반의 맞벌이 부부, 매사에 느리고 감도가 떨어지는 아들내미와 반대로 야무진 딸내미로 구성된 한 중산층 가족의 치열한 삶을 각자의 자리에서 그려낸 이 책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존재하는 사랑과 책임, 의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짓누르는 건 아닌지, 본질적으로는 독립된 자아로서의 각자의 삶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한다. 가족이어서 오히려 서로에게 털어놓지 못한 속마음을 담아낸 듯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공감되는 사건들과 날것으로 확 다가오는 편한 문장들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가족은 결국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날과 씨로 만나서 사랑이라는 하나의 꿈을 엮어가는 사람들인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준선과 좌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족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다.
저자

박정애

저자박정애는1970년경상북도청도군에서태어났다.현재강원대학교스토리텔링학과에서소설작법을가르치고있다.1998년『문학사상』을통해등단했고,『물의말』로제6회한겨레문학상을받았다.지은책으로소설『에덴의서쪽』『물의말』『춤에부치는노래』『죽죽선녀를만나다』,청소년소설『환절기』『괴물선이』『첫날밤이야기』『용의고기를먹은소녀』,동화『똥땅나라에서온친구』『친구가필요해』『사랑은어려워』등이있다.

목차

정란6
영규41
민수59
춘실78
정란98
민수102
영규109
정란115
민지124
영규130
정란147
민수153
정란159

작가의말168

출판사 서평

누구나자기만의좌표와준선을가지고살권리가있다.
그걸인정하고사랑하는게우리의몫일뿐.

소설가박정애가가족구성원의눈으로바라본지금,우리의자화상

1998년등단해2001년한겨레문학상을받고,소설부터동화에이르기까지다양한연령대를아우르며자신만의스토리텔링을선보인소설가박정애의가족소설『한포물선이다른포물선에게』가출간되었다.이작품은오늘의한국사회를살아가는지극히평범하면서도리얼한가족이야기이다.40대중반의맞벌이부부,매사에느리고뒤처지는아들내미와반대로야무진딸내미로구성된한중산층가족의치열한삶을각자의자리에서그려낸이책은부모와자식의관계에존재하는사랑과책임,의무라는이름으로서로를짓누르는건아닌지,본질적으로는독립된자아로서의각자삶을서로이해하지못하는건아닌지생각해보게한다.가족이어서오히려서로에게털어놓지못한속마음을담아낸듯저절로고개가끄덕여질정도로공감되는이야기와날것으로확다가오는편한문장들은독자의마음을사로잡기에충분하다.

달라도너무다른우리는가족
말이빠르고몸도재바른열한살딸내미민지는욕심이많은만큼다부지게노력한다.그래서키우기도편하다.열다섯살민수는느린것은둘째치고정보해독을잘못해엉뚱한반응을보이기도하고감도가떨어진다.공부도잘못하고친구들한테무시당하기일쑤다.하위권에서맴도는성적과순탄치않은교우관계때문에엄청고민하기도하지만집이나학교에서큰말썽을부리는법은없다.이쯤만돼도다들‘어머,우리집이야기야.’라는소리가절로나올지모른다.예민하고우울한모범생소녀였던정란은한때시인을꿈꿨으나지금은민수와민지의엄마이자가끔‘멍때리는병’이있는국어교사이다.게으름을적대시한아버지밑에서억압받으며자라늘성실하고노력하는것만이최선이라여기는회사원영규는그야말로전형적인대한민국가장이다.이렇듯기질도성격도자라온환경도다른두남녀가결혼해자식을낳아키우는데한부모에게서나온자식들이라도역시성격은천차만별이다.그러다보니한지붕아래살아도갈등과불안은늘있을수밖에없고,대체로그불안은평균에서벗어난구성원에게쏠릴수밖에없다.정란네가족의갈등과불안의근원은바로아들민수다.

민수는다르다.내아들이라고하기에는오차범위를넘어서는유전자랄까.민수를보고있자면,무자식상팔자라는옛말이저절로떠오른다.물론나도,자식이부모를선택할수없는것처럼부모또한자식을선택할수없다는사실을잘안다.알면서도,내마음에들게끔자라지않는아이를볼때마다가슴이답답하고숨이가빠오는까닭은무엇일까?(47쪽)

불안은가족을잠식한다
행동이느리고경쟁심이부족하고사회성이모자란아들민수때문에부부는종종갈등을겪는다.영규는다그치지말고그냥지켜보자는정란의태도에화가난다.대한민국남자로서아들이군대가서적응못하고사회에서도부적응자로낙오할까봐조바심이나는것이다.
한편으로는자신의모습에서부모노릇한다며삼형제를매로다스린아버지를발견하기도한다.한시라도빈둥거리는모습을참지못한아버지때문에영규형제와어머니는뭐든손에일을잡고있거나책상앞에반듯이앉아공부해야했다.영규는절대로아버지같은사람이되지않겠다고,다정한친구같은아빠가되겠다고결심했는데자기도모르는사이에아버지를닮아버린건아닌지괴로워한다.
정란은아이양육도일도꿈도삶도,모두갈피를못잡고이러저리갸웃거리기만하는것같은자신의현실이초점도잃고준선도놓쳐버린일그러진포물선이아닐까생각한다.선생으로서엄마로서자신이제대로살고있는지고민하는것이다.
그중에서정란이가장자신없어하는건엄마노릇인데,어느날민수학교에서전화가온다.민수가학교폭력에연루된것이다.급우에게놀림을받은민수는조각도를들었고,던지라는성화에못이겨던졌다.다행히상처는안났지만일방적으로가해자가됐고피해자부모한테살인미수얘기까지들어야했다.영규의적절한대응덕에사건은마무리되지만이때부터민수에대한걱정은더커져만간다.민수같은아이는학교에서든군대에서든직장에서든패배자가될수밖에없는사회현실을잘알고있기때문이다.
정란은민수휴대폰을누가일부러깨뜨렸고,오랜시간민수가급우한테소소하게괴롭힘을당했음을알게된다.그럼에도민수는조각도사건이있고서도좀더참을걸,했던것처럼이번에도증거가없으니까의심하면안된다고한다.

저아이에게무슨말을해야할까.계속머리를얻어맞아도참으라고할까.한번쯤들이받으라고할까.무술을배우고근육을만들라고할까.아님선생님한테이르라고할까.이미학교폭력가해자로낙인찍힌민수가하는말을선생님이곧이들어줄까.(119쪽)

정란은속에서부글부글끓어오르는말들을꾹꾹삼키고애써태연한표정으로폴더폰이라도사주겠다고한다.그러나민수는여느때처럼천하태평한눈빛으로자신과통화하는사람은엄마밖에없어서휴대폰이필요없다고한다.

요즘애들한테스마트폰이어떤의미인데,잠시라도스마트폰이손에없으면불안해진다는데,눈앞에사람을두고도메신저로대화한다는데,민수너이러는거비정상이야.왜자꾸이상하게구니?진짜사회생활포기할생각이야?엄마는,네가이사회에서어찌됐든남들틈에섞여무던히사는모습을보고싶어.엄마마음,몰라?모르겠어?(122쪽)

정란과영규가부모로서갖는자식에대한애정,걱정,불안이고스란히느껴지면서독자는같이아파하고걱정할수밖에없게된다.하지만의외로아이들은씩씩하다.민수와민지는가정과학교에서의억압과폭력을당연하게여기며기성세대가된정란이나영규와지향점이또다르기때문이다.작가는지금현재의가족모습을씨실로,그리고정란과영규가민수만했을때의이야기를날실로삼아타자로서의개인과가족의모습을함께엮어나간다.

자기만의좌표와준선으로그려나가는인생의포물선
버킷리스트를쓰고열심히노력해야만인생이달라진다는영규의주문에민지는재빠르게거창한리스트를작성해아빠를미소짓게한다.책1만권읽기,토익시험만점받기,책다섯권출판하기등그야말로똑소리가난다.아빠가내준숙제를깜박해서그자리에서는아무말도못했지만,민수에게도자기만의버킷리스트가있다.쌀한포대,만화책백권만들고무인도가서한달쯤살아보기,사랑하는사람과밤새워별보기,만약사랑하는사람이안생기면그냥혼자서라도밤새워별보기,양이나염소를치는목동으로살아보기등.민지의것과비교하면피식웃음이나오지만너무나귀엽고사랑스러운그야말로제대로된버킷리스트가아닐수없다.민수는엄마아빠가생각하는것처럼아무생각없는아이가아니다.안타깝기는하지만현실을지나치게잘알아스스로“어떤일에도애를쓰지말자고”결심한똑똑한대한민국중학생일뿐이다.

잡지에서연애,결혼,출산을포기한삼포세대어쩌고하는기사를읽었을때그게바로내미래라는걸곧바로깨달았다.아빠가귀에못이박히도록말한것처럼내성적,내성격으로는정규직을얻지못한다.나도내가무척느리고게으르다는걸안다.성적도한참아래쪽이다.내가나인이상,나는성적을못올린다.성격도못바꾼다.(64쪽)

하지만이런민수의생각과달리정란과영규는자꾸비정상처럼궤도를이탈하는것같은민수가걱정돼심각하게이민까지고민한다.막연한도피처로생각하고있던이민계획은영규의명예퇴직으로급진전된다.호주를1순위이민국으로생각하고한달일정으로조사에나선영규.그러나그곳생활도녹록치않음을절실히깨닫고돌아온다.막상걱정했던인종차별문제는아무상관이없고자본주의사회라돈없으면보통사람들에게는이민은또하나의‘헬’임을깨닫는다.

오,텅빈찬연한삶이여!
민수는결국학교를그만두고혼자만의준선과좌표를찾아간다.영규는노인성치매증상이나타난아버지를돌보기위해보령에내려가기로한다.열여섯살중학교중퇴생아들과마흔다섯살백수아빠가외롭고긴기다림끝에결국하나의꿈을엮는다.

“민수가그랬잖아.시골에서장담그면서가난하게살겠다고.나,그꿈지켜주고싶어.여기서민수하고같이메주도띄워보고장도담가보려고.”(163쪽)

사실그꿈이이루어질지는아무도모른다.그러나확실한건우리모두각자의자리에서자기만의준선과좌표를지키기위해고군분투하고있다는것이다.

어쩌면,어쩌면,인생은모두각기다른포물선이아닐까.저마다의초점과준선을가지고시간과공간이라는운명의두축을넘나들며부단히삶의좌표를그려가는…….대칭축을기준으로반절(半切)하면기쁨과슬픔이반반씩인…….(34쪽)

책을읽으면누구나저절로감정이입이될정도로이책은솔직하게우리네가족의모습을속속들이보여준다.2014년세월호참사와윤일병구타사건은정란네가족에게크고작은변화와동요를일으킨다.제목에서유추할수있듯정희성시인의<한그리움이다른그리움에게>는정란네가족에게특별한의미가있는시이다.이시처럼가족은결국외롭고긴기다림끝에날과씨로만나서사랑이라는하나의꿈을엮어가는사람들인것이다.
작가역시애쓰지않아도소설속세상으로순간이동해자신과화자가뒤섞여마음의동요를경험했다한다.각자의위치에서느끼는불안들이모여서로를짓누르고짓눌리게하는건아닌지,모처럼이책을온가족이돌려읽고서로의불안에대해솔직하게고백해봐도좋을듯하다.

(…)겉보기엔다같이시뻘건불안이지만디테일에서는다다른엄마의불안,아빠의불안,자식의불안,내불안,네불안,그들의불안…….제불안에눈멀어자식을,배우자를짓누르지말기를.오래된불안을다독거리며움싹같은희망에손내밀어보기를.-「작가의말」에서